[정유진 기자의 CSR 인사이트] 2017년 경기침체 속 사회공헌·CSR 향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소비자 모니터링 강화대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올해 최대의 변수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전략 화두로    “1월 1일 경쟁사의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 기사를 접한 경영진이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우리 회사도 구정 연휴에 김장 담그기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회공헌 기획안을 만들던 실무자들은 힘이 빠집니다. 보여주기식 김장 행사보다는 우리 사회에 시급한 문제, 우리 기업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사회공헌 실행은 사실상 ‘올스톱’됐고, ‘재단’ 명칭이 들어간 공익법인과의 파트너십도 조심스러워졌기 때문. S기업 10년 차 사회공헌 팀장은 “‘대선의 해’인 만큼 정권 입맛에 맞는 사회공헌이 곧 필요해질 것이라, 큰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 기획은 못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모니터링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랜드파크의 임금 미지급 파동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지난 10일엔 유한킴벌리·홈플러스·옥시 등 대형 업체들이 제조한 방향·세정제 18개 제품에서 유해기준을 초과하는 살생 물질이 검출돼 전량 회수 및 교환 조치가 내려졌다. 2017년 정유년을 맞은 국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사회공헌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소비자가 눈을 떴다···책임 경영 못 하면 기업 신뢰 타격 피부에 관심이 많은 2030 여성들이 화장품을 구매하기 전에 먼저 확인하는 앱이 있다. 바로 국내 최대 화장품 정보 제공 앱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다. 가입 회원 350만명, 누적 리뷰 수 160만건에 달하는 화해 앱은 시중에 유통되는 9000개 브랜드 7만여개 제품에 들어있는 250만건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균형은 함정이다(?) ⑨

“꿈꾸는 누군가를 위하여, 상처받은 가슴을 위하여, 우리가 망쳐버린 것들을 위하여“ – 라라랜드 대사 중 요즘 ‘라라랜드(감독 다미엔 차젤레)’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영화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의 꿈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환상적인 색채, 리드미컬한 재즈선율 등 백 가지쯤 들 수 있다. 한 평론가는 ‘우리가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든 이유가 이 영화 안에 들어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강력한 영화의 매력은 꿈을 향해 가는 남녀의 사랑이 결국 현실을 택함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씁쓸함과 아련함 그리고 긴긴 여운을 남겼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고 꿈과 사랑은 양립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허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엔딩에서 주인공 남녀가 주고받은 눈빛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사람들은 꿈과 사랑의 완성을 성공과 실패라는 목표지향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다. 꿈과 사랑은 목표나 결과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면서 온전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라라랜드는 새드엔딩이 아니라 꿈과 사랑을 모두 이룬 진정한 해피엔딩이다. 꿈과 사랑이 양립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일과 삶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일과 삶을 균형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은 일과 삶의 분리를 전제하고 있다. 일과 삶을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로 보고, 비교분석을 통해 더 나은 하나를 선택함으로 균형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를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정직·투명·신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

‘촛불정국’ 이후와 2017년 전망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전경련은 해체될 것인지, 기업 사회공헌은 어떤 변화가 생길지, 비영리단체의 모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대표적이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좋은 일인데’라며 웬만하면 문제 삼지 않았던 기존 공익분야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되진 않을 것이다. 당장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인해 공익법인에 대한 불신이 한껏 높아져, 기부단체의 투명성이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눈여겨보는 기부자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가이드스타가 오는 2월 공익법인에 대한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별표를 매기는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투명성이 결여돼 이번 평가에서 제외된 단체를 보니, 고유목적사업비를 0원으로 표기한 단체가 57곳, 일반관리비 0원은 1111곳, 직원 수 0명은 448곳, 인건비 0원은 609곳이었다. 공익법인들이 왜 이런 공시자료를 국세청에 올렸는지, 기부자들의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업 사회공헌이 위축된 것은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민들의 ‘사회공헌 학습효과’가 더 정확한 이유일지 모른다. 사회공헌을 잘하는 기업으로 칭송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A사의 사례에서 보듯, 회사의 리스크를 사회공헌으로 무마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SNS를 통해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퍼지는 부정적인 이슈에 사후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폴크스바겐 연비조작 스캔들로 2주 만에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진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건 결코 착해서가 아니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전경련이 앞장서 거둬들인 800억 기부금은 지금까지 기업 사회공헌의 관행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장면이다. 만약 밝혀지지 않았다면, 전경련 홈페이지나

버려진 물건, 디자인을 만나 새롭게 태어나다

서울새활용展 업사이클링 제품 3인 3색 인터뷰   “와, 이런 것도 재활용이 된다고?” 폐 우산은 파우치가 되고, 버려진 청바지 원단은 모자가 됐다. 전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진열된 제품을 요리조리 살피며 연신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 2의 생명’을 얻은 제품에서 원래 소재를 상상하긴 힘들었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새활용展’ 현장. ‘새활용’은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우리말 순화어다. 단순환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recycle)과는 달리, 기존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서울새활용展’은 버려지거나 폐기물로 분류되는 소재로 만든 실용적인 제품들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다. ‘새활용’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듯, 온갖 종류의 제품들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낙과(태풍 등으로 인해 채집 전에 떨어진 과일)를 활용한 케이터링(식사·다과) 서비스, 폐 목재를 활용한 가구, 의류업체에서 기존의 제품들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원단으로 만든 옷들까지. 버려지고도 남을 소재가 새롭게 태어났다. 새활용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뛰어든 세 곳의 업사이클 브랜드를 만났다.   ◇화분으로 전하는 연탄의 온기… ‘지구인랩’   “폐 연탄을 새롭게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2015년 겨울, 연탄 봉사를 나갔던 김영준(24)씨의 눈에 ‘폐 연탄’이 들어왔다. 다 태운 연탄이 쓰레기가 되어 길 곳곳에 널려있었다. 연탄을 나눠준 뒤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될까. 호기심이 생겼다. “알아보니 연탄재는 지자체에서 수거하지 않으면 종량제봉투를 사서 버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들 중 절반이 정부 지원을 받을 정도로 열악하다 보니, 돈 주고 봉투 사는 대신 길가에 버리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연탄재를 활용해서 뭔가를

기술로 사람을 이롭게… 따뜻한 생각, 혁신을 만들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기업과 기술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지난달 초 제주에서 열린 ‘D3임팩트 나이츠(D3 Impact Nights)’에는 혁신적인 기업가가 다수 초대됐다. ‘임팩트 투자가 바꾸는 세상’ 두 번째 이야기는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기업가 3인 인터뷰다. 개별 기사 전문은 ‘더나은미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에누마,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플랫폼 2013년 6월, 에누마(Enuma)에서 출시한 ‘토도수학’은 영·유아 교육 분야 애플리케이션(앱)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서비스 1년 만에 다운로드 150만건을 기록했고,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내 학교 1300곳에서는 토도수학을 학습 도구로 활용하고, 애플은 22개 국가 자사 매장 제품에 토도수학을 깔았다. ‘장애 아이들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앱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셈. 그러나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더 큰 그림을 그린다. 에누마는 ‘토도스쿨’이라는 앱으로 세계 최대 규모 비영리 벤처재단 ‘엑스프라이즈 재단(X PRIZE Foundation)’과 유네스코·유엔세계식량계획이 협력해 진행하는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 PRIZE)’에 참여했다. 학교 교육 기회가 제한된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기초적인 읽기, 쓰기, 셈을 학습할 수 있게 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으로 총 1500만달러(약 180억원) 상금이 걸린 공모전이다. “전 세계 2억5000만명 문맹자 중 1억9000만명이 학교에 다녀요. 학교에 다니는데 왜 글을 모르는 걸까요. 일곱 살이 된다고 모두가 일곱 살 커리큘럼을 소화할 준비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숫자 개념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사전 단계가 필요해요. 토도수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답을 만들어 볼 수 있을

‘케어앤엑스(CareNX)… 사람을 위한 기술, 의료전달망 혁신하다

“친구의 누나가 둘째를 임신하던 중에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고 위험 임신’에 속하는 경우였는데, 몸바이에서도 300마일(약 480㎞)는 떨어진 곳이거든요.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그 뒤로도 궁금한 점이 있거나 검진을 받고 싶으면 몸바이까지 먼 거리를 오가야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시골에 있는 여성들 중에 비슷한 문제를 겪는 이들이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산타누 파탁(Shatanu Pathak∙사진) CareNX 이노베이션 공동 창업자의 말이다. 실제 인도에서 임신으로 사망하는 여성은 상당하다. 지난 9월에 출판된 한 영국 의학 저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인도 내에서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해 죽은 여성은 4만5000명 이상이다. 전 세계, 임신·출산 과정에서 사망하는 인구의 15%에 달하는 수치다. 대부분의 경우 조금만 일찍 손을 썼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이다. 그는 두 명의 공동 창업자와 함께 2013년 ‘케어앤엑스 이노베이션(CareNX Innovation)‘을 설립했다. 기존에 존재하는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되, 기술을 통해 의료 전달망을 혁신하겠다는 것.  “임산부를 위해 더 나은 의료 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은 병원같이 기존에 존재하는 의료 시스템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결국 진단을 하는건 의사니까요. 그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건강관리사(health worker)’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봤어요. 이들이 지역의 여성들과 의사를 연결해주는 다리 할을 하는 것이죠.” CareNX에서는 지역 건강관리사가 쓸 진단 의료도구 ‘케어마더(CareMother)‘를 개발했다. 혈당 측정계, 당뇨 분석계, 디지털 청진기 등 총 7개의 진단 도구가 담기는 ‘이동용 건강관리 키드’다. 건강관리사는 이 키트를 들고 집집마다 찾아 다니면서 상태를 확인하고 신체 상태를 측정할 수

‘기술’ 로 생산망을 혁신하다.. 레이버 보이시스(Labor Voices)

9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사망자 1130명에 부상자 2500여명. 2013년 4월 방글라데시에서 무너진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참사다.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는 사고지만, 이런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공장 화재·붕괴, 노동자 자살 등 생산망(supply chain) 사고는 수십 년간 계속해서 이어졌다. 저임금에 기반해, 다단계의 하청구조로 이뤄진 의류·제조 산업 구조에서 노동자의 인건비와 근로환경은 계속 열악하게 남아있었기 때문.  기술이 생산망 구조를 바꿀 수는 없을까.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임팩트 기업 ‘레이버 보이시스(Labor Voices)’에서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초, 공장 직원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취합해 공개하는 플랫폼인 ‘심포니(Symphony)’를 선보인 것. 콜 길(Kohl Gill, 사진) 창립자는 ‘심포니’를 통해 올해 아쇼카 펠로우로도 선정됐다. “내부 직원들이 익명으로 회사를 평가하는 ‘글래스도어(Glassdoor)’나 여행자의 의견을 모으는 ‘트립 어드바이저(Trip Advisor)’같은 서비스가 있잖아요. ‘심포니(Symphony)’는 그런 서비스의 ‘의류 공장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희는 의류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취합합니다. 어떤 기업 제품을 생산하는지, 임금 수준·근로 환경,성희롱이나 아동 노동 활용 여부는 어떤지 등 상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어요. 이 정보가 쌓이면 각 공장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고, 공장 간에 순위도 매겨집니다.” 정보는 어떻게 취합될까. 의류공장 노동자가 ‘심포니’로 전화를 걸면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연결된다. 노동자가 근무하는 공장 상황에 대해 익명으로 응답하면, 원하는 정보도 무료로 얻을 수 있다. ‘가까운 지역 내 임금이 가장 높은 공장 5곳’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12개월간, 방글라데시와 터키 내 1만4000여명의 공장 근로자로부터 의류 공장 330곳에

누구나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에누마(Enuma)’

지난 11월, 교사 한 명에 학생은 60여명. 변변찮은 환경에 깨끗한 교과서 한번 가져보지 못한 탄자니아 아이들 270명의 손에 태블릿 PC가 주어졌다. 태블릿 PC에 담긴 건 아이들의 기초 학습을 돕기 위한 어플리케이션(앱). 3주간, 하루 30분씩 태블릿 PC내 앱을 활용한 ‘최신식 스스로 학습’이 이뤄졌다. 효과는 어땠을까.  “하루 30분, 3주간 앱으로 놀았을 뿐인데도, 아이들이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에서 유의미한 학습 성과가 나타났어요. 교사 수가 적고 교구가 부족해 학습 기회가 제한적인데다, 칠판에 적는 걸 따라 쓰는 정도의 딱딱한 교육이 이뤄지는 낙후된 곳이거든요. 이런 곳에 태블릿 PC 기반의 학습 교재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에누마(Enuma) 이수인(39∙사진) 대표의 말이다. 에누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교육기업. 지난 2013년 6월, 에누마에서 내놓은 수학 학습 앱 ‘토도수학(Todo Math)’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서비스 1년 만에 다운로드 150만건을 기록했고, 중국, 미국 등 20개국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 내 학교 1300곳에서는 토도수학을 학습 도구로 활용하고, 애플은 22개 국가 자사 매장 제품에 토도수학을 깔았다.    교육 분야에서 앱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셈. 그러나 지난 11월 5일 D3쥬빌리 주최로 제주에서 열린 ‘D3임팩트 나이츠’ 현장에서 만난 이수인(39) 에누마 대표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출신 국가, 사는 지역, 장애 유무,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기술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양질의 학습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 탄자니아까지 날아간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⑦ 문제 정의에 관한 문제 #1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수많은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사회복지 등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인가. 점진적으로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인류의 역사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었다. 하늘이 비를 내려주지 않아도 혹은 너무 많이 내려주어도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저수지와 수로를 만들었다.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동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지었고, 질긴 음식을 편히 먹기 위해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었다. 각기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 생명이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 음식을 자유롭게 먹지 못하는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보다는 해결책을 먼저 찾는 것이 아닐까. 포드 자동차의 창업가 헨리 포드(Henry Ford)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동 수단을 원하는지 묻는다면, 더 빠른 말이라고 했을 것’이라 했다. 고객은 자신의 니즈를 잘 모른다는 의미의 격언이기도 하지만, 문제를 제대로 정의해야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된다. 지금의 이동 수단은 느리다는 문제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건만, 말이 느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은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데서 나오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어느 비영리단체가 저개발국가를 갔더니 학교가 없었다. ‘어! 여기에 학교가 없네!’ 생각하고 학교를 지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 부모님을 설득해도 어쩔 수 없다. 농사로 먹고사는 곳이기에 아이들도 학교 대신 논과 밭으로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바이오 연료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옥수수로 비행기가 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비행기가 하늘을 날면 고소한 팝콘 냄새로 세상이 뒤덮일 것 같은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됐습니다. 2011년, 옥수수로 만든 연료로 친환경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알래스카 항공사는 80%의 화석 연료와 20%의 바이오 연료를 사용한 친환경 비행기 75대가 항공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에너지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습니다. 화석 연료 고갈에 직면한 인류에게 세상을 구할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바이오 연료.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연료 사용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바이오 연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땅을 빼앗기는 사람들 “마을을 떠나지 않으면, 불을 지르겠다고 했어요. 저희를 내쫓기 위해 커다란 차를 몰고 밤낮으로 마을을 돌아다녔어요. 왜 우리가 쫓겨나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어요.” 케냐에 사는 13살 모하메드 아브디(Mohamed Abdi)는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자신의 집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끝까지 마을을 지키던 427가구가 쫓겨난 뒤, 감바 만야타(Gamba Manyatta)마을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남은 것이라곤 뼈만 남은 앙상한 집들뿐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쫓겨 나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바이오 연료였습니다. 화석 연료와 달리 재생이 가능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은 보조금과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하며 바이오 연료 산업의 성장을 독려했습니다. 이렇게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바이오 연료 산업은 무럭무럭 성장했고, 개발도상국의 드넓은 땅은 바이오 연료 생산에 쓰이는 옥수수, 사탕수수, 콩, 팜 농장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이 결과 바이오 연료 생산으로 사용되는 전 세계 농장을 합치면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여성활동가가 맘 편해야 세상도 편해 ⑧

“여성활동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육아와 그 다음으로 어렵다는 사회변화를 동시에 이루어가는 위대한 존재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가장 큰 변화라면 성공한 여성들이 더 이상 가정 이야기를 감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개인적인 얘기를 회사에서 하는 사람들은 프로페셔널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나, 그녀들은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프로페셔널의 삶이라는 메시지를 직원들과 사회에 던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는 엄마로서의 삶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애기를 여러 인터뷰에서 거리낌 없이 하기도 한다. 2010년 테드(TED) 강연에서는 강연장에 오기 전 세 살 된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오는데 “엄마, 가지마. 비행기 타지 마”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굉장히 힘든 순간이었고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샌드버그는 오후 5시면 무조건 퇴근해서 두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의 테드 강연 영상 여성들이 일터에서 사생활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삶이 직장에서의 삶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기업들은 성공적인 삶을 위해 더 이상 일 또는 삶 사이의 선택(Work-Life Choice)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삶이 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세탁서비스, 자녀 입학상담지원, 애완견 동반 출퇴근 등 다양하고 세심한 복지제도를 통해 직원들을 만족시키려고 경쟁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경제활동참가 수준도 증가하고 과거와 달리 결혼 후에도 일을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2015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공공기관 여성고용비율이 37.4%로 나타났다. 지난 20년간 일가정양립 지원 정책들도 많이 도입되어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당신이 오늘 하루 남긴 물 발자국은 몇 걸음입니까?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은 얼마나 될까 세계 지도를 보면 육지보다 바다 면적이 훨씬 넓어 지구에 물이 넘쳐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매년 홍수가 날 정도로 비가 내리고, 땅 속에는 지하수가 흐르며, 여기저기 강도 많습니다. 이런 사실만 놓고 보면 물이 많을 것 같은데, 정말로 그럴까요? 지구상의 물을 살펴보면, 97%는 바닷물, 3%는 담수이며, 담수 중, 2.5%는 빙하입니다. 다시 말해, 70억이 넘는 전 세계인구는 빗물과 지하수, 호수, 강으로 이루어진 0.5%의 담수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무리 많은 비가 내리고, 강과 호수가 많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은 ‘지하수’ 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 인도에서는 물을 사이에 두고 큰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코카 콜라가 인도의 물을 말린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물이 부족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건기 중에도 물 걱정은 하지 않았죠. 그러나 지금은 아니에요. 코카콜라 공장이 온 뒤로 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안 그래도 물이 부족한 지역인데 자꾸만 지하수를 파니까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마실 물도 충분하지 않아요.” 칼라데라 지역에 사는 62세의 체타르 이알(Chetar lal)씨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한때 채소 농사를 지었던 체타르씨는 현재 지역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나선 사람은 비단 체타르씨뿐만이 아닙니다. 코카 콜라 공장이 들어서면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작물이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농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