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정유진 기자의 CSR 인사이트] 2017년 경기침체 속 사회공헌·CSR 향방은?

[정유진 기자의 CSR 인사이트]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소비자 모니터링 강화

대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올해 최대의 변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전략 화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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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일 경쟁사의 사랑의 김장 담그기행사 기사를 접한 경영진이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우리 회사도 구정 연휴에 김장 담그기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회공헌 기획안을 만들던 실무자들은 힘이 빠집니다. 보여주기식 김장 행사보다는 우리 사회에 시급한 문제, 우리 기업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사회공헌 실행은 사실상올스톱됐고, ‘재단명칭이 들어간 공익법인과의 파트너십도 조심스러워졌기 때문. S기업 10년 차 사회공헌 팀장은 “‘대선의 해인 만큼 정권 입맛에 맞는 사회공헌이 곧 필요해질 것이라, 큰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 기획은 못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모니터링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랜드파크의 임금 미지급 파동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지난 10일엔 유한킴벌리·홈플러스·옥시 등 대형 업체들이 제조한 방향·세정제 18개 제품에서 유해기준을 초과하는 살생 물질이 검출돼 전량 회수 및 교환 조치가 내려졌다. 2017년 정유년을 맞은 국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사회공헌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소비자가 눈을 떴다···책임 경영 못 하면 기업 신뢰 타격

피부에 관심이 많은 2030 여성들이 화장품을 구매하기 전에 먼저 확인하는 앱이 있다. 바로 국내 최대 화장품 정보 제공 앱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 가입 회원 350만명, 누적 리뷰 수 160만건에 달하는 화해 앱은 시중에 유통되는 9000개 브랜드 7만여개 제품에 들어있는 250만건 이상 성분 정보를 분석해 안전성(낮은 위험도, 중간 위험도, 높은 위험도)을 공개한다.  

화해앱 메인화면 모습(왼쪽). 각 상품별로 위험도에 따른 성분 분석이 자세히 나와있다. ©화해
화해앱 메인화면 모습(왼쪽). 각 상품별로 위험도에 따른 성분 분석이 자세히 나와있다. ©화해

화해의 리뷰 평점으로 상위권에 오른 천연 화장품 등 중소 브랜드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브랜드는 성분 자극도를 최하위로 떨어뜨리기 위해 성분 점검에 들어간다. 옥시, 메디안 치약 사태 등으로 제품 안전성의 중요성을 학습한 소비자의이 강하게 발동되기 시작한 것. 전문가들은 “브랜드가 제품력을 담보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며 “이젠 품질의 안정성·진정성이 기업의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의 불투명한 지배 구조 역시 올해 최대 변수다. 지난 12 19,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는 한국판스튜어드십(Srewardship) 코드가 공표됐다. 이제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면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에 대한 감시 활동을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의결권 행사 내용을 투자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미 영국·일본 등 11개국이 도입을 완료했고, 대만·홍콩·말레이시아 등 기타 아시아 국가도 채택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삼성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대응처럼, 국내의 기관투자자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경영진에 의해 주주 이익이 침해될 위험성이 있는 안건이 올라와도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하지 못했다. 반면, 영국의 초대형 펀드인 헤르메스자산운용은 2006년부터 오너에 의해 경영이 좌지우지되고 감독이사회가 경영이사회를 견제하지 못함을 감지하고, 주주총회에 참석해 수차례 경고를 한 뒤 폴크스바겐 사태가 터지기 훨씬 이전에 자금을 뺐다.‘금융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아라베스크 파트너스는 회사 경영권을 두고 포르셰가와 피에히가의 다투던 폴크스바겐의 내부가 부패했다고 판단, 투자를 철회했다. 아라베스크 파트너스는 올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이하 ESG) 역량을 평가하는 척도엑스레이를 발표할 계획이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한국처럼 불투명한 지배 구조와 재벌가 다툼은 투자 철회 대상 1순위라며 “5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해 시장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CSR 극과 극···투명성, 커뮤니케이션에서 갈릴 것

국내외 CSR 기준 강화 및 법규 제개정은 국내 기업들의 책임 경영을 압박할 전망이다. EU는 올해부터 500인 이상 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고, 독일은 500인 이하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할지 논의 중이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는 이미 상장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서 ESG 등급을 공시했고, 국회에서도 기업의 사회적책임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제 투명한 CSR 정보 공개가 기업의 신뢰도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것. 전문가들은 정보 공개가 본격화되면 기업의 개별 데이터에 대한 소비자 및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화두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 CSR 전략과 공급망 전반에 적용시켜 홈페이지 및 보고서에 공개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SDGs 17개 목표와 비즈니스를 연계한 세부 전략들을 인포그래픽, 동영상과 함께 자세히 소개했다.

유니레버 홈페이지 메인화면 모습.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비즈니스 및 CSR 전략을 어떻게 연계하고 중점을 두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을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유니레버
유니레버 홈페이지 메인화면 모습.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비즈니스 및 CSR 전략을 어떻게 연계하고 중점을 두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을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유니레버

캐나다의 3대 이동통신사인 텔러스(Telus)는 경제·사회·환경 부문의 구체적인 목표와 성과를 매년 지표로 공개한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SDGs 목표와 CSR 및 비즈니스와 연계해 전략을 짜고, 이를 올해 보고서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이해관계자 설문을 통해 공급망(Value Chain) 정책상에서 SGDs와 연계할 수 있는 지점 및 전략을 찾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반영했다. KT 역시 기존의 사회공헌과 사회적책임 요소를 SDGs와 매칭시켜 관련 전략을 보고서에 담은 상태다.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및 컨설팅 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SDGs전략을 담은 보고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매년 보고서를 발간해온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만큼 심층적인 CSR 전략을 담고 싶어 한다고 귀띔했다.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회공헌 예산 중 임직원 기금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부의 사회공헌 활동과 예산 집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 이에 임직원 기금으로 설립된 기업 재단의 담당자들은 “임직원들이 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해야하는 부담감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자원봉사와 사회공헌이 연계된 활동이 증가하면서, 임직원의 참여만큼 관련 내용에 대한 의견 수렴 비중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기업 자원봉사·사회공헌·CSR 이슈에 대한 임직원들의 인식을 높이는 방안도 찾게 됐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정책 및 사각지대를 찾아 지원하려 했을때, ‘당장 배고픈 아이들을 도와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아 이를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반응도 많다. H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회공헌과 CSR 소식을 제대로 전하고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향후 사회공헌 및 CSR을 둘러싼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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