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②] 여기도 협동조합이었어?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맛집들

사실 자취생에게 요리보단 외식이 익숙하다. 몸을 5분만 움직여도, 집 근처에는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을 보장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다. 해장을 하는 날은 해장국집을, 간편히 먹고 싶을때는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한다. 골목에는 필자가 좋아하는 백반식당도 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지 못하는 필자에겐 마치 집밥과 같다. 친구와 약속이 있을때는 핸드폰으로 검색을 한번만 하면 얼마든지 맛있는 식당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를 선언했으니 나의 생활의 일부가 완전히 뒤바껴야한다. 매일 생협 식재료를 사서 부지런히 요리를 할 수는 없다. 방법은 하나, 협동조합 식당을 찾아야한다. 식당만 가나? 술도 먹고, 커피도 마셔야 한다. 협동조합 맛집을 찾아야만 했다.  협동조합 맛집은 뭔가 다를까? 협동조합 맛집은 다를까? 협동조합 맛집 역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맛없는 음식이 팔릴리가 없다. 맛뿐만이 아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접근성, 분위기, 가격, 서비스까지 고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야한다. 협동조합이라고 한들, 경쟁력이 없다면 가야할 길은 폐업신고밖에 없다. 필자가 공들여 찾은 협동조합 맛집은 각각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맛과 분위기만으로도 손색없이 훌륭했다. 거기다 협동조합마다 독특한 이야기가 있으니, 한번쯤 가볼만 한다. 아니, 강력 추천한다. 추천 맛집1 : 홍대에 위치한 친환경 가정식 식당, 어슬렁정거장(그리다협동조합) 어슬렁정거장은 홍대입구역 가톨릭청년회관 뒷편 골목에 위치해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필자가 찾은 어슬렁정거장은 편안하고 안락한 식당이자, 술집이자, 카페였다. 어슬렁정거장은 행정안전부 지정 마을기업인 그리다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마을기업은 지역사회와 주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커뮤니티 기반의 비즈니스를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④]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

지난 1년 동안 JA코리아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열심히 수행한 우수 지역아동센터에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포항에 갔다. 해안가에서 포항제철이 보였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옛날에 이 곳 해수욕장의 모래가 참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망가진 해수욕장 주변 상가는 초라했으며 그 뒷동네는 남루했다. 지역아동센터는 해안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근 다세대 주택이 몰려있는 동네 길가 오래된 건물이었다. 14년 전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그만두고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하셨다는 센터장님. 현재는 38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단다. 센터 곳곳에는 다양한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서 수상한 상장과 감사패들이 자태를 가지런히 뽐내고 있었다. 우리 프로그램의 정보를 받았을 때 이미 몇 가지 경제교육을 실행해 본 상태였고, 좀 더 새로운 체험형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지역아동센터 담당자들을 위한 경제 및 금융교육 워크숍에 시간을 내어 선뜻 참여하기란 어렵다. 열악한 환경에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운영이나 아이들 수업 등을 대신해 줄 인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하지만 이곳 센터장님은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체험형 경제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특히 오랜만에 일상을 떠나 여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이곳 학생들 중 80%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다문화, 조손, 한부모 그리고 장애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기초적인 경제와 금융 그리고 직업에 대한 이해를 학습한 이후 ‘가족 예산짜기’라는 심화 프로그램을 실행해보았다. 거의 대부분 가족이 월 200만원 내외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①] 일상의 소비를 바꾸자, 생협과 먹거리편

서울에 거주하는 서른살 자취생의 한끼는 생존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직장인이라면 아침은 굶고 점심은 회사 근처의 단골식당을 찾는다. 저녁은 술자리에서 먹는 술 안주가 한끼 식사다. 물론 한달에 몇 번 정시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오거나 휴일에는 집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존을 뛰어 넘진 않는다. 집에서는 자취생의 양식인 라면을 필두로 계란 3종 요리(계란후라이, 계란말이, 계란간장볶음밥)와 김치 3종 요리(김치찌개, 김치볶음밥, 참치김치볶음) 등 기타 10분내 조리가 가능한 요리를 하곤 했다. 물론 그조차 게을러 근처 식당에서 홀로 음식을 주문해 먹거나 편의점도시락, 떡볶이나 김밥 등으로 식사를 했다. 그러나 협동조합으로 소비한다는 것은 이제부터 한끼, 한끼의 식사를 고민해야함을 말했다. 식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식재료는 협동조합을 통해 구매해야했으며, 편의점이나 근처 식당을 찾아 갈 수 없었다. 협동조합을 통해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힘든 상황을 무사히 버텨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 불편함 없이 한달을 살 수 있었다. 이번편은 생협과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프로젝트가 궁금하시다면? 협동조합과 생협은 무엇인가요? 소비자협동조합은 재화 및 서비스의 소비와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이다. 소비자협동조합은 크게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거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소비자협동조합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친환경 물품을 소비로 하는 생협이 현재 가장 규모가 크다. 하지만, 소비자협동조합 모두가 친환경 식품과 건강한 소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학 내에 존재하는 대학생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친환경식품의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프롤로그 : “협동조합으로 한 달을 살아보려고요.”

1824년, 뉴라너크 방직공장의 공장주였던 로버트 오언은 영국을 떠나 자유의 나라 미국에 도착한다. 미국에 도착한 그는 본인의 전재산을 가지고 인디애나 주에 3672만 평의 땅을 매입해, 뉴하모니 공동체라는 실험을 시작한다. 뉴하모니 공동체에서는 함께 결정하고 함께 생산하며 함께 분배하며 살아가는 사회, 가난과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러나 5년도 되지 않아 뉴하모니 공동체의 실험은 실패하게 된다. 일치할 것만 같던 이상은 달랐고, 협동은 쉽지 않았으며 실험에 실패한 오언은 빈털터리가 되어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로부터 약 200년의 시간이 흘러 먼 바다 넘어 대한민국에선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되었다. 5년이 채 안 되어 1만1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되었으며, 지난 5년간의 모습은 200여년전 오언의 실험과 결코 다르지않다. 함께 소비하고 이용하는 소비공동체,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주거공동체, 공동으로 생산하고 분배하는 기업, 협동조합의 실험이 이곳 대한민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퇴사 후 시작된 30일간의 프로젝트 : 협동조합으로만 살아볼래!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첫 직장. 필자의 일은 누군가에겐 생소한 협동조합 교육을 운영하는 일이었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협동조합이 생기기 시작했고, 대학 내에서 대학생활소비자협동조합 활동과 협동조합 동아리 활동을 했던 필자는 자연스럽게 협동조합과 관련된 직장을 원했다. 그렇게 즐거워서, 협동조합이라는 가치가 좋아서 시작했다. 올해 나이 서른. 3년이 지나자 맡은 업무에도 적응했고 일도 손이 익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퇴사를 결심하였다. 그렇지만 퇴사를 했다고,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동시에 개인적인 휴식과 새로운 경험을 원했다. 긴 여행도 하고, 외국어도 배우고, 그동안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⑦]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소셜벤처들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의 소셜벤처들 – 공감만세 & 한국갭이어    소셜벤처가 국내사업을 넘어서 해외로까지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초창기의 수출입 형태의 무역에서부터 이제는 지사의 개설에서 현지기업의 설립까지 형태도 다양해졌다. 개도국에서 선진국까지 지역 범위도 넓어졌다. 이런 흐름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한국을 기반으로 시작해 일본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두드리는 소셜벤처들이 있다. 현재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청년들이 만든 소셜벤처 두 곳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지역사회를 부흥하는 하이퍼커넥션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   ㅡ‘공감만세’는 어떤 기업인가? “사람들의 ‘순간’을 기획하고 ‘찰나’를 디자인하는 사회혁신조직이다. 여행을 통해 세상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지역, 공생을 키워드로 삼아 동북아평화, 남북통일, 지방분권, 그리고 현대인들이 삶 속에서 자기의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함께한다.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지역의 자립, 자주, 자존을 돕고 나 외에 다른 모든 존재들과의 공생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삶 안에서 실천하도록 돕는다.” ㅡ공감만세는 일본과의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일본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이자, 인연이자 악연인 곳이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교류를 통해 과거를 규명하고 현재를 가늠하며 미래 관계를 잡아나가야 한다고 봤다. 이와 관련, 다양한 여행상품을 공급하여, 우리 사회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고 여행자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교류를 통해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고자 일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ㅡ일본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가? 현재까지의 성과를 어떻게 보는가?

[국제기구 인턴 도전기 1부-현지 적응편]②태국 UNESCAP(유엔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인턴 생활기

1부-현지 적응편    태국 UNESCAP(UN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인턴기       2016년 11월 말, 초조함을 안고 인턴 지원 결과를 기다리던 내게 방콕 ‘유엔에스캅(United Nations ESCAPUNESCAP)’에서 합격 소식이 날아들었다. ‘유엔에스캅(UNESCAP)’은 연구 및 분석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정책 개발과 지역협력을 돕는 UN기구다. 이미 몇 차례 국제기구 인턴 지원의 고배를 마신 뒤라, 간절한 만큼 기쁨은 그 이상이었다. 사실 합격을 크게 기대하진 못했다. 스카이프(Skype)로 진행된 면접을 긴장 속에서 치른 터였다. ‘새천년개발목표(MDGs)’,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 글로벌 이슈부터 국내 공적개발원조(ODA)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로 물어보는 면접 내내 진땀이 났다. 합격 통보를 받고 나자, 국제기구의 꿈을 품고 노력해왔던 하루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플루트 전공생, 국제개발협력 꿈을 품다    나는 플루트를 전공했다. 교직 이수까지 하고, 졸업 후 플루트를 연주하고 가르치며 살았다. 그 후 조금씩 돈을 모아 몇 차례 배낭여행을 떠났고, 우연히 뉴욕에 있는 유엔(UN)본부 투어를 가게 됐다. 단순히 둘러보기만 했는데도 적지 않은 금액을 투어비로 지불해야했다. 그때 ‘다음에는 이런 입장료를 내지 않고 저 직원들처럼 자유롭게 드나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의 황당하고 단순한 동기가 이렇게 현실이 될 줄이야. 그땐 정말 몰랐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개도국의 발전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국제개발협력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을 진학, 국제 평화학을 공부했고 국제기구 인턴으로까지 그 끈을 이어오게 됐다.  내가 인턴으로 일하게된 곳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유엔에스캅(UNESCAP). 그 안에서도 환경개발국(Environment and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기부도 버튼 하나로

‘강릉 산불로 인해 부모님 집이 불타버렸어요. 따뜻한 잠자리를 되찾게 도와주세요.’만약 페이스북에 이런 모금함을 열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에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부터 개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할 수 있도록 기부버튼 범위를 확장했다. 기부버튼은 2015년 비영리단체가 페이스북에서 펀드레이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능으로, 지난해 75만곳 이상이 참여했다. 비영리단체만 허용됐던 이 기능이 개인에게도 열린 것이다. 교육, 의료, 위기 완화, 개인 비상사태, 애완동물 의료 등 6개 항목이 허용된다. 미국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고펀드미(Gofundme)’ 같은 곳은 이미 개인 펀드레이징 시대를 열었다. 자신이 캠페인 페이지를 열고, 이를 가족 및 친구와 공유하고, 사후 피드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네트워크포굿(Network for Good) 관계자는 “우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캐피털원, 기업 임직원 기부 등 개인 소액 모금을 해당 비영리단체에 배분해주는 전문 기관”이라며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직접 펀드레이징을 하는 등 앞으로 개인 기부 시대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했다. ‘사기를 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도 됐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은 플랫폼만 제공할 뿐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규제나 모니터링은 없다고 한다. “도와 달라”는 말에 10달러를 내고 사기를 당해도 그건 개인 몫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신뢰 사회여서일까. 아직 사기 사건이 생긴 경우는 없지만, 개인 모금 활성화와 규제를 둘러싼 논의도 이뤄진다고 했다. SNS가 만들어낸 기부 트렌드다. 이 때문에 SNS 시대에 맞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콘텐츠에 대한 스터디도 활발하다.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인터넷을 사용할수록 난민이 늘어난다고?

국내 최저가를 자랑하는 온라인 쇼핑몰, 궁금한 건 다 알려주는 인터넷 검색 엔진, 더 이상 텔레비전이 필요 없는 동영상 사이트까지 우리의 하루는 인터넷으로 시작해 인터넷으로 끝이 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인터넷 이용률은 그 수만 4363만6000명으로 만 3세 이상 인구 10명 중 8명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오랜 시간 인터넷을 사용할까요?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90%는 매일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용 시간을 보면, 일주일에 35시간 이상 접속하는 사람이 7.3%, 21-35시간 미만은 21.4%, 14-21시간 미만이 20.1%로, 평균 14시간 17분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은 평균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오늘 날, 인터넷 없는 삶은 더 이상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구 위 어딘가에는 인터넷 때문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인터넷은 어떻게 난민을 만들어내고 있을까요? 기후 난민을 아십니까? 대도시 다카는 주변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항상 붐빕니다. 대부분이 새로운 삶을 찾거나 일자리를 얻기 위해 다카를 찾지만, 파룰 악테르씨의 가족들이 다카로 오게 된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짐을 들고 둑 위로 올라가는 것밖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홍수가 난지 일주일도 안 돼서 가족들을 데리고 다카로 왔어요.”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의 빈민촌에 사는 파룰 악테르씨는 남동쪽에 있는 브홀라 섬에서 왔습니다. 7년 전, 홍수가 마을을 덮치면서 모든 것을 잃고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국제기구 인턴 도전기 1부-현지 적응편]①이탈리아 UNESCO(유네스코) 유럽지역사무소 인턴 생활기

  1부-현지 적응편    지난 10월,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한 줄 한 줄 메일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이력서를 보니, 우리 팀에 적합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첨부된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를 확인하시고, 관심이 있다면 인터뷰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세요.” 꿈에 그리던 유네스코가 아닌가! 감격스런 마음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내가 유네스코에 직접 이력서를 제출한 적이 없었던 것. 무슨 연유인지 수소문 끝에 무릎을 탁 쳤다. 환경부가 주최하는 국제 환경 전문가 양성 과정(8기)을 수료하면서 근무하고 싶은 국제기구를 제출한 적이 있었다. 교육 과정을 주관한 환경공단에서 이력서를 유네스코 본부로 보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류 전형이 진행됐던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다음주 수요일 저녁, 가능합니다!”  ◇영상통화로 면접을? 유네스코 합격까지    “민정씨 목소리가 안들리네요.”  한국 시간으로 저녁 8시, 이탈리아 시간으로 오후 12시. 정장을 입고 떨리는 마음으로 노트북으로 스카이프(SKYPE)에 로그인하자 전화가 걸려왔다. 외국인 두 명이 화면 속에서 웃으며 손을 흔든다(지금은 내 슈퍼바이저가 된 필립(Philippe)과 유네스코 유럽사무소의 또 다른 프로그램의 스페셜리스트인 프란체스카(Francesca)였다). 하지만 이내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듯 귀를 가리키며 고개를 젓는다. 전화를 두 번이나 다시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대로 기회를 날려버릴 순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에 스카이프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이제 들려요!” 가슴을 쓸어내렸다. 천만다행이었다.  “민정씨, 준비 됐나요?” “잠시만요, 잘 들을 수 있도록 이어폰을 가져올게요.” 영상통화로 면접을 본다고 해도

사회적기업이 만드는 ‘맥주’를 아시나요?

[더나은미래x영국문화원]글로벌 사회적기업 트렌드 읽기   ◇맥주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가들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인당 브루어리(brewery·양조장)를 가진 나라다. 그 수는 약 1700개로, 최근 8%나 증가했다. 최근 영국의 신생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선한 영향을 미치는 ‘착한 사업’을 시작하려는 곳들이 늘어나면서(최근 통계에 따르면, 영국 전체 스타트업 중 1/4이 그렇다고 한다), 양조업자들 역시 자연스레 사회적 목표를 하나씩 품게 됐다. 닉 오셰(Nick O’Shea)도 그런 양조업자 중 한 명이다. 한때 경제학자였던 그는 지난 2015년 이그니션 브루어리(Ignition Brewery)를 설립했다. 기가 막히게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이곳은, 지적 장애를 가진 직원들을 고용하는 마이크로브루어리(microbrewery·소규모 양조장)다. 오셰는 15년간 영국 멘캡(mencap·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과 그 가족 및 부양자들을 지원하는 영국 자선단체)에서 봉사를 해오다 이그니션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멘캡 멤버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는 “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은 일반적으로 인간관계, 또는 직업 둘 중 하나를 원한다”며 “인간관계를 앞장서 도와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직업을 찾는 일을 도와줄 수는 있다”고 말한다. 마침, 닉 오셰 대표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가 지원기관인 언리미티드(UnLtd)로부터 ‘두 잇 어워드(Do It Award)’라는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초기 단계의 사회적 기업가에게 현금 및 관련 지원을 해주는데, 상금 액수가 5000파운드(원화 약 730만원 상당)에 달한다. 이 상을 수상함으로써, 그는 첫 맥주 양조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이그니션 브루어리에서는 세 종류의 에일(맥주의 한 종류)―IPA, 페일 에일(pale ale), 포터(porter)―를 생산하고 있다. 이 맥주들은 런던 동남부에 위치한 식당들에서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③] 교장 선생님이 나비 넥타이를…?

신임 대통령은 첫 업무 지시로 일자리 창출 위원회를 구성하라고 했다. 청년 실업과 취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JA코리아의 미션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기업과 함께 풀어보고자, 그동안 많은 시간을 투자해 NGO 차원에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도 했다. 특히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을 도와주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했다. 특성화고는 원래 취업이 목표인 학생들과 거기에 상응하는 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과 관계를 맺어 내부 프로그램으로 수용하기가 만만치 않다. 우리 기관은 몇 해 전 스타벅스와 함께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스타벅스에는 많은 바리스타들이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도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는 ‘열린 기업’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바리스타에 대해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몇몇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직접 채용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이 프로그램을 가지고 대구의 한 특성화 고등학교를 찾았다. 학교의 겉모습은 여느 고등학교와 다르지 않았다. 학교에 가면 제일 어른이신 교장 선생님을 우선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 그런데, 앗, 교장 선생님의 복장이 특이하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계신다. 외국의 레스토랑에서나 만날 수 있는 노련한 중년 웨이터 같아보였다. 교장선생님 외에도 교감선생님과 진로 담당 선생님까지, 나비넥타이를 매신 분들이 몇 분 더 계셨다. 까닭을 물었다.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 분들이 오시니까 최대한 바리스타와 가까운 복장으로 맞이하고 싶으셨단다. 이 학교는 관광, 호텔경영 그리고 금융 분야에 취업을 목표로 한 학생들이 대부분인 특성화 고등학교다. 교과 과정도 해당 분야를 중심으로 매우

[김종걸 교수의 미래혁신과 민주주의-③] 결국 중요한 것은 정치다

부자나라의 가난한 사람들 세계인구 중 30억명은 하루 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그 중 13억명은 1.25달러 미만의 극빈층이다. 38억명은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며 7억5000만명은 깨끗한 물을 이용 못한다. 1억6500만명의 어린이는 채 5살도 되기 전에 영양부족으로 죽는다. 매년 굶어죽는 사람은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의 사망자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많다(www.dosomething.org). 그러나 가난은 가난한 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선진국 미국에서도 아주 일반적이다. 2011년 미국인구 중 1940만명은 최저생계비의 50% 미만 소득만을 가진 극빈층이다. 빈곤갭은 37%로 멕시코(38.5%)와 별반 차이가 없다. 미국의 평균수명과 유아사망률은 쿠바보다도 열악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2007)’라는 다큐멘터리는 미국의 빈민과 의료문제를 잘 고발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종반부에 가난한 환자들이 무료의료의 나라 쿠바로 떠나는 모습은 부자나라 미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한국은 경제적 성장과 평등을 동시에 이룩한 훌륭한 나라로 칭송받았다. 1993년에 출판된 세계은행의 유명한 보고서 “동아시아 기적(The East Asian Miracle)”의 결론이 그랬다. 그러나 2013년 한국의 절대적 빈곤율은 11.7%, 상대적 빈곤율은 16.7%이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상위권이다. 임금불평등도는 미국에 이어 2위이며, 노인빈곤율은 49.3%로 압도적인 1등이다(OECD 통계). 불평등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한 때 경제성장과 함께 경제적 불평등은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 유행했었다. 경제성장단계의 초기에는 불평등이 증가하지만 어느 시점 이후에는 점차 평등한 경제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쿠즈네츠(Simon Kuznets)는 1913-48년 미국의 소득불평등의 통계를 정비하던 중 이러한 형태의 곡선(逆U자)을 도출했다. 그러나 결국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표 1>은 각국의 소득수준과 불평등과의 관계를 나타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