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원하고, 해결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라”

알렉스 니콜스 영국 옥스퍼드대 사회적기업 연구소 ‘스콜센터’ 창립 멤버 옥스퍼드대 스콜센터-단순 가르침 벗어나… 1년에 한 번 포럼회, 기업 네트워크 구축 청각장애인 취업 위해… 고민하던 MBA 학생, 택배社 차려 고용까지 “그들에겐 필요한 것곰곰이 생각해봐야” 국내에서 빠르게 자리매김한 사회적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 7월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 사회적기업 리더 공동포럼 2012(SELF ASIA with ASES 2012)’에선 전 세계 사회적기업 권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적기업의 생태계 조성과 연대를 위해서다. 알렉스 니콜스(Alex Nicholls)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 최초의 사회적기업가 정신 분야 종신교수이며, 2004년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위해 설립한 스콜센터의 창립 멤버다. 현재까지 40편 이상의 논문과 5권의 저서로 사회적기업을 연구해왔으며, 특히 2009년 사회투자에 대해 쓴 논문은 영국경영학회가 뽑은 기업가 정신 부문 최우수 논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스콜센터(Skoll Centre)’는 미국의 아쇼카재단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양성기관으로 꼽힌다. 먼저 센터를 소개해달라. “스콜센터는 옥스퍼드대 내에 있는 학부과정의 하나로, 세계적인 사회적기업가를 키우기 위해 설립됐다. 2003년부터 이베이 초대회장인 제프 스콜(Jeff Skoll)이 만든 스콜재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일 년에 한 번씩 ‘스콜 세계포럼’을 통해 사회적기업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멘토링의 개념을 도입해 기존 사회적기업가들이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옥스퍼드 외에도 하버드, 스탠퍼드, 시애틀, 뉴욕대 등에서 사회적기업가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기관을 운영한다.” ―한국에선 사회적기업 육성 정책이 ‘고용’과

[Cover Story] 12가지 핵심과제 ⑧ 시민사회… 비영리단체 성공 노하우

미국 사회 이끈 비영리단체 12곳… ‘협력’이 성공 비결 지도자·현장전문가 대상, 4년에 걸쳐 심층분석 미국에는 현재 180만개 이상의 비영리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해마다 3만개의 비영리단체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이들의 예산 규모는 1000조원이 넘는다(한국 비영리단체 예산 총액은 1조41억원, 2010년 한국개발복지 NPO총람). 최근 15년 동안 비영리단체의 성장 속도는 미국 전체 경제 발전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들이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아쇼카 책임경영자이자 시드재단 이사인 레슬리 크러치필드(Leslie R. Crutchfield)는 듀크 대학의 사회적기업진흥센터와 함께 2008년부터 4년에 걸쳐 비영리단체 지도자 2790명과 현장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곳의 6가지 공통된 습관을 밝혀냈다. 이 내용을 담은 책 ‘선을 위한 힘'(소동)을 발간한 레슬리 크러치필드는 ‘더나은미래’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들이 성공한 비결은 큰 규모의 예산도, 현란한 마케팅 능력도, 완벽한 경영 노하우 때문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곳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비영리단체마다 각각의 비전과 사업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의 성과나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긴 어렵다. 예산 규모나 재무 정보로는 비영리단체가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을 뿐 그 단체의 영향력이나 성과 자체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차적으로 단체를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 수, 미국 또는 전 세계의 시스템을 변화시킨 성과, 정부 정책에 미친 영향력 등 구체적인 결과물을 산출한 뒤, 다른 비영리단체들이 롤 모델로 채택한 곳을 선정했다. 전국의

좋은 인재 찾고, 고객과 소통하려면 CEO가 직접 나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챙겨야

제레미 프렙시어스 BSR 총괄 디렉터 CSR 중시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 확보 소비자 심리 변화 이해하면 니즈 충족시킬 수 있어 CSR 무시했던 나이키 불매운동 겪으며 변화… 지속가능한 상품 만들어 “세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국제나눔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한 제레미 프렙시어스(Jeremy Prepscius) BSR 아시아지역 총괄 디렉터는 줄곧 변화를 강조했다. BSR은 1992년 설립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본사 외에 뉴욕과 파리·베이징·홍콩 등 전 세계 60개국에서 기업 CSR 컨설팅과 리서치 등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다. 현재 홍콩 지역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프렙시어스씨는 나이키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공장이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노동 관련 업무를 맡기도 했다. ―기업 외부에서 아무리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도 오너나 CEO 다수는 매출액 같은 경제적 수치를 우선시한다. CSR은 장기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출액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CSR의 중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가. “CSR이 자선 기부나 사회적 영향 등의 개념과 혼용되고 있는데, 본질적인 건 비즈니스다. 최근 급격한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 분명한 트렌드는 ‘글로벌 IT’와 ‘글로벌 연결성’이다. 전 세계 소비자가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정보 접근성을 갖고 있다. 중국에선 60여개 이상의 환경단체가 손을 잡고 기업의 환경 오염물질 배출 자료를 웹사이트에 올린다. 한국이나 일본·미국 기업 등을 감시하고 반대하는 캠페인을 한다. 투자자들은 이를 주시한다. 환경이나 노동문제 등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기업에 내 돈을 투자했다가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누가 이런 것을 주목하는가.

전 재산 50% 기부 약속… 빌 게이츠·워런 버핏 이후 저커버그도 동참 물결

미국 부자들의 기부 히스토리 미국의 기부문화 역사는 100년에 달한다. 2010년 미국의 전체 기부금액은 약 3000억달러다. 345조원 규모로, 우리나라 1년 전체 예산을 웃도는 금액이다. 애이미 잭슨 미상공회의소 대표는 “미국인은 매년 평균 1200달러(133만원)를 기부하고, 영국인은 372파운드(67만원)를 기부하고, 한국인은 평균 200달러(19만원)도 안 된다”며 “한국이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강국임에도, 기부금액은 미국 대비 10분의 1″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일반인들의 기부 참여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수퍼부자들의 뿌리깊은 기부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자선재단의 수는 총 7만5595개(2008년 기준)에 달한다. 자산총액은 5650억달러(650조)요, 이 재단이 매년 기부하는 액수만 해도 420억달러(48조)나 된다. 에이미 잭슨 대표는 “미국의 기부 역사는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록펠러·카네기·포드재단…창립 100년을 바라보는 1세대 재단 1세대는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포드재단 등 20세기 초반의 석유나 철강, 자동차 독점기업들이 세운 재단이다. 석유재벌 존 D.록펠러가 창립한 록펠러재단은 2013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지금도 자산 30억달러(3조4000억) 규모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말년에 기업을 매각한 뒤 세운 카네기재단은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 2500개 이상의 도서관을 보급했고, 현 자산이 26억달러(2조9000억)에 달한다. 자동차회사 포드사의 창업주가 만든 포드재단은 자산규모가 110억달러(12조)로,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에 이어 자산규모가 2위다. 에이미 잭슨 대표는 “1세대 재단은 초창기 독점 기업활동에 대한 비난이 많았지만, 지금까지도 탄탄하고 규모가 큰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며 “록펠러재단은 UN과 WHO(세계보건기구)가 만들어지기 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전염병 퇴치에 앞장서는 등 세계보건기구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세대 기부왕 대표주자…빌 게이츠 & 워런 버핏 미국에선 1990년대 인터넷

12가지 핵심과제 ⑦ 기부·나눔 문화_미국자선기부협회 린지 라폴 회장 인터뷰 “이젠 기부도 계획성 있게 지속적 나눔 문화 이어나가야”

미국 고액 기부자들… 3代 모여 유산 기부 논의, 소비습관 나쁜 자녀보다 자선단체 기부 선호해… 법·제도 정비하고, 투명성·전문성 갖춘 자선단체 늘어나야 40년 전, 미국 기부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충동적으로, 일회적으로 기부하는 게 아니라, 기부자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법으로 기부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기부 성과를 측정할 수도 있다. 기부한 자선단체로부터 죽기 전까지 연금을 타서 생활비에 보태기도 한다. 은행에서는 나만의 맞춤형 기부 설계가 이뤄지고, 실시간으로 기부액에 따른 세금 혜택을 공지 받는다. ‘계획 기부(Planned Giving)’의 도입은 미국의 개인 기부를 95%까지 끌어올렸고(기업 기부는 5%), 이는 대공황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감소하지 않은 채 성장을 계속했다. 1994년 설립 때부터 미국자선기부협회(ACGA)에서 미국의 계획 기부 모델을 전파하고 있는 린지 라폴(Lindsay L. Lapole) 회장을 지난 6월 13일 인터뷰 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계획 기부란 단어가 낯설다. 계획 기부란 무엇인가. “지금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어 눈앞의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경우, 이는 계획 기부가 아니다. 계획 기부를 하려면 자신의 재산 상태를 살펴본 뒤, 평소 관심을 가지던 자선단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세제 혜택을 꼼꼼하게 따지는 등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자선단체는 기부자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효율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계획 기부란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전략적이고 신중한 나눔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국의 고액 기부자들은 어떤 식으로 계획 기부를 하는가. “미국인들은 기부하기 전, 자신의 수입과 재정

이광희 디자이너·홍성태 교수 부부의 아프리카 지원 사업

망고나무 3만 그루에 이어 ‘희망고 빌리지’… 부모 자립에 초점 망고나무 한그루 15달러 100년 동안 열매 맺어 장기적 도움 줄 수 있어 직업교육·문화센터·마트 등 복합 공간 ‘희망고 빌리지’ ‘자선’ ‘봉사’ 아닌 ‘축제’로 자녀에게도 나눔교육 될 것 전·현직 영부인과 재벌가 안주인, 여성 최고경영자 등 국내 상위 1%의 옷을 만드는 ‘톱 디자이너’ 이광희씨는 직함이 하나 더 있다. 외교통상부 산하 사단법인 ‘희망고(HIMANGO)’ 대표다. 2009년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를 처음 방문한 이후, 이씨의 삶은 달라졌다. 수중의 돈을 털어 망고나무 100그루를 심었고, 지금까지 3만 그루를 심었다. 이제는 바느질과 농사기술을 배우는 복합교육문화센터인 ‘희망고 빌리지’를 짓느라 분주하다. 이씨의 남편인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의 대표적 마케팅 전문가답게 ‘희망고’라는 이름을 직접 지어주며 물심양면으로 아내를 돕고 있다. 단 한 차례의 부부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은 이들이 ‘나눔이야기’를 위해 함께 자리했다. ―유명인사들은 대개 NGO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반면, 직접 사단법인을 설립해 아프리카 지원사업을 벌이는 경우는 드물다. 왜 이 일을 시작했나? 이광희= 아마 부모님이 아니셨다면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남수단 톤즈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이 꼭 고향에 온 것 같았다. 목사이던 아버님은 1950년대 6·25전쟁 직후에 해남 땅끝마을에 내려가서 교회를 세우고 ‘해남등대원’을 설립해서 전쟁고아와 장애아 수천명을 키웠다. 간호사 출신인 어머니도 평생 소록도 나환자와 고아, 전쟁 미망인을 뒷바라지했다. 부모님에 비하면 난 가진 게 아주 많다. ―3만 그루의 망고나무 묘목을 배분했다고 하는데, 왜 망고나무인가. 이광희= 망고나무의 개념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④ 공익법률재단 ‘동천’ 양동수 상임 변호사

변호사-예비 법조인-NGO 협력 시스템… 공익법률 지원에 앞장 수혜자와 거리 좁혀줄 체계적 프로그램 마련 매년 2차례 연 협력 교육 변호사 시험 합격자의실무 연수로 인정받아 공익법률 사건 하나당 변호사·로스쿨생 1명씩… 지속적 재능기부 될 것 현재 로펌에 소속된 국내 변호사는 약 2280명(2012년)이다. 공동으로 법률사무소를 차린 약 900명의 변호사와 개인 변호사를 합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전체 변호사의 수는 1만4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장애인, 난민, 사회적기업, 다문화 등 공익 분야에서 상근으로 일하는 공익 변호사 숫자는 2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다수 변호사는 “시간이 없어서” 또는 “방법을 몰라서” 도움을 주지 못하고, 로스쿨생 등 예비 법조인들은 공익 분야를 미리 경험하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토대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양동수 변호사가 공익재단법인 ‘동천’에 합류하자마자 ‘공익법률지원 시스템’을 가장 먼저 구축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이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변호사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선배도, 정리된 자료도, 네트워크도, 통합 관리된 데이터베이스(DB)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형 로펌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죠.” ‘동천’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지난 2009년 6월,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이다. 양 변호사는 태평양의 변호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 문서 통합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해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공익법률지원을 위한 토대를 다졌다. 설립 첫해, 20명의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가 프로보노(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을 위해 재능기부하는 것) 활동에 동참했다. ‘동천’은 법률 자문이 필요한 수혜자들을 연결했고, 이들의 소송을 도왔다. 그러나

베풀기 위한 ‘봉사’보다 지역 주민과 ‘교감’ 더 중요해

라온아띠 봉사단 인터뷰 단순한 영어 교육보다 꿈과 희망 전달하는 봉사단 역할 필요 현장에서 느낀 고민 귀국해서도 잊지 말아야 지난 5월 22일 늦은 저녁, 6개월간 국내외 현장에서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하고 돌아온 5명의 ‘라온아띠’ 단원을 만났다. 이들이 해외봉사단에 지원한 이유는 모두 달랐다. 파견된 시기도, 지역도 달랐다. 그러나 ‘보다 의미 있는 자원봉사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깊이 고민하는 모습은 5명 모두 똑같이 닮아 있었다. 2010년 4기 ‘라온아띠’ 단원으로 스리랑카를 다녀온 정동민씨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장에서 중요한 건 ‘봉사’가 아니라 ‘교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 ‘라온아띠’ 단체 티에 태극기가 없는 게 너무 좋았어요. 주민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며 궁금해하고 말을 걸면서, 서로 소통이 가능해지더라고요. 주민들이 태극기를 ‘너와 나는 다르다’라는 걸 표현하는 장벽처럼 느꼈데요. 작은 배려 하나로 교류가 가능해졌습니다.” 2기 박선하씨는 ‘라온아띠’ 단원으로 활동한 6개월이 청년 해외봉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현장에서 단기봉사단의 잘못된 봉사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에게 벽화가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닌데, 단기봉사단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벽화를 그릴 수 있는 학교를 찾고, 기간을 협의하고, 환영인사까지 준비하는 불필요한 절차가 계속되고 있었어요. 반면, 라온아띠는 봉사단은 도움을 주러 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통해 철저히 배우는 입장임을 끊임없이 교육합니다. 주민들도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다양한 세상을 보고 경험할 수 있게 돕겠다’는 마음으로 저희를 대하시고요. 저희는 그 분들을 도움이 필요한 ‘수혜자’로 부르지 않고, ‘엄마’, ‘아빠’라고 불렀습니다.”

기업-NGO 협력으로 지속가능 모델 이끌어

남부원 YMCA 사무총장 청년봉사단을 해외로 파견하는 기업과 NGO의 수가 늘고 있다. 2010년 기업에서 파견한 대학생 해외봉사단의 수는 약 2500명, 주요 40개 NGO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보낸 청년봉사단의 수는 약 7000명에 달한다(국가브랜드위원회 연구자료). 해마다 약 1만명의 청년들이 기업과 NGO 봉사단의 이름으로 파견되고 있는 것. 남부원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이 “지속가능한 청년 해외봉사를 위해서는 기업과 NGO가 바람직한 협력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라온아띠’는 KB국민은행과 한국YMCA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5년간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 해외봉사단 파견 사업이다. 지금까지 1기부터 7기까지 총 245명의 단원들이 말레이시아·베트남·스리랑카·캄보디아·태국·필리핀 등 아시아 7개 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남 총장은 “일주일에서 한 달 내로 진행되는 단기 봉사단은 현장에 대한 충분한 경험 없이 돌아오게 되고, 1년 이상 장기 파견 봉사단은 지역 주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가 생긴다”며 “‘라온아띠’는 현장을 충분히 경험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6개월 중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한 달 동안 국내 풀뿌리단체로 흩어져 지역사회를 경험한 뒤, 남은 5개월간 아시아로 파견된다. 청년들이 파견되는 지역도 현지 지역주민들과 YMCA 지부가 끈끈한 연대로 지역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온 곳으로 한정된다. 청년들은 해당 사업을 지원하면서 시행착오 없이 노하우를 배우고,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 ‘청년을 책임있는 세계 시민으로 육성하자’는 공통 키워드로 만난 기업과 NGO의 원활한 소통 또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배경이 됐다. 남 총장은 “기업 CSR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재정적인 지원에 그치는데, KB국민은행은 라온아띠 초기 기획부터 대학생 선발 인터뷰, 현장

시프리언 오마(Cyprian Ouma) 월드비전 동아프리카지역 아동영양사업 자문관

“군사·건설비 지원 느는 데 아동 영양 급식은 뒷전” 지난 2000년, 전 세계 지도자들은 2015년까지 달성하기 위한 8가지의 ‘새천년개발목표(MDGs·Millennium Devlopment Goals)’를 세웠다. 월드비전은 이 중 가장 진척도가 낮은 4번(유아사망률 감소)와 5번(모성건강증진) 달성을 위해 2010년부터 100여개 국가에서 공동으로 글로벌 아동보건캠페인 ‘Child Health Now’를 진행하고 있다. 정책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시프리언 오마(Cyprian Ouma)씨로부터 아프리카 현장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영국에서 공중보건학 석사를 받은 그는 23개 아프리카 국가의 영양조사를 지휘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상황은 어떤가. 국제사회에서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비율이 거의 줄어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2억3900만명 이상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영양실조에 허덕인다. 전 세계 저체중아동 1억4800만명 중 4분의 1이 아프리카 아동이다. 영유아 영양실조를 조사하기 위해선 팔 위쪽 둘레를 잰다. 내 손가락만 한 굵기의 팔을 가진 아이가 10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게 매년 반복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비율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력하면서도 올바른 리더십을 갖고 있으면 국제사회의 지원과 더불어 변화가 잘 이뤄진다.” ―정책포럼에서도 제기되었듯이, 아프리카를 지원해온 공여국들이 장기적인 자립지원보다는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에 급급해 왔다는 비판도 있다. 공여국들의 지원에 대한 문제점은 없었나. “원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데,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영양실조 문제는 단기간에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사업에 지원할 때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물론 아프리카의 국가들도 원조받는 데만

자원봉사로 왕따 이겨낸 소모라양

“중학교 입학 후 매일 울었는데…” 나눔은 ‘팔자’도 바꾼다 아무도 아는 체 안 하고 밥도 늘 혼자 먹었는데 복지관 학습지도 봉사 후 자존감 생겨 성격 밝아져 먼저 다가가고 배려하니 친구들이 알아주더라 ‘왕따’. 집단 따돌림을 일컫는 이 용어가 알려지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해질 것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왕따 문제는 전문가들도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혀를 내두른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지상에 소개되고 있으며, 가해학생의 처리, 학교와 교육청의 배상 문제 등 후폭풍도 거세다. 방승호 강서 위(Wee)센터장은 “나눔이 가장 기본적이자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방승호 센터장은 “나눔은 ‘팔자가 바뀌는 것’으로, 나눔을 통해 마음이 열리고, 자존감이 생긴다”며 “왕따의 상처를 나눔과 봉사로 이겨낸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신목종합사회복지관. 이곳에서 4년째 정기적인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소모라(18·사진)양은 나눔으로 팔자가 바뀐 ‘산 증인’이다. 소모라양은 중학교 1학년 내내 왕따와 이간질에 시달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을 왔는데, 오자마자 교내 학급회장에 뽑혔던 게 원인이었죠.” 이전까지 회장을 도맡았던 아이를 중심으로, 모라양에 대한 ‘텃세’가 시작됐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당찼던 모라의 행동은 오히려 아이들을 자극했다. “저에 대해 ‘성격파탄자다’ ‘뒤에서 친구들 욕하는 애다’라는 온갖 나쁜 말이 돌았고, 친구들이 절 멀리하는 게 느껴졌어요.” 모라양이 중학교 들어가자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을 정도로 왕따는 심해졌다. 사생대회나 소풍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③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사회 지도층, 나눔봉사 앞장서야… 800억 모금 비결은 감동 서비스” 후원자 모으는 힘은 신뢰… 감동·마케팅 결합으로 모금 늘고 자생력 생겨 ‘나영이의 부탁’ 캠페인, 성범죄 공소시효 없애 직접 행동으로 옮길 때 사회 변화할 수 있어 서울시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제훈 회장은 소파 옆에 ‘무조건 살아 단 한번의 삶이니까’라는 책을 엎어놓고 있었다. 지난해 한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한 ‘한국의 폴포츠’ 최성봉(23)씨의 자서전이었다. 최씨는 5세 때 보육시설을 나온 후 거리생활을 하다 우연히 성악을 접하고 대전예술고 성악과에 진학, 2009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린이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생활하던 아이였다. 이를 계기로 최근엔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 회장은 “우리가 도와준 친구들이 이렇게 성공한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참 고맙다”고 했다. ―어린이재단은 1948년 시작돼, 후원금 규모가 800억원, 직원이 1100명(계약직 포함), 자원봉사자 3만명에 달하는 국내 대표격인 복지재단입니다. 하지만 최근 ‘더나은미래’에서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비영리단체 인지도를 조사해보니,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어린이재단에서 한국복지재단으로, 2008년에 어린이재단으로, 2010년부터 ‘초록우산’을 어린이재단 앞에 붙였어요. 이름을 몇 번 바꾸다 보니 그런 것 같고요. 또 어린이재단이 지금까지는 정부가 직접 하지 못하는 복지관련 위탁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별로 없었어요. 해외사업을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해, 유명배우들을 홍보대사로 두고 있는 다른 비영리단체에 비해 홍보가 덜 됐죠. 저희는 전국에 70개 사업기관이 있고, 후원 아동도 국내 3만~4만명, 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