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쓰레기를 되가져갑니다

얼마 전 국립공원에 들렀다가 한 문구를 보았다. ‘쓰레기를 되가져갑니다. 자연을 지킵니다.’ 그린포인트 제도를 소개하는 내용과 함께 적힌 문구였다. 그린포인트 제도는 2010년 국립공원 내 쓰레기 저감 및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처리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시행됐다. 국립공원에 방문한 탐방객이 자기 쓰레기 등을 되가져오는 경우, 쓰레기 1g당 2포인트(2원)를 제공해 온라인 쇼핑몰 또는 공원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10년 넘은 이 제도가 곧 종료되고, 올해 7월부터는 포인트 지급이 중단된다고 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쓰레기 회수 문화가 정착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공원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결국 가정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국가의 총 쓰레기 발생량 감소에는 기여하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이다. 그래도 ‘쓰레기 되가져가기’ 문화가 정착되었다니 다행이기는 하다. 2019년 3월, 미국 CNN에서 우리나라 경북 의성군에 있는 거대한 쓰레기 산을 집중 보도한 적이 있었다. 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수거한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허용량의 80배가 넘는 양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쓰레기가 분해되며 발생한 가스로 인해 화재가 일어났고, 주민의 건강과 지역 미관을 해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쓰레기 문제는 한국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린피스 영국사무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트래시드(Trashed)’ 보고서는 터키 아다나주 주변에 영국과 독일에서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적치되어 있거나 불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절반 가까이가 재활용된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재활용을 위해 수거된 수천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각로에서 소각되고, 일부는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부모의 삶이 ‘테크’와 만났을 때

서울대학교와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엄마의 52.4%, 아빠의 33.4%가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육아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부모가 되면 ‘나’로서의 삶과 ‘부모’로서의 삶 중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양 측면의 삶을 균형 있게 살 수 있는 솔루션을 찾기보다 부모 중 누군가가 ‘나’로서의 삶에서 한발 물러나 ‘부모’로서 아이에게만 충실히 살 것을 사회에서 강요하기도 한다. “아이는 부모가 돌봐야지”와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요즘에는 부모들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면서도 부모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육아에 몰입하는 시간을 본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하면서, 일에 몰입할 때는 그에 맞는 아웃소싱과 테크 솔루션을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커리어가 단절돼 나 자신은 사회에서 없어진 듯한 상실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일하느라 아이에게 늘 부족한 부모라는 부채감을 느끼는 이런 양가감정 없이 부모와 아이의 삶이 모두 만족스러울 때 비로소 가정이 편안하고 아이도 부모도 행복해진다. 이미 해외에서는 부모의 부담을 덜고 육아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페어런트 테크(Parent Tech)’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유아용품 쇼핑 플랫폼인 ‘베이비리스트’ 와 아이를 위한 금융 플랫폼 ‘그린라이트’에 각각 약 710억원, 약 31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미국 내 페어런트 테크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1조6500억 원(14억 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육아시장 규모는 13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도 아이의 기질과 부모의 기질을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이기적 유전자의 이타적 선택

“아빠 우리 집에 자가진단 키트 하나 있죠? 그거 제 친구 주면 안 돼요?” 중학교 3학년 아들이 내게 말했다. 친구의 동생이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자기 친구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자가진단 키트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친구의 부모님이 동네 약국을 다 돌아다녀도 키트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들을 포함한 여러 아이가 그 친구와 같이 축구를 했던 상황이라 걱정이 됐다. “자가진단 키트가 하나밖에 없는데 만약 그 친구가 확진이면 너도 자가진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더니 아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투덜대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이기적인 선택에 후회가 밀려왔고 왠지 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가족부터 지켜야 한다는 종족 보존의 유전자가 발동했던 걸까. 호모 사피엔스는 지난 수십만년 동안 진화하며 ‘최적의 선택’을 하도록 학습 되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는 진화와 인류의 선택에 대한 내용이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라는 말로 설명돼 있다. 자연선택은 주어진 환경 조건에서 유리한 유전인자를 가진 개체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생존(선택)율이 높아지는 것이며, 적자생존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가 자연 살아남는다는 개념이다. 여러 개체 중에서 이기적 선택을 한 종족들이 더 많이 자연 선택되고 숫자가 많아지면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개체 수가 줄어든다. 이때 이타적 선택을 통해 협력하는 종족들이 등장하여 경쟁력을 가지게

[진실의 방] 상상 부고

비영리단체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단체에 매달 소액을 기부하던 젊은 기부자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였다. 기부자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품을 정리하던 부모는 딸이 수년간 후원하던 단체가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됐고, 딸이 하던 기부를 계속 이어서 하고 싶다며 단체에 문의를 했다. 착실하고 따뜻하게 살다 세상을 떠난 평범한 기부자의 이야기는 그 어떤 유력가의 오비추어리(Obituary·부고 기사)보다도 감동적이었다. 감동이 너무 컸던 탓일까. 그 후로 괴상한 버릇이 생겼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미래의 어느 날 쓰일 그의 부고를 미리 상상해보는 버릇이다. 일종의 ‘상상 부고’라고 해두자. 사업하는 사람, 모금하는 사람, 투자하는 사람, 봉사하는 사람. 쌩쌩하게 웃고 말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 죽은 뒤에 그가 어떻게 기록되고 추모될 것인가를 머릿속으로 몰래 적어본다는 게 상대에게는 어쩐지 미안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의외의 장점이 있다. 개인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사 쓰는 과정과 비슷하다.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끌어모아 리드(첫) 문장과 본문에 들어갈 핵심 내용을 정하고 대략적인 마지막 문장까지 떠올려 본다. 제목도 달아본다. 각자의 삶에서 최대한 주제(기자들이 흔히 ‘야마’라고 부르는 그것)를 뽑아내는 작업이다. 직접 취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는 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상상 부고가 써질 때도 있다. 사회로부터 받은 것보다 ‘준 것’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났을 때가 그렇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해준 게 없는데 그는 우리에게, 혹은 우리 사회에 준 것이 꽤 많다는 걸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냉면 한 그릇

냉면은 메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을 섞어 적당히 쫄깃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슴슴한 국물에 올곧음을 잃지 않고 질긴 듯 무심하게 끊어지는 면발은 ‘내가 뭘 씹은 거지?’ 하는 의문이 들 때쯤 까칠한 식감이 혀를 감싸고 쌉쌀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더러 순 밀로 만들어 허무하게 끊어져 동치미 육수와 함께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는 냉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 기억 속의 냉면은 대체로 그러하다. 한국인의 냉면부심은 끝이 어딜지 모르게 치솟는다. 실향민의 음식에서 서민의 외식으로 그리고 청년의 부심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냉면 가격은 품위를 논할 수 있을 만큼 올랐다. 2016년 이미 전체 냉면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을 넘어섰고, 간편식 냉면 시장도 700억원에 달했다. 이와 함께 냉면계도 장인의 숨결이 넘실대던 낭만의 시대가 저물고 비정한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바뀌어 갔다. 오랜 세월 부모님과 함께했던 손맛과 가문의 비법은 자식 대에 이르러 레시피와 품질관리로 옷을 갈아입었다. 스타 셰프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요리의 수준은 결국 식재료로 수렴한다.’ 평양냉면은 돌아서도 잊히지 않는 슴슴한 국물 맛으로 기억되지만, 가장 중요한 식재료는 메밀이다. 면발이 별볼일없으면 엠에스지 국물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게 이 세계의 냉정함이다. 냉면계도 오른 가격에 걸맞게 식재료 경쟁에 돌입한다. 그런데 주재료인 메밀은 국내 생산량이 소비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2800톤의 수입 메밀 중 중국산이 70%를 넘어간다. 육수 경쟁이 막을 내릴 때쯤 냉면 업계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국산 메밀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진다. 그러나 왜소한 메밀 시장은 종자, 농기계, 가공시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한수정의 커피 한 잔] 여성 농부들, 커피 산업의 주인이 되다

2013년 네팔. 커피 수확이 한창인 3월 초. 깊은 산 속 커피 농장 새벽 한기는 뼈가 시릴 정도다. ‘커피를 따러 가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침대 속 따뜻함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다. 커피를 사러 농가를 방문한 나의 게으름 저편으로 산중 그녀들의 아침은 분주하다. 마당에 건 솥단지에선 집안의 큰일을 해내는 검둥소에게 먹일 여물이 끓고 부엌에서는 장작이 타는 소리, 달그락 그릇 소리가 요란하다. 일단 커피 농장으로 나가면 다시 집으로 들어와 점심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아침은 든든히 먹고 농장에서 먹을 도시락도 싸야 한다. 학교에 가는 자녀들 등교 준비를 돕고, 젖먹이를 들쳐 업고 저녁에 쓸 물도 미리미리 길어다 둬야 한다. 텃밭의 야채를 거두어 집안에 챙겨두면 비로소 그녀들은 커피농장으로 향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부자가 된다면 내가 네팔에서, 르완다에서, 페루에서 만난 커피 농가의 여성들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5년 페루. 여성들의 노동은 장소와 시간을 바꿔 계속된다. 커피나무 가지치기, 가뭄에 견딜 수 있도록 흙 덮어주기, 묘목을 심어 미래의 수확을 준비하기, 적정한 비료 주기, 잡초 뽑기.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면 드디어 수확의 기쁨이 찾아온다. 빨간 체리를 골라 따고 세척장에 이동할 수 있게 포장하는 일까지, 커피 농장의 일은 끝이 없다. 국제여성커피연맹(IWCA)의 통계에 따르면, 커피 생산에 필요한 노동이 100이라면, 이 중 75가 여성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75의 일은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대부분 가족 농장에서 이루어지는 부가가치가 낮은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이제는 커뮤니티에 집중할 때

회사 주변의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꼭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행여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알아보지 못해서 인사를 놓칠까 생긴 버릇이다. 소셜벤처 업계에 몸담은 지 햇수로 15년째. 성수동만 해도 수백 개의 소셜벤처가 모여 있고, 거리를 걷다 보면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는 얼굴을 마주치면 ‘여전히 성수동에 계시는구나’하는 반가움과 ‘계속 모험을 하고 계시는구나’하는 고마움이 뒤섞여 찾아온다. 다만, 분명히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나 회사 등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잦다. 상대는 친밀하게 인사하는데 나는 뇌의 온갖 회로를 돌려 기억해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그만한 고역이 없다.  많은 사람과 마주치고, 상당히 많은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 매일 새로운 창업팀과 마주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이러한 버거움은 생태계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소풍벤처스 역시 누적 투자기업이 100개를 넘은 상황이다. 투자기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가끔 창업자의 얼굴과 이름이 매칭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기라도 하면 당황스럽다. 투자한 기업의 창업자를 매일 한 명씩 만난다고 해도 3개월이 걸린다.  과거에는 한 명 한 명의 창업자를 직접 연결했지만, 이제는 소풍의 개별 구성원들이 네트워크 관리를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소풍 역시 다양한 분야의 창업가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또 소통해야 하는지, 즉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필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창업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자금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도 함께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네트워크 중에 손꼽는 것이 창업가들의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20대 대선, 기부 생태계 변곡점될까

남의 일이라고 모른 체 할 수 있을까. 역사에 갇힌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정인이 사건, 장애인의 불편과 학대받는 동물 문제, 아프간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누군가는 마음이 들끓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소리를 내고 문제해결에 앞장선다. 비영리의 일들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런 헌신들이 있어 아동과 여성, 흑인들이 오늘의 당당한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아직도 세상은 불평등하고 소외된 문제는 너무 많다.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에 책임을 지고 나서는 영웅들이 있다. 절망한 이들에게 하루 생명을 연장해주는 것도 귀하지만 그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살아갈 환경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 오래 끈질기게 매달려야 해결될 일들이다. 하나의 작은 시도가 사회제도 변화까지 가려면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돈보다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 큰 보상은 기대하지도 않지만 버티는 것은 중요하다. 중도 포기하지 않으려면 버팀목이 필요하다. 이 영웅들에게 기부는 마치 가뭄에 애타는 농부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물줄기와도 같다. ‘작은 기부금에 담긴 함께 하는 마음’이 영웅의 힘의 원천이다. 그런데 가끔 소중한 기부를 부끄럽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진다. 몇 해 전 동물 안락사와 잘못된 기부금 사용으로 언론에 등장한 한 동물단체가 최근 기부금품법 위반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또, 대선과 맞물려 시민단체의 불법 이익을 전액 환수한다는 한 후보의 공약에 시비가 엇갈린다. 당연한 주장이고 마땅히 해야 할 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기부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아는 전문가들과 대다수의 성실한 공익 기부단체들은 이런 내용이 등장할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Z의 휠체어] 티끌 아껴 지구 지키기

요즘 들어 지구의 수명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날이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는 우리로 하여금 지구는 너무나 거대하고 절대적인 존재라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한다. 오늘은 근래 실천하는 환경 보호를 위한 나의 습관 세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습관은 양치컵 사용이다. 이것은 내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실천 중인 습관 중 하나이다. 코로나 팬데믹 전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할 때, 다른 친구들은 손에 물을 담아 입을 헹굴 때 나는 늘 양치컵을 써왔다. 씻고 관리하는 것이 귀찮아도 조금이라도 손에 물을 덜 묻히고 싶어 시작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이 습관이 물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양치컵을 사용 시 수도꼭지 물을 틀고 양치를 하는 것보다 무려 1.5L의 물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일인 것에 비해 상당히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두 번째는 음식 포장할 때 다회용기 쓰기이다. 3년간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과 최근 무서운 전파력을 보여주는 오미크론으로 인해 외식의 빈도가 줄고 배달이나 포장을 자주 이용한다. 자연스레 플라스틱, 종이 일회용기를 많이 쓰게 되었다. 처음엔 문제의식이 크게 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 파괴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요즘엔 되도록 식당에 직접 가서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포장해오고 있다. 또한 배달을 시키더라도 일회용품 받지 않기 버튼을 클릭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ESG는 정말 비용일까?

한 해를 놓고 보면 학기 중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방학 때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대상의 자문이나 컨설팅을 주로 한다. 이번 겨울방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학 기간 동안 수십여 개 기업과 기관 관계자를 만나 지속가능경영, ESG, CSR 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말이 있다. “회사에서는 ESG를 잘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정작 인원과 예산은 변함이 없다” “ESG 활동 계획을 세우고 보고 드리면, 첫 질문이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 등의 내용이었다.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모두의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 내부의 현실은 조금 다른 듯하다. ESG 경영이 기업의 기본적인 활동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맞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1~2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 상위 300대 기업 중 81.4%가 작년 대비 ESG 사업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또한 ESG 위원회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곳이 88.4%에 달했고, 탄소배출량 감축, 신재생 에너지 활용,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및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동시에 이러한 ESG 경영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감세, 공제 등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필자가 지난해 기고했던 ‘ESG의 배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있다. ESG 경영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맞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어설프게 ESG 경영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개념으로 ‘ESG 패러독스(역설)’를 소개했다. ESG와 관련된 워싱을 경계하자는 의미로, ESG 경영은 선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ESG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낭만’

영국의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교육이 특정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프로세스이자 리듬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흐름, 리듬을 타야 모든 것이 순조롭고 좋은 성과가 나오듯 교육 역시 어떤 과정, 단계를 거쳐 배우느냐에 따라 얻어가는 것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이 리듬을 어떻게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화이트헤드는 교육을 3단계(낭만-정밀화-일반화)로 구분했는데, 유아기에서 초등학생 시기가 ‘낭만(Romance)의 단계’에 해당한다. 낭만의 단계는 어떤 대상에 흥미를 갖고 첫사랑에 빠지듯 강한 동기 부여가 되는 시기다. 또 이 시기 흥미를 느낀 대상에 대해서는 삶 내내 흥미가 지속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모든 부모는 아이들이 각자의 배움에 푹 빠져 즐겁게 성장하길 희망한다. 맞벌이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방과후 아이들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학원과 학습지 정도였다. 아이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할 황금같이 귀한 시기에 아이들은 “학원 가기 싫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고, 공부에는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스스로 신나서 하기보다는 끌려다니듯 억지로 공부하는 모습, 책상 앞에 앉아 끙끙대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게 했다. 고민 끝에 교육이라는 단어 대신 ‘배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교육을 받는다’라는 수동적인 동사를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자라는 시간, 즉 ‘낭만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아이가 리듬을 타며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세심한 관찰을 통해 아이들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나눌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발자전거를 타다 두발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가 여러 번 넘어지면서 자전거를 싫어하게 되지 않도록 아이가 스스로 페달을 밟으며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자전거 뒤편을 살짝 잡았다가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메타버스와 사회혁신] 쓰레기 마을과 웹 3.0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자 승합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가 끝난 곳부터 쓰레기 마을 ‘단도라(Dandora)’라고 했다. 마을의 중심부에 당도하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차창을 열지 않았는데도 농축된 쓰레기의 강한 냄새가 유쾌하지 않은 환영 인사를 건넨다. 우리를 살찌우고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소비한 모든 것들의 껍데기와 잔반들이 뒤엉켜서 충격적인 냄새를 만들어냈다. 그 거대한 쓰레기 산 위에는 마치 시체를 노리는 듯 독수리 떼가 하늘을 선회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쇳덩이나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으로 팔 수 있는 것들을 수집하려고 이곳 빈민가 사람들은 쓰레기 산을 열심히 뒤진다고 했다. 6년 전 방문한 케냐 나이로비의 기억이다. 그 뒤로 3년 동안 나는 단도라에 3번을 더 방문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동료 사판(Saffaan)을 6개월간 현장에 파견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당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소수의 아이를 모아서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노트북의 자판 타이핑부터 배워야 했던 아이들은 3년 만에 직접 유튜브에 채널도 개설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모바일 기술의 발전이 창출한 ‘플랫폼 경제’가 빈민가 아이들도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며 광고 수익의 혜택을 받을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다. 플랫폼 경제는 많은 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유튜브는 더 재밌고 인기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여 기존 광고 시장에서 광고 매체비를 점유하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들과 경쟁하지 않았다. 모든 이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참여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매체비를 나누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