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자르갈(9)군은 마늘을 송송 썰고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손으로 차분히 썬 마늘을 몽골식 수제비에 넣었습니다.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먹을지 말지 고민하기에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선 채로 후루룩후루룩 삼키듯 밀가루 수제비를 넘겼습니다. 방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담배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내복만 입은 아버지, 삼촌,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친구, 시골에서 올라온 친척 등 어른 네 명이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여동생 호랑(3)이 맨바닥을 뒹굴며 놀고 있었습니다. 오트자르갈군의 아버지는 건축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일감이 있는 날은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뿐입니다. 매서운 혹한이 계속되는 겨울에는 모든 공사가 올스톱 됩니다. 공사장에서 일해 매달 30만투그릭(30만원 남짓)을 받으면 그걸로 가장 급한 석탄부터 사놓습니다. 밥은 한두 끼 굶어도 견딜 수 있지만, 난로를 때지 못하면 추운 겨울을 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트자르갈군의 아버지는 “요즘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고기를 사먹기가 힘들다”며 “밀가루로 수제비를 만들거나 빵을 먹는 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몽골인들의 주식은 고기입니다. 하지만 오트자르갈군의 가족은 내장을 삶은 국물로 고기를 대신합니다. 오트자르갈군의 새엄마는 1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그를 버리고 도망간 친엄마 대신 ‘진짜 엄마’처럼 따뜻했던 새엄마였습니다. “배가 고파서 많이 울었어요. 엄마가 아파서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거든요. 목소리가 너무 이상했어요. 아프지 않았을 때는 엄마가 잘해줬어요. 밥도 만들어주고, 빨래도 해주고, 청소도 해줬는데…. 지금도 보고 싶어요. 엄마가 돌아가셔서 너무 슬퍼요.” 오트자르갈군은 부엌 바닥을 쳐다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