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이웃 도우며 ‘나도 쓸 만하구나’ 자존감 생겼죠”

2006년 설립 땐 “빨갱이학교” 반발 심해 신호래 교감 부임 이후 봉사 활동 시작 고구마 농사 수익금은 라오스에 기부도 “낮은 곳에서 열심히… 편견없이 봐주세요” 정금성(22)군의 고향은 한반도 북단, 함경북도 온성이다. 2010년, 6개월간 머물렀던 라오스를 거쳐 혼자 들어온 남한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여기저기서 들으면 새터민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 좋고,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보겠거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위축되더라고요. 혼자 내려와 앞으로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하는데, 한국에서 내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18년을 보냈던 함경북도 청진을 떠나, 2009년 남한에 들어온 전다원(22)양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서울의 학교에 다니다 적응이 쉽지 않아 한겨레 고등학교로 전학 온 전양은 “처음엔 많이 외롭고 두려웠다”며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다는 편견도 커서, 선뜻 다가갈 용기도 못 냈다”고 했다.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한겨레 고등학교’에 신호래(52) 교감이 부임한 건 2010년. 신 교감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다 ‘봉사활동’을 택했다. 신 교감과 전다원양이 합심해 봉사동아리를 만들고 학생 20여명을 끌어들였다. 이름도 지었다. ‘사랑실천봉사동아리’. 봉사는 가까운 지역부터 시작됐다. 학교가 위치한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시골 마을. 교통이 불편해 목욕탕에 가기 어려운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차량에 모시고 함께 목욕 봉사를 가는 것. 지역 주민과의 관계가 처음부터 아름다웠던 건 아니었다. “2006년에 학교가 만들어질 때, ‘빨갱이 학교 웬 말이냐, 왜 하필 이 지역이냐’며 플래카드가 붙고 반발이 심했어요. 인천에 세워질 계획이었는데, 반발에 못 이겨 산골로 내려오다 보니

[Cover Story] 변화를 꿈꾸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받아들여라

세계 최대 비영리 벤처캐피털 ‘어큐먼’ 재클린 노보그라츠 개인·기업 기부금 사회적기업에 재투자 800만달러 종잣돈에서 9000만달러 성장 투자한 82곳서 만든 일자리만 6만개 인도 구급차·아프리카 모기장 등 투자 “사회적 영향력·기업가 보고 투자한다” 1987년, 일등석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 곳곳을 돌던 스물다섯 살의 국제은행가는 잘나가던 뉴욕 월스트리트 직장을 뒤로한 채 아프리카로 향했다. ‘세상을 바꾸겠노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서. 첫발을 내디딘 지 20여년이 흐른 2011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Forbes)는 그녀의 이야기로 표지를 메웠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비영리 임팩트 투자기관 ‘어큐먼(Acumen)’의 설립자이자 베스트셀러 ‘블루스웨터’의 저자, 재클린 노보그라츠(Jacqueline Novogratz) 이야기다. 어큐먼은 2001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개인·기업·재단 등으로부터 돈을 기부받아 사회적기업에 재투자해오며, “자선 대신 투자야말로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글로벌 펠로 프로그램(Global Fellows Program)’을 통해 전 세계 곳곳의 사회적기업가를 선발·교육해온 어큐먼은 최근 우리나라와도 협력을 시작했다. 아산나눔재단을 통해 선발된 한국인 참가자는 어큐먼의 ‘글로벌 펠로 프로그램’ 선발을 위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아직 글로벌 펠로로 선발된 한국인은 한명도 없었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언론과 좀체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재클린 노보그라츠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자선단체가 아닌,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을 생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는가. “현지에 가보니, 전통적인 자선이나 원조로는 빈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분명했다. 돈이나 물건을 주고 마는 건 자생력을 키울 수도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았다. 기존 자선단체

“아이들 꿈 찾아준 마법 주사… 키 때문에 상처받는 일 없길”

LG복지재단 정윤석 전무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 20년이란 세월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12년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5년 이상 된 장수 사회공헌 프로그램(207개)의 평균 나이조차 10.7세에 머문다. 어느덧 청년의 시기를 맞이한 LG의 ‘저신장 아동’ 지원 사업, LG복지재단 정윤석 전무<사진>를 만나 20년 동안의 히스토리를 들어봤다. ― 왜 ‘저신장 아동’인가. “지난 93년, LG생활과학에서 국내 최초로 성장 촉진 호르몬제를 개발한 것이 계기다. 이전에는 수입한 약으로만 치료해서 약값이 너무 비쌌다. 진짜 부자 아니면 못 먹는 약이었다(연간 1000만원 상당). 저소득층 자녀들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제품의 안정성도 한몫했다.” ―20년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상당 부분 키가 큰 것도 성과지만,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애들이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평균 1년에 8㎝ 정도는 자라는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자란 아이는 20.8㎝까지 성장했다. 키가 작을 때는 주눅도 들고, 친구들한테 놀림도 많이 당했는데 주사를 맞으면서 성격 자체가 바뀐다는 거다. 사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아이에게 직접 주사를 놓으면서 함께 우는 경우가 많았다. 1년 동안 매일같이 맞아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크겠나. 그래도 키가 자라는 것을 본인이 느끼니까 애들과 부모님은 금세 적응하게 된다. 어떤 어머니는 ‘마법 주사’라고 하더라.” ―앞으로 활동할 계획이 궁금하다. “20년 전에 비해서 계속 지원 아동 수를 늘리고 있다. 처음에는 1년치 약만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2년, 3년,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나는 아이들도

“기업 사회적 책임 활동에 NPO(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은 필수”

매클리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재단 이사장 1983년 자유의 여신상 복원 모금 캠페인 고객이 카드 쓰면 1센트씩 기부해 화제 2007년부터 NPO 리더 대상 교육 진행 CEO·임원이 주도… 7년새 예산 2배로 수강생 93%가 비영리 분야에서 활약 중 “지난 20년간 미국에선 영리와 비영리 간 융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전과 철학, 근무 환경, 전문 인력 등 많은 부분에서 기업과 NPO(비영리단체)가 서로 닮아가고 있거든요. 이젠 기업도 NPO처럼 사회적 가치와 신뢰를 중시하게 됐고, NPO에도 전문 인력이 늘면서 일반 기업만큼 연봉도 높아졌습니다. 서로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이는 사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NPO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변화입니다. 이처럼 미국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중심엔 파트너십이 있습니다.” 티머시 제이 매클리몬(Timothy J. Mcclimon·사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재단(American Express Foundation)’ 이사장이 밝힌 최근 미국 CSR의 트렌드다. 매클리몬 이사장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AMEX·이하 아멕스) CSR 부회장으로, 재단은 물론 아멕스의 CSR을 총괄하고 있다.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로펌에서 비영리재단 전문 변호사로 활약한 그는 미국 이동통신사 AT&T CSR재단 전무이사를 거쳐 아멕스에 합류했다. 현재 뉴욕대 비영리경영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한 매클리몬 이사장은 영리와 비영리를 아우르는 CSR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5일, ‘2014 국제나눔문화선진화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매클리몬 이사장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는 “CSR을 잘하려면 NPO와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공익연계마케팅(CRM)의 효시로 꼽힌다. 1983년 고객들이 아멕스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 신규 가입 1건당 1달러를 ‘자유의 여신상’ 보수(補修)

[더나은미래·동그라미재단 공동기획] ‘비영리 리더스쿨’ 지면 강의 ② SNS는 후원자와의 소통 창구… 전달방법 고심해야

더나은미래·동그라미재단 공동기획 ‘비영리 리더스쿨’ 지면 강의 ② 비영리단체에 대중 커뮤니케이션이란 ‘숙명(宿命)’이다.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이슈를 제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후원자를 모으는 과정은 비영리단체의 핵심 업무다. ‘비영리 리더 스쿨’ 6~7회차 강의는 비영리단체 리더로서 숙지해야 할 언론 홍보 및 SNS 활용 방법을 다뤘다. 지난 2주간 강의 내용을 Q&A로 압축해 풀어본다.  편집자 주 -언론 홍보(PR)의 핵심은 무엇인가. “지속적인 관계다. 언론 홍보는 영어로 ‘Public Relation(대중과의 관계)’ 아닌가. 기자(매체)라는 제3자를 통해, 우리 조직이 사회 속에서 어떤 포지션을 가지는지 대중과 소통하는 활동이다. 그렇다면 먼저 기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첫째, 어떤 기자가 우리 조직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지 미디어 리스트를 만들 것. 둘째,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기자가 관심 가질 만한 아이템으로 만들어서 연락할 것. 마지막으로 기사 보도 후에도 피드백하면서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 기본적으로 기자는 아이템을 찾는 사람이고, 홍보 담당자는 조직을 알려야 하는 사명이 있다. 갑과 을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관계가 이어져야 한다.”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주목해야 할 트렌드가 있다면. “페이스북에 수많은 정보가 있지만, 결국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동영상이 아닌가. 비주얼(visual·시각)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 또 하나,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인기를 끈다. 휴가, 주말 등 시즌 이슈에 네티즌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기억할 만한 트렌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블로그, 페이스북을 단지 홍보 채널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셜미디어는 후원자, 혹은 잠재적인 후원자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합해서 우리 단체의 일관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던질 것인지

美·英 나눔문화 전문가 2인에게 듣다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 연구부처 소장 스티븐 로런스(Steven Lawrence)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tion) 제인 아노트(Jane Arnott) 글로벌 네트워크장 나눔 문화가 한 단계 도약하고, 비영리 영역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 몇 년간 국내 비영리 섹터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개인 기부가 증가했고, 모금 경쟁은 치열해졌다. 2012년 기준 국내 기부 총액은 11조8400억원. 2006년 8조1400억원이었던 기부 총액은 6년 만에 1.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90% 상당의 개인 기부는 종교기관에서 이뤄진다. 비영리 섹터 규모가 훨씬 크고 역사가 오랜 미국과 영국에서는 우리의 현 고민을 이미 마주하지 않았을까. 지난 5일, 한국NPO공동회의·한국국제교류재단·사회복지협의회 등이 주최한 ‘2014 국제나눔문화선진화 콘퍼런스’를 위해 방한한 미국과 영국의 대표적인 두 비영리 중간지원조직,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의 스티븐 로런스(Steven Lawrence)와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tion)의 제인 아노트(Jane Arnott)를 만나 그간의 노력을 들었다. “재단끼리 정보 공유해야사각지대 없는 나눔 가능” 재단 투명해야 사람들이 ‘공익’ 위해 존재한다 느껴… 단체 간은 물론 대중도 쉽게 정보에 접근하게 해야 ―한국에도 공익재단들은 많지만, 재단센터와 같은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은 아직 없다. 재단센터가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이었나. “1950년대 미국에선 공익재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경제 성장과 맞물리면서 이전까지 500개 남짓하던 재단이 4~5년 만에 1000여개로 늘고, 총 자산 규모도 2배 가까이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불신도 팽배했다. 재단은 사람들에게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존재 의의를 인정받을 필요가 있었다. 당시 카네기재단 대표였던 러셀 레핑웰(Russell Leffingwell)은 ‘재단들이 유리 주머니처럼 투명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정보에 쉽게

기후변화 대비한 투자… 기업에게 손해 아닌 기회

英 비영리 단체 ‘CDP’ 마커스 노턴 본부장… 주요기업 66곳, 연 1300조원 투자해 대중에게 안정적·지속가능 기업으로 인식… 한국기업도 노하우·데이터 축적해야 “기후변화 대응은 기업에 리스크가 아니라 또 다른 기회다.” 마커스 노턴(Marcus Norton·사진)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영국 본부 대외협력본부장의 조언이다. CDP는 전 세계 금융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주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정책을 분석하고, 투자자 및 금융기관이 이러한 정보를 고려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비영리단체다. 매년 전 세계 5000여개 기업이 CDP에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경영 정보를 공개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골드만삭스 등 767개 금융기관이 이를 반영해 보다 지속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CDP가 매년 분석·발표하는 ‘기후성과 리더십 지수(CPLI)’는 다우존스(DJSI·Dowjones Sustainability Index)나 블룸버그 지속가능경영지수와 더불어 가장 신뢰성 높은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지표로 꼽힌다. 지난 3일, CDP한국위원회가 국내 250개 주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주최한 ‘기후변화 대응 우수 기업 시상식’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M&A 전문 변호사로 시작, 영국 환경청에서 환경법·정책을 만들다가 2009년 CDP에 합류한 마커스 노턴은 영국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영향력 있는 전략가로 불린다. ―영국 등 선진국은 기후변화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영국은 상장기업들의 공시자료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드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고, EU는 기업 6000여곳에 기업의 환경·사회·거버넌스 등 CSR 관련 사항을 보고서에 담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도 2만여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했다. 기업에 대한 정부 및 투자자들의 요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한국도 내년 1월 1일부터 온실가스

“경비 아저씨 토스트 값, 제가 미리 냅니다” 파란 쪽지로 나눈 마음

미리내 가게 ‘토스트와 주먹밥’ ‘맡겨놓은 커피’에서 시작된 나눔운동… 미국·영국 이어 지난해 3월 국내서도 시작 타인 위해 미리 음식값 내는 기부운동 확대… 헌혈증·폐휴대폰 모아 소아암 환아 돕기도 ‘베이컨 치즈 토스트 1개, 미리 내고 갑니다.’ ‘1000원. 적은 돈이지만 보태고 싶어요. 맛있게 드세요.’ 지난달 8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음식점 ‘토스트와 주먹밥’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쿠폰이 눈에 들어왔다. 100원, 1000원, 2만원 등 파란색 쿠폰에 적힌 금액은 천차만별이었다. 가게를 다녀간 수백 명의 메시지도 함께 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간, 나눔의 흔적입니다.” 미리내 가게 홍은동 1호점인 ‘토스트와 주먹밥’ 사장 최정원(53)씨의 말이다. 2010년 명지대 인근에 토스트 가게를 연 그는 지난해부터 ‘미리내 가게’ 간판을 달았다. ‘미리내’란 돈을 미리 낸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미리 음식·음료값을 지불하는 기부 캠페인이다. 100여년 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된 ‘맡겨놓은 커피(Suspended Coffee)’운동에서 출발했는데,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전 세계로 퍼졌다. 지난해 3월, 국내에도 미리내운동본부가 설립됐고 1년 6개월 만에 미리내 가게는 무려 320곳으로 확대됐다. 미리내운동본부를 카카오스토리에서 친구로 등록한 사람도 총 16만명에 달한다. 10평 남짓한 이 가게의 모든 테이블 위엔 메뉴판과 함께 미리내 운동 안내 책자가 놓여 있다. 벽엔 미리내 홍보 포스터, 신문 스크랩 등이 곳곳에 붙어 있다. 가게 앞에 놓인 미리내 간판엔 매일같이 미리 지불된 금액과 메뉴가 공개된다. 누구든지 와서 그만큼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 최씨는 “얼굴·나이·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잘하는 유럽 CSV(공유가치 창출) 관심도 없어 한국만 유독 열광”

마틴 노이라이트 교수 인터뷰 CSV 좋은 사례 언급되는 네슬레 코코아 생산 과정 아동 문제 모른 척‘공유가치’ 내세우며 ‘책임’ 흐리는 셈막스앤스펜서, 全 제품을 유기농으로 아동 노동·최저 임금도 꼼꼼히 따져다수 韓 기업, 책임보다 수익 중시… 환경·노동 외면하면 언젠간 무너져 마틴 노이라이트(Martin Neureiter·사진) 오스트리아 빈 교수는 사회적 책임의 국제표준인 ISO 26000 제정 당시, 기업파트 좌장 역할을 맡은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전문가다. 현재 전 세계 42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기업과 정부 등에 CSR 컨설팅을 진행하는 CSR 컴퍼니(CSR Company)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국회CSR정책연구포럼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CSR vs. CSV 대토론회: 사회책임과 공유가치창출의 혼동,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마틴 교수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선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가 마치 CSR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처럼 회자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기존의 CSR 부서를 CSV로 변경하기도 했다. CSV와 관련해서 세계적으로는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CSV에 관한 노이즈가 한국만큼 심한 곳은 없다. 유럽에선 CSV와 관련한 아무런 논의가 없다. 오히려 CSR 법제화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이 ‘CSV’라는 이름을 앞세워놓고, 생산 과정은 나 몰라라 하기도 한다. CSV의 좋은 사례로 매번 언급되는 네슬레는, 코코아 생산 과정에서 아동 노동 문제에 대해 아직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던 코카콜라는 인도 공장에 ‘코카콜라 생산에 사용한 물과 같은 양을 지역사회로 환원하겠다’며 빗물 정수 시스템 등을 설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청소년 문제 심각성 느낀다면, 가족치료·폭력예방 등 전문가부터 늘려야”

리햐드 권더 도르트문대 명예교수 “당장 맹장수술을 받으러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문의를 찾아가겠죠. 위기 청소년을 다루는 건 그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굉장히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해요.” 리햐드 권더(65) 도르트문트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의 말이다. 리햐드 교수는 독일 내 위기 청소년 교육 전문가로, 독일의 ‘아동·청소년복지지원법’ 제정에 기여했으며 상주형교육시설 ‘하임(Heimerziehun ·우리나라 ‘쉼터’의 모델)’의 관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16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마련한 ‘2014년 독일 초청 학교폭력 분쟁조정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리햐드 교수를 만나 위기 청소년 문제를 함께 고민해봤다.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청소년과 독일 청소년을 비교해보면…. “한국 청소년들은 좋은 대학과 직업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고,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면 쉽게 좌절한다. 이 스트레스는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결과가 말해준다. 물론 독일에서도 학교폭력 등 청소년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사회가 느끼는 심각성은 그리 크지 않다. 독일 청소년들은 외적인 성공보단 가족이나 친구 같은 부분에 행복의 기준을 두는 편이고 사회에 대한 믿음도 강한데, 이런 분위기가 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준다.” ―독일에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예방과 시스템을 가장 중요시한다. 내가 사는 하겐(HAGEN)시는 학교에 경찰이 자주 드나든다. 사고가 나서 오는 경찰은 아이들이 싫어하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예방교육도 하면 서로 편해지고 긴밀해진다.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땐 학교·부모·청소년국(Jugendamt) ·경찰이 함께 움직이며, ‘교육상담”사회성 강화집단 프로그램”가족지원서비스”상주형교육시설(Heimerziehun)’ 등 청소년 복지지원 제도로 발 빠르게 연결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독일에선 어떤

[더나은미래·동그라미재단 공동기획] ‘비영리 리더스쿨’ 지면 강의 ① 비영리단체는 아직 ‘다윗’… ‘골리앗’ 넘으려면 협력으로 혁신해야

[더나은미래·동그라미재단 공동기획] ‘비영리 리더스쿨’ 지면 강의 ① “공익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부 기관이나 영리 기업에 비해, 공익 분야에는 종사자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동그라미재단은 비영리 중간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하고자 ‘비영리 리더 스쿨’을 기획했다. ‘비영리 리더 스쿨’ 2~5회차 강의 내용을 Q&A로 압축해 풀어본다. 상세내용은 공익 전문 온라인 저널 ‘더퍼스트(thefirstmedia.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비영리단체 종사자가 꼭 기억해야 할 경영 트렌드는 무엇인가. “산업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에 주목하라. 정유 회사의 라이벌은 전기 자동차 회사가 될 수 있고, 자양강장제의 라이벌은 커피가 될 수도 있다. 경쟁자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말도 되지만, 반대로 잠재적 시장에 내가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경쟁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무언가를 생각해내야 한다. 비영리단체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심리 싸움을 할 대상은 다름 아닌 후원자다.” -초경쟁 시대에 비영리단체는 어떤 전략을 시도할 수 있을까. “‘열린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각광받는 시대다. 모든 과제를 기업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애쓰지 말라.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해결할 수도 있다. 애플은 사용자 환경, 내부 디자인, 내부 설계 등 각각의 부분을 다른 업체들과 협력해 아이팟(ipod)을 개발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아직 다윗에 불과한 비영리단체들이 거대한 골리앗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자원에만 눈을 두지 말고, 외부와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 -비영리단체에 미션과 비전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정말

사회공헌 가치 극대화? 사회적기업을 보면 그 답이 보입니다

최태원 회장 ‘새로운 모색…’ 펴내 정부·지자체 지원금으로 만들어져 지역 저소득층 결식 아동들에게 나눠주던 도시락은, 맛과 영양, 판로를 개선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도시락으로 변모했다. 도시락 배달과 함께 저소득층 아이들을 일일이 찾아가고 챙기는 건 덤이다(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적은 위탁료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하는 사회적기업도 시작됐다(행복한학교). 사무·청소용품, 부품 등 20만 가지의 물품을 받아 계열사 내에 공급하던 ‘유통’ 기업은 노하우는 남기고 방향을 틀어, 사회적기업 제품을 유통하는 또 다른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났다(행복나래).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카이스트와 함께 국내 최초로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도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에 답이 있다”며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SK그룹에서 설립·지원하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이다. 지난 2009년, SK는 미래기획위원회와 노동부가 주최한 ‘사회적기업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자금 500억원을 조성해 사회적기업을 다각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개발·지원해오고 있다. 대기업에서 ‘사회적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뭘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발간한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그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2000여억원. SK그룹에서 매년 사회 공헌에 쏟아붓는 비용이다. 자원봉사와 프로보노 참여도 매년 진행한다. 그러나 이런 비용과 노력을 들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우리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사회문제 해결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더 좋은 곳에 자원을 사용할 수는 없는지 늘 고민이었다. 그 답을 ‘사회적기업’에서 찾았다. SK그룹과 같은 대기업에서 할 수 있는 건, 더욱 많은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지고 투자가 늘어, 그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