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장 보수적인 나라 아일랜드에서 낙태죄 폐지 이룬 힘은 하나된 목소리”

‘낙태죄’ 헌법소원 심판이 7년 만에 다시 열린다.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초 선고 예정인 이번 심판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가운데 무엇을 우선시 하느냐가 쟁점인 사안. 지난 2012년 ‘합헌’으로 결론 났던 헌법적 판단이 뒤집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심리 중인 조항은 낙태한 임부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형법 269조 1항)’와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270조 1항)’가 있다. 현재 국내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강간·준강간· 근친상간·유전학적 질환 등을 제외한 낙태 행위는 전면 불가다. 불법 낙태 시술을 받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하고, 시술한 의사 또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는 여성계와 시민단체들은 “낙태죄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의 몸을 통제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며, 낙태의 고통과 무게를 여성에게만 전가한다는 점”이라며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낙태죄 헌법소원 심판을 앞두고, 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낙태 비범죄화 캠페인·조사 담당관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2월 22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토론회에 참석한 그를 인터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속적으로 ‘낙태 비범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낙태가 비범죄화 되어야 하는 이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많다. 낙태 비범죄는 국제보건기구(WHO) 등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광범하게 인정되고 있다. 무엇보다 법적으로 낙태에 대한 규정은 낙태가 필요한 여성의 의지를 바꾸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안전한 낙태에 접근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여성의 건강, 안전, 자기결정권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들이 자신의 건강과 몸, 삶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 의료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기소에

“기술은 비인간적? 사회문제 해결하는 ‘가장 인간적인’ 설루션이죠”

’12년째 사회공헌 파트 이끈’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 대표 인터뷰 “사람들은 기술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술이야말로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인간적이고 우아한’ 설루션이죠.”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재클린 풀러(Jacquelline Fuller)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세계적 IT 기업인 구글(Google)의 부사장이자 구글의 사회 공헌 담당 기구인 구글닷오알지(Google.org)의 대표다. 2007년 입사한 뒤 만 12년째 구글의 사회 공헌 파트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만난 풀러 대표는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회사의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래리와 세르게이가 구글을 설립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바로 자선 활동과 사회 환원 활동이었다”면서 “구글닷오알지에는 구글이라는 회사의 ‘본질’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기술로 사회를 변화시키다 ―’구글’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구글닷오알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구글닷오알지는 2005년 설립됐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기계학습(머신러닝),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또 하나는 디지털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저소득층, 도서 산간 지역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디지털 사회와 디지털 경제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돕는 일을 합니다. 이 미션들을 이루기 위해 구글은 매년 순이익의 1%를 기부하며, 구글닷오알지는 이 기금을 세계 곳곳에 있는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데 씁니다. 연간 예산은 2억달러(약 2200억원) 정도입니다. 직원들의 자원봉사도 적극적으로 장려합니다. 자신의 시간과 지식을 나누고자

지구에 물 만드는 ‘화성인’… 맷 데이먼은 어떻게 자선활동가가 됐을까?

맷 데이먼(49)이 아프리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재단을 처음 세웠을 때 대중은 반신반의했다.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유명 배우,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젊은 인텔리의 우아한 취미쯤으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었다. 개의치 않고 뚜벅뚜벅 걸어온 세월이 벌써 13년. 이제 그를 ‘자선활동가’라고 소개하는 일은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의 레드카펫에 선 ‘제이슨 본’을 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다. 비영리활동가 게리 화이트와 함께 만든 ‘워터닷오알지(Water.org)’는 에티오피아·인도·페루 등 저개발국가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선봉장이 됐다.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앞둔 지난 19일 맷 데이먼을 전화로 만났다.   ◇영화 제작하며 물 문제에 관심…재단 설립으로 이어져 물에 대한 관심은 2006년, 사하라 사막에서 싹텄다. 당시 맷 데이먼은 울트라 마라토너 4명이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아프리카 국가의 물 부족 실태에 대해 알게 됐다. 가장 가까운 우물이 많게는 며칠을 걸어야 하는 곳에 있고, 아이들은 물을 긷느라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그는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른 제작자들과 함께 같은 해 10월 H20아프리카재단(H20 Africa Foundation)’을 설립해 아프리카의 물 부족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H20아프리카재단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물 관련 활동을 하는 다른 단체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했어요. 물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오며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단체를 수소문했죠. 그러다가 게리를 만났습니다.” 게리 화이트는 1990년부터 ‘워터파트너스(WaterPartners)’를 세워 저개발국가에 수도 시설을 공급하는 활동을 해온 물 문제 전문가다. 두 사람은 2008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클린턴글로벌이니셔티브(CGI)’에서 처음 만났다.

[공변이 사는 法] 난민법 숨은 공로자…”누구도 대비 못할 상황에서 목소리 내도록 돕는 게 내 역할”

[공변이 사는 法] 황필규 변호사 나이 오십줄에 접어든 중년의 변호사는 마치 소년 같았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51) 변호사는 “공익 분야는 무한대 시장이라서 할 일도 많고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우리나라 공익변호사 1세대로 꼽힌다. 공익변호사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2005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하자마자 공감에 합류해 15년을 보냈다. 당시 공감은 연수원 한 기수 선배 4명이 모여 만든 국내 최초의 공익변호사 단체였다. 공익소송 불모지인 한국에서 국제인권, 난민 활동 영역을 개척해 온 그를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공감 사무실에서 만났다. ◇운명처럼 마주한 ‘난민’, 인생 궤적이 바뀌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난민은 생소한 개념이었죠. 처음 난민 소송을 시작한 2005년만 해도 관련 판결문이 달랑 두 개밖에 없었으니까요.” 황필규 변호사의 첫 공익 소송은 난민 사건이다. 그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이유로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9명의 활동가를 운명처럼 만났다. 난민 신청을 한 건 2000년. 정부는 5년이 지나서야 심사를 시작해 불허 결정을 냈고, 이에 대한 이의신청은 기각됐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됐다. 2006년 1심 승소,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 확정을 받아낸 건 2008년이다. 변호사가 대리한 난민 사건에서 승소한 첫 사례였다. 이후 국회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난민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여론도 집중됐다. 덩달아 그도 바빠졌다. 지난 2013년 아시아 최초로 시행된 난민법 제정의 숨은 공로자도 황 변호사다. “지난해 예멘 난민 이슈로 한 차례 시끄러웠죠. 난민 활동은 그저 난민을 많이 인정하자는 게 아니에요.

“플라스틱 삼키고 죽어간 새 앞에서 분노하십시오, 그리고 행동합시다”

환경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미드웨이(Midway) 섬에서 앨버트로스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섬에 도착했을 때 어떤 장면을 보게 될지 예상은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섬에 도착해 배 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든 새끼 앨버트로스 수만 마리가 죽은 채로 바닥에 누워 있는 광경을 맞닥뜨렸을 땐.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죠.” 4년에 걸쳐 미드웨이 섬에서 앨버트로스들의 생애를 카메라로 기록한 미국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56)은 2009년 처음 미드웨이 섬에 발을 디뎠던 때를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전(展)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개막식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전시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작가를 만났다. 왼손 가운뎃손가락에서부터 손등을 가로질러 새겨진 앨버트로스 날개 모양 타투가 눈길을 끌었다. “2006년부터 미국의 대량소비문화로 인해 발생한 환경 문제를 고발하는 사진 작업을 해왔어요. 2008년에 환경운동가 친구와 함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공부하던 중, 한 생물학 연구원으로부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미드웨이 섬에 가서 죽은 앨버트로스의 배 속을 보라’는 말을 들었어요. 머릿속에서 ‘댕~’ 하고 종소리가 울리더군요.” 이듬해 미드웨이 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우선 눈 아래 펼쳐진 망망대해에 압도됐다. 그는 “이렇게 외딴 섬조차 플라스틱으로 오염됐다니 믿을 수 없었다”며 “몇 주밖에 안 된 새끼 앨버트로스 배 속에서 꺼낸 한 줌의 플라스틱 조각에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우리동네 혁신가들] ①공유부엌·공유주택·커뮤니티바까지…소셜벤처 ‘블랭크’

우리동네 혁신가들 신축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모인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이곳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 청년들이 있다. 소셜벤처 ‘블랭크’다. 블랭크는 2013년부터 상도동 내 유휴공간을 공유부엌·공유주택 등으로 탈바꿈시켜왔다. 주민들이 밥 또는 일을 매개로 모이는, 기존에 동네에서 볼 수 없던 공간들이다. 지난 10월에는 네번째 공간인 커뮤니티 바 ‘공집합’도 오픈했다. 동네 주민이 일주일에 하루 바텐더로 나서고, 동네 이야기를 담은 잡지와 굿즈도 판다. 블랭크의 김요한, 문승규(32) 공동대표를 공집합에서 만났다. “상도동은 몇십 년간 한 곳에서 살아온 동네 토박이가 많은 동네예요. 최근 5년 사이에 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 층의 유입도 늘고 있죠. 다양한 세대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문승규 대표)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던 문승규 대표는 2012년 ‘서울 마을만들기 공모전’을 통해 상도동과 인연을 맺었다. 주민들과 함께 워크숍을 하고 동네에 공원이나 가로등을 세우는 아이디어로 금상을 받은 것. 이후 아이디어가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인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실현되면서는 사업 연구원으로 주민들을 만났다. 문 대표는 “연구원 시절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은 정작 느리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다”며 “우리가 주체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상도동으로 이사를 와 공간을 열었다. 블랭크의 1호 공간인 ‘청춘플랫폼’이다. “서울시 사업 당시 사무실로 쓰면서 주민들과 밥을 먹던 공간이 사업이 끝나면서 비워져 있더라고요. 서로 반찬도 나눠 먹고 밥도 해먹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커뮤니티 부엌을 열게 됐어요.” 부엌이 갖춰진 청춘플랫폼에서 상도동 주민들은 ‘밥’을 먹으며 만났다.

“임팩트 투자로 ‘제2의 파타고니아’를 육성합니다”

[인터뷰] 파타고니아의 임팩트 투자 펀드 ‘틴쉐드벤처스’의 필 그레이브스 총괄 디렉터 칠레 바다에서 건져 올린 폐그물로 스케이트보드를 제작하는 ‘부레오’, 대초원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버펄로 방목업을 하는 ‘와일드아이디어버펄로’, 슈퍼마켓에서 팔고 남은 식품으로 액체비료를 생산하는 ‘캘리포니아세이프소일’, 대형 빌보드 광고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레어폼’…. 틴쉐드벤처스(Tin Shed Ventures, 이하 TSV)가 투자한 벤처기업들이다. TSV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설립한 임팩트 투자 펀드다.  2013년 CEO로 취임한 로즈 마카리오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신생 벤처에 투자하기 위해 2000만 달러(약 223억원) 규모의 ‘20밀리언달러앤드체인지’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가 3년만에 소진되자 파타고니아가 기금 제한을 없애고 새로 만든 것이 TSV다.   두 펀드로 파타고니아는 지난해까지 벤처기업 14곳에 7500만 달러(약 838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11일 파타고니아 행사 참석차 방한한 필 그레이브스 TSV 총괄 디렉터는 “비즈니스로 환경 위기에 대응하려는 ‘제2의 파타고니아’를 여럿 만들어내는 게 TSV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제2의 파타고니아 육성해 환경 보호 비즈니스 생태계 키운다 “TSV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실천하는 기업들을 발굴해 그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뿐 아니라 파타고니아의 기술·상품 개발 노하우, 사업 네트워크 등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임팩트 투자를 하는 이유는 미래의 협업 파트너가 될 ‘제2의 파타고니아’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포부를 안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투자를 결정할 때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는가’를 가장 면밀하게 살핍니다. TSV는 사회적 가치를 10, 경제적 가치를 90만큼 창출하는 기업보다 사회적 가치를 90, 경제적

“기부, 별것 아냐…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세상 바꿀 수 있다오”

순탄치 않은 인생이었다. 정봉호(71)씨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병으로 아내를 잃고 홀로 어린 두 자식을 키웠다. 가진 건 튼튼한 몸뚱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건설 현장에서 2년간 건물을 지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사무용품 제조회사, 출판사 세일즈맨, 운전기사, 기관차 선로 조차(操車) 관리인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일흔 살이 넘어서야 치열함이 가고 편안함이 찾아왔다. 자식들은 제 앞가림을 할 정도로 잘 자라줬고, 부유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여유도 생겼다. 그제야 주변을 돌아볼 마음이 생겼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그는 국제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아가 ‘유산기부’를 약속했다. 전 재산인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한 채와 예금 등을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국경없는의사회의 첫 유산기부자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약속을 확실히 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유언 공증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 데 4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정씨를 지난 11일 만났다.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한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 버는 일만 생각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장성하니, 아내 생각이 많이 났어요.” 지난해 여름, 우연히 국경없는의사회를 알게 된 정씨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곧바로 단체에 전화를 걸어 유산기부를 약속했다. 자식들도 아버지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애들한테 말했더니 ‘아버지가

“작은 조직들 연대하면 큰일 가능… 정책·제도·기업 육성·복지 등 다양한 고민 나눌 것”

소셜벤처들의 연대 ‘임팩트얼라이언스’ 조직한 김재현·허재형 대표 동맹과 연합을 의미하는 ‘얼라이언스(Alliance)’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던 국내 소셜벤처들도 처음으로 연대를 선언했다. 이달 공식 출범한 ‘임팩트얼라이언스(Impact Alliance)’는 국내 최초의 소셜벤처 협의체다. 루트임팩트, 크레비스파트너스,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임팩트스퀘어, 마리몬드, 베어베터, 위누, 위커넥트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업계의 대표 주자들이 지난해 11월 준비위원회를 꾸려 밑그림을 완성했다. 지난 22일 ‘주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만남의 장소는 소셜벤처 밸리라 불리는 서울 성수동. 준비위원장인 허재형(37) 루트임팩트 대표와 정책위원장인 김재현(37)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는 “준비위원회가 꾸려진 건 2개월밖에 안 됐지만, 논의가 시작된 건 2년 정도 됐다”면서 “성수동 CEO 4인방의 친목 모임에서 임팩트얼라이언스의 싹이 텄다”고 말했다.  ◇작은 조직들의 연대, 임직원 복지 개선하고 생태계도 키울 수 있어     –성수동 CEO 4인방은 누구인가. 허재형: “우리 두 사람과 한상엽 에스오피오오엔지 대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이렇게 네 사람이다. 2017년부터 넷이 수시로 모임을 가졌다. 특별한 어젠다 없이 2~3주에 한 번씩 만나 근황도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넷 다 소셜벤처 투자나 인큐베이팅, 컨설팅 등을 하고 있어서 잘 통했다. 업계의 문제점과 고민을 공유하며 소셜벤처들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주로 어떤 고민을 나눴나. 김재현: “국내에 소셜벤처가 등장한 게 2005년 소셜벤처대회가 열리면서다. 역사가 14년이 됐다. 하지만 우리가 모임을 시작한 2017년 초반까지도 소셜벤처를 위한 정책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공공의 지원 없이 각자 노력하면서 만들어온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에 해가 되지 않는 방식 찾아… 더 ‘비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죠”

‘아무튼, 비건’ 책 펴낸 김한민 작가 라쿤 털이 달린 구스다운 패딩 점퍼를 보면 마음이 아프고, 치맥 파티가 장례식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에서 얻은 것은 먹지도, 입지도, 바르지도 않는 ‘비건(Vegan)’이다. 비건들은 고기는 물론 해산물·유제품·달걀도 금하는 완전 채식을 고수한다. 가죽·모피·양모 등 동물성 섬유로 만든 의류, 동물 실험을 거치거나 동물에서 채취한 성분이 첨가된 화장품은 사지 않는다.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비건의 일상은 고난의 연속이다. 밖에서 밥 한 끼 먹으려면 채식 메뉴를 찾아 헤매고, 옷 한 벌 살 때도 소재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작가 겸 번역가 김한민(40)씨가 최근 펴낸 책 ‘아무튼, 비건’에는 이들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김씨는 “비건으로 살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면서 “비건 문화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난 지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비건이 되기로 결심한 건 2010년 구제역 파동 때 돼지 생매장 작업을 했던 어느 공무원의 글을 읽고 나서다. “살기 위해 땅을 파고 밖으로 나오려는 돼지를 다시 삽으로 내리쳐 묻었던 잔혹한 현장을 알게 된 이상 더는 돼지고기를 입에 댈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와 착취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비건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건강도 좋아졌다. 신선한 채소 중심으로 식사를 하다 보니 군살이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자잘한 병치레도 없어졌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무엇보다 편해진 건 ‘마음’이죠. 동물과 지구를 위해 무언가 실천하고 있다는 보람, 추구하는 가치와 일상이 일치되면서 오는 평온함으로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인공지능 기반 한글교육 앱으로 교육 격차 해소합니다

한글교육 앱 ‘소중한글’ 만든 홍창기 H2K 대표 인터뷰  학습부진과 언어지연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사람들이 있다. 소셜벤처 H2K(에이치투케이)는 아이들이 손쉽게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 ‘소중한글’을 개발, 국내 아동의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H2K는 ‘Happiness to Kids’의 줄임말로,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한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창기(35) H2K 대표는 “기술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지난 2016년 카이스트(KAIST)에서 전산학 박사과정을 밟던 그는 같은 학교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과정 중이던 김우현(33)씨와 의기투합해 새로운 일을 꾸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배운 공학적 지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 것. “언어재활사로 일하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뜻밖에 좋은 아이템을 발견했어요. 언어치료 교육비가 1년에 500여만원에 달하지만, 교육 효과는 별로라는 얘길 들은 거죠. 아동이 치료실 밖에서도 효율적으로 언어를 배울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은 관련 시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던 중 언어발달 지연과 학습부진을 겪는 아동의 숫자가 꽤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홍 대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통계를 보니 한글을 못 떼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이 전체의 20%인 54만명(2015년 기준)에 달했다”면서 “특히 저소득층, 다문화 아동의 경우 학교 수업 말고는 한글을 접할 기회가 부족해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을 손쉽게 익힐 수 있는 교육용 앱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듬해인 2017년 6월, 소셜벤처 H2K를 창업하고 앱 개발에 착수했다. 임팩트투자사 소풍(Sopoong)의 시드 투자를 마중물로, 현장의 특수학교 및 초등학교 교사, 언어재활사, 학부모 등을 만났다. “현장에

“30여 국에 ‘브릭’ 기부…창의적 놀이 문화 전파하죠”

[인터뷰] 프리야 베리 소호 임팩트 재단 이사장  “21세기에 갖춰야 할 능력으로 4C를 꼽습니다.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이죠. 이 4C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바로 ‘놀이(Play)’입니다.” 프리야 베리(Priya Bery·43) 소호 임팩트(Soho Impact) 재단 이사장은 “창의적인 놀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체인지 메이커로 키워내는 것이 소호 임팩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소호 임팩트는 국내 게임회사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가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전문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한 비영리재단이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네팔·몽골·방글라데시 등 놀이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의 아이들에게 ‘브릭(블록 장난감)’을 기부하는 활동을 한다. 국내 파트너 기관들과 놀이 관련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베리 이사장을 지난 6일 만났다. 소호 임팩트가 올해 전 세계 30여 개국에 기부한 브릭 수는 670만여 개에 달한다. “왜 하필 브릭이냐고요? 브릭은 누구나 쉽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에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브릭을 가지고서 이것저것 만들어냅니다.” 베리 이사장은 세계경제단체연합(GBC)의 에이즈 퇴치 팀과 미국 버진(Virgin) 그룹이 세운 버진 유나이트 재단을 거쳐 저개발국가에 신발을 기부하는 사회적기업 ‘탐스(TOMS)’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소호 임팩트 재단 이사장으로서 더 많은 어린이가 ‘브릭 놀이’를 통해 창의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STEAM 교육으로 유명한 미국의 ‘투빗서커스(Twobitcircus) 재단’은 현지 학교 130여 곳에 브릭 놀이를 활용한 STEAM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이매지네이션닷오알지(imagination.org)’는 아이들이 브릭과 종이상자를 이용해 아케이드 게임기(오락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