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호 서울대 교수 인터뷰
미세먼지, 층간 소음, 우울증, 자살…. 2018년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로 개인과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비용’은 얼마나 될까. 국내에서 최근 환경·보건 분야의 사회문제들의 사회비용을 총괄 조사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그동안 개별 사회비용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이를 한데 모아 정리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연구는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가 후원하고 사회성과보상사업 운영 기관인 팬임팩트코리아의 주관으로,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지난 6~8월 진행했다. 연구 책임자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경제학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미세먼지,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구는 환경과 보건 분야 사회문제 중에서 ▲대기 ▲폐기물 ▲물 ▲소음 (이상 환경) ▲중독 및 정신건강 ▲비전염성 질병 ▲보건 서비스 ▲기타 질환(이상 보건) 등의 사회비용 자료를 취합해 정리했다.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성과보상사업(SIB) 등 공공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의 관심 분야를 설문했고, 정부 대책을 참고해 우울증, 층간 소음 등 최근 화두인 사회문제도 더했다. 홍종호 교수는 “설문 결과 공무원들은 공공사업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효과성을 검토하는 데 사회비용 자료를 활용하고 있었다”며 “눈에 보이는 수치가 있으면 공무원들이 달성할 정책적 목표가 분명해지고, 예방적 정책을 써서 사전에 사회문제에 따른 비용을 줄이도록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사회문제가 발생시키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환경 분야는 보통 사람들이 특정 문제로 인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지불하겠다고 응답한 금액(지불 의사액)에서 이를 추정한다.
연구 결과 자동차 배출 가스(CO, NOx, SOx, VOC, PM2.5)는 5개 오염 물질이 골고루 10%씩 줄었을 때, 사회 전체에 1682억원의 편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1g을 줄이는 데 지불 의사액이 781.31원에 달했다. 현재 조기 폐차 대상인 2002년식 소형 경유차가 하루에 내뿜는 초미세먼지의 양이 4g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한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선 가구당 연간 82500원을,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는 데는 연간 약 5만4442원을 내겠다고 답했다.
보건 분야는 금액이 훨씬 커진다. 30년 넘게 국내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암은 투병 중 의료비와 사망 후의 사회적 손실이 무려 연간 16조6819억원에 달한다. 역시 고질적 사회문제인 자살은 한 사람이 연간 6조4480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우울증 환자는 의료비에 간접적 생산성 저하 등을 합쳐 연간 3조3873억원이나 됐다. 자살은 주위의 5~10명에게 영향을 주고, 가족 구성원의 자살은 자살 가능성을 4.2배 높인다는 결과도 있다. 지난 7월 정부가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까지 내놨던 비만 문제는 연간 9조1505억원이나 되는 사회비용이 발생한다. 치매 환자는 연간 2조8000억원에 달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수치화…사회에 경각심 줄 수 있어
홍종호 교수는 “환경 문제 사회비용은 폐기물 시장처럼 시장에서 뽑을 수 있는 수치도 있지만, ‘맑은 공기를 위해 얼마만큼 돈을 쓰겠다’처럼 심리적 수치를 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추정법만 10가지가 넘는다”며 “자살이나 우울증 등도 한 사람의 고통을 넘어서서 가족과 주위의 고통, 의욕과 생산성 상실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을 수치화하는 것이라 사회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공공사업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면 비용이 편익이 되는 것”이라며 “사회적 헌신이 아닌 투자할 가치가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을 설득하고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회성과보상사업(SIB 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기초 자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성과보상사업이란 공공사업을 민간의 투자로 진행한 뒤, 사업의 성과가 발생했을 때에만 정부가 보상하는 유형의 사업을 말한다. 홍종호 교수는 “사회성과보상사업은 민간의 자본과 창의로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화두인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기업도 사회공헌 사업 등의 성과를 측정해보고 바깥에 알리는 데도 사회비용 자료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공공 영역에 우선 제공되고, 팬임팩트코리아가 내년 구축을 준비 중인 온라인 통합 포털(가칭 ‘사회성과정보센터’)을 통해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는 “현재 서울대와 서울시, 협의회 등과 MOU를 맺어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보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올해 하반기엔 ‘저출산’을 주제로 두 번째 사회비용 연구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hon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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