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컴패션 취재_백이선 후원자] “故 스완슨 목사님이 그랬던 것처럼 후원 아이들 모두 손자·손녀처럼”

한국전쟁으로 부모·형제 잃었지만 스완슨 목사 도움으로 대학까지 마쳐 후원금 외에 생일잔치·건강검진 등 “내가 받은 사랑만큼 갚아나갈 것” 세부시 남쪽 ‘로레가 성 미구엘 공동묘지’에 자리 잡은 무덤마을. 이곳에는 1만3000여명의 도시 빈민이 살고 있다. 1970년대, 집도 돈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공동묘지 내 비석과 비석 사이에 판자를 대고 함석을 얹어 집을 지은 것이 마을의 시작이다. 우리에게 리조트로 유명한 세부지만, 리조트에서 불과 20~30분 너머의 현실은 처참했다. 집들과 비석들이 한데 뒤엉킨 곳. 마약과 범죄, 매춘, 아동학대가 들끓는 무덤마을. 지난 11일 백이선(70) 후원자는 필리핀 ‘손자’ 리오넬(10)을 만나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덥고 습한 날씨지만, 손자를 위한 선물로 가득한 여행가방을 손에 꼭 쥔 채 말이다. 컴컴한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불쾌한 냄새와 탁한 공기 탓에 저절로 기자의 손이 코로 갔다. 하지만 백 후원자는 가슴을 꾹 눌렀다. 60년 전 어린 시절이 불쑥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그는 부모와 형제·자매를 모두 잃었다. “부모님과 형제를 어떻게 잃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얼굴도 전혀 기억나지 않죠. 가족도 없고 집도 없으니, 하수구로 흘러내려 가는 수제비나 밥풀 찌꺼기를 주워 먹고, 길에서 잠자고…. 그렇게 살았죠.” 전쟁은 그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거리를 배회하던 그는 마산애육원에 가서야 몸을 뉠 곳을 찾았다. 강냉이 죽일지언정 먹을 것도 생겼다. 낮에는 고아원 옆 작은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했다. 가냘픈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하던 즈음, 그에게 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1952년

“뒤늦게나마 사회에 내 능력 환원할 수 있어 기쁩니다”

시니어 봉사자 오랜만에 봄날다운 포근한 날씨를 보이던 지난 13일, 인사동의 한 찻집에 어르신 네 사람이 모였다. 보건직 공무원으로 청춘을 바쳤던 이상수(63)씨, 고등학교 과학교사로 시작해 35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영출(66)씨, 간호사가 된 지 40년이 다 된 신정숙(61)씨, 독일에 있는 한국학교 전체를 관장했던 교육외교 공무원 출신 박종화(66)씨다. 얼핏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네 사람의 인생사를 들어보면 한 가지 접점이 있다. 바로 ‘시니어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살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하며 ‘제2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었다. 동그랗게 둘러앉은 4명의 어르신 중 유일한 여성인 신정숙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시니어 봉사자는 내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요.” 간호사였던 그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다가 퇴직 후 여러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 의료 봉사활동 기회가 많았던 신씨지만 은퇴 이후에는 의료와는 관계없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 사람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퇴직 후 한 종교 단체에서 설거지 봉사를 제일 먼저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만족감이 크지는 않았다. 신씨는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봉사하는 나도, 봉사 받는 사람도 더 만족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형 데이케어센터에서 치매노인을 돌보거나 종교단체 산하 복지원에 있는 환자들을 돌보는 등 여러 가지 의료 관련 시니어 봉사를 하고 있다. 신씨는 “30년 넘게 간호사 생활을 했는데

파도 타고 세계로 움직이는 병원 중남미 넘어 아시아로…

병원선 ‘머시쉽’ 대표 돈 스테판스 부부 세계적인 의료봉사 단체 ‘머시쉽(Mercy Ships)’의 돈 스테판스(Don Stephens, 65)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1978년에 설립된 이 단체는 배에 모든 의료장비를 갖춘 ‘움직이는 병원’을 운영한다. 지금까지 이 병원선(病院船)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은 사람은 무려 290만명에 달한다. 70개가 넘는 나라들에서 진행한 의료봉사 활동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9457억원. 매년 배에 올라타는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봉사자만도 1500여명이다. 이러한 머시쉽의 헌신에 라이베리아, 감비아 등 방문국 대통령들은 “국민 모두를 대표해 머시쉽 봉사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직접 배에 올라 감사 인사를 전하곤 한다. 돈 스테판스 대표가 ‘머시쉽’의 꿈을 품은 것은 셋째 아들 존 폴(John Paul)이 태어난 1976년이다. 뇌성마비를 지니고 태어난 아들은 평생 혼자 힘으로 먹지도, 씻지도 못할 운명이었다. “아들은 우리 눈을 뜨게 해 주었어요.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말이죠. 너무 가난해서 아무런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음에 품게 되었죠.” 병원선에서 직접 간호사로 활동한 아내, 디온 스테판스(Deyon Stephens, 64)가 당시를 떠올렸다. 부부는 아들이 태어난 지 2년 후인 1978년, 은행에서 100만달러를 대출받아 첫 번째 배를 샀다. 수술실, 진료실 등을 비롯한 의료시설과 장비를 위해서 모금 활동을 펼쳤다. 함께 할 봉사자도 모집했다. 그렇게 첫 번째 병원선 ‘아나스타시스(Anastasis)호’가 만들어졌다. 부부는 아예 배에서 살면서 직접 의료봉사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갔다. 드디어 배를 준비한 지 4년 만인 1982년. 첫 항해를 시작해 과테말라에서 의료봉사를 펼칠 수 있었다. 당시 저개발국가의

“나의 상처 드러내니 아이들과 소통 더 쉬워졌죠”

휴넷에 재능기부하는 정린 대표 “스무 살까지만 살 거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6년씩이나 더 살려고? 진짜 죽으려고 해본 적은 있니?’라고 되물어요. 그러면 아이가 좀 누그러져서 제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죠” 지난 11일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휴넷 사무실에서 만난 정린커뮤니케이션 정린(44) 대표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웃으면서 말했다. 정린 대표는 직장인 경영교육 전문업체인 휴넷에서 주니어성공스쿨 강의를 맡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강의는 휴넷 근처에 있는 ‘파랑새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저소득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휴넷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매출액의 3%만큼 소외계층에게 강의를 기부하는 ‘오렌지 프로젝트’를 하는데, 정린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정린 대표는 “아이들의 본심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내가 아이들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느끼면 아이들이 스스로 변한다”며 “강의가 끝나면 모든 아이들이 나와 포옹을 하고 가는 것이 원칙인데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린 대표가 아이들에게 잘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어렸을 적 받았던 상처들 덕분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고문관 역할을 했던 정린 대표의 아버지는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와 세 오빠를 때렸다. 아버지가 받은 전쟁의 상처를 가족 모두가 떠안은 셈이다. 어린 정린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교회에 가서 아버지를 얼른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는 일밖에 없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상처받은 아이들과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정린 대표는

[착한카드의 차별성] 아까운 수수료 줄이고소멸 포인트는 없애고

매달 금융수수료만 수천만원 착한카드는 비영리단체 수수료 면제 보건의료·미혼모 돕기 등 원하는 후원 분야 지정할수도 착한카드 캠페인이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나면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착한카드를 만드는 방법이나 ‘착한카드 봉사단’ 등의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법을 묻는 독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착한카드 소지자에게 할인이나 선물을 제공하는 ‘착한가게’가 되겠다는 개인 사업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착한카드 캠페인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하나SK카드·월드비전·국제기아대책·굿네이버스, 한국컴패션·(재)바보의 나눔 등 국내의 대표적인 비영리 단체 5곳이 함께 하는 기부문화 확산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신용카드인 ‘착한카드’를 만들면 연회비 5000원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5000원을 매칭기부하고, 착한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포인트가 자동 기부되는 ‘생활 속 나눔 캠페인’이다. 착한카드를 이미 만든 독자들은 착한카드가 가진 장점에 대해서 망설임 없이 답했다. 한국컴패션 후원자이자 착한카드 소지자인 최지은(29)씨는 “기부할 마음은 있는데 매달 돈을 내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는 착한카드가 나눔을 시작할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며 착한카드를 추천했다. 하지만 여전히 착한카드가 가진 차별성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독자도 있었다. 다른 카드와 비교했을 때 착한카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비영리 단체의 후원자가 착한카드로 정기 후원금을 납부할 때’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비영리 단체의 정기 후원자가 후원금을 납부하는 방법으로는 지로용지·계좌이체·신용카드 등이 있다. 후원자가 어떤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비영리 단체는 정기 후원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따로 떼어 금융결제원, 신용카드 결제중계업체(VAN사), 신용카드사 등에 지불해야 한다. 후원자가 지로를 이용할 때는 최저 80원에서 최대 400원을, 계좌이체를 이용할 때는 최저 3원에서 140원 정도를

“일자리 구하기와 아이들 교육지원이 제일 절실해요”

결혼이민여성들이 진짜 원하는 지원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6년, 여성가족부가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만들면서부터다. 결혼이민여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5년 전에는 이들이 한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결혼이민여성이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 정착하고 다문화가족을 이룬 채 살아가는 요즘에는 이들의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11년 현재를 살아가는 결혼이민여성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다문화가족 지원은 무엇일까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결혼이민여성에게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언어문제(22.5%), 경제적 어려움(21.1%), 자녀교육(14.2%)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국에서의 거주기간이 길어질수록 언어문제로 겪는 어려움은 줄어들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교육으로 힘들어하는 결혼이민여성이 많았다. ‘2009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가족이 진짜로 원하는 지원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취업지원과 자녀교육 지원이었다. “일자리 구하는 거랑 애들 교육하는 게 제일 어렵죠.” 다문화가족네트워크 ‘물방울나눔회’의 회장인 와타나베 미카(49·일본·결혼 23년차)씨와 회원인 베로니카 카야소토도라배로니캬(32·페루·결혼 12년차), 왕리영(38·중국·결혼 3년차)씨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한국어도 어느 정도 되고 한국생활에도 잘 적응한 베로니카씨는 현재 다문화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다문화를 알리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처음에 하고 싶었던 일은 쥬얼리 디자이너였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하는 쥬얼리 만들기 강좌를 들으면서 쥬얼리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베로니카씨는 강좌가 폐강되는 바람에 그 꿈을 접었다. 센터에서 하는 강좌 가운데는 이처럼 몇 개월 하고는 사라져버리는 강좌가 많다. 그나마 그런 강좌들도 취업, 창업 교육이라기보다는 비즈공예, 퀼트,

[Cover story] 굿네이버스 20주년 100번의 새로운 ‘도전’… 20년 만에 일궈낸 ‘기적’

굿네이버스의 성공 비결 1. 비전 공유 통한 인재 육성 2. 투명성·전문성 등 국제 감각 3. 앞선 계획과 끝없는 도전 세계적인 구호단체의 상당수가 한국 전쟁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국 땅을 밟았던 선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스러져가는 생명 앞에서 오열했고,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모금을 시작했다. 월드비전·컴패션 등의 역사가 이 땅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토종’ 구호단체가 나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스스로 도울 힘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91년, 굿네이버스가 ‘한국이웃사랑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토종’ NGO의 성공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굿네이버스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회원 수 33만1456명(월 1만원 후원자 기준), 사업비 482억여원(2009년 기준), 국내 44개 지부와 해외 28개 지부를 둔 초대형 조직으로 거듭났다. 매년 20~30%의 초고속 성장세를 거둔 셈이다.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은 그 성공 비결을 크게 3가지로 꼽았다. ①비전 공유를 통한 인재 육성 ②투명성·전문성 등의 국제 감각 ③앞선 계획과 끝없는 도전이다. “처음 8명으로 시작했던 굿네이버스가 이만큼의 성장을 거두는 동안 100번이 넘는 새로운 도전을 했습니다. IT 붐을 보면서 인터넷을 통한 모금을 시도했고, 돈 있는 사람이 그저 자선의 의미로 돕는 게 아니라 왜 우리가 나눠야 하고 세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사회개발교육을 시작했습니다. 100번의 도전 중 90% 이상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굿네이버스가 인터넷을 통해 시작한 ‘100원의 기적’ 프로젝트는 지금까지도 가장 성공한

“사고 후 지체장애 판정… 봉사하면서 마음이 더 건강해졌죠”

경희대 정영현씨 3년째 월드비전 자원봉사 “정신적으로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자원봉사가 저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들 기회가 되겠구나 싶었죠.”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경희대 경영학과 정영현(25)씨는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새하얀 피부에 검은 테 안경을 쓴 정씨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지체장애 1급이라고 했다. 정씨가 장애를 갖게 된 것은 2006년 1월, 수능을 치고 나서 대입 논술고사를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목이 부러져 목 아래로 몸이 마비됐고, 눈을 다쳐 시야까지 좁아졌다. 그나마 양팔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느라 대입논술은 포기해야 했다. 정씨는 그 후 1년 3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다. 스무 살의 봄은 병원에서 맞았다. 주먹을 쥐지 못하는 손으로는 실험도 할 수 없어 ‘신약개발연구원’이 되겠다던 꿈도 접었다. “사고 후 ‘죽고 싶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옆에서 계속 우는 엄마와 가족들을 보면서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왕 살 거면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때부터는 모든 일에 적극적이 됐고요.” 정씨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2008년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9학년도에 경희대 교정을 밟았다. 대학에 입학한 후 그는 무엇보다 자원봉사에 열심이었다. 정씨는 올해로 3년째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비전에서 편지번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후원 아동들이 후원자에게 보낸 편지를 번역하는 것이 그가 맡은 역할이다.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다 보면 저까지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에요. 아이들이 ‘후원자님 덕분에 꿈을 갖게 됐고, 공부도

“지역사회가 자생력 갖도록 교육과 컨설팅 지원하겠다”

김재현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CB시범사업단’ 작년 9월 출범 ‘간세인형’ ‘성미산 마을’처럼 지역 스스로가 문제해결해야 요즘 뜨는 제주도 관광코스 ‘제주올레’에 가면 특별한 기념품을 볼 수 있다. 버려지는 옷과 자투리 천을 이용해 만든 조랑말 인형인 ‘간세인형’이다. 제주의 상징인 조랑말 모양으로 만들어진 간세인형은 관광객들 사이에 꽤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간세인형 판매수익의 3분의 1이 이 인형을 만드는 18명의 제주지역 여성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다. 평생을 집안일만 하며 살아온 제주 지역 여성들은 간세인형을 만들면서 수입도 올리고, 자신이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간세인형 공방사업’은 제주 지역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사업이다. 간세인형을 판매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안은주 사무국장은 지난달 22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커뮤니티비즈니스 국제심포지엄에서 “몇십년을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분들이 공방에서 형형색색의 천을 늘어놓고 디자인을 서로 상의하는 모습이 일류 디자이너 못지않아 보여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간세인형 공방사업’처럼 지역사회의 현안을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는 기업형 사업체를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라고 한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과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다. 작년 9월 정식 출범한 ‘커뮤니티비즈니스 시범사업단(이하 CB시범사업단)’은 커뮤니티비즈니스라는 새싹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CB시범사업단은 지난해 전국의 커뮤니티비즈니스를 꿈꾸는 47곳의 사업지원신청을 받아 그 중 10곳을 선정했다. CB시범사업단은 이들을 위해 지역자원을 조사하거나 인재육성교육을 하거나 상품개발

“ISO26000 전문 참고도서 발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 향상 기대”

김기태 GS칼텍스 대외협력부문 상무 국내 기업들에 사회 책임 이행이란 아직 낯선 분야다.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하거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마다 알음알음 다른 기업의 관계자를 찾아 비공식적인 질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관행이 안타까워 사회 책임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업이 있다. GS칼텍스의 사회 공헌을 총괄하는 김기태<사진>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함께 성장해야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발표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가이드 라인인 ISO26000에 관한 책을 펴낼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수년 전부터 ISO26000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수집해 왔다. 작년 6월부터는 별도의 TF를 조직해 대응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년 11월 외부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ISO26000에 근거한 GS칼텍스의 사회 책임 진단지표를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 2월 ISO26000 대응전략 수립을 마무리했다. 이번에 개발한 진단지표는 지식경제부의 지속 가능경영 포털 사이트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노한균 교수가 집필한 ‘ISO26000을 통해 사회 책임 살펴보기’라는 전문 참고도서도 3월 중에 출간할 예정이다. 다른 기업이나 조직에서 활용한다면 사회 책임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했던 사회 공헌 프로그램 평가지표도 공개했었다. “우리의 사회 공헌이 효과적인지, 효율적인지 알고 싶어 지표 개발을 결심했다. 평가지표가 있어야 우리의 모습을 보고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운 평가지표가 나왔고, 다른 기업들도 이 지표를 적용하면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겠다고 판단해 공개했다.” ―’함께 수준을 높이겠다’는 점에서 사회 책임과 사회 공헌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께서 현재 지속발전가능기업협의회(KBCSD)의

주영훈·이윤미 부부의 생활 속 나눔

선물을 ‘착한카드’로 구입하면 사랑·나눔까지 선물할 수 있죠 어느덧 돌을 맞는 딸아이 아라에게 좋은 옷도 입히고 싶고 예쁜 장난감도 사주고 싶은 주영훈(42)·이윤미(30) 부부는 옷과 장난감뿐만 아니라 사랑과 나눔에 대해서도 함께 선물하고 싶어 ‘착한카드 캠페인’에 참여했다. ‘착한카드 캠페인’은 착한카드를 발급할 때 연회비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5000원 매칭기부금이 기부되고, 사용할 때마다 최대 3% 적립되는 포인트가 모두 기부된다. 주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제 아버지가 6·25 전쟁고아였어요. 배고프고 춥고 외롭던 그때, 아마 누군가의 도움으로 저희 아버지가 컸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저는 그다지 다른 사람, 소외된 이웃, 가난 속에 고통받는 지구촌 아이들에 대해 잘 몰랐어요. 관심도 없었죠. 그저 저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2007년, 한국컴패션을 알게 됐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외롭고 우울하던 시절에 한국컴패션을 만났다. 자신이 마주하는 문제들, 어려움들만 생각하며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던 그때, 그렇게 눈을 돌린 곳에 아이들이 있었다. “꼭 60년 전 내 아버지와 같은 그 모습이었어요. 저 혼자만 생각할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불평하고 억울해할 때가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어린이 후원을 시작했다. 기부를 시작하면서, 봉사를 시작하면서 삶도 바뀌었다. “감사가 시작되었어요. 사실 제가 그렇게 우울했던 건 기쁘지 않기 때문이고, 기쁨이 없는 건 감사가 없어서였거든요. 항상 갖지 못한 것만 바라보며 산 거죠. 그런데 가진 것 하나 없는 아이들이, 허름한 흙집에 살며 변변한 신발도 없어 새까만 맨발로 다니면서도 ‘감사’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죠. ‘내가 얼마나 감사할 것이 많은가’를요. 그렇게

여성 리더에게 리더십을 묻다_”일은 강하게, 사람에겐 부드럽게… 배려의 리더십 통하더군요”

박윤아 강남세브란스 외과 교수, “마음으로 다가가야 사람은 따라옵니다” 박기정 롯데백화점 이사, “지시가 아닌 부탁 조직을 움직이더라고요” 홍승현 검사, “나만의 전문성 키우고 조직문화 전반을 살펴야” 김주연 한국 P&G 상무, “멀티태스킹에 능한 여성 비즈니스도 두각 보이죠” 양진옥 굿네이버스 본부장, “사업마다 새로운 기획 일에 대한 열정은 필수”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자신의 일에 혼을 담아 열정적으로 행동하세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여성 리더십은 권위적이고 강한 카리스마를 내세운 기존의 리더십과는 달리 감성적이고 구성원들을 배려하며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리더십 유형을 말한다. 여성의 날을 맞아 의학, 법조, 기업, 문화예술, 사회복지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여성 리더들을 만나 그들이 현장에서 배운 여성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편집자 주 여성 리더십이 기존의 리더십과 가장 다른 부분은 ‘부드러움’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오너 일가를 제외한 롯데그룹의 첫 여성임원이 된 롯데백화점의 박기정(47) 이사는 “여성 리더십은 부드러우면서도 당당한 힘을 가진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디자인과 패션 기획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왔다. “패션은 재단에서 포장까지 모든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맨 아래 직급의 직원에게까지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어요. 남성 리더들이 하듯이 ‘지시’하는 게 아니라 ‘부탁’하듯이 부드럽게 말했죠.” 여성으로서 20대에 실장, 30대에 부장과 이사가 되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박 이사는 어려움도 많이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