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사회공헌 개념조차 모르던 시절, 기업이 선의로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진심’, 그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최근 사회공헌·CSR 10년차 실무자들 사이에선 이런 푸념이 많습니다. 바로 CSV 때문입니다.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란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개념으로,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CSV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처럼 인식되면서,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단 사내 조직 구조부터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CJ는 기존 CSR팀을 CSV경영실로 확대 개편한 뒤 CJ제일제당·CJ오쇼핑 등 계열사에 CSV팀을 신설했고, KT와 아모레퍼시픽도 기존 CSR팀을 CSV팀으로 교체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사회협력팀과 별도로 CSV사무국을 운영하고 있고, 현대차도 최근 CSV팀 신설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난 5월 ‘CSV의 선도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삼성그룹 역시 삼성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관련 전략을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담당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 자체를 찾기 어려운 데다가, 상당수 CEO가 사회 문제 해결보다는 CSV 전략을 통한 마케팅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장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업도 통과가 안 된다” “이제야 간신히 사회공헌과 CSR을 구분하고 체계를 잡았는데, CSV가 기존의 진정성과 노하우를 흔들고 있다” “CSV 때문에 현장에 꼭 필요한 기존의 좋은 사회공헌 활동들을 당장 접어야 한다”는 등 부작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