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줄이면 도시가 달라진다…네덜란드·독일의 선택

행정안전부가 2023년 공개한 자전거 이용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53%에 불과하다. 이는 2007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목표치 1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중장기 계획으로 ‘국가자전거정책 기본계획(2022~2031)’을 수립했지만, 자전거를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게 할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이 절실한 시대,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더욱 주목받아야 한다. 특히 단거리 이동량이 많은 도심에서는 교통 혼잡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연계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의 도로 인프라와 계속 혼잡해지는 교통환경 속에서 자전거 이용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 참여 기반의 자전거 활성화 프로젝트를 위해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메이크웨이브(MakeWave)’는 자전거 선진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정부와 독일 베를린의 시민단체 ‘체인징시티(Changing Cities)’를 방문해 성공 사례를 탐구했다. ◇ 암스테르담이 자전거 도시로 거듭난 이유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국가로 평가받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당시 자동차 증가로 인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을 넘었고, 이 중 어린이 사망자가 약 500명에 달했다. 이에 시민들은 ‘어린이들을 그만 죽여라(Stop de Kindermoord)’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자동차 중심의 도시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결국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고, 암스테르담은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거듭났다. 암스테르담 시정부의 교통 및 공공공간 담당 부서의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앤 호빙(Anne Hovings)은 “자전거 중심의 변화 자체가 도시 계획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교통, 건물, 공공시설 등

작년부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시행됐지만 순환경제 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어도비 AI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순환경제법’ 1년, 선언적 규정에 머물러 산업 활성화 ‘역부족’

[이슈&해법] 순환경제 전환, 아직 ‘제자리걸음’ 기업 혁신 촉진하는 규제 필요 지난해 1월 1일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하 순환경제법)’이 1년을 맞았지만, 기대했던 순환경제 산업 활성화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선언적인 규정에 머물러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순환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지원책과 규제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순환경제란 자원을 재사용·재활용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소비 구조를 만드는 경제 체제다. 제품 설계부터 생산·소비·폐기·재생까지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킹스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5800억 달러(한화 약 837조원) 규모였던 전 세계 순환경제 시장은 2024년 6900억 달러(약 996조원)로 성장했다. 2031년에는 2조 8800억 달러(약 41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정부 규제 신뢰 부족…기업 투자 주저 한국에서 순환경제 스타트업은 기후테크 중 ‘에코테크’ 스타트업으로 분류된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스타트업 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에서 시드(seed) 투자 이상을 받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272개 중 에코테크 스타트업은 70개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 기업이 선제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3일 열린 ‘순환경제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의 과제들’ 토론회에서 “순환경제는 장기적인 산업 전환이 필요한 분야인데, 한국의 규제는 일관성이 부족해 기업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도입된 ‘순환경제법’은 강제 규정보다 기업의 ‘노력 의무’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기업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포장재를

감옥에 간 부모, 남겨진 아이는?…“공적 지원 체계 마련해야” [사각지대 해법찾기]

<4> 수용자 자녀 지원 체계 점검 법무부 중심 ‘컨트롤타워’ 고려해야 “부모님이 수감되었을 때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어요. 주변에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지원 기관을 알게 됐어요.” 한 수용자 자녀의 고백이다. 부모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면, 남겨진 미성년 자녀들은 보호체계조차 연결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현실에 놓인다. ◇ 법 사각지대 속 ‘보이지 않는 아이들’ 법무부 2024년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체 5만8981명의 수용자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는 8267명(7.1%)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응답을 거부하는 인원이 약 1만명 정도 되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연구소는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수용자 자녀 지원 체계의 한계와 개선방안’에 대한 초점집단인터뷰(이하 FGI)를 진행했다. 연구는 이지선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배영미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가 주도했으며,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전문가 집단 FGI는 수용자 자녀 지원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 3명과 지역사회 아동보호체계 내에서 수용자 자녀를 지원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5명이 참여했다. 당사자 및 양육자 집단 FGI에는 아동·청소년 시기에 부모의 수감으로 인해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20대 초반의 10명과 아동인 수용자 자녀를 보호 중인 양육자 3명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 수용자 자녀들은 보호체계로 연계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법무부가 수용자 자녀를 보호하는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아동보호체계로의 연계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체포·구속·구인 단계에서 수용자 자녀를 아동보호체계와 연계할

사회문제, 기업도 함께해야 ‘진짜’ 해결된다 [2025 ERT]

2025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멤버스 데이 현장 기업이 주목해야 할 사회문제는? “우리 사회는 긴밀히 연결돼 있어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영역도 영향을 받습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을 방치한 채로는 사회 전체의 발전이 어렵습니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1일 열린 ‘ERT 멤버스 데이’에서 기업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RT 멤버스 데이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회원사를 비롯해 5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석했다. ◇ 사회문제 해결 방식의 3가지 접근법 기조연설에서 최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 방식에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선순위 ▲리워드 시스템 ▲관계의 가치 등 세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우선순위는 시급한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은 “국민 관심이 높지만 기업의 참여가 부족한 사회문제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워드 시스템은 사회문제 해결 노력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상을 제공하면, 더 사회적 가치가 확장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최 회장은 “기업이 수익 창출과 사회문제 해결을 별개의 개념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의 가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연대를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하나의 주체가 해결할 수 없기에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NGO,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 정부, 시민사회, NGO, 소비자 등이 협력해야 한다”며 “ERT는

외로움은 ‘개인 탓’이 아니다…영국에서 찾은 해법

한국인의 57%가 외로움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적 불편함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교류 단절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정부부처’를 신설하며 이 문제에 정면 대응했다.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대화와 연결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처방’ 모델을 만들어 외로움 해소에 접근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의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사이시옷(ConnectorS)’은 영국의 외로움 해소 정책을 직접 취재했다. 정부기관부터 대학 연구소, 민간단체까지 영국의 종합적인 해결책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 세계 최초 ‘외로움부’ 신설한 영국 정부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외로움부의 엠마 배로우(Emma Barrow)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17년 조사에서 전체 인구의 14%인 900만 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중 3분의 2는 이를 털어놓을 곳조차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 콕스(Joanne Cox) 하원의원의 뜻을 이어 설립된 DCMS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전담 부처로 지정된 정부기관이다. 현재 60개 정부기관과 150개 민간단체와 협력하며,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낙인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유도하며, 증거 기반 정책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엠마 배로우는 “통계뿐 아니라 변화된 삶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며,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외로움 해소, 단기 처방 아닌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에는 외로움을 전문적으로

비영리 단체의 AI 혁명, 독일·스위스에서 배운다

한국의 비영리 단체들은 예산과 기술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AI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규모 단체의 IT 예산은 평균 1.7%에 불과해, 홍보와 커뮤니티 관리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제약이 크다. 그러나 최근 급부상한 생성형 AI 기술은 적은 예산으로도 홍보 콘텐츠 제작과 모금 캠페인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생성형 AI 기술의 가능성을 직접 탐구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글로벌 스터디를 진행했다. 8일간의 현장 방문을 통해 AI가 사회혁신 분야에 도입된 사례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구축 방안을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비영리 단체들이 기술과 윤리를 조화롭게 활용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 베를린에서 찾은 AI 혁신: 기술과 인간 중심 원칙의 조화 독일 베를린의 ‘임팩트허브 베를린(ImpactHub Berlin)’은 중소규모 비영리 기관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혁신 공간이다. 고풍스러운 벽돌 건축과 현대적 디자인이 어우러진 이곳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공간 구성과 효율적인 업무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는 ‘키론(KIRON)’이다. 키론은 난민과 난민 출신 학생을 위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학습 자료를 추천하고 가상 멘토링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고,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AI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조직마다 차이가 있었다. 같은 베를린에 위치한 독일 협동조합 ‘라이파이젠 연맹(DGRV)’은 5400개 협동조합을 관리하며, 200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대규모 조직이다. 당초 필자는 협동조합에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와 생성형 AI를 어떻게

“뛰고, 걷고, 탐방하고”…몸으로 하는 기부가 뜬다 [2025 기부트렌드]

경험하는 기부, 움직이는 기부자 스스로 참여하는 ‘체험형 기부’ 인기 기부 문화가 변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내는 것을 넘어, 몸을 움직이며 기부를 ‘체험’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마라톤, 하이킹, 봉사활동 등 기부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제 기부는 매달 자동이체되는 기부금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6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세대학교에서 연 ‘기부트렌드 2025 컨퍼런스’에서도 이런 흐름이 강조됐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부 마라톤이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기부를 체험하고 있다”며 “함께 뛰는 기부자들과 현장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기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직접 체험하는 기부가 뜬다 나눔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했다. 기부트렌드 조사에 참여한 시민 패널 18명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기부 방식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68.8%가 ‘참여형 기부’를 꼽았다. ‘기부런’(기부+마라톤) 열풍이 대표적이다. 최근 2년간 인스타그램에서 ‘기부’ 관련 해시태그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도 ‘기부런’과 ‘기부하이킹’이었다. 특히 기부마라톤은 기부단체의 전통적 모금행사를 넘어 사회적 유행으로 확산했다. 한국해비타트의 815런, 월드비전의 글로벌 6K, 굿피플의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기부 참여 모델로 주목을 받은 소규모 비영리 단체도 있다. 사단법인 ‘계단뿌셔클럽’은 이동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정보를 제공하는 ‘계단정복지도’ 앱을 운영한다. 시민들이 직접 계단과 경사로 정보를 수집해 등록하는 방식이다. 매주 주말마다 2시간씩 산책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이 활동에 지금까지 2500여 명이 참여했고, 수집된 장소 정보는 5만 8000곳에

뮤지컬 ‘스윙 데이즈’로 본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

일제강점기 첩보작전 ‘냅코 프로젝트’에 투입된 요원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초연 폐막, 2026년 본 공연 예정 “나 같은 사람 하나 뛰어들어서 하루씩, 또 누군가 뛰어들어서 하루씩, 그렇게 하루씩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국주의 시대인 20세기 초, ‘유일형’(유준상·신성록·민우혁)은 소꿉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황만용’(정상훈·하도권·김승용)에게 독립운동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지난 9일 초연을 마친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의 주인공 ‘유일형’은 유한양행(대표 조욱제)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1895~1971) 박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유일한 박사는 일제치하였던 1944년, 미국 OSS(전략첩보국·CIA의 전신)가 주도한 첩보 작전 ‘냅코 프로젝트(NAPKO Project)’의 요원으로 활동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인 요원들을 훈련시켜 일본 내 정보 수집과 지하 조직 구축을 목표로 진행된 작전이었다. 당시 19명의 한국인 요원 중 유일한 박사는 ‘A’라는 암호명을 사용하며, 사격·공중 폭파 등의 훈련을 받았다.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였던 그는 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을까. “사람이 죽으면서 남기는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사회를 위한 무언가다.” 유일한 박사가 생전에 남긴 발언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1971년 타계한 유일한 박사는 자신의 주식을 전부 공익법인에 기증하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끝까지 실천했다. 그의 뜻을 이어온 유한양행은 대한민국 ESG 경영의 효시로 평가받으며, ‘사회를 위한 기업 경영’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를 만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2023년 진행된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무상 제공이다. 조욱제 사장은 약 900명의 폐암 환자에게 6개월간 신약을 무료로 공급하며, 총 311억 원 이상의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2022년 기준 감축은 7.6%에 불과하다. /픽사베이
“탄소중립, 구호만으론 안 된다” 기후전담부처 신설, 해법 될까

[이슈&해법] 온실가스 감축 속도 ‘빨간불’탄소중립 예산, 기후전담부처가 통합 관리해야 한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감축 속도로는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산업 정책을 총괄할 기후전담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2022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 2430만 톤으로, 2018년 대비 7.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30년까지 40%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비교하면 상당히 미진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유기적으로 조정되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의 94%는 에너지·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간 정책 조율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역시 정책 조정 권한이 부족해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 선진국이 갖춘 탄소중립 실행 체계, 한국은 어디에?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마을에서 정부조직까지 탄소중립 실행체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에너지·산업 정책을 통합한 ‘기후경제부’ 신설을 제안했다. 그는 “환경부가 담당하던 기후·탄소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U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전담 부처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기존 경제부에 기후보호 기능을 추가해 ‘연방경제기후보호부(BMWK)’를 신설했으며, 영국은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를 출범시켰다. 두 국가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각각 65%, 68%로 설정했으며, 현재까지 41.6%, 50% 가량 줄였다. 이탈리아는 에너지 정책과 환경 업무를 통합한 ‘생태전환부’를 프랑스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를 합친 ‘생태포용전환부’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회적 가치’가 곧 경쟁력, 시장 넓히는 프랜차이즈들

프랜차이즈, 임팩트를 입다 <2> “어떤 운동이 저한테 맞을까요?” 서울의 한 필라테스 센터. 강사가 회원의 자세를 확인한 뒤, 태블릿을 건넸다. 화면에는 회원의 신체 특성에 맞춘 운동 프로그램이 추천되어 있었다. 장애 유형별 맞춤 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아앤코’의 배리어프리 필라테스 센터다. 일반적인 필라테스 프랜차이즈와는 다르다. 기존 프랜차이즈가 ‘빠른 확장’을 목표로 했다면, 이들은 ‘배리어프리’라는 ‘사회적 가치’를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프랜차이즈는 보통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을 통해 확장력을 극대화한다. 매뉴얼이 정교할수록 점주 교육이 쉬워지고, 고객도 어디서나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장애인 고객을 위한 운동법,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효율성 향상… 기존 프랜차이즈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요소들이다.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은 “임팩트 프랜차이즈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검증된 사회적 가치를 안정적으로 확산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일관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운영 매뉴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장애인·고령층 위한 서비스, 표준화로 확장한다 필라테스 센터 ‘디아앤코’는 장애인과 시니어를 위한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운영한다. 지난해 가맹업 등록을 마친 뒤, 운영 매뉴얼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핵심은 ‘고객 유형별 맞춤 운동 진단 테스트지’ 개발이었다. 테스트를 하면 척수장애, 하지 절단, 지체장애 등 10가지 장애 유형별로 집중해야 할 운동법을 진단받을 수 있으며, 직업 및 일상생활 유형 등에 따라 최적화된 운동법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디다 디아앤코 대표는 “가맹점주는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에 맞는 운동을 제안할 수

빠르고 강한 확장력…‘임팩트 프랜차이즈’가 주목받는 이유

프랜차이즈 산업이 ‘확장’에서 ‘공존’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핵심 동력으로 삼는 ‘임팩트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들은 취약계층 고용, 환경 보호, 지역 경제 활성화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프랜차이즈, 임팩트를 입다> 시리즈 기사를 통해 프랜차이즈 산업의 새로운 실험을 조명하며, 이 모델이 앞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짚어봅니다. 프랜차이즈, 임팩트를 입다 <1> 지난 16일, 점심 준비로 분주한 ‘와로샐러드’ 수원인계점. 문을 열자 오리고기와 달콤한 데리야끼 소스 향이 침샘을 자극했다. 이곳은 와로샐러드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와로가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임팩트 프랜차이즈’ 사업에 참여하며 신규로 오픈한 8번째 매장이다. 와로샐러드는 2019년 오형래 와로 대표가 창업한 샐러드 전문점이다. 간편 건강식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자립준비청년 등 취약계층 청년에게 일자리도 제공한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직원도 지난해 12월 새롭게 채용된 청년이었다. 그는 “더 많은 취약계층 청년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모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 기존 프랜차이즈의 한계를 넘어서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은 성장과 확장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일정한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사는 가맹점 확대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한다. 이 같은 특징 덕분에 프랜차이즈는 비교적 낮은 리스크로 창업이 가능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확장이 때로는 가맹점 간 경쟁 심화, 지역 상권 독점 논란, 본사와 점주 간 갈등 등

국내 대형마트 3社 탄소집약도, 코스트코 최대 7배…온실가스 감축 대책은?

[이슈&해법]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온실가스 배출 정부·기업·시민 ‘공동 대응’ 필요해 국내 주요 대형마트 3곳의 탄소집약도가 해외 대형마트보다 4배에서 최대 7배까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먹거리 유통산업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농식품 체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 1200만 톤(CO₂eq)으로, 이는 국가 전체 배출량의 16%에 달한다. 이 중 식품 유통 부문이 34%를 차지하며, 그중에서도 대형마트의 배출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3대 대형마트의 탄소 배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신효정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전임연구원은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 3곳이 유통산업과 식음료 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한국 먹거리 유통산업의 탄소 감축에 막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 홈플러스, 코스트코보다 탄소집약도 7.3배 높아 국내 3대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의 전체 탄소 배출량 자체는 해외 대형마트보다 적지만, ‘탄소집약도’ 면에서는 훨씬 높게 나타났다. 온실가스 직접 배출(스코프 1)과 에너지 사용(스코프 2)에 따른 2023년 기준 탄소집약도를 보면, 홈플러스(82.79), 롯데마트(69.11), 이마트(46.99) 순이었다. 홈플러스는 해외 대형마트 코스트코(11.39)보다 7.3배 높은 수준이다. 월마트, 테스코, 까르푸 등 글로벌 5대 대형마트의 평균 탄소집약도(17.45)와 비교해도 국내 마트들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마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태양광 설비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