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EU 규제 앞둔 배터리 업계…LG엔솔은 왜 ESG를 제품 경쟁력으로 봤나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의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 사용, 재활용까지 전 생애주기를 ESG 관리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에서 탄소발자국, 공급망 실사, 재활용 원재료 사용 등 지속가능성 기준이 수주와 규제 대응의 핵심 조건으로 떠오른 데 따른 움직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0일 공개한 ‘2025 ESG 리포트’에서 ESG를 사업 전략과 실행 전반에 내재화할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Plus for Minus, Minus for Plus’를 주제로, 탄소와 차별, 관행은 줄이고 자연과 책임, 소통은 더하겠다는 방향성을 담았다. 기후행동, 자원 선순환, 전 밸류체인 ESG 경영, 제품 책임, 안전보건 관리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이번 보고서의 특징은 ESG를 단순한 비재무 활동이 아니라 배터리 제품과 공급망 경쟁력의 문제로 다뤘다는 점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는 보고서에서 EU 배터리 규제, EU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미국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이차전지 산업에 탄소 규제, 공급망 안정성, 제품 정보 및 공시 투명성이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탄소발자국을 포함한 주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설계·생산·공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공시와 제품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고 했다. 기후 대응 부문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과 이후 탄소 네거티브 전환 목표를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3% 이상 감축하고, 2040년에는 사업장 Scope 1·2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신규 사업장을 포함한 전 사업장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2025년 말 기준 전사 연결 재생전력 전환율은 56%를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 흩어진 ESG 데이터 ‘그룹 표준’으로 묶었다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7개 연결사 공시 항목 표준화 기후·안전·생물다양성 등 5대 핵심 리스크 제시 포스코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체계가 개별 사업회사를 넘어 ‘그룹 표준’으로 진화했다. 단순한 ESG 활동 소개에 머물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흩어져 있던 ESG 데이터를 통합하고 그룹 관점의 핵심 리스크를 입체적으로 담아낸 것이 포스코홀딩스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5일 발간한 이번 보고서를 통해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포스코스틸리온, 포스코엠텍 등 7개 연결 사업회사의 공시 데이터를 일원화했다. 주요 투자자와 ESG 평가기관이 요구하는 항목을 중심으로 그룹 내 공시 항목과 데이터 집계 방식을 맞춰 정보의 일관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였다.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내부 통제 장치도 정비했다. 탄소중립, 안전, 재무 등 분야별 실무자로 구성된 ‘ESG 앰배서더’ 제도를 신설해 보고서 기획 단계부터 데이터 산출과 검증 전 과정에 참여시켰다. 공시 정보와 실제 업무 간의 연계성을 높인 이번 보고서는 독립 검증기관인 삼정KPMG의 제3자 검증도 거쳤다. ◇ ‘이중 중요성’ 기반 5대 핵심 리스크 도출 이번 보고서는 전사적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 활동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외부 지속가능성 요인이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분석하는 ‘이중 중요성 평가(2022년 도입)’를 한층 고도화했다. 2025년 이해관계자 소통을 통해 총 154건의 ESG 이슈를 접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안전보건 ▲윤리·컴플라이언스 ▲생물다양성 ▲인권을 그룹 차원의 5대 중요 ESG 토픽으로 선정했다. 특히 기후변화는 환경·사회적 영향과

“창업가들의 페이스메이커”…‘1호 상장’ 도전하는 임팩트 기업 유디임팩트 

[임팩트를 짓다] 김정헌 유디임팩트 대표 무료 창업교육 ‘언더독스’로 출발해 ESG 종합솔루션 기업으로김정헌 대표 “임팩트 기업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례 만들 것” 사회적 난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임팩트 기업(Impact Company)’입니다. <더나은미래>는 ‘임팩트를 짓다’ 시리즈를 통해 단순한 사회 공헌을 넘어 자본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받는 임팩트 기업을 소개합니다. 첫 순서로 국내 인증 사회적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글로벌 ESG 종합 솔루션 기업 ‘유디임팩트(UD IMPACT)’를 만났습니다. /편집자 주 “유디임팩트의 미션은 창업가, 즉 우리가 부르는 ‘액트프러너(Act-preneur)’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한 교육, 공간, 자본, 컨설팅 등 모든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죠. 우린 스스로를 창업가들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고 부릅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유디임팩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헌 대표는 회사의 정체성을 이같이 정의했다. 유디임팩트의 전신은 창업 교육 기업 ‘언더독스’다. 이름 그대로 시장의 주류 밖에서 활동하는 창업가, 지역 청년, 사회문제 해결형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워왔다. 통상 임팩트 기업이라 하면 “좋은 일은 하지만 돈은 못 버는 회사”라는 편견이 뒤따른다. 유디임팩트는 이 통념에 도전한다. 사회적 가치를 단순한 기부나 캠페인으로 소비하는 대신, 창업 교육·ESG 실행·임팩트 측정·AI 인재 양성을 수익 모델로 만들었다. 지난해 2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현재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 무상 창업 교육으로 출발…10년간 창업가 2만 명 배출 2015년 유디임팩트의 출발점에는 김정헌 대표의 현장 경험이 있었다. 셰어하우스 우주

보조금 가고 ‘임팩트 투자’ 시대…지자체 지갑이 바뀐다

성동구에서 시작된 지자체 임팩트 펀드, 경기도·서울시·부산시로 확대 기후위기·장애인 건강권 등 지역문제 해결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문제 해결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보조금이나 융자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자체가 직접 출자자로 참여해 민간 운용사와 함께 펀드를 만들고, 사회적경제기업·소셜벤처·기후테크 기업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지자체 임팩트 펀드’다. 임팩트 펀드는 재무적 수익과 동시에 사회·환경적 성과를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지자체가 출자하는 임팩트 펀드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발굴하고, 민간 후속투자까지 연결하는 정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위기, 돌봄, 고령화, 지역소멸 등 행정만으로 풀기 어려운 과제가 늘면서 “지역의 문제를 지역 기업이 비즈니스로 해결하도록 투자한다”는 접근이 힘을 얻는 것이다. 국내 지자체 임팩트 펀드의 출발점은 2010년대 사회적금융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처럼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기금이 먼저 만들어졌고, 이후 융자 중심의 지원을 넘어 투자조합 방식으로 발전했다. 중앙정부도 2017년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에서 임팩트 투자펀드 조성을 내세웠고, 2018년 금융위원회는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사회적경제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를 정책 과제로 다뤘다. ◇ 성동 20억, 경기 1000억…커지는 임팩트 펀드 지자체 전용 임팩트 펀드의 시초로 꼽히는 곳은 서울 성동구다. 성동구는 국내 소셜벤처의 메카로 불리는 ‘성수동 소셜 밸리’의 자생적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2021년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성동 임팩트 벤처투자조합’을 출범시켰다. 규모는 20억 원이다. 성동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사회적 가치를 가졌음에도 담보나 신용도가 부족해 기존 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초기 기업들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극복을 돕는 등

성장통 겪은 한국 임팩트 투자, 과제는 ‘질적 성장’

사회문제 푸는 착한 돈, 임팩트 투자 <2>정책자금이 키운 한국 임팩트 투자의 흐름…남은 목표는 질적 성장 ‘임팩트 투자’는 2009년 국내 언론에 처음 등장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함께 좇는 이 투자 방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 이윤 중심 금융에 대한 반성 속에서 주목받았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2021년 기준 국내 임팩트 투자 규모는 약 7300억 원까지 커졌다. 정책금융 안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2018년 이후로,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더나은미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임팩트 투자’의 연도별 보도량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1년 16건, 2012년 24건에 불과했던 보도량은 기업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서서히 증가하다가 정책금융에 본격 편입된 2018년 395건을 기록하며 전년(166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518건으로 증가했으나, 이후 정책 자금 축소 및 시장 한계와 맞물리며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 “사회적기업 키우자”…기업이 먼저 주목한 임팩트 투자 한국에서 임팩트 투자를 대중에 알린 주체 중 하나는 SK였다. 2013년 1월 최태원 SK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반 대중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임팩트 투자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발언은 실제 투자로 이어졌다. SK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은 같은 해 첫 임팩트 투자를 결정했다. 1호 투자처는 취약계층 고용과 영세농민 농산물 직거래로 농촌 경제 활성화를 추구한 ‘파머스페이스’였다. 재단은 이를 계기로 기존 사회적기업 발굴 프로그램을 투자 영역으로 확장했다. SK행복나눔재단은 같은 해

돈도 벌고, 세상도 바꾼다…임팩트 투자 재부상

사회문제 푸는 착한 돈, 임팩트 투자 <1>글로벌 시장 급성장 속 한국도 사회연대경제 부상하며 재조명 기후위기, 지역소멸, 불평등 같은 복합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팩트 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 투자 방식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새로운 정책 환경 속에서 재도약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더나은미래>는 ‘사회문제 푸는 착한 돈, 임팩트 투자’ 시리즈를 통해 임팩트 투자의 개념과 역사, 주요 투자자들의 시각, AI·기후 등 새로운 투자 영역, 그리고 개인·기업·재단의 참여 방안 등을 차례로 살펴보며 한국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투자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이 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라는 질문이 함께 따라붙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재무적 수익과 사회·환경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가 새로운 금융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는 2007년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이 주최한 이탈리아 벨라지오 센터 회의에서 처음 공식화됐다. 당시 글로벌 리더들은 기부 중심의 자선이 가진 재원 한계를 넘어, 수익 창출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자본시장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들은 마이크로파이낸스나 친환경 투자 등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착한 투자’들을 모아, 재무적 수익과 측정 가능한 사회·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자본 시장을 ‘임팩트 투자’로 공식 명명했다. 이 회의는 모호했던 사회적 투자를 독립된 금융 영역으로 자리매김시킨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2009년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유산기부

‘사회적 상속’이라고도 불리는 유산기부. 당신은 무엇을 남기시겠습니까. 삶의 마지막에서 남겨지는 것은 재산만이 아닙니다. <더나은미래>는 ‘유산기부’라는 선택을 따라, 사람과 사회, 그리고 제도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제도와 현장, 그리고 당사자를 가로지르며 ‘남긴다’는 선택의 순간들을 따라갑니다. 제1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한국형 ‘레거시 10’ 유산의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제도적 가능성. 정책과 입법의 흐름을 중심으로 그 조건을 짚습니다. 제2부. 단체가 보는 ‘K-유산기부’ 유산기부는 어떻게 준비되고 어떻게 이어질까요. 현장의 고민과 변화를 통해 그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제3부. ‘더 나은 미래’를 남기는 사람들 유산기부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각자의 방식으로 ‘남김’을 실천한 삶을 기록합니다. 본 아카이브는 연중 기획으로, 올 한 해 동안 새로운 기사와 기록이 꾸준히 이어질 예정입니다.

“10년째 공전하는 ‘유산기부’… 이제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한국형 ‘레거시 10′<3>[인터뷰]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영국에서 유산기부가 전체 모금액의 30%를 차지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매우 놀라웠습니다. ‘신세계’ 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인식과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3년 9월, 기부 문화 탐방을 위해 영국을 찾은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현지 자선단체의 재원 구조를 살펴보다 낯선 항목과 마주했다. 당시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던 ‘유산기부’였다. 전체 모금액의 30%를 차지한다는 설명은 당시 국내 기부 현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였다. 김 총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개념조차 없던 유산기부가 선진국에서는 주요 재원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충격이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국내에는 유산기부를 전담하는 조직도, 이를 하나의 제도로 논의할 기반도 없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19년 6월,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국회기부문화선진화포럼과 공동으로 ‘영국의 유산기부 Legacy10 국내 도입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영국의 유산기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 총장은 “당시 세미나 이후 단체장들과 함께 영국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유산기부 제도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장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산기부는 여전히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김 총장은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산기부가 가진 독특한 운영 구조부터 짚어보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나은미래>는 김 사무총장을 만나 유산기부가 한국에서 정착하지 못한 이유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들었다. ◇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유산기부 도입을 향한 첫 실험 2019년은 김 총장에게

법안 발의만 수차례…번번이 막힌 유산기부법, 이번엔 통과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한국형 ‘레거시 10′<2>5년 만에 재발의된 유산기부법 편법 상속 차단 등 안전장치 마련… ‘부자 감세·이중 혜택’ 논란 넘어설까 상속 재산의 10%를 공익단체에 기부하면 상속세 10%를 깎아주는 이른바 ‘한국형 레거시 10’ 제도가 5년 만에 국회에 다시 등장했다. 국내에서 흔히 ‘유산기부법’으로 통칭되는 이 입법 논의는 과거 ‘이중 혜택’과 ‘부자 감세’ 논란에 부딪혀 번번이 폐기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의 편법 상속을 막는 등 안전장치를 더해 여야 공동으로 발의됐다. 고령화와 기부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한국형 레거시 10’ 도입 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 2019년 움트기 시작한 유산기부법, 시민사회 캠페인부터 법안 발의까지 국내에서 유산기부 논의가 본격화한 건 2019년부터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비영리단체들이 유산기부 캠페인을 벌이면서다. 이들은 유언장 작성 독려 등 인식 개선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국회에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이에 발맞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밀알복지재단 등 주요 단체들은 유산기부 전담 조직을 새로 꾸렸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해 9월 10일, 국회에서 40여 개 단체가 모인 ‘대한민국 유산기부의 날 선포식’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영국·스위스·캐나다 등 주요국이 동참하는 국제 유산기부의 날에 맞춰 우리나라도 매년 9월 13일을 유산기부의 날로 지정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선포식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유산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정치권도 응답했다. 선포식 당일인 9월 10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속재산의 10% 이상을 공익 목적으로 기부하면 상속세액의 10%를 공제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이게 범죄라고?” 휠체어·난민 사건 깨는 ‘변호사들’의 소송전

소송 넘어 법·제도 개선, 정책 연구로 활동 방식 확대  국내 공익변호사 활동 지형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공익법단체 두루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변호사 중심 공익단체와 로펌 후원 법인, 시민단체 등 약 30곳에서 공익 전담 변호사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난민, 장애인, 아동뿐만 아니라 환경, 해외입양, 재난 등 우리 사회의 세분화된 갈등과 소수자 인권 문제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이주민·난민]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어디까지인가 이주민과 난민 분야에서는 공익법센터 어필, 법무법인 덕수, 이주민지원센터 감동, 난민인권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청년경찰’ 속 대림동 중국동포들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단순한 창작의 자유일까. 법무법인 덕수 조영관 변호사는 이를 명백한 혐오 표현으로 보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020년 항소심에서는 영화사의 공식 사과를 끌어내며 화해권고로 종결됐다. 조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소송이었으나, 동포들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문제라는 기록을 명확히 남기고 싶었다”며 “이 판결이 이후 미디어 내 혐오 표현을 거르는 나름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는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난민 인정자를 제외한 정책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난민 인정자는 자국의 보호를 상실해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 사회 구성원임에도 지원에서 배제한 것은 평등권 위반이라는 취지였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 [장애인권] “전동휠체어도 신체의 일부…동등한 보행권 보장해야” 장애인권 분야는 장애인권법센터, 화우공익재단, 법조공익모임 나우 등이 주도하고 있다. 화우공익재단 정지민 변호사는

“급여는 반토막, 업무는 두 배”…0.3% ‘괴짜’ 변호사들의 기막힌 생존기

난민·이주민·장애인 사건 맡는 ‘법의 최전선’낮은 급여·불안정한 재정…공익법 생태계의 현실 “70년이 넘도록 법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누군가는 계속 고통받아왔다는 뜻 아닐까요? 법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고귀한 사명입니다.” 지난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프로보노’에서 주인공 강다윗(정경호)이 국회 청문회장에서 한 대사다. 강다윗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사건을 맡는 변호사, 이른바 ‘공익변호사’다.  공익 변호사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공익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공익법 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 상근 형태로 활동하는 ‘공익전업변호사’, 그리고 일반 사건(민사·형사·기업 자문 등)을 수행하면서 공익 사건이나 공익활동을 병행하는 변호사다. 변호사 3만 명 시대. 이중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는 얼마나 될까. 공익법단체 두루와 법률신문이 공동 조사한 결과, 2023년 12월 기준 국내 전업 공익변호사는 117명으로 파악됐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 3만4660명 가운데 0.33%에 해당한다. 이들은 난민·이주민, 장애인, 아동·청소년, 노동,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률지원과 제도 개선 활동을 수행하며 한국 공익법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재정,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공익변호사의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일반 변호사의 공익활동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공익변호사? 변호사라면 누구든 공익 활동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공익변호사’를 특별하고 유별난 존재로 가두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정은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변호사법 1조 1항을 보면 변호사의 사명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모든 변호사가 공익변호사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에 갇힌 유산기부…‘레거시 10’이 해법될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한국형 ‘레거시 10′<1>영국 ‘상속세 인센티브’ 도입 후 유산기부 두 배 급증 상속은 오랫동안 개인과 가족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향후 20~30년간 대규모 자산 이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속을 둘러싼 논의는 점차 사회적 의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유산기부’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유산기부 비중은 1% 안팎에 머물러 있습니다. 세제 인센티브 도입을 둘러싸고는 ‘조세 형평성’과 ‘부자 감세’ 논란, 공익법인 투명성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이 제기됩니다. <더나은미래>는 한국형 유산기부 제도의 가능성과 과제를 짚는 특별 기획을 통해, 초고령사회에서 자산의 사회적 역할을 함께 묻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2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이 이례적인 열기로 가득 찼다. 500석 규모의 장내가 맨 뒷자리까지 꽉 들어찰 정도로 참석자들이 몰렸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 정부 관계자들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형 레거시 10(Legacy 10) 제도 도입 정책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상속을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만 여겨왔던 한국 사회에서, ‘유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논의가 본격적인 공론의 장으로 올라온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레거시 10’은 영국에서 시행 중인 유산기부 장려 제도다. 2011년 11월, 영국 민간 자선단체들은 “영국인 10%의 유산 10% 기부”를 목표로 대국민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기에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정부가 조세 감면 혜택으로 화답하며 기부 문화 정착에 불을 지폈다. 영국 정부는 2012년부터 상속재산의 10%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나머지 재산에 부과되는 상속세율을 기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