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1일(금)

‘순환경제법’ 1년, 선언적 규정에 머물러 산업 활성화 ‘역부족’

[이슈&해법] 순환경제 전환, 아직 ‘제자리걸음’
기업 혁신 촉진하는 규제 필요

지난해 1월 1일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하 순환경제법)’이 1년을 맞았지만, 기대했던 순환경제 산업 활성화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선언적인 규정에 머물러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순환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지원책과 규제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작년부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시행됐지만 순환경제 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어도비 AI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순환경제란 자원을 재사용·재활용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소비 구조를 만드는 경제 체제다. 제품 설계부터 생산·소비·폐기·재생까지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킹스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5800억 달러(한화 약 837조원) 규모였던 전 세계 순환경제 시장은 2024년 6900억 달러(약 996조원)로 성장했다. 2031년에는 2조 8800억 달러(약 41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 규제 신뢰 부족…기업 투자 주저

한국에서 순환경제 스타트업은 기후테크 중 ‘에코테크’ 스타트업으로 분류된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스타트업 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에서 시드(seed) 투자 이상을 받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272개 중 에코테크 스타트업은 70개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 기업이 선제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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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이 13일 국회에서 진행된 ‘순환경제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의 과제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3일 열린 ‘순환경제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의 과제들’ 토론회에서 “순환경제는 장기적인 산업 전환이 필요한 분야인데, 한국의 규제는 일관성이 부족해 기업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도입된 ‘순환경제법’은 강제 규정보다 기업의 ‘노력 의무’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기업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포장재를 줄여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이행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2014년에 설립된 전자제품 수리 전문 스타트업 인라이튼의 신기용 대표는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더 편리하고 저렴한 친환경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규제가 혁신을 막는 게 아니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EU는 강력한 규제와 지원으로 속도 낸다

반면, 유럽은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구체적인 법과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EU는 2020년 ‘신순환경제 실행계획(CEAP)’을 발표하고, 7개 핵심 공급망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 11일부터는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제(PPWR)’가 발효돼,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의 7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EU 국가에서는 과일, 패스트푸드 매장 조미료, 호텔 어메니티 등에 대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도 금지됐다.

또한 지난해 7월 시행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안(ESPR)’은 EU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이 ▲내구성 ▲재사용·재활용 가능성 ▲수리 용이성 ▲환경 발자국 등 자원 순환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규제가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정된 것이다.

순환경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정책도 함께 펼치는 나라도 있다. 네덜란드는 2050년까지 순환경제 100% 전환을 목표로, 국가 R&D 세액 공제 예산의 3.2%를 순환경제 기업에 배정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 및 수거 분야에 1억 2500만 달러(한화 약 1800억원)를 투입했다.

한국의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신뢰도를 높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우민 환경부 자원순환국 자원순환정책과 사무관은 “순환경제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을 조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자원의 순환 체계를 전 과정에서 구축하려면 정부와 기업, 국민 등 사회 구성원 모두의 협력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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