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복지사각지대] 코로나發 실업쇼크… 고용 취약 계층, 유일한 소득 끊기면 극빈층 나락

①사회재난이 위기 가정을 만든다 심모(50)씨는 관광버스 기사다. 한 달 소득은 300만원. 다섯 식구가 생활하기에 넉넉지 않아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왔다.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다. 단체 관광이 모두 취소되면서 심씨의 유일한 수입원이 사라졌다. 남은 돈이라고는 예금 200만원이 전부였다. 심씨는 매월 관광버스 회사에 임차료 9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2개월 전 진단받은 ‘상세 불명의 뇌 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와 약값도 부담인 상황이다. 통장 잔고는 순식간에 줄어드는데 의지할 곳은 없었다. 급한 대로 처형과 배우자 지인에게 생활비를 빌렸지만, 언제까지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 캄캄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3월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는 1827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만5000명(-1.2%) 줄었다. 조사가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전체 종사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대부분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이다. 소득 절벽에 직면한 이 고용 취약 계층은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고용 취약 계층, 재난 발생 시 더 빨리 무너진다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복지 사각지대의 틈은 넓어진다. 특히 고용 취약 계층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사람을 만나서 일하는 직종이 타격을 받았다. 대부분 고용 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특수고용직이다. 고객이 줄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뜻으로 기부했는데 ‘세금 폭탄’… 구제할 법제도 없다고?

현행법상 규정 없어 법정 다툼 이어져 공익법인 통해 기부받을 단체 지정을 올바른 공익기부 돕는 장치·제도 필요 42억원 기부에 부과된 세금 27억원. 백범 김구 선생의 가문은 해외 대학에 출연한 기부금에 매겨진 세금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故)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2006년부터 미국 하버드대, 브라운대, 터프츠대와 대만 국립대 등 여러 대학에 10년에 걸쳐 42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장학금을 비롯해 한국학 강좌 개설, 항일 투쟁의 역사를 알리는 김구포럼 개설 등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쓰였다. 김 전 총장이 낸 기부금에 대해 국세청은 세금 27억원(상속세 9억원, 증여세 18억원)을 그의 자녀들에게 부과했다. 김 전 총장 사망 2년 후인 2018년 10월이었다. 국세청은 국내 공익법인에 출연하지 않고 해외 단체에 직접 기부한 점을 문제 삼았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이 아닌 단체에 기부하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신 전 총장 자녀는 과세처분에 불복하고 지난해 1월 조세심판원에 구제를 요청했다. ‘선의의 기부자’에 과세 처분 잇따라 공익 목적의 고액 기부에 ‘세금 폭탄’이 떨어지는 일은 기부업계의 오랜 과제다. 대부분 기부자가 미리 세법을 살피지 못한 탓이 크지만, 공익 기부에 막대한 세금을 매기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이를 마땅히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선의로 출발한 기부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몇 해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기부자로부터 180억원을 증여받은 공익재단에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한 ‘수원교차로 사건’이다.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 창업주인 고 황필상 박사는 지난

국경은 못 넘지만… 현지 인력 키워 도움의 손길 이어나간다

[언택트 시대, 진화하는 제3섹터] ①국제개발협력 “냐루타라마 지역 어때요? 주민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와 그 가족인데, 부모가 오랫동안 일을 못해 영양실조 상태인 아이들이 많아요.”(그레이스) “분배는 지역 공무원에게 도움받으면 좋겠네요. 제가 연락할게요.”(시프리엔) 지난 6일(현지 시각)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있는 소셜벤처 ‘키자미테이블’에서는 열띤 토론이 열렸다. 키자미테이블은 식당을 운영하며 지역 청년을 고용하는 소셜벤처다. 이날 직원들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현지 주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는 ‘언택트(untact·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평소라면 엄소희, 류현정 공동대표와 현지 직원들이 둘러앉아 의견을 나눴겠지만,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인 직원은 모두 귀국한 상황이다. 키자미테이블은 화상회의를 중심으로 한 언택트 소통을 사내에 도입했다. 엄소희 대표는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에 빠진 직원들을 다독이고 현장 상황도 파악할 겸 언택트 회의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직원들의 자율성과 사기가 오르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현지 직원들은 결정 권한이 있는 일까지도 대표에게 물어보곤 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현지 직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지역 선정, 식자재 수급법, 분배 과정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내놨다. “현지 직원들에게 주도권을 주자” 언택트 개발 협력의 핵심 국제개발협력에도 언택트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NGO, 소셜벤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등 국제개발협력 기관들은 코로나19로 국가 간 왕래는 물론 개도국 내 이동까지 어려워지면서 사업 대부분이 ‘올스톱’됐다. 이들은 기존 사업을 비대면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의 개발 협력 모델 구상에 돌입했다.기존 국제개발협력사업은 공여국 기관

[기후금융이 온다] 한국은행의 수상한 채용공고

①’그린스완’ 대비하는 중앙은행들 이달 초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조금 특별한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기후’와 ‘경제’의 관계를 분석할 박사급 전담 연구원을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에 선발되는 인력은 금융안정국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기후변화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게 된다. 기후변화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지 예측하고 대비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주요 업무다. 이번 채용 공고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 기후변화 관련 연구원을 뽑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기후변화를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로 인식하고 대비해왔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후변화를 가장 중요한 금융 이슈로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대응은 줄곧 소극적이었다. 기후가 금융을 망친다? 중앙은행들이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후변화가 금융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런 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홍수·폭설 등의 자연재해가 ▲농업·관광·에너지·보건 등 실물경제에 피해를 주고 ▲이런 피해가 보험·대출·투자 등 금융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탄소배출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 ▲탄소배출 관련 산업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여기에 돈을 투자한 은행들의 손실이 확대돼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BIS(국제결제은행)는 올 초 ‘그린스완(Green Swa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다음번에 금융 위기가 발생한다면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완은 미국

코로나19 모금액, 절반 넘게 쓰였는데… 집행액·지원 대상은 ‘깜깜’?

코로나19 기부금 중간 점검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석 달째다. 코로나19 국민 성금은 전국 확산의 기점인 ’31번 환자’가 등장한 2월 18일 이후 본격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재난기부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 등 세 곳으로 집중된다. 지난 8일 기준 세 기관의 코로나19 모금총액은 2386억5641만원이다. 기관별로는 재해구호협회 930억원, 공동모금회 840억원, 적십자사 616억원 등이다. 집행 완료한 금액은 1383억4623만원으로, 집행률은 절반을 넘긴 57.9%다. 본지가 지난달 18일 집계한 세 기관의 기부 현황 자료와 비교하면 3주 만에 371억원이 더 모였고, 686억원을 추가로 집행했다. ‘빅3’에 모인 기부금 2300억원, 정보공개는 제각각 재난 초기 기부금의 빠른 집행을 촉구하던 국민의 관심은 이제 기부금 집행 기준과 사용처 등 투명한 정보공개로 전환되고 있다. 국내 역대 사회·자연재난 가운데 전례 없는 최대 규모 기부금이 모이면서 모금 기관들도 각자 온라인을 통해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문제는 공개된 정보가 기관마다 제각각인데다, 기부내역에 대한 핵심 항목을 누락한 기관도 있다는 점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A4 23장 분량의 ‘코로나19 현황 보고’를 매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고 있다. 하지만 현황 보고 문건에는 모금액만 명시돼 있고 집행액은 찾아볼 수 없다. 재해구호협회는 기부금으로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매해 현장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원일 ▲지원처 ▲지원 물품 등은 상세하게 공개하면서 여기에 사용된 금액만 쏙 빠져 있다. 이에 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집행액보다는 지원 물품 몇 점이 어디로 전달됐는지를 중점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집행액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모금액,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주민, 세금 꼬박꼬박 내고도 재난지원금은 못 받는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기도는 지급 기준에 ‘외국인 제외’ 서울은 한국 국적자의 가족까지 혜택 독일, 세금 내는 내·외국인에 지원금 포르투갈은 난민 포용, 한시 시민권도 지방자치법상 외국인도 주민에 포함 지원 대상 구분은 차별, 평등권 침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재난 지원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대다수 외국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지원금의 재원이 국민 세금이라서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주민 지원 시민단체들은 체류 자격을 얻어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은 소득세와 지방세 등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도 차별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이주공동행동 등 단체 62곳은 “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이주민 등을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제외한 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청구인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서울시는 지난달 18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생활비 30만~5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등 생활안정지원 대상자 외 주민에게도 생활안정급여를 지원해 복지 사각지대를 개선하고 지역 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경기도는 1300만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하면서 “기본소득의 이념에 맞게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외국인은 제외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주민등록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데, 경기도는 아예 외국인을 배제했고 서울시의 경우 한국인 배우자가 있거나 한국인 자녀를 양육하는 등 한국 국적자와 가족 관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긴급하게

공공 데이터 요구, 마스크맵 완성… 시민이 뭉쳐 해냈다

코로나 재난 속 빛난 ‘시빅해킹’ 시민이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해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빅해킹(Civic Hacking)이 코로나19 극복의 열쇳말로 떠올랐다. 확진자 동선을 제공하는 ‘코로나맵’과 전국 마스크 판매처와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스크맵’ 등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시민이 직접 만든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 교사, 디자이너, 공무원, 비영리 활동가 등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월 이후 무료로 배포된 코로나19 관련 서비스만 50여 개에 이른다. 정부는 시민에게 공공 데이터를 제공하고, 기업은 운영비를 대는 식으로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사회 재난을 겪으며 시민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 대응 결성부터 마스크맵 공개까지… 숨 가빴던 일주일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전 국민은 ‘마스크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마스크 생산량의 대부분을 약국을 비롯한 공적 판매처에서 공급하는 ‘마스크 공적 판매’ 제도가 도입됐지만 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판매처별 마스크 수량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지만 정부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해법을 들고 나온 것은 시민들이었다. 권오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대표를 비롯한 개발자 17명이 ‘코로나19 공공 데이터 공동 대응'(이하 ‘공동 대응’)을 꾸려 지난 4일 국민 참여 플랫폼 광화문1번가에 “공적 마스크 재고 등 정부가 가진 코로나19 관련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달라”고 제안했다. 공공에서 재료만 넘겨주면 필요한 서비스는 민간에서 개발하겠다는 취지였다. 공동 대응은 국내

“마스크 한 장 이라도 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쉼없이 가위질을 해댔다

[더 나은 미래 위해, 기자가 해봤다] 취약 계층 보급용 ‘면 마스크 만들기’ 봉사 “애만 태울 순 없어요” 가게 주인, 농부, 주부도 참여 작업 앞서 체온 측정, 위생장갑 착용, 소독 등 꼼꼼히 면 마스크 제작, 재단부터 포장까지 사람의 손 거쳐야 하루새 마스크 1800개 완성, 노숙자·쪽방촌 등 배분 “보건용 마스크만 못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 되길”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마스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적 재난을 한몫 챙길 기회로 삼은 비양심 판매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사이 경제·사회적 약자들은 ‘마스크 소외 계층’으로 전락했다. 정부의 ‘공공 마스크’ 정책 시행에도 마스크 수급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찾아간 수원시가족여성회관 1층 의상실은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였다. 경기 수원 주민들이 노숙자 등 취약 계층에게 나눠줄 ‘면 마스크’를 만드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가정주부, 보험 설계사, 식당 주인, 시민 단체 회원 등 다양한 사람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하나.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기자도 노란 조끼를 입고 봉사에 동참했다. 재단·재봉·포장 등 분업해 제작… “허리 펼 시간 없어요” 현장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체온 측정부터 했다. 36.2도. 다행히 정상 범위에 들었다. 이후 손 소독을 하고 조끼와 마스크, 위생용 고무장갑을 받아 착용했다. 매일 공간 전체에 대한 소독도 진행한다고 한다. 봉사 현장이 감염병 전파 통로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방명록에 소속과 이름을 적고서야 현장을 관리하는 수원시자원봉사센터 관계자의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난민에겐 버거운 ‘잠시 멈춤’의 무게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①허영철 공감씨즈 공동대표 ②김하종 안나의집 대표 ③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④이인숙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장 ⑤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한 요즘, 난민 신청자의 시간은 한없이 느리게 흐른다. 지난 2017년 4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고, 어렵사리 한국 땅을 밟은 난민 A씨. 벌써 2년 10개월이 다 되도록 출입국에서 난민 심사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법무부에 전화와 온라인으로 꾸준히 질의를 보낸 끝에 받아낸 난민 심사 출석 요청일은 3월 첫 주였다. 그러나 A씨는 난민 면접일 이틀 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난민 면접을 취소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난민 심사 면접이 언제 다시 잡힐지에 대해서는 기약이 없다. 난민 B씨는 2018년 늦가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그는 본국에서 정치적 활동으로 고문을 당하면서 고막이 손상돼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구금이 장기화하면서 B씨는 체력과 정신건강이 모두 악화해 가고 있었다. 피부 질환도 심해지고,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혼잣말하는 증상도 생겼다. B씨가 난민 소송을 제기한 지도 1년 3개월 가까이 시간이 흘렀고, 이제 3월 둘째 주 마지막 변론 기일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하루빨리 1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서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B씨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런데 얼마 전 법원에서 변론 기일이 4월 초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이라고 했다. 고통을 호소하면서 변론 기일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린 B씨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 고민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난민 상담, 법률 조력을 포함한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원장님 밥 최고!”…아이들 카톡에 힘나요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①허영철 공감씨즈 공동대표 ②김하종 안나의집 대표 ③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④이인숙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장 ⑤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아이들 밥은 어떡하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아동센터를 휴원하게 되면서 시작된 고민이다. 밥을 굶는 아이들은 없겠지만, 부모님이 일 나간 사이 편의점이나 집에서 라면 또는 간편식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는 모습이 쉽게 상상됐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최고급으로는 못 해줘도 집밥처럼 좋은 것, 건강한 것을 먹이려고 노력해 왔기에 더 걱정됐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출석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리사 선생님을 근무시킬 수도 없고 외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웠다.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서울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는 초·중학생 35명의 ‘아지트’다. 지역아동센터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저소득층 아이의 쉼터’를 떠올리지만, 쪼물왕국은 동네 아이들이 함께 자라나는 놀이터이자 배움터다. 센터 정원이 정해져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 동생들의 돌봄을 위해 센터를 졸업시킨 고등학생들은 “호적 파였다”고 농담하면서도 제 집 드나들 듯하는 곳이다. 이젠 자식처럼 느껴지는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고 배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때부터 일과가 바빠졌다. 지난 3일에는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집에 들어갔다. 도시락은 메인 반찬 하나와 밑반찬 최소 두 가지로 구성했는데,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매일 준비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새벽까지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퇴근하면서 쌀을 불려놓지 않으면 다음 날 점심때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며칠 해보니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전날에 쪼물가족 카톡방에 ▲점심 ▲저녁 ▲점심+저녁 ▲밥 추가 목록을 만들어 투표 창을 띄운다. 마감은 다음 날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원격 근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발견하다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①허영철 공감씨즈 공동대표 ②김하종 안나의집 대표 ③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④이인숙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장 ⑤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얼마 전 지인과 약속을 잡고 만나는 자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 서로 못 알아보고 지나친 일이 있었다. “이게 웬일이니. 우리가 마스크 때문에 서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이게 무슨 일이라니.” 순간 어린 시절 책이나 영화에서 접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이 모습을 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 쉬는 공기조차 안전하지 못한, 망가진 지구. 불과 몇 달 만에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모습을 바꿔놓았다. 영화관 방문객이 줄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접속자가 늘어난다. 백화점이나 마트 대신 온라인 쇼핑을 한다. 자의든 타의든 근무시간 단축이나 재택근무를 시도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대체 가능한 선택지’를 제공할 기술이 있었다. 사람들이 대면하지 않고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 이것은 유토피아적 미래인가 디스토피아적 미래인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를지 모르겠다. 나도 그 사이 어디 즈음에 걸려 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커다란 모순’ 하나를 안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구현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현장을 오가며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벤처 ‘키자미테이블’을 창업하고 아프리카 르완다에 매장을 낸 지 1년 반 남짓 됐다. 내게 키자미테이블은 국제개발협력의 연장선에 있다. 소셜벤처라는 방식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루는 것이 내 목표이자 꿈이다. 나 역시 지속가능성의 모순에 빠져 있었는데, 르완다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생활과 경제활동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일 년에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