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산을 정복한 남자, 산속에서 나눔을 외치다

최태욱 기자, 네팔 ‘엄홍길휴먼스쿨’ 동행 취재 7년전 “산과 나누며 살겠다” 재단 출범 에베레스트 산자락 해발 4060m에 첫 학교 이후 11개 설립… 신세계·롯데 등 후원 “이제 교사 트레이닝 등도 진행할 계획” 에베레스트부터 로체샤르까지 등반 후 그 산자락에 16개의 학교 짓겠다 다짐 “빵·옷 아닌 교육을 주고 싶었다” ‘DMZ평화통일대장정’ 장학금 기부도 해발 8500m 절벽. 정상은 100m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숨 쉴 힘조차 없었죠. 해는 벌써 떨어졌는데, 더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없었어요. ‘나도 여기서 끝이구나’ 싶었죠.” 지난 2000년 봄, 히말라야 산맥의 ‘칸첸중가(Kanchenjunga·8586m)’ 정상에 도전했던 엄홍길(53·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 산악대장의 회상이다. 그날 엄 대장은 로프에만 의지한 채 영하 30도가 넘는 절벽에 밤새 매달려 있었다. 북한산 백운대(850m)만 올라가도 몇 시간만 있으면 저체온증이 온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날은 8500m 상공에 바람 한 점이 없었다. 비행기가 오가는 고도가 ‘무풍지대’라니…. 엄 대장은 새 아침 여명에 힘입어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나중에 베이스캠프에서 찍은 영상을 보니, 마치 ‘우주여행’하는 사람처럼 슬로 모션으로 꾸물거리며 기어올랐더라고요. 8000m를 일명 ‘신들의 영역’이라고 해요. 그 아래까지는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산의 기운이 끌어당겨 줘야 하죠. 그래서 빌고 또 빌었어요. ‘제발 나를 허락해 달라. 그러면 나도 산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다’고 말이죠.” 세계에서 셋째로 높은 데다 워낙 오지(奧地)라 산악인들조차 꺼린다는 산, 이미 앞선 두 번의 도전에서 동료 2명을 잃으며 실패했던 마의 고지 ‘칸첸중가’는 그렇게 엄홍길 대장에게 정상을 내줬다. 엄

[더나은미래 기고] ‘사회 투자式 복지’가 바로 창조경제다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어 놓은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냉장고 하나도 못 만들던 우리가 가전은 물론이고 자동차, 건설, 조선, 반도체,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산업을 이끌고 있다. 지구촌 인구 3분의 1이 한국이 만든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동전의 양면이다. 그 고속 성장은 자살률, 고령화, 청년 실업, 사회적 갈등, 다문화, 환경오염 등 많은 사회문제를 우리 사회에 남겨 놓았다. 압축 성장이 가져다준 그늘이다. 이러한 사회문제들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금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은 376조원. 그중 30.7%인 115.5조원이 고용과 복지 관련 예산이다. 환경·교육·문화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합하면 총예산의 50%가 사회 관련 예산이다. 고용과 복지 예산은 다른 예산보다 많은 매년 8% 이상 오르고 있다. 그만큼 사회문제 해결이 중요한 과제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재원은 항상 부족하다.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느라 세금을 올리자니 납세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연말정산 파동이 그 방증이다. 세제를 바꾸어 슬그머니 세금을 더 걷다가 들통이 나니 정부가 그 대책을 마련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재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돈을 쏟아 붓는 복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원이 선순환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여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마련하듯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사회 투자적인 접근 방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문제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져서 이제는 전통적인 복지 접근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문제가 복합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복잡하듯이

“사회공헌 준비생, 다양한 경험·기획력이 중요”

대학생들이 가고싶은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 4명… 그들의 현장 이야기 루게릭 환자에게 안구 마우스 “아들아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7년만에 전한 메시지 베트남서 일주일에 141명 수술 수시로 정전돼 문 열어놓고 작업 열악한 환경서도 몰두하던 모습 선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기업 사회공헌팀의 인기는 높아지는 데 반해, 담당자의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지난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가고 싶은 기업(‘매출 상위 100대 기업 고용 브랜드 조사’,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으로 꼽힌 기업 4곳의 사회공헌 담당자 4명의 입사 과정부터 현장 비하인드까지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성희(28)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대리, 강세영(30) SK텔레콤 CSV실 CSV운영팀 매니저, 김명호(31) CJ CSV경영실 대리, 양지원(32) 포스코 환경에너지실 사회공헌그룹 매니저(이상 ‘가나다순’) 등이 좌담회에 참석했다. 편집자 주 사회=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로 가는 길은 ‘좁은 문’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사회공헌 파트에 합류하게 됐나. 강성희(이하 강)= 201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글로벌기술센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이듬해 임직원 선발 해외봉사단을 통해 잠비아에 갔었다. IT센터 등 봉사단 활동을 통해 변해가는 마을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2013년 사회봉사단사무국에 지원했다. 강세영(이하 세)= 대학에서 CSR 리포트를 쓰던 중 SK 사회공헌 사업을 접했다. 당시 기업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시혜적 성격이 강한 사업을 생각했었는데, 결식 이웃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행복 도시락’이나 대학생 봉사단 ‘써니’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무척 흥미로웠다. 이후 2010년 SK에 입사, 지금까지 6년째 CSV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양지원(이하 양)= 제가 써니 1기

식사가 괴로운 어르신들께 ‘먹는 낙’ 선물하고 싶었죠

복지유니온 장성오 대표… 음식물 섭취 어려운 ‘삼킴장애’ 노인들 9년간 사회복지사 일하며 안타까움 느껴… 죽보다 삼키기 편한 맞춤형 유동식 개발 불고기·해물야채 등 15가지 맛 제공 25㎏인 할머니, 9개월만에 4~5㎏ 찌기도… 작년엔 ‘사회적기업 스타상품 공모’ 1위 “잘게 간 음식마저 못 드시는 어르신들에겐 일명 ‘콧줄’을 끼웁니다. 콧줄은 ‘최후의 수단’이지만, 아내와 함께 사회복지사로 근무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성한 어르신께 콧줄을 끼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결국엔 콧줄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할 노인이고, 일단 하루 업무가 과중하니 미리 끼워버리자는 심산이었죠. 콧줄을 낀 분들은 ‘이제 밥도 못 먹고, 죽을 때가 다 됐구나!’라고 생각하며 좌절하십니다.” 어르신들이 좀 더 존엄하게 살다 가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 맞춤형 유동식을 직접 개발한 사회적기업가가 있다. 9년 동안 노인요양시설,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등에서 일해온 사회복지사, 장성오(38) ㈜복지유니온 대표다. 그가 요양시설 어르신들을 위한 유동식을 개발한 건 소규모 복지시설에서 안타까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전문 영양사나 조리사가 없어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들이 노인·장애인들의 영양관리부터 조리까지 모두 책임져야 했다. 간단한 한 끼 식사처럼 보이지만 일거리는 많았다. 예컨대 요양시설에서 노인 30명이 생활한다고 하면 20명은 밥을 먹고, 7명은 죽을 먹고, 나머지 3명은 밥과 반찬을 갈아서 먹는 식이기 때문이다. 치매와 뇌졸중 등의 이유로 음식을 씹고 삼키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 준비는 한층 고되다. 장 대표는 “밥과 나물은 갈고 생선 같은 반찬은 가시를 모두 발라내 으깨서 드리곤 했다”며 “요양시설 직원들이 부지런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얘들아, 네 멋대로 해라… 꿈이 보일 때까지

대안학교 양업고 초대교장 윤병훈 신부 강요 대신 기다리는 학교 처음 세운 교칙은 ‘자유’… 담배 피우는 아이들에게 아예 흡연터 만들어주니 잘못 깨닫고 스스로 없애 교과서 밖으로 세상 공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해 자신만의 여행 떠나… 선택할 기회 주어지자 하나둘씩 인성 나아져 인간쓰레기 학교가 들어선다고 소문이 났다. ‘우리 지역 결사 반대’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퇴짜 맞기도 여러 번. 터를 찾아 학교를 짓고 첫 신입생을 받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1998년, 충북 청원군 옥산면 시골 산자락에 들어선 정규 인증 대안학교 ‘양업고등학교’ 이야기다. 올해로 양업고가 만들어진 지도 17년, 학교 밖 아이들만을 위한 ‘꼴통 학교’로 소문났던 학교에, 이제는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줄을 섰다. 한 학년에 40명, 전교생 120명 남짓 되는 작은 학교의 지난해 경쟁률은 6대 1. 전국 각지에서 교사 연수 문의도 쏟아진다. 국내 인기를 넘어, 세계적으로 훌륭한 ‘교육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전 세계에서 22번째로 WGI(William Glasser International)의 ‘좋은 학교(Quality School)’ 인증을 받은 것이다. 세계적 교육심리학자 윌리엄 글라서(William Glasser)의 이론에 따라 만들어진 WGI 평가는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관계’, ‘교사·학생·학부모 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 등 다섯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만 주어진다. 입시 위주의 교육열이 뜨겁기로 유명한 아시아 국가 중에 ‘좋은 학교’ 인증은 양업고가 유일하다. 지난 세월의 굴곡엔 윤병훈 양업고 초대 교장신부(현 청주교구 산남동 성당 주임신부)가 있었다. 2013년 정년퇴임하기까지 양업고와 함께 호흡해온 그는 포스코 청암교육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학교 밖

[더나은미래 논단] 생애주기별 복지가 중요한 진짜 이유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생애주기별’ 복지다. 보건복지부의 정책 설명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다. 생애주기별 복지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생의 단계에 따라 필요할 수 있는 복지 욕구를 사회적으로 적절히 해결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영·유아기에는 돌봄, 아동기에는 건강한 성장, 청장년층에는 취업, 노년층에는 노후 생활 보장과 의료 등 각 생애주기에 특화돼서 필요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는 이러한 특화된 서비스를 생애주기별로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하지만 생애주기별 복지를 이렇게 평면적으로만 이해한다면 그 개념이 중요한 ‘진짜 이유’를 자칫 놓칠 수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의 보다 입체적인 의미는 예방적이고 투자적인 복지의 개념과 관련이 있다. 삶의 주기에서 앞선 주기의 복지 욕구를 얼마나 적절히 해결하느냐가 뒤에 오는 주기의 복지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생애주기별 복지의 이론적 근간이다. 영·유아 시기에 부모와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아동기에 사회성과 정서 발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아동기에 사회성과 정서 발달이 뒤처지면 성인기에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가 나타날 확률이 크다. 복지 욕구는 생애주기마다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연결되며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잡하고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주 어린 시기에 가족의 경제적 여건의 차이로 발생한 작은 발달상의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더욱 큰 격차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복지의 핵심은 예방적인 접근에

1년간 272명 가입… 이웃사랑은 가족·친구 따라 전염된다

아너 소사이어티 성장 전략은 가족 구성원 전원이 함께하는 ‘가족 회원’ 부부·父子·母女 등 동시 가입 늘어 함께 가입식 가지며 나눔의 가치 공유 충청·호남권의 ‘지인 네트워크’ 고액 기부의 불모지서 서로 권하는 문화로 작년만 전남 11명·대전 17명 신규 가입 “원래 집에 음식이 많으면 옆집, 앞집에도 돌리잖아요. 그냥 지금 우리가 조금 더 여유가 있으니까 다른 데랑 나누는 건데, 이런 인터뷰까지 하는 게 아무래도 떠벌리는 것 같아 영 부담스러워서….” 지난 5일, 대전 대덕구의 산업용 밸브 생산 중소기업 ‘삼진정밀’ 사무실에서 만난 정태희(57)·이준임(56)씨 부부. “내세울 일이 아닌데 사진촬영은 민망하다”며 연신 손을 내저은 이들이지만, 지역 내에선 이미 알아주는 ‘기부쟁이’다. 지역 중·고등학교 장학금 지원, 다문화 가정 지원, 공단 내 초등학교 방과후활동 지원, 위기청소년 쉼터 지원, 지역아동센터 합창단 공연 후원…. 후원하는 비영리단체만도 수십 곳에 이른다. 20여년간 크고 작은 나눔을 함께해 온 이들이 이제는 아너 소사이어티 ‘가족 회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삼진정밀 대표인 정씨가 2012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뒤, 지난해 이씨도 가입한 것이다. “남편이 처음 아너 소사이어티를 얘기했을 때, ‘기부야 좋지만, 꼭 이름 알리면서 해야 하느냐’고 했어요. 형편 넉넉하다고 자랑하는 듯 비칠까 걱정도 됐고요. 남편이 ‘안 좋게 보는 이들이 있다 해도 좋은 뜻이지 않으냐’며 설득하더라고요.”(이준임) 이 부부는 결혼한 지 1년쯤 지나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하던 일을 관두고 내려온 대전에서 여태껏 터를 잡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특별기고] 구세군 자선냄비는 하늘과 땅의 통로

지난해도 어김없이 12월 한 달 동안 거리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자리를 지켰다. 1928년 시작된 이후 한국전쟁 기간을 제외하고 항상 계속된 일이다. 벌써 86년을 지켜온 사랑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추운 겨울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종을 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손과 발뿐만 아니라 온몸이 꽁꽁 얼어 자선냄비가 끝나도 몸에 남아 있는 한기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2014년의 자선냄비는 전년도의 기록적인 금액을 넘었고, 애초 목표로 했던 65억도 훌쩍 넘은 68억3000여만원이 모금되었다. 한국구세군의 자선냄비는 1928년 시작 이래로 한 번도 모금액이 줄어든 적이 없다. 추운 겨울 한결같이 자선냄비를 지키는 사람들, 매년 최고 모금액을 달성하는 자선냄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구세군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었다. 1928년 12월, 홍수와 가뭄으로 고통받는 이가 많았던 한 해의 끝자락, 가난한 이들이 얼어 죽은 변사체로 발견되는 일이 일어나면서 당시 박준섭 구세군 사령관은 정부에 공식 모금을 요청하여 허가를 받았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그해 12월 15일 서울 명동 등 20여 곳에 처음 등장했으며 첫해 848원 67전이 모금되었고, 그 돈은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의 식사와 땔감에 쓰였다. 그 후 자선냄비 모금액은 계속 증가했고, 심지어 IMF 시기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2014년의 자선냄비는 그 어느 해보다 봉투 기부자와 그 안에 담긴 사연이 많았다.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용돈을 기부한 자녀들, 이젠 편지를 받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를 넣어 주신 분,

[숨은 영웅을 찾아서] ③ 내 인생을 바꾼 건 아이들… 그들이 또다른 삶 돌보길

숨은 영웅을 찾아서(3) 최연수 한빛청소년대안센터장 “중·고등학생 여덟 명이 본드와 가스를 마신 채 뒹굴고 있더군요. 개수대에는 먹다 남은 라면 냄비가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이혼 후 집을 나갔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장기간 지방 출장이 잦다보니 동네 형들이 그 애의 집을 아지트로 삼은 것이었죠.” 최연수(52) 한빛청소년대안센터 센터장이 처음 이 길에 들어선 건 20여년 전 맞닥뜨린 충격적인 현장 때문이다. 중간·기말고사만 되면 극성 엄마들이 돈봉투를 들고 와서 “문제 좀 찍어달라”고 하던 학원 강사 일에 회의를 느낄 무렵이었다. 최 센터장은 YMCA 송파청소년독서실에서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야간 교육봉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얼굴을 다 익혀갈 즈음, 한 학생이 3일 나오다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학생을 찾아나선 거여동 판자촌, 그곳은 ‘별세계’였다. 이후 그는 매주 청소년 아지트 예닐곱 군데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먹였다. 아이들은 그를 ‘빵아저씨’라고 불렀다. 생업이던 학원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등교를 거부하는 ‘동네 짱’들을 모아 축구팀도 만들었다. 그러기를 2년, 1995년 아예 5평짜리 방 한 칸을 빌려 ‘한빛길거리상담소’라고 이름붙였다. “처음에는 통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3번 과외를 하면서 운영비를 충당했는데, 과외를 갔다 오면 난리가 나 있었어요. 술 먹고 담배 피우고…. 책 사이에 꽁초를 끼워 버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한가득 쌓였죠. 주민들 항의가 거세져 문단속을 하자 유리창까지 깨고 들어오더군요. 기름보일러 안에 석유가 떨어져서 안 넣으니까 테이블 위에 이불을 깔고 자기도 했어요. 그렇게 몇 년을 먹이고 재우니까 처음 돌보던 그룹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본드며

나눔의 기적 수놓은 얼굴들… 다음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아너 소사이어티’ 7년만에 회원 710여명 대다수가 소액 기부로 장기간 기부 활동 다양한 직종·회원 간 네트워킹이 비결 국내 대표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 710명이 됐다(2014년 12월 31일 기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가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의 모임을 창단한 지 딱 7년 만이다. 2008년 6명으로 시작된 회원은 매년 약 2배씩 가파르게 늘어, 7년 동안 100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특히 지난해에만 전체 회원의 약 40%에 달하는 인원(272명)이 가입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더나은미래와 공동모금회의 분석 결과 ▲단계별·맞춤형 나눔 플랫폼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간 네트워킹 ▲다양한 직종의 회원 참여 확대 및 홍보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 12월 30일, 아너 소사이어티 700호 주인공이 된 정형철(49)씨는 2004년 공동모금회에 기부한 10만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나눔을 늘려왔다. 17년째 제주도 노형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매년 100만~150만원씩 제주도 장애인체육회·공동모금회·모교인 제주 오현고 등에 기부를 이어갔고, 2009년 7월부턴 수익금의 일부를 정기 기부하는 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에도 가입했다. 10년간 꾸준히 나눔을 지속한 구력(球歷) 덕분일까. 지난해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으로부터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가입 권유를 받았을 때도, 정씨는 선뜻 1억원 기부를 약정했다. 강학봉 공동모금회 일반모금사업본부 본부장은 “다수의 회원분이 일시에 고액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액 기부로 시작해서 최소 3년 이상 착한가게 등 정기 기부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한 뒤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다”면서 “기존 모금회 누적 기부금을 포함해 5년내 1억원 완납을 약정해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할 수 있고, 가입

[더나은미래 논단] CSR의 투명한 천장

이윤석 InnoCSR 대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정의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이상 동안 전 세계에서 계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CSR, CSV(공유가치창출), 사회공헌,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이 혼재되어 있어, ‘CSR=사회공헌’이라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정의까지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CSR은 기업이 어떻게 돈을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돈을 버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 기업이 브랜딩이나 마케팅 측면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력 사업들을 검토하고 시행할 때 사회와 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기업 구조는 오로지 밀턴 프리드먼과 애덤 스미스가 얘기했던 과거형 수익 창출에 맞춰져 있다. 구매에서부터 제조, 판매까지 이어지는 사업의 밸류 체인을 보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보인다. 구매팀을 예로 보자면, 소수의 구매 담당자가 많은 협력업체를 상대한다. 한 사람이 보통 흔하게는 수십 개 협력업체를 매월 상대한다. 이들은 기존의 협력업체들을 관리하고, 회사에 필요한 자원을 구매함과 동시에 신규 협력업체들도 발굴해야 한다. 간혹 사고가 나고, 이를 협력업체들과 해결하는 일도 도맡아서 한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 요소들은 낮은 가격, 높은 품질, 그리고 빠르고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다.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구매팀에 어느 날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윤리강령과 CSR 감사 제도를 정책화한다. 구매팀은 그 내용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 이를 협력업체들에 강조하고 협력업체 평가 요소에 반영한다. 협력업체들 역시 이를 즉시 비용으로 인식한다. 가장 낮은 원가로 높은 품질로 만들어서 빠르게

민둥산에서 산림녹화 성공한 韓… 아세안 6억명에게 희망 되길

아시아산림협력기구 하디 수산토 파사리부 사무총장 인터뷰 1960~70년대 녹화 이끈 한국 새마을운동 기술 배우고자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출범 현지 기후·기술 상황 등 고려해 사업 진행 “협력 기구로서 든든한 가교 역할 할 것” “한국의 산림 황폐화는 고질적이라서 치유 불가능하다.” 1969년 이뤄진 유엔의 평가다. 불과 13년 만인 지난 198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선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세계에서 유례없는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한국의 조림 녹화 사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세계와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가 있다. 2009년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제안, 2011년 설립된 아시아 최초의 산림 전문 국제기구인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이하 아포코)’다.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개소한 지 2년째를 맞은 아포코의 하디 수산토 파사리부(Hadi Susanto Pasaribu) 사무총장<사진>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아세안 10개 국가 전체 면적의 약 60%가 산림이에요. 급속한 산업화, 기술이나 지식 부족, 열악한 경제 환경 등 때문에 너무 빠른 속도로 산림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현재 아세안 지역에서 매년 100만헥타르(㏊) 상당의 산림이 줄어들고 있어요. 거대 규모의 벌목이 가장 큰 원인이죠. 사람들도 나무를 공유재로 생각하고 무분별하게 베어 땔감 등으로 쓰기도 하고, 화전(火田)도 여전히 횡행합니다. 그렇게 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파괴되는 경우도 많고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아포코 사무국에서 만난 하디 사무총장의 말이다.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세안 10개국의 산림면적은 모두 2억1300만헥타르(㏊). 한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