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이거” “네” 밖에 몰라도… 주와드의 유치원 생활은 행복하겠지요?

[정연주의 우리 옆집 난민] “엄마! 나 유치원 가서 친구들이랑 어떻게 놀지? 애들은 내 말 못 알아듣고, 나는 애들 말을 못 알아듣는데….” 2016년생 주와드는 요새 날마다 엄마에게 묻습니다. 주와드는 올해 충주 대림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원래 서울 장한평 인근에서 생활해왔던 주와드네는 지난해 아빠가 충주의 대형 폐차장에 일자리를 얻으며 이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얼마 전 주와드네가 새로 이사한 집을 방문했습니다. 주와드는 우리에게 형 하디의 유치원 졸업 앨범을 한참 보여줬습니다. “이거” “네” 주와드는 두 단어만으로 열심히 형 사진을 설명했습니다. 통통한 볼살이 붙은 얼굴이 세상 진지해서 모두 한참을 웃었습니다. 유치원 생활에 대한 기대와 흥분, 걱정으로 가득 찬 주와드는 형의 모습이 꽤 자랑스러웠나 봅니다. 주와드의 형 하디는 아랍 이주민 자녀가 많이 다니는 서울 군자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족 구성원 중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 구사합니다. 충주에서도 하디는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형이 즐겁게 유치원 생활을 하는 동안 늘 집에만 있어야 했던 주와드도 드디어 유치원에 가게 된 것입니다. 주와드도 형 하디처럼 잘 해내겠지요? 주와드네가 이런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쳤습니다. 주와드의 아빠는 시리아 내전 상황에서 강제 군대 징집을 피해 아내와 어린 하디를 데리고 한국에 왔습니다. 난민 신청 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살던 중, 막내 주와드가 태어났습니다. 주와드의 아빠는 “네 명의 아내, 자녀만 20여 명을 둔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다”면서 “소중한 두 아이에게 누구보다

[진실의 방] 이제는 증명해야 할 때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이상한 호기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그것을, 혹은 그 사람을 그렇게 싫어했을까. 비슷한 맥락에서 얼마 전, 학창 시절 끔찍이도 싫어했던 ‘수학’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펼쳐 든 게 ‘위대한 수학’이라는 책이었죠. 모르고 살기엔 진짜 억울한 50가지 수학 아이디어가 담겼다고 소개된 책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증명’에 관한 장(章)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증명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엄청난 노력과 실수 끝에 얻게 된다. 증명을 내놓기 위한 몸부림이야말로 수학자들 삶의 중심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증명은 확립된 이론을 추측이나 좋은 고안으로부터 가려내려는 수학자의 ‘진품 인증’ 도장이나 마찬가지다. 증명에서 추구하는 특성은 엄격함과 투명함이며,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우아함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통찰력이 들어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게 증명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무심코 내뱉는 무수한 명제를 증명하고자 살아가는 건 아닐까. ‘진품 명품’까진 아니더라도, 인생의 끝에서 적어도 자신이 모조품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몸부림치는 것일까. 증명에 대한 이런저런 쓸데없는 상념을 떠올리던 가운데 ‘도시 재생 뉴딜 사업’에 50조원을 투입한다는 정부 발표를 보았습니다. 잘못하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간 정부의 사업이 짝퉁 소리를 듣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2014년부터 본격화한 도시 재생 사업에 이미 수천억원이 쓰였지만 국민 반응은 싸늘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등 여러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도시 재생이란 단어부터가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오죽하면 ‘한꺼번에 내쫓으면 재개발, 한 명씩 쫓아내면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성범죄 피해자는 평생 괴로운데…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엔 솜방망이 처벌?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지난 9일 17년간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돼온 100만 회원 음란물 공유 사이트 소라넷 운영자 A씨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소라넷은 해외 서버 운영, 주소 변경 등으로 수사망을 피해 왔지만 10만 청원 운동, 미국과 네덜란드 등지에서의 해외 공조 추격전 끝에 2016년 서버를 폐쇄했다. 그동안 소라넷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1심 판결이 적시한 사실만 봐도 사이트 내에 ‘중년남과 애기들의 놀이터-파파러브 카페’란 이름으로 아동의 성기 사진 파일 등이 게시됐고, ‘나의 남친 게시판’에는 95개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올라왔다.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근친 고백 게시판’ 등에는 655개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게시됐는데, 운영자는 이를 우수 카페로 지정해 관리하기까지 했다. 이 외에도 사이트에 게시된 소위 음란한 영상이 무려 8만7354개에 달했다. 몰래 촬영된 개인의 신체가 100만명 앞에서 유희의 대상이 되는 데 따른 피해를 생각해보라. 아동·청소년이 사이버 공간에서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고, 한번 영상이 유포되면 사실상 회수는 불가능하며, 평생 피해에 시달려야 한다.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DSO)’에 의하면 불법 유포된 영상은 지워내도 하루 이틀 지나면 좀비처럼 다시 올라온다고 한다. 1심 판결 또한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정하며 소라넷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유형적·무형적으로 끼친 해악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번 1심 판결은 A씨에게 징역 4년,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14억여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일전에 먼저 체포돼 처벌을 받은 공동 운영자 B씨는 벌금 500만원 형에 그쳤다.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⑨] 비영리법인과 법인세

비영리법인의 법인세 과세대상 소득 비영리법인에도 법인세가 있다. 영리법인은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순이익을 뜻하는 소득에는 그 원천을 따지지 않고 모두 세금이 매겨진다. 반면 비영리법인은 이른바 ‘수익사업’에서 생긴 소득에 대해서만 법인세 납부의무를 진다. 즉 모든 소득에 법인세가 부과되는 영리법인과 달리 비영리법인은 법인세 과세대상소득과 목적사업 외 기타 사업을 구분해 과세하는 것이다. 비영리법인의 법인세 과세대상소득과 비영리법인의 목적사업 외 기타 사업은 분명히 다르다.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사안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용어정리가 필요하다. 비영리법인에 쓰이는 ‘수익사업’이라는 용어는 ‘영리사업’ 또는 ‘비관련사업’이라고 변경해야 한다. ‘수익사업’이라는 말은 일본의 법인세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국내에 무의식적으로 들여와 사용하는 것으로, 회계상 ‘수익’이란 ‘매출’ 또는 ‘판매액’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비영리법인의 법인세 과세대상사업을 칭하는 용어로는 맞지 않다. 현행 우리나라 법인세법의 수익사업의 범위는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의한 사업 중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너무 광범위한 정의로 인해 비영리법인 고유의 예금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도 원칙적으로 법인세 과세대상소득으로 하고 있다. 이 역시 비영리법인의 영리사업 또는 비관련사업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법인세 면세 비영리조직은 비영리조직의 목적사업과 관련이 없는 비관련사업(Unrelated Business Income)에만 법인세를 내게 한다. 또 미국에서는 이자, 배당, 기타 투자소득 등은 비관련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법인세 과세대상소득에서 제외된다. 일본도 유사하다. 일본은 물품판매업 등 34개 업종을 비영리법인의 법인세 과세대상인 수익사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의 고유사업에 쓰이는 예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제도도 없다. 특히 일본은 공익인정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북한에서도 부동산 사고판다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과의 경제 교류,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제도’에 대한 궁금증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과연 북한의 부동산 제도는 어떤 모습일까. 북한은 1946년부터 3차에 걸친 토지 개혁을 통해 모든 토지를 국가 또는 협동단체로 귀속시켰다. 법적으로는 개인이 주택(살림집)을 소유할 수 있지만, 개인이 집을 건설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주택을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북한의 살림집법은 주택을 주민에게 배정하면서 이용자를 대장에 등록하고 이용허가증을 발급받도록 한다. 부동산을 이용하려면 이용 허가를 받아야 하며, 사용료를 내야 한다. 북한은 부동산관리법에 따라 모든 토지와 건물을 대장에 등록해야 하며, 이에 대해 국가의 정기적인 실사가 이뤄진다. 반면 외국인에 대해서는 토지이용권뿐 아니라, 건물 소유도 허용된다. 북한에서 외국인은 토지이용권을 취득하거나 거래할 수 있다. 북한의 토지임대법은 외국인이 최대 50년까지 토지이용권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임대 기관의 승인을 받아 이용권을 제삼자에게 양도·저당·상속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토지임대법은 외국인 토지 임대에 대한 일반법이며, 각 경제특구에서 특별법과 부동산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규율된다. 이러한 제도는 전반적으로 중국과 유사한 모습이다. 중국이 토지제도 변화의 첫 단계로 토지의 유상 사용 제도를 실시한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앞으로 전국의 토지이용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도 기대해봄직하다. 제도상으로는 주민들의 부동산 소유와 이용이 분리돼 있지만, 최근에는 이용자 명의 변경이나 교환 등을 통해 주민들의 부동산 이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폭등과 투기 현상도 나타난다. 최근

[진실의 방] 까칠한 인터뷰이가 좋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기자’라는 직업에 냉소적인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나는 이미 기자라는 인간들을 만나볼 만큼 만나봤으며, 내 앞에 있는 당신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잘 안다’는 눈빛을 하고 있죠. 기자들이 어떤 실수와 잘못을 했는지 설명해주는 인터뷰이도 있습니다. 사건이 터지면 불나방처럼 달려들어선 정작 기사에는 자극적인 얘기만 가득 쓰고 꼭 써달라고 했던 중요한 얘긴 쏙 빼놓는다는 푸념이죠. 이상한 소리일지 모르겠으나, 저는 냉소적인 인터뷰이를 좋아합니다.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현장 전문가라는 것, 자기 업적을 부풀리지 않는다는 것, 기사에 멋있게 나가는 걸 싫어한다는 것 등입니다. ‘제발 포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써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니 인터뷰 초반에는 분위기가 썩 좋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주파수가 맞아떨어지면,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모두 그랬습니다. 더나은미래는 2018년 마지막을 장식할 12월호 커버스토리 주인공으로 지난 20년간 북한을 80여 차례 다녀온 인세반 유진벨재단 이사장을 택했습니다. 인터뷰 날짜와 시간을 조율하면서 ‘까다로운 사람일 수 있겠다’는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후배는 ‘쉽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기자나 언론에 대해 냉정함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기사에는 빠졌지만,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개발 구호 사업은 유엔 대북 제재에 걸리지만, 식량·의약품 지원을 하는 순수 자선 단체는 대북 제재와 관련이 없다. 그런데 기자들이 그걸 구별 못 하고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사회주택 법제화는 주거 혁신의 첫걸음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저비용, 고효율, 친환경적 특성을 갖춘 ‘공유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삶의 기본 영역인 주거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셰어하우스’다. 청년들은 오래된 집을 개조해 만든 셰어하우스에서 햇볕이 드는 넓은 거실을 향유한다. 월세는 원룸보다 저렴하다. 맞벌이 부부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동 육아 시설을 갖춘 집을 지어 함께 살기도 한다. 공공의 땅에 협동조합이 소유한 집으로 조합원이 입주한 ‘공유 시스템’이다. 땅값이 올라도 공공의 영역에 귀속되고 세입자인 동시에 임대인인 구조는 건물주의 ‘갑질’도, 세입자의 ‘내몰림’도, 주택 투기도 먼 이야기가 된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주거 모델을 ‘사회주택’이라고 부른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사회주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빈집·비주택 리모델링 공유주택(셰어하우스)’ 등 803호의 사회주택을 공급했다. 시세는 80% 이하, 임대 기간은 8년 이상인 모델이다. 최근에는 전주시, 시흥시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도 가세했다. 지난해 주거복지로드맵에도 ‘사회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포함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서울시와 함께 사회주택 전용 토지뱅크인 ‘사회주택 토지지원리츠’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사회주택 공급의 물꼬를 트기로 했다. 최근 집값이 잡히는 추세라고 하지만 이미 치솟은 주택 가격은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고서는 개발 부지를 찾기 어렵다. 지난 정부는 주택 문제의 해결책으로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뉴스테이(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정책’을 도입해 2015~2016년에만 2조원가량의 기금을 쏟아부었지만, 높은 임대료와 대기업 퍼주기라는 질타를 받으며 결국 폐지했다. 결국 사회주택이 답이다. 하지만 확산은 생각보다 더디다. 공유의 대상이 ‘주택’이라 상당한 재원이

[진실의 방] 제3섹터, 주류(主流)가 되다

강물의 원줄기가 되는 큰 흐름을 주류(主流)라고 합니다. 사상이나 문학의 주된 경향을 얘기할 때도 주류라는 말을 쓰죠.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서 다수의 사람이 속한 쪽을 가리킬 때도 주류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반대말은 비주류(非主流).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생각이나 주장, 혹은 집단 내의 소수파를 비주류라고 부르죠. 굳이 따지자면 ‘제3섹터’는 비주류에 가까웠습니다. 주류, 즉 정부(국영)나 기업(민영)을 제외한 나머지가 제3섹터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형태죠. 비영리단체나 공익법인, NPO와 NGO,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다양한 주체가 제3섹터 내에 혼재합니다. 기업에서 CSR을 담당하는 팀, 더나은미래와 같은 공익 전문 매체 기자들까지 제3섹터에 포함시키기도 하죠. 과거 제3섹터의 활동은 각개전투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각자의 신념과 무기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변방에서 치열하게 싸웠지만, 대중의 관심을 확 끌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장면들에서 놀라운 변화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며 자연스럽게 텀블러를 내미는 사람들을 볼 때, 누군가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했는데 ‘정말?’이라고 되묻는 사람이 없을 때, 속으로 살짝 놀라곤 했습니다. 환경, 젠더, 노동, 인권 등 제3섹터에서 주로 다뤄왔던 주제들은 더이상 변방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부와 기업 등 주류 세계에서도 제3섹터의 주제들을 중요한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비주류였던 제3섹터가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주류화’ 현상은 내년에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공익활동가, 사회혁신가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탈북민의 ‘SOS’에 우린 어떻게 답했나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위기의 순간,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어딜까? 가족과 연인,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나라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달 초 수년 전 나라에 보호를 요청한 탈북민을 오히려 북한이탈주민 인정마저 취소하고 형사 재판 피고인으로 세운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이뤄졌다. 피고인 A씨는 북한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16세까지 살다가 북한으로 이주했다. 그는 아버지 국적을 따라 북한 국적을 인정받았고, 결혼해 자녀를 낳아 20년 넘게 북한에서 살다가 홀로 탈북했다. 이후 중국에서 일용직 노동자를 전전하다 어렸을 때 남아 있던 중국 호구부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한국으로 입국, 탈북민 자격을 인정받았다. 한국에 정착한 A씨는 북에 둔 가족들 생각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이들을 탈북시키고자 다시 중국에 입국했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A씨는 이때 압수된 한국 여권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국적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 공안청은 A씨에게 중국 호구부가 있으므로 중국인이라 할 수 있지만, 중국법상 외국 국적을 적법하게 취득하면 중국 국적은 상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A씨의 국적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인 신분 증명 자료를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우리나라 국정원, 통일부, 외교부 어느 곳 하나도 A씨가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협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공안청 말만 듣고 2011년 A씨에 대한 탈북민 인정을 취소하고, 위장 탈북민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정부가 피고인의 북한인 신분 증명에 관한 자료를 공안청에 제공해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⑧] 비영리법인에 실질 소유자가 있을까?

기본재산제도 A to Z (3) 국내에서는 비영리 조직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한 회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영리법인에 맞춰진 회계 방식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비영리 회계 용어다.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는 차변(왼쪽)에 자산, 대변(오른쪽)에 부채와 자본을 표시하는데, 이는 ‘자산=부채+자본’이라는 회계등식에 따른 것이다. 이 회계등식은 ‘자산-부채=자본’으로 변경될 수 있다. 그런데 비영리 단체에는 지분권이나 잔여청구권이 없어서 자본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 때문에 ‘자본’을 ‘순자산’으로 바꿔 ‘자산-부채=순자산’이라는 등식을 사용한다. 영리기업과 구분하기 위해 자산과 부채의 차액개념으로 순자산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다. 지난해 한국회계기준위원회가 제정한 비영리조직회계기준이나 기획재정부장관이 고시한 공익법인회계기준에서도 자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순자산이라는 용어로 통일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용어를 채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순자산이라는 용어 외에 ‘자산·부채차액’, 즉 자산과 부채의 차액에 불과하다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국내 대형 비영리 단체들은 어떨까? 이들의 지난해 재무보고서를 살펴보면,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에 자산, 부채, 자본으로 구분해 표시하고 있다. 순자산이라는 용어는 아직 사용하지 않는 상황. 월드비전, 굿네이버스인터내셔널, 통일과나눔 등은 영리기업과 유사하게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의 용어를 쓰고 있는데, 앞으로 비영리조직 회계기준/공익법인회계기준에 따라 ‘기본순자산’ 또는 ‘보통순자산’이라는 용어로 통일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익법인회계기준에도 비영리조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순자산의 회계 처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가 ‘기부금 등이 기본순자산에 해당하는 경우 사업수익으로 인식하지 않고 기본순자산의 증가로 인식한다’라고 하는 규정이다. 공익법인회계기준상 ‘기본순자산’이란 영구적 제약이 있는 순자산을 말한다. ‘영구적 제약’이란 법령이나 정관 등에 의해 사용이나

[진실의 방] ‘혜화동 1번지’를 아시나요?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메카’로 불리는 대학로는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납니다. 최근 몇 년간 건물 임대료가 지나치게 오르면서 수십년 역사를 가진 극단들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일이 계속되고 있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조사하던 중 흥미로운 제보를 접했습니다. 바로 ‘혜화동 1번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10여 년 전까지 대학로 공연예술계에 몸담았다는 제보자가 기억을 더듬어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대학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2000년대 초 이미 진행 중이었고, 2004년 대학로가 서울시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임대료가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극단들은 건물주와 싸울 엄두도 못 내고 극장에서 쫓겨났습니다. 이후 대학로에 대자본이 유입되면서 대형극장들이 들어섰고, 영세한 소극장들은 더욱 궁지에 내몰리게 됐다고 합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25년을 버틴 극단이 있으니, 바로 ‘혜화동 1번지’입니다. 1993년 시작된 혜화동 1번지는 5~6명의 연출가가 기수를 이어가며 극장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우리 연극계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영향력 있는 연극을 선보이는 단체로 손꼽히죠. 제보자는 “혜화동 1번지가 한자리에서 이토록 오랜 세월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건 ‘건물주의 의지’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건물주 할아버지는 연극에 대해 잘 아는 분은 아니었지만 젊은 연극인들의 열정과 노력을 늘 응원하셨다”며 “다른 극장들이 임대료를 올릴 때에도 저렴한 월세로 연극인들에게 공간을 내줬다”고 떠올렸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건물주야말로 우리 문화예술계의 숨은 공로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도 답을 찾지 못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한 사회 혁신가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요. 정작 주목해야 할 사람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선하고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⑦] 韓·美·日 기본재산제도 비교

기본재산제도 A to Z (2) 지난 글에서는 국내 기본재산제도에 대해 살펴봤다. 그렇다면 외국에도 우리나라의 기본재산제도와 유사한 제도가 있을까? 기부 문화가 비교적 활발한 미국은 우리나라의 기본재산제도처럼 공익법인이 기부원금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를 운용해서 얻은 수익만 목적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의 영구기부재산(Endowment)은 법률로 강제되지 않고, 기부자와 합의한 ‘기부약정(gift instrument)’에 정한 용도에 따라 집행된다. 즉 기부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또는 배당 등의 수익을 목적사업에 사용하거나, 용도 지정 없이 수증단체(증여 받은 단체)의 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쓰기도 한다. 또 기한을 정해 몇 년 이내에 특정 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한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기부 유형은 국내와도 유사하다. 우리나라는 공익법인의 기본재산을 ▲설립시 기본재산으로 출연한 재산 ▲기부에 의하거나 기타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다만 기부목적에 비춰 기본재산으로 하기 곤란해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은 것은 예외) ▲보통재산 중 이사회에서 기본재산으로 편입할 것을 의결한 재산 ▲세계 잉여금 중 적립금으로 규정된 재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은 기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모든 기부금을 기본재산으로 해야 한다는 경직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기본재산 운용은 이사회 고유 권한으로 국내 공익법인법은 출연재산의 종류에 대한 별도규정 없이 민법의 적용을 받는다. 민법에서는 부동산, 동산의 소유권을 비롯한 각종 물권뿐 아니라 각종 채권 또는 무체재산권 등과 같은 재산권 등도 모두 출연재산이 될 수 있다. 흔히 예금이 대부분이지만 토지, 건물, 상장주식, 비상장주식, 차량, 집기비품 등도 기본재산으로 삼고 있다. 출연재산의 종류를 폭넓게 인정하는 셈이다. 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