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분야에서 첫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각) 미국 스타트업 ‘그래디언트(Gradiant)’가 최근 2억2500만달러(약 3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를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끌어 올렸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씨비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그래디언트는 1200개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 중 유일한 물관리 분야 기업이다. 그래디언트는 제약·반도체 등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재사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싱가포르의 한 제약사에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등 모든 형태의 액체를 오염도 ‘제로(0)’로 만드는 기술을 적용했다. 정화된 폐수는 곧장 공정에 재사용됐다. 제약사는 생산 공정에서 열 에너지의 35%와 사용전력의 50%를 절약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세계가 직면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인 ‘아쿠아프리너(aquapreneurs)’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쿠아프리너는 ‘물(aqua)’과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로 기술로 담수 보존 등 물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를 뜻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물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5월 세계경제포럼(WEF)에 등장한 개념이다. 유엔은 지난해 ‘세계 물 개발 보고서(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를 통해 “물 문제는 인도주의적 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 개발로 인해 발생한 오염수를 쉽게 정화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정화할 능력이나 기술이 없어 더 큰 피해에 처한다”고 밝혔다. 정용현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생산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 다량의 물이 필요하지만, 자국 내 환경 보호 문제 등으로 전 세계 생산 공장의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 있다”며 “산업 폐수 등 물 문제로 인한 피해는 개발도상국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