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세계 첫 수질정화 ‘유니콘’ 탄생… 기후대응 물관리 스타트업 각광

물관리 분야에서 첫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각) 미국 스타트업 ‘그래디언트(Gradiant)’가 최근 2억2500만달러(약 3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를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끌어 올렸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씨비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그래디언트는 1200개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 중 유일한 물관리 분야 기업이다.

그래디언트는 제약·반도체 등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재사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싱가포르의 한 제약사에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등 모든 형태의 액체를 오염도 ‘제로(0)’로 만드는 기술을 적용했다. 정화된 폐수는 곧장 공정에 재사용됐다. 제약사는 생산 공정에서 열 에너지의 35%와 사용전력의 50%를 절약할 수 있다.

수자원 관리 부문 유니콘으로 등극한 스타트업 '그래디언트'는 지난해 대만 하수처리업체 워터파크사(WaterPark Corp)를 인수해 아시아지역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그래디언트
수자원 관리 부문 유니콘으로 등극한 스타트업 ‘그래디언트’는 지난해 대만 하수처리업체 워터파크사(WaterPark Corp)를 인수해 아시아지역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그래디언트

기후위기로 세계가 직면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인 ‘아쿠아프리너(aquapreneurs)’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쿠아프리너는 ‘물(aqua)’과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로 기술로 담수 보존 등 물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를 뜻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물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5월 세계경제포럼(WEF)에 등장한 개념이다.

유엔은 지난해 ‘세계 물 개발 보고서(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를 통해 “물 문제는 인도주의적 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 개발로 인해 발생한 오염수를 쉽게 정화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정화할 능력이나 기술이 없어 더 큰 피해에 처한다”고 밝혔다. 정용현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생산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 다량의 물이 필요하지만, 자국 내 환경 보호 문제 등으로 전 세계 생산 공장의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 있다”며 “산업 폐수 등 물 문제로 인한 피해는 개발도상국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아쿠아프리너는 생활 폐수부터 산업 폐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물 문제를 해결한다. 특히 물 문제로 큰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에도 쉽게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태양열이 부착된 수력 패널로 오염된 물을 식수로 정화하는 ‘소스 글로벌(Source Global)’, 인공지능(AI) 분석 기술로 하천의 물줄기 변화를 예측해 물 부족 현상 발생 지점을 분석하는 스타트업 ‘워터플랜(Waterplan)’이 그 예다.

한국에도 개발도상국의 물 문제 해결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다. ‘파이퀀트(PiQuant)’는 개도국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용 분석기기 ‘워터스캐너’를 개발했다. 기존 분광 기기보다 검사시간을 1440분의 1로 줄이고, 비용은 50분의 1로 낮췄다. 파이퀀트는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Bill&Melinda Gates Foundation)의 수질·위생 개선 분야 파트너로 선정돼 1차 연구개발을 마치고 지난해 6월 연구 실증 협약을 새롭게 맺었다. 이를 통해 인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 기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엔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CTA)가 주관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물 문제 솔루션이 정부가 아닌 스타트업을 통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용헌 교수는 “폐수, 하천 개발 등 물 문제는 굉장히 광범위해 정부가 단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해 물 관련 국내 정비 사업이나 법적 규제가 주를 이루지만, 스타트업은 개발도상국 공중 보건 문제, 담수 부족 등 전 세계가 직면한 광범위한 물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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