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 직접 해보니 지난 8월 13일, 서울에서 버스로 5시간을 달려 전라남도 고흥군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섬 소록도에 닿았다. 섬 이곳저곳에서는 에메랄드 빛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나병 환자촌’이란 인식 때문에 ‘절대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되는 곳’으로 여겨졌던 소록도가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달라지고 있다. 한센병(나병의 올바른 표현)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2009년 육지와 섬을 잇는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사람들과 한층 가까워졌다. 소록도와 인근 지역 사람들에게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은 반가운 존재다. 섬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소록도를 찾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에는 한센병 후유증으로 손발 끝이 수축해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이들이 의료진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목욕을 하는 일상생활을 누군가 곁에서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자는 4박 5일간 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에 참여하며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신없이 흘러가는 봉사자의 하루 소록도병원 자원봉사자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가로등 하나만 켜져 있는 바깥은 아직 한밤중. 자원봉사자들은 조끼만 더듬더듬 꿰입고 숙소인 자원봉사회관을 나서 배정된 병동으로 향한다. 일어나지 않은 ‘원생’(소록도병원에선 ‘환자’ 대신 ‘원생’이란 표현을 쓴다)을 깨우고 이불과 베갯잇을 새것으로 갈아주는 것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그 사이 원생들의 아침식사가 준비된다. 일반 식단, 갈아서 나온 식단, 당뇨를 위해 조절된 식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