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독립될 때까지…’제2고향’ 한국서 이웃 도우며 살게요”

[우리사회 利주민] 데이비드 킹 비아프라 공동체 한국지부 대표 “나이지리아에 있었다면 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예요. 한국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으니,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데이비드 킹(49)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이다. 국제법상 나이지리아인이지만, 그는 한 번도 자신을 나이지리아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소수민족 ‘이보족’으로 태어난 그의 조국은 ‘비아프라’다. 스스로를 비아프라의 독립을 위해 항쟁하는 ‘독립군’이라고 부른다. 그에게 비아프라가 지켜야 할 조국이라면 한국은 ‘그와 가족을 지켜주는 삶의 터전’이다. 비아프라인 아내, 21개월 된 아들과 함께 사는 집에는 커다란 비아프라 국기와 같은 크기의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코로나 19로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이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데이비드를 포함한 동두천 지역 비아프라인 10여 명이 봉사활동에 나선 것도 한국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이들은 지난 4월 7일 마스크와 손 소독제 기부를 시작으로 헌혈, 독거노인 집 청소, 식사 제공 등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일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자택에서 만난 데이비드는 “한국에 사는 이상 한국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웃었다. “형, 절대 고향에 오지 마” 동생이 남긴 유언 그가 한국에 온 건 지난 2003년. 올해로 한국 생활만 18년째다. “처음엔 한국에 정착할 생각이 아니었어요. 돈 벌어서 고향에 돌아가려고 했죠. 비아프라인들은 나이지리아에서 경제활동이 막혀 있거든요. 한국에서 지내면서 비아프라 사람들이 무슬림으로 개종하지 않는다, 비아프라 출신 정치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는 등의 이유로

“재난 극복도 현지 주민 손으로”…코이카의 실험, 성공 궤도 올라

현지 주민 중심의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에 나선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실험이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 코이카 라오스 사무소는 지난 2018년 7월 한국 기업이 짓던 댐이 붕괴하는 사고로 피해를 입은 아타프주에서 지난해부터 ‘기후변화 대응 회복력 및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지역 재건 사업’을 진행해왔다. 당시 아타프주에서는 SK건설이 시공 중이던 세피안–세남노이 댐이 무너지면서 70여 명이 사망했고, 131명이 실종됐다. 댐 붕괴로 13개 마을이 수몰되면서 이재민도 7000여명 발생했다. 코이카는 사고 직후 긴급구호·구조 사업에 나섰고, 지난해부터는 현지 주민들이 재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장기 재건’으로 사업 목표를 수정했다. 코이카 라오스 사무소는 오는 2023년까지 아타프주를 기후변화 대응 회복력·자립 역량이 강한 마을로 만든다는 목표를 내걸고 ▲보건 ▲직업훈련 ▲농업 ▲아동보호 등 네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성수 코이카 라오스 사무소장은 30일 더나은미래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져 외부 인력은 들어올 수 없는데, 오히려 이런 상황을 ‘현지 인력 중심의 국제개발협력’의 계기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코이카 라오스 사무소는 국내 전문가가 현지를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사업 계획부터 평가까지 이끌던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라오스 공무원과 현지 전문인력을 투입시켰다. 또 사업 계획을 만들고 수행하는데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코이카 관계자들은 최소 인력만 개입하면서 사업 수행에 관한 전문적인 기술을 현지 인력에 전수했다. 오 소장은 “한국에서 파견된 전문가가 보건, 직업훈련 등을 도맡으면 사업 진척은 빠르겠지만, 지역 주민들의 역량을 키우면 외부인이 떠나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지금까지 의료·농업·기계

[더나미 책꽂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가치경영의 실천 전략’ 외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레즈비언인 저자가 그의 아내와 공식적인 동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한 ‘결혼 분투기’다. 연상의 연인과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은 그는 ‘결혼이라는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가족과 동료, 친구에게 500번에 걸친 커밍아웃부터 난관이었다. 무지함과 무례함, 따뜻함과 담담함에 걸친 다양한 반응은 그를 ‘커밍아웃 전문가’로 만들었다. 차별적 시선을 넘고 부모님의 인정까지 받아내고 미국 혼인신고까지 마친 이들은 단 한 곳, 한국 구청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책 곳곳엔 절망 대신 용기와 유머가 스며들어 있다. “30년 후엔 되겠지!” 나답게 살고 싶은 모두를 위한 응원가와 같은 책. 김규진 지음, 위즈덤하우스, 1만3800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가치경영의 실천 전략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이 현장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사회적가치 실천 지침서’다. 지난 2018년 발간된 ‘기업의 미래를 여는 사회가치경영’의 후속작이다. 사회적경제 분야 전문가인 여섯 명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짚어내는 사회적가치 창출의 핵심은 ‘네트워크’다. 이들은 사회적가치 창출을 협동과 연대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책에는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해관계자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협력 사례를 담았다. 지금 당장 사회적가치 창출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필독서다. 김재구 외 5명 지음, 클라우드나인, 1만8000원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 옥스퍼드대학 난민연구센터 부교수인 저자가 401일간 아프리카 가나의 부루두람 난민캠프에서 체류하며 쓴 에세이. 책 표지를 가득채우고 있는 긴 제목은 난민으로서 한 개인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저자는 논문 작업을 마치고 “난민을 ‘있는 그대로’

“재해구호협회의 거짓해명, 바로잡고 싶다”…퇴사자 5人 추가 증언

23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재협’) 퇴사자 5명이 더나은미래 기자들을 찾아왔다. 이날 더나은미래는 재협 내부에서 일어난 갑질 의혹과 직원들의 줄퇴사, 기부금품 부정 사용 의혹 등을 보도했다. 퇴사자들에게 연락이 온 건 재협이 ‘기사로 나온 내용은 모두 허위’라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내놓은 직후였다. 퇴사자들을 만난 시각은 저녁 8시. 이들은 “김정희 사무총장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퇴사했다”면서 “재협이 홈페이지에 올린 거짓 해명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추가 증언을 위해 경북 구미에서 서울로 기차를 타고 온 사람도 있었다. 만남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관련기사 “직원이 감히 날 능멸해?” “난 법 상관 안 한다” 희망브리지 사무총장, 상습적 폭언 논란> <관련기사 희망브리지 새 사무총장 부임 후 2년 새 13명 줄퇴사, 왜?> <관련기사 코로나19 재난기부금으로 사무실용 공기청정기 구입> ―갑자기 모이게 된 이유는? 퇴사자A=재협에서 내놓은 설명자료를 보고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자들을 무능한 인간으로 매도해왔으면서 설명자료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둔 것처럼 열거했더라. 재협의 거짓 해명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퇴사자B=마치 공무원으로 재취업하기 위해서 퇴사한 것처럼 설명된 사람이 바로 나다. 나이 오십이 다 됐는데 월급 깎아가며 9급 공무원 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겠나? 사무총장 때문에 하도 스트레스받으니까 와이프가 그냥 그만두고 나오라고 하더라. 퇴사 이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재취업했는데, 그걸 퇴사 이유로 적어놓은 걸 보고 황당했다. 퇴사자C=직원들 줄퇴사가 사무총장과 관련 없다고? 소가 웃을 일이다. 설명자료에는 회장에게 모든 인사권이 있다며 슬쩍 빠져나가더라. 내가 퇴사할 때

행안부, ‘기부금품 부정사용 의혹’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소명자료 제출 요청

행정안전부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재협’)에 대한 감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행안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의혹이 엄중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재협 측에 소명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재협의 주무관청으로 재협에 대한 검사·감독 권한과 책임이 있다. 더나은미래는 재협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인사발령·폭언 등 직장 갑질 문제와 기부금품에 대한 부당 사용 의혹을 지난 22일 단독 보도했다. 복수의 전·현직 재협 직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고 녹음 파일과 내부 문건 등 충분한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행안부는 더나은미래의 보도 내용을 토대로 재협 측에 ▲인사발령 근거 ▲퇴사자들의 퇴사 사유 ▲코로나19 재난기부금의 목적 외 사용 의혹 ▲직원들의 기부 물품 부당 취득 의혹 등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협 측에 29일까지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내용 검토 후 필요할 경우 사무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단독] “직원이 감히 날 능멸해?” “난 법 상관 안 한다” 희망브리지 사무총장, 상습적 폭언 논란

명령에 불복한 직원들에 수차례 폭언 관계자들 회의·대화 담긴 녹음 파일 입수 “과거 사무총장직 반대한 연판장에 앙심” 재협 측 “사실무근…인격 모독 발언 없어” “업무 잘하라는 취지로 조금 격하게 말한 것” “어떤 놈이 내 욕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와. 그놈은 이제 목이 날아가. 법? 난 상관 안 해. 그냥 그놈을 잡아다 끝낼 거야.” 지난 4월 17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재협’)는 전 직원 대상 전체 회의를 진행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 회의에서 김정희(57) 사무총장은 줄곧 격앙된 목소리로 특정 직원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더나은미래는 이 회의를 포함한 재협 관계자들의 회의와 대화 내용이 담긴 여러 녹음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이날 회의 자리에서 김 사무총장은 30분이 넘는 시간을 ‘그놈’에 대한 이야기로 채웠다. 김 사무총장은 “노동위원회에 가서 근로자 권리 찾으려 하겠지만 난 법은 상관 안 한다”면서 “국민 성금으로 월급을 받는 직원이 사무총장을 능멸해? 감히?”라며 분에 받친 듯 언성을 높였다. 더나은미래가 만난 복수의 전·현직 제보자들은 “김 사무총장이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야근과 주말 출근을 강요하고 회계 규정에 맞지 않는 일을 처리하라고 시켰다”면서 “이를 거부하면 온갖 트집을 잡아 ‘무능하다’ ‘나가라’ ‘다른 직원에게 월급 기부하라’는 식의 폭언을 했다”고 했다. 현직 직원 A씨는 “욕먹는 건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야근을 안 하면 ‘할 일이 없느냐’고 하고, 야근을 하면 ‘수당 챙기려고 시간만 보내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20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외 석사 학위’ 있어야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경력·실무 경험 많아도 학위 없으면 채용 후순위 ‘좋은 일자리’ 부족 탓 스펙 경쟁 치열해져 비영리 환경 개선돼야 국내 한 국제개발협력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A씨는 올해 영국 대학의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학비가 부담됐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단체에서만 6년째 근무했고, 단체 입사 전 개도국 현장에서 3년이나 활동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지만 실무 경험만으론 업계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느꼈다. A씨는 “교육·훈련·포럼 등에 수도 없이 참여하면서 역량을 개발하고, 경력이 쌓여도 학위 없이 전문가로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미 취직한 상태에서 학위 과정 중인 A씨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국내 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이화연씨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활동가로 취업하고 싶어 일부러 석사 학위를 땄다”고 했다. 대부분 단체의 신입 직원 지원 자격이 ‘대졸 이상’으로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턴 자리조차 얻기 어려웠다. 이씨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나서야 이름난 비영리단체에 취직할 수 있었다”면서 “이쪽 분야에선 석사 학위가 기본 스펙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개발협력계의 ‘대기업’이라는 큰 단체는 물론 중소 규모 단체까지 대졸 신입이 지원할 수 있는 국내외 정규직·계약직 채용 공고에 석사 학위를 우대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 전문가들은 비영리 내부에 ‘좋은 일자리’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15년 넘게 일한 한 활동가는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시스템도 갖춰진 단체는 이 분야에서 말 그대로 ‘한 줌’ 남짓”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지원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지금 당장 행복한 삶, 농촌에선 가능하네요”

[인터뷰] 귀농 4년 차 이지현·한승욱 부부 충북 괴산서 친환경·유기농 농사 지어 농촌진흥청 창농 지원으로 기반 다져 지역 위한 농업 교육·체험 운영 계획 “나중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하고 싶어서요.” 번듯한 직장을 버리고 귀농을 선택한 농사꾼 부부에게 이유를 묻자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 2017년부터 충북 괴산 감물면에서 친환경·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이지현(33)·한승욱(36) 부부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아내 지현씨는 “정직하게 일하고, 가족이 마주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이 소박한 희망이 도시와 회사에 얽매인 삶에선 ‘환상’이란 걸 깨닫고 귀농을 결심했다”고 했다. 지난 15일 만난 부부는 “요즘은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며 웃었다. 귀농은 현실… 치밀한 준비가 중요해 부부는 “귀농을 꿈꾸긴 했지만, 단숨에 도시를 떠날 거란 생각은 못 했다”고 말했다. 조경 분야에서 일하던 두 사람 모두 업계 최고로 꼽히는 곳에서 일했고, 그래서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기가 어려웠다. 남들처럼 사표를 가슴 한쪽에 품고 ‘워라밸’ 없는 생활을 견뎠다. 결정적인 계기는 유산이었다. 아이를 잃고 수술을 앞둔 아내를 위해 남편 승욱씨가 휴가를 냈더니 “네가 수술받는 것도 아닌데 왜 출근을 안 하느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매일 반복되는 야근을 묵묵히 견디던 승욱씨는 그길로 사표를 냈다. 결심이 서자 치밀한 준비에 나섰다. 부부는 “스스로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했다”며 웃었다. 가락시장에서 취급하는 모든 농산품의 10년치 거래 가격을 따져봤다. “농사엔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요. 땅과 기계를 빌리고 종자도 사고, 기술도

‘개인 희생’에만 기댄 시민운동 변화 필요 “활동가가 즐거워야 세상 바꿀 수 있죠”

2030 활동가 눈으로 본 시민운동 시민사회 내부에서 청년 활동가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전국 활동가 26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활동가의 평균 나이와 경력은 각각 43.4세와 10.5년이고, 20대 활동가는 7.4%에 불과했다. 청년도 할 말은 있다. 지난 2016년 11월부터 운영된 페이스북 페이지 ‘시민사회 대나무숲’이 대표적이다. 20~30대 저연차로 추정되는 활동가들이 과중한 업무, 불합리한 의사결정 과정 등 다양한 어려움을 이곳에서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조직 내부 소통의 어려움’을 꼽는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여성·환경·기본소득 분야에서 활동하는 20~30대 공익 활동가 3명과 청년의 눈으로 본 시민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3일 서울시 불광동 서울청년허브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유지연(29)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조혜민(30) 정의당 대변인,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운영위원인 백희원(32) 서울시 청년허브 연구협력실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활동 경력은 각각 3년(유지연), 5년(조혜민), 9년(백희원). 활동 분야와 소속 조직은 다르지만 ‘시민운동가’라는 공통점 하나로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활동가 희생에 기댄 시민운동은 ‘지속 불가능’ ―어떤 계기로 시민운동을 하게 됐나. 조혜민(조)=내가 행복하고 싶어서다. 내겐 여성이란 정체성이 가장 중요해서 여성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성 단체를 선택했다. 백희원(백)=마찬가지다. 내가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환경·주거·빈곤·성차별 등 다양한 문제가 있는 사회에서 행복해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꿔보자 싶어 운동을 시작했다. 유지연(유)=난 두 분에 비해 계산적인 선택을 했다(웃음). 공익 분야 일은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팩트’ 없는 임팩트투자?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도시재생 관련 소셜벤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몇 달간 투자자와 호된 분쟁을 겪었다. 투자사 대표는 ‘방만 경영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들며 회사 경영권을 요구했고, A씨는 투자자가 회사를 가로챌 목적으로 경영상 문제를 묵인하고 일을 키웠다며 맞섰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조율에 나서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A씨는 투자사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투자자는 경영권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A씨에게 투자한 회사가 ‘임팩트투자사’라는 점이다. 임팩트투자는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해 재무적 수익도 얻고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내는 투자를 뜻한다. 업계에서는 A씨 사례를 “임팩트투자 과정과 결과에서 추구해야 할 적정 수익률과 사회적가치 기준이 모호해 생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팩트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임팩트투자의 정의를 명확히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거나 사업 과정에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도 임팩트투자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착한 기업’이라는 마케팅 효과나 투자 기회를 얻기 위해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투자나 기업으로 치장하는 이른바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이다. 국내 임팩트투자 시장은 지난 2015년 540억원 규모에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임팩트투자 시장을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도 속속 기금을 조성해 KB·신한·하나 등 주요 금융사가 만든 임팩트펀드 규모만 해도 수천억원대다. 10년 전만 해도 임팩트 전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 디쓰리(D3)쥬빌리, 임팩트스퀘어 등이 시장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투자사도 임팩트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임팩트투자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 B투자사의 ‘임팩트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성형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우리의 연결은 계속됩니다”

[언택트 시대, 진화하는 제3섹터] ③청년 활동 “제1회 페이스타임 파티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1인 1닭 쿠폰 선착순 제공!” 지난 25일 청년문화 기획 소셜벤처인 ‘아야어여’가 온라인 파티를 열었다. 2017년 설립된 아야어여는 ‘청년 힙합 축제’ ‘밥상 뒤집기 대회’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문화를 활성화하고 청년들의 고립감을 해소하는 단체다. 아야어여는 최근 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랜선 모임’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페이스타임 파티는 혼자 사는 청년 15명이 같은 시간에 전달받은 쿠폰으로 치킨을 시켜먹으며 함께 게임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야어여 측은 “각자 집 안에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청년인정, 동네형들,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등 10개 청년 활동 단체의 온라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사회적 고리 두기’ 사업을 시작했다. 축제나 글쓰기 모임 등 대면을 기반으로 진행되던 청년 활동의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오기 위한 사업으로 ‘우리는 연결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지만, 온라인에서만은 ‘연결’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에 참여한 청년단체 대부분은 온라인을 통한 연결이 2030 청년층에게 익숙하다는 점을 활용, ‘먹방’이나 ‘온라인 공론장’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청년인정과 동네형들 등의 청년단체는 식재료를 참가자들에게 배달한 후 같은 시간에 온라인상에서 만나 밥을 해먹는 ‘먹방’ 컨셉의 ‘랜선(온라인) 함께 밥 먹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은 페미니즘 대화 모임을 온라인으로 열기 시작했다. 청년 정책 발굴도

[더나미 책꽂이]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월경’ 외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뇌과학자와 자폐증을 앓는 아들의 특별한 성장기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 교수이자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헨리 마크람은 자폐증을 앓는 아들 카이를 이해하기 위해 뇌와 자폐의 상관관계를 연구한다. 평생 뇌를 연구해왔지만, 아들의 머릿속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아버지는 끝없이 절망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연구 끝에 자폐는 무감각하고 지능이 낮은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증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른바 ‘강렬한 세계’ 이론이다. 저자는 연구와 사랑으로 아들을 이해하려 노력한 아버지의 노력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로렌츠 바그너 지음, 김태옥 옮김, 김영사, 1만3800원   월경 사회가 닦아놓은 ‘안전한 길’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성 청년들이 있다. 청년 농업인 박푸른들, 정의당 대변인 강민진, 뉴미디어 ‘닷페이스’ 설립자 조소담, 여기공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민재희 등 농업·정치·교육·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30 여성 청년 10명이 자신들의 분투기를 솔직하게 기록했다. 이들은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빛나는 성취를 기록하기 위해 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우리가 세상이 만든 ‘빛나는 성취’라는 허상이 어떻게 우리를 가두고 억압했는지를 예민하게 알아차린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한다. 세상의 기준과 ‘나다움’이 부딪힐 때 자신을 세상에 맞추기보다 계속해서 ‘담을 넘는(월경·越經)’ 선택을 한 이들의 이야기다. 박푸른들, 리조 외 8명 지음, 교육공동체벗, 1만7000원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자선을 거부하라.” 공정무역의 창시자로 불리는 네덜란드 출신 신부인 프란치스코 보에르스마의 말이다. 그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기부하는 방식 대신, 수익을 독점하는 소수의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