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 패션’으로 가는 길…사회적기업 ‘라잇루트’

성수동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라잇루트(Right Route)’ 매장에는 같은 옷이 단 한 벌도 없다. 평상복으로 알맞은 맨투맨 티셔츠부터 패션쇼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드레스까지. 제품 하나하나 개성이 빛난다. 청년 디자이너들이 손수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시된 옷 위에는 디자이너의 사진과 약력이 함께 걸려있다. ‘옷을 만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라잇루트(Right Route)는 기존 패션업계의 높은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옷을 만들어 볼 기회조차 갖기 못한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실무경험을 제공한다. 청년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을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것도 라잇루트의 몫이다. 신민정(27·사진) 라잇루트 대표는 “라잇루트가 패션업계에 ‘올바른 길’을 제안하길 바랐다”며 상호명의 이유를 밝혔다. 창업자치고는 많지 않은 나이. 패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건축설계학 전공자가 패션회사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일까. 두 시간이 넘어가는 긴 인터뷰에도 그는 지치는 일 없이, 조리 있게 자신의 신념을 설파했다. “자취집을 고르는 제1 기준이 ‘옷장의 유무’일 만큼 옷을 좋아해요. 취미로 패션블로그도 운영했고요. 자연스레 청년 디자이너들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상황이 너무 열악했어요. 최저시급도 안 지키고, 채용 기준을 신체 치수로 정하고…. 좋아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그들의 고충이 마치 내 문제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을 위한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좋은 옷을 계속 구매하려면 패션업계가 좀 더 건강해져야겠더라고요.” ◇열정페이, 몸뚱아리 차별…패션업계 ‘검은 관행’ 깨는 사회적 기업 패션업계에서 청년 디자이너들이 겪는 부조리는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스튜디오에 취업하려면 낮은 임금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당해야 한다. 디자이너

11월 더나은미래 ON

온·오프라인 연계코너 ‘더나은미래 ON’은 11월 한 달간 더나은미래 홈페이지(http://futurechosun.com)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글과 공익분야에서 주목 받은 기사를 정리했다. 특히 11월 한 달간은 CSR, 사회혁신, 시민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큰 공익 행사들이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각 요약 기사는 해당 URL을 통해 원문을 확인할 수 있다.  01 주식에 투자하세요, 단단한 공동체가 돌아옵니다   지역 재개발이 결정됐다. 부동산 업자가 건물을 샀다. 임대료가 치솟았다. 수십 년을 이어 온, 지역의 ‘사랑방’ 같던 동네 술집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지역 주민들이 인수해 운영할 수는 없을까.’ 뜻에 공감하는 지역 주민들이 하나둘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 이렇게 공동체 기업의 ‘투자자’가 된다. 적게는 몇 백 명, 많게는 몇 천 명이 넘는 이가 힘을 보태 마련된 ‘자본금’을 기반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이 새롭게 시작된다. 2004년부터 시작돼, 영국 내 협동조합·공동체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Society)의 효과적인 자금 조달 방식으로 떠오른 ‘공동체 주식(Community Share)’이 작동하는 원리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따복공동체 국제 콘퍼런스에서 만난 짐 브라운(Jim Brown) 공동체 주식 유닛(Community Shares Unit) 전략 컨설턴트는 “현재 영국 내 700개 이상의 사업 프로젝트가 ‘공동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참여한 시민도 총 6만여 명에 달하고, 총 6000만파운드(약 873억2000만원) 이상 투자금이 모였다”고 했다. 02 비영리, 4차 산업혁명 속 생존 전략을 말하다 “비영리가 디지털 미디어를 잘 쓰는 방법은 뭘까요. 가능한 많이 쓰기? 최대한 적게 쓰기?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1세대 공정무역 사회적기업은 제2의 도약 중?

아름다운커피, 판매자 공동체 브랜드 론칭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그루, 유행 선도 신제품 출시 “아름다운커피 유니온에 가입한 카페에는 무료로 작은 간판을 달아 주고, 원하면 메뉴·인테리어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가맹비도 따로 받지 않는다. 지금은 원두만 공정무역 제품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커피 잔 등 소품도 공정무역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예정이다.”(배소영 아름다운커피 상상마케팅팀 간사) 사회적기업 아름다운커피는 올해 5월 공정무역 카페 공동 브랜드 ‘아름다운커피 유니온’을 발족했다. 현재까지 카페 6곳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아름다운커피가 제공하는 공정무역 교육을 이수하고 매장에서 사용하는 커피 원두 전량을 공정무역 제품으로 조달한다. 우리나라의 ‘공정무역 1세대’ 사회적기업이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신제품 론칭에 심혈을 기울이고, 낮은 마진과 높은 품질로 공정무역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을 깨고 있는 것. 이미 공정무역 제품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걸음마 상태인 국내 공정무역 시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149개국에서 판매된 공정무역 인증 제품 3만5000여종의 매출은 약 9조5000억원(국제공정무역기구, 2016)으로 2014년과 비교해 약 16% 성장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공정무역 인증 마크 제품 매출은 약 190억원에 그치는 등 ‘도약’이 필요한 시기다. 이에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는 ‘공정무역 제품에 대한 선택 폭이 넓어질수록 관심도 소비도 커질 수 있다’는 전략을 세우고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올해 여름 론칭한 ‘카카오닙스’는 초콜릿의 원두인 카카오 원두를 로스팅 후 잘게 부셔 만든 건강식품으로, 특이하고 트렌디한 기호식품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다. 말린 망고,

지배구조 투명성·파트너와 관계 개선… 다시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

아시아 CSR 랭킹 콘퍼런스 “중국에서 성공하고 싶습니까? 직원에게 잘해주세요. 안전한 근로 환경과 사내 복지에 신경 쓴다는 걸 보여주십시오. 중국 내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은 엄청나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자기 얘기를 공유할 소셜미디어를 갖고 있습니다. ‘지지를 얻지 못하면 내일 당장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십시오.” (발라 라마사미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 CSR이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는 말은 관용어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사회공헌 사업에 돈을 쓰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말한다. 아시아 기업의 CSR 활동을 국제표준에 따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2016 아시아 CSR 랭킹 콘퍼런스’가 11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IGI(Inno Global Institute), 국회CSR정책연구포럼(대표 홍일표 의원)이 주최한 이번 콘퍼런스에는 국내 기업 CSR 담당자와 NGO 관계자 100여 명을 비롯해, 홍일표 국회의원(국회CSR정책연구포럼 대표)과 김종석 의원(국회CSR정책연구포럼 책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한국 CSR 성적 평균 10점 하락… 일본·중국 사이 ‘샌드위치’ 안 되려면 사회적 가치 주목해야 지난해 CSR 랭킹 조사 결과와 비교해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전반적 악화’와 ‘기업 간 차이 증가’였다. 한국 기업의 평균 점수는 43.8점으로 지난해(53.0점)보다 9.2점 하락했다. 표준편차는 22.2점으로 지난해(17.8점)보다 5점 가까이 벌어졌다.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분야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평균이 63.8점, 편차 41.8점으로 한·중·일 3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차를 기록했다. 특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기업일수록 종합 순위에서도 크게 뒤떨어지는 모습을

“사회문제, 정부 지원금만으로 해결 안돼… 사회적 금융 키워야”

한국사회투자 3년간 694억원 집행소셜하우징, 사회적기업 지원 등 사회혁신 사업에 마중물 “작은 사회적기업이 담보와 신용 등급만 중요시하는 기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개인 돈이 아니면 급한 자금을 운용할 길이 없어 직접 대출을 받기 시작했고, 카드론을 쓰기도 했다.” 전남의 사회적기업 ‘해들녘애’는 결혼 이주 여성, 고령자 등 취약 계층과 함께 강진 특산품을 직접 개발, 제조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기형적 유통 구조에 눌려있던 지역의 ‘명인’을 발굴해 소비자와 이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지금은 연매출 10억원을 웃돌아 안정적이지만, 박상선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지난 6년간 감당해야 했던 짐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층 수월하게 신제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해들녘애의 사회적 가치를 보고 선뜻 제조비 1500만원을 빌려준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출을 해준 곳은 사회적기업들의 자조기금(‘사회혁신기금’)에서 출발한 ‘한국사회혁신금융㈜’. 소셜벤처·NGO 등을 위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저금리(연 4%)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38건, 6억8000만원 상당의 융자금을 지급했고 연체율은 ‘0%’다. ◇담보·신용 등급보다 가치를 보는 투자 한국사회혁신금융㈜이 처음부터 이런 규모의 융자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원사 88곳이 출자한 1억8000만원이 대출재원의 전부였다. 기업당 대출도 3개월 단위 평균 5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6월, (재)한국사회투자에서 2억원을 지원받은 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6개월 단기 상품(2000만원 한도)과 1년 중기 상품(5000만원 한도)을 신설하는 등 대출 서비스의 폭이 넓어진 것. “기업이 크려면 먼저 관련 금융시스템이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사회적기업의 옥석을 가려줄 리서치 기관, 사회적 투자로

[2016 체인지온 현장을 가다] ② 인공지능이 안겨 줄 도전과 과제

  ◇인간을 지배하는 인공지능, 인간을 구원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인간만의 영역은 더욱 치열해질 것”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부 교수 2011년 미국ABC 방송사의 퀴즈쇼 ‘제퍼디!’를 아시나요? 세계 최고의 퀴즈왕을 가리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이 퀴즈쇼의 왕중왕전에 인공지능 ‘왓슨’이 참가합니다. 왓슨을 개발한 IBM은 “사람이 10문제를 맞추는 동안 기계가 3문제 정도만 맞춰도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인공지능 왓슨이 압도적인 점수차로 퀴즈쇼에 참가한 인간을 이긴 것이죠.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왓슨의 진짜 가치는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를 주도한 IBM 홍보팀은 퀴즈쇼가 끝난 후 왓슨을 박물관에 전시하려고 했으니까요. 1997년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긴 ‘딥블루’가 그랬던 것처럼요. 애초에 왓슨은 IBM의 기술력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홍보 수단이었을 뿐, 퀴즈를 잘 푸는 기계는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그런데 왓슨의 활약을 본 미국의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CC)’가 IBM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왓슨의 알고리즘에 연구논문과 환자기록을 넣으면, 의사를 돕는 인공지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듬해 왓슨은 MSKCC에서 폐암·간암 케이스를 위주로 항암제 선택에 대한 학습을 시작했습니다. 6개월의 테스트 후,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왓슨의 진단이 인간 전문의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IBM은 1조원을 들여 왓슨의 운영체제(인공지능)에 붙일 빅데이터 리서치 회사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 체인지온]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사회_정지훈 from daumfoundation   전문가들은 의료뿐만 아니라 세무·법무 등에서도 인공지능이 크게 활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영역의 공통점은 바로 ▲전문가가 정제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있으며 ▲논리가 복잡하고 ▲정답이

[2016 체인지온 현장을 가다] ① 디지털미디어,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디지털미디어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 옥스퍼드 대학의 마틴스쿨 칼 베네딕트 프레이·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향후 20년 안에 텔레마케터, 부동산 공인중계사, 택시기사, 판사 등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고용의 미래’, 2013). 올해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의 영향으로 51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기술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비영리는 어떤 형태로 생존할 수 있을까.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고 카카오가 후원하는 ‘2016 비영리 미디어 콘퍼런스 체인지온(Change On) 광주’가 11월 11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9회를 맞은 콘퍼런스의 주제는 ‘디지털 세상, 비영리의 생존법’이다. 지난해 IT 기술의 발전에 대응해 비영리에 ‘중심잡기’를 제안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더 비장해진 주제다. ◇ ‘비영리, 디지털미디어 왜 못쓸까?’…성취 경험·변화 동력 부족 “실태조사에 참여한 비영리단체의 92%가 ‘디지털미디어는 업무에 꼭 필요하며(51.2%), 도움이 된다(41.27%)’고 응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잘 쓰고 있을까요? 종이소식지 같은 전통미디어의 활용(3.58점, 5점 만점)은 기대(3.68점)에 비교적 부응한 반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통미디어의 활용(3.14점)은 기대치(3.6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글드라이브·잔디 같은 협업미디어의 활용(2.45점) 역시 기대(2.96점)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디지털미디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는데, 정작 활용은 잘 못한단 얘기죠. 이 간극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주은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날 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 비영리단체의 디지털미디어 활용 실태(2016)’를 발표한 주은수 교수는 비영리의 ‘소극적 디지털미디어 활용’ 이유로 ▲성취 경험의 부족과 ▲변화에 대한 동력 부족을 꼽았다. “15개 비영리단체 29명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FGI(표적집단면접)를

38시간, 가난 극복하는 100km 걷는다…옥스팜 트레일워커 개최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부 이벤트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11월 9일 홈페이지(www.oxfamtrailwalker.or.kr)를 통해 사전 접수를 시작한다.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4인 1조로 38시간 내에 100km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는 프로젝트다. 트레일워커에 참가하는 모든 팀은 각자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부펀딩’을 진행할 수 있다. 앞서 영국·독일·호주·홍콩 등 11개국 17개 도시에서 트레일워커가 개최됐다. 현재까지 20만명의 참가자가 약 2억달러(한화 2300억원)를 모금해 94개국 빈곤문제 해결에 기부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트레일워커’는 내년 5월20일부터 21일까지 양일간 진행된다.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출발해 지리산 노고단, 피아골, 사성암, 운조루 등을 경유하는 코스다. 특히 운조루는 조선 영조 52년(1776년) 때 삼수 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세운 99칸 저택으로,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뒤주의 쌀을 가져갈 수 있게 한 곳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가족, 친구, 연인이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할 수 있는 ‘옥스팜 트레일워커 패밀리 프로그램(10km 코스)’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트레일워커’를 옥스팜과 공동 개최하는 구례군의 서기동 군수는 “기부문화의 역사가 깊은 운조루부터 아름다운 지리산 국립공원까지 ‘트레일워커’에 가장 적합한 코스를 선정했다”면서 “안전사고에 대비해 시설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비는 팀당 40만원으로, 올해 12월31일 전까지 사전 등록하면 1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참가팀이 모금한 기부금 전액은 기부자 명의로 연말정산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옥스팜코리아 지경영 대표는 “트레일워커는 앞서 20만명이 참가한 세계적인 기부 프로그램으로 기부와 도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100km의 여정이 참가자들에게 평생 잊지

[청년, 청년을 만나다] ② 주식에 투자했다, 사람에 투자한다

[청년, 청년을 만나다] ① 청년 투자가의 기부 이야기 에서 이어집니다.    -유학을 가면 지금 운영 중인 장학기금은 그만두게 되나요? “떠나기 전 장학기금의 시스템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다져놓고 있습니다. 사실 돈만 주고 말거였으면 전 벌써 손을 뗐겠죠. 지금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에 다 참여하는 건, 기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그 뒤에는 적임자에게 하나씩 역할을 넘길 거고요. 추후에는 기금을 재단화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이 과정에 끝나야 제가 해방이 되겠죠.” -장학기금 시스템을 직접 기획하셨는데, 기존의 장학제도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장학기금 만들 때 기존의 장학제도를 봤는데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보통 성적장학금과 가계 빈곤 장학금이 있는데, 아무래도 형편이 어려우면 학비 벌어야 하니 성적에 신경 쓰기가 어렵고, 집안 좋고 성적 좋은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주면 용돈 밖에 안돼요. 게다가 가계가 어려워서 주는 장학금은 받는 아이에게 낙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운영하는 장학기금은 3가지 조건을 걸고 있습니다. 첫째, 경제적인 형편을 고려한다. 그러나 단순히 어려워서는 절대 안 줍니다. 치열하게 사는 ‘의지와 열정’이 있는 친구들을 돕습니다. 저는 자선가가 아니라 투자자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인성을 봅니다. 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친구들이 성장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다시 나눠주길 바라서입니다. 열정이나 인성은 다소 모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름의 검증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4회 정도 장학생을 선발한 복현장학기금이 잘 운영되고 있고요.

[청년, 청년을 만나다] ① 청년 투자가의 기부 이야기

‘청년 기부왕’ 박철상(32)씨가 더나은미래 청년 기자들을 찾았습니다. 지난 8월, 경북대학교 캠퍼스에서 더나은미래와 만난 지 1년만의 재회입니다. (관련기사 ‘청년 기부왕’ 박철상 바로가기) 그동안 그는 운영하는 장학기금을 6개에서 9개로 늘렸고, 장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치과치료 지원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현재 1년에 약 7억원의 정기 기부를 진행 중입니다. 해외 아동 교육 및 저개발 국가 지원 등 비정기 기부에도 연 2억원 가량을 쏟고 있습니다. 계획했던 유학길도 미뤘습니다. 직접 설계한 장학기금을 안정화시키고, 자신이 없어도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적임자를 찾아 맡은 일을 하나하나 넘기자니 시간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이번 청년 기자와의 만남에서는 30대 청년이 기부에 꽂힌 이야기, 다독으로 유명한 박씨의 책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합니다.    청년, 박철상의 이야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울산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 고등학교에 들어갔더니 평준하가 돼버렸습니다. 그간의 노력이 무산된 것 같아서 화가 났어요. 그래서 농구만 열심히 했습니다. 아침 먹고 농구하고, 점심 먹고 농구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는데 수능 때 실력 발휘를 못해 재수를 했습니다. 그 때쯤 가세도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수능 성적에 맞춰서 학교를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나는 치열하게 했는데, 결과물이 좋지 않으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온갖 불평불만을 했었죠. 그런데 군대 가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여기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군대 가서 할 게 생각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일기를 썼다. 수첩으로 8~9권쯤 일기를 쓰다 보니 그동안

말린 망고로 세상의 빈곤과 싸우다…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정수연(가명)씨는 먹거리에 민감한 편이다. 아이가 심한 아토피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간식으로는 오로지 생채소와 과일만 고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연씨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아이가 선물받은 말린 망고 한 움큼을 집어먹었다. 수연씨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색소, 방부제, 산화방지제, 표백제…’ 아토피에 해로운 합성첨가물이 가득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발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놀랍고 기쁜 마음에 제품 뒤에 붙은 회사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처음 보는 이름이었지만, 아이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에 꼭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전화를 받고, 직원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이렇게 종종 ‘직접 먹어보니 차이를 알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큰 뿌듯함을 느끼죠. 공정하게 만들고 유통한 제품이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삶도 바꿔놓을 수 있다는 데서 힘을 얻습니다.” (이승희 생산지파트너십 부문 간사)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는 초콜릿, 말린 망고, 계피, 홍차, 캐슈넛 등을 취급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제품 목록만 봐서는 평범한 수입식품처럼 보이지만 성분표를 조금만 자세히 읽어보면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그 흔한 색소, 방부제 하나 들어있지 않고 초콜릿처럼 성분이 다양한 식품도 주재료와 부재료의 원산지가 일치한다. 품질 뿐만이 아니다. 그 안에 녹아있는 가치를 더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농부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작물을 가장 신선할 때 제 값에 사서, 공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사는 것 만으로도 가난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공정무역, 빈곤과 싸우는 시민의 힘 “세상은 말만 해서는 안 바뀝니다. 우리의 행동과 습관, 나아가서는 삶의 태도가 바뀌어야죠. 저는 그 중 가장 강력한 행동이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내 돈’이라고 하는 주권을 행사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소비가 투표보다 강하다’고도 하더군요. 그만큼 소비가 경제·사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겁니다. 우리의 소비를 바꾸는 일, 그로 하여금 세상을 바꾸는 일이 제가 생각하는 공정무역의 초점입니다.“ (이강백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대표·사진) 전 세계 빈곤 인구는 약 8억명 이상(2014 세계 식량불안 상황 보고서). 유엔은

“잘 먹고 잘 논다, 보여주고 싶었죠”…비건페스티벌 기획자 강소양 인터뷰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정돼 있으니 비건(Vegan · 우유, 버터, 달걀을 먹지 않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을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아요. 그런데 사실 저희 정말 잘 먹거든요. 그래서 이번 페스티벌 테마도 ‘1일 9식’이에요. 우리 되게 잘 놀고, 우리 되게 잘 먹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함께 놀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 (비건 페스티벌 기획자, 강소양 카페 ‘달냥’ 대표·사진) 지난 1일,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서 ‘제2회 비건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올해 5월 첫 비건 페스티벌을 연 후, 입소문을 탔는지 이날 현장에만 30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 제법 큰 규모의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비건 페스티벌의 기획자는 단 3명이다. 성북구 종암동에 위치한 채식 카페 ‘달냥’의 강소양(39)·최서연(35)대표와 비동물성 소재 의류브랜드 ‘비건타이거’의 양윤아(34)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세 명의 채식주의자 친구가 ‘사서 고생’하며 이렇게까지 큰 행사를 개최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페스티벌이 막바지에 접어든 오후, 현장에서 강소양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짧은 질문에도 단문으로 답하는 법이 없었다. ‘비건’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확신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딱히 사명감을 갖고 채식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어머니의 영향이 컸죠. 그러다 고3 때,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다룬 미국 다큐멘터리 <진정한 영웅들>을 봤어요. 예전에 농가에서 키우던 소를 생각할 게 아니더라고요. (사육과 도축이) 너무 비인간적으로 이뤄지는 걸 본 이후로 동물권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사람들에게 채식이 갖는 의미를 알리고 싶었지만, 그가 비건이라고 밝힐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다. 사람들은 낯선 삶의 방식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