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한류 열풍 타고 팬 기부 문화도 확산

페이팔로 모금하고 기부절차 실시간 공유 윤호 해외 팬 카페, 쌓인 금액 870만원 달해 나라마다 한국어 능통한 팬으로 기부 주도 지난 1월 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모금팀으로 국제전화가 수차례 걸려왔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본명 정윤호·29)의 2월 6일 생일을 맞아 팬들이 모은 돈을 기부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였다. 일본·미국·중국 등 연락을 취해온 나라도 다양했다. 전 세계 유노윤호 팬카페로부터 기부 전화를 받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남부지역본부 최유진 모금 담당자는 “사전에 기부할 단체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구체적인 기부 절차나 방법을 묻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면서 “지난 2월 6일 일본·미국·중국·한국 등 4개국 유노윤호 팬카페로부터 기부받은 금액만 87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류(韓流) 열풍이 해외 팬들의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동방신기·빅뱅·2PM 등 한류스타의 전 세계 팬클럽들이 국내외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류스타의 팬이 수만명에 달하다 보니 기부 규모도 남다르다. 지난해 말 2PM 준호(본명 이준호·25)의 태국·일본·한국 팬들은 2800만원을 모아 에티오피아 식수 펌프를 후원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2PM 준호가 에티오피아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귀가 계기가 됐다. ‘후원 아동이 사는 지역의 식수 펌프를 지원하고 싶다’는 글을 본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한 것. 기부 캠페인을 해외 팬클럽이 직접 기획, 진행하기도 한다. 2013년 JYJ의 멤버 박유천의 일본 팬들은 스타의 사진, 일러스트 등 애장품을 모아 일본에서 자선 경매를 열었고, 이날 모인 666만7240원으로 월드비전을 통해 한국 저소득 가정에 도시락 2222개를 기부했다. 김샤론 월드비전 미디어기업팀 과장은 “스타

“웃으며 기부하는 문화 만드는 것… 나눔 기획자 된 이유죠”

나눔콘텐츠 기획사 명랑캠페인 오호진 대표 영화·공연계 미다스의 손 영화 ‘친구’,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등 기획하는 것마다 대박 행진 나눔 기획자로 제2의 인생 ‘공연 때마다 반드시 소외계층 초청’ 조항 사회적기업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계기 “즐겁게 기부하자” 공감 영화제·낭독 연극·댄스마켓부터 나눔 관심자 대상 나눔 대학도 진행 2005년 1월, 한 청년의 이야기가 520만 관객을 울렸다. 상영 첫 주부터 흥행 1위를 고수하더니, 입소문을 타고 개봉 한 달 만에 전국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이후 최고 인기였다. 다섯 살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초원(2급 지적장애)군의 마라톤 완주를 다룬 영화 ‘말아톤’ 이야기다. ‘말아톤’은 2001년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57분07초 만에 질주한 배형진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스포츠·장애 등 흥행하기 어려운 요소를 두루 갖췄음에도,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낸 비결에 영화계는 주목했다. 그 중심엔 1년 반 이상 장애 현장을 다니며 기획의 완성도를 높인 여성이 있었다. 바로 오호진(41·사진)씨다. “춘천마라톤을 완주한 배형진군 기사를 조선일보에서 접하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좋은 영화로 만들어내고 싶었죠. 장애인학교인 육영학교를 비롯해 장애 관련 단체들을 직접 찾아다녔어요. 영화를 기획하려면 일단 저부터 발달장애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배형진군 어머니를 인터뷰하고 몇 달간 함께 지냈어요. 입버릇처럼 ‘아들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소원’이라던 어머니 말씀에 같이 울기도 했고요. 이런 생생한 스토리가 담긴 덕분인지 기존 목표치였던 80만명보다 무려 7배 이상 많은 관객이 영화를 찾아주셨어요.” 그녀의 손을 거친 영화와 공연들은

“우리 딸 영화감독 다 됐네”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영화 현대자동차·아르콘이 함께하는 아트드림 영화 제작소 6개월간 영화 인문학·제작 실습 등 배워 영화감독이 멘토로 지원… 총 6작품 상영 시나리오 작성부터 배우 섭외, 촬영까지 영화 제작 전 과정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 “소년은 칠판 앞에서 수학 문제를 풀다 말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본다. 반 친구들과 선생님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자막과 함께 음성이 흘러나왔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250명이 작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는 장면이 나오자 ‘문 열리는 소리’, 남자 주인공이 기타를 건드려보는 장면에선 ‘기타 치는 소리’란 자막이 스크린 아래 떴다. 이에 관객의 일부는 눈을 감고, 일부는 손으로 귀를 막은 채 영화 관람을 계속했다. 시·청각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였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한 소년의 하루를 그린 단편영화 ‘어게인(Again)’의 상영이 끝나자, 학생 6명이 무대 위에 올랐다. 영화 관람 후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스트 비지트(Guest Visit)’ 시간을 가진 이들은 진지하게 제작 의도를 털어놓았다. “배리어프리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장애인 세 분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도 계셨어요.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인터뷰 녹음본을 다시 듣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김수연(가명·17)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된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청소년 영화제 현장이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는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은 저소득·한부모 가정 등 취약 계층 청소년 49명(만 14~18세)에게 영화 교육 및 제작 기회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현대자동차그룹과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돕기만 하다 지친 직원에게 휴식을 주자”

비영리단체 리더가 뽑은 2015년 ‘우리의 화두’ 대부분 수당 없는 야근·주말 업무 일에 대한 고민·교육 위한 시간 부족 후원자 소통 강화해 기부 끌어내야 다수 후원자들이 당장의 성과 기대 단체별 활동 알리는 창구 마련 필요 “소외된 이웃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직원들이 정작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한다. 별도의 수당 없이 야근·주말 근무가 계속되니, 열정을 갖고 일하던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난다.”(M단체 사무국장) “비영리단체는 인건비 없이 일하는 곳이란 편견을 깨고,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는 대중들에게 꾸준한 나눔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리는 것이 숙제다.”(S단체 사무총장) ‘직원 역량 강화’와 ‘후원자 소통’. 국내 비영리 리더들이 꼽은 2015년 화두다. 지난 1월 30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동그라미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관한 ‘비영리 리더를 위한 원데이(one day) 네트워킹 포럼’에서는 중견 규모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사무총장 20명의 다양한 고민이 쏟아졌다. 이들은 “비영리단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중의 선입견, 업무 과다… 직원 전문성 높이는 교육 필요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해비타트는 지난달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7차례 토의를 하고, 내·외부 환경 분석과 조직 진단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한 한국해비타트의 향후 10년 목표와 과제가 구체적으로 도출됐다. 김홍대 한국해비타트 경영본부장은 “영리 기업에서 27년간 일하다가 비영리단체로 왔는데 6시 퇴근이 조퇴하는 느낌일 정도로 치열하고 업무가 과중하더라”면서 “앞으로는 비영리단체도 영리 기업 못지않은 조직 관리 없인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1억 기부자의 후원 중단… 왜?

매년 1억원씩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던 한 자산가가 최근 후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세제 개편으로 갑작스레 납부할 비용이 늘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 외에도 여러 비영리단체에 고액을 기부하던 그는 “다음 기회에 꼭 다시 후원하겠다”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현아 아름다운재단 모금국장은 “지난해 말부터 ‘세액공제 영향으로 기부금을 줄일 것 같다’는 고액 후원자분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고액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세법이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금이 3000만원 이하일 경우는 15%, 초과분에 대해선 25%로 세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기존보다 세금 감면 혜택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을 700명 이상 확보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는 신규 기부자들로부터 세금 관련 상담이 늘고 있다. 이민구 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사무국 펀드레이저(모금 전문가)는 “연말정산이 이슈가 되자, 기부금을 5년까지 나눠서 공제받을 수 있는 ‘이월 공제 제도’를 문의하는 등 본인의 세액공제 내용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면서 “당장 고액 기부자가 눈에 띄게 줄진 않았지만, 향후 초고액 기부가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1000만원 기부를 약속한 모임 ‘1004 클럽’을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의 석상열 연구원은 “최근 고액 후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오래전부터 고액 기부자를 확보해온 대학과 병원은 이번 세제 개편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김신균 한동대 대외협력팀 모금가는 “법정 기부금 단체에 속하는 대학교는 기부금 전액(100%)을 세액공제하기 때문에, 세제 개편 전후로 고액 기부자가

한국의 세액공제는 고액 기부 의지를 꺾는다

1억 기부자클럽 ‘더 미라클스’ 1호 회원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미국은 기부액 50% 세제… 기부 증가 한국은 기부 많이 할수록 세금 많이 내 고액 기부자에게 세금이란 일종의 동기 세제 혜택 주면 결국 더 기부하게 될 것” 지난해 하버드대는 1조2000억원을 기부받았다. 미국 대학 연간 기부금 최다 모금 기록이다. 이는 올해 국내 4년제 대학 기부금을 모두 합한 것(5089억원)의 2배 이상이다. 비결은 고액 기부였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회사인 시타델애셋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케네스 그리핀이 1억5000만달러(약 1680억원)를, 홍콩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룽그룹의 로니 챈 회장과 제럴드 챈 이사 형제가 개교 이래 사상 최대인 1억5000만달러를 하버드대에 기부한 것. 이들은 2014년 미국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한 10인에 이름을 올렸고, 기부한 돈의 50%에 대해 세금을 감면받았다. 고액 기부자를 존경하는 문화, 기부를 장려하는 세금 공제 제도는 미국의 연간 기부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성장시켰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액 기부 의지를 꺾는 세법 개정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연말정산 환급 기준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금 3000만원까지는 15%, 초과분에 대해선 25% 세율을 일괄 적용하고 있기 때문. 이는 세제 개편 전보다 고액 자산가가 기부를 많이 할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구조다. 연말정산을 겪은 고액 기부자들의 체감도는 어떨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18번째 회원이자, 지난해 12월 창단한 푸르메재단의 1억원 이상 기부자클럽 ‘더 미라클스’ 1호 회원인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前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에게 고액 기부와 세금의

“정기 모니터링으로 위기 예방… 문제 생기면 정확한 정보부터 공개하라”

비영리단체 위기관리 5대 전략 ① 소통 창구의 단일화 ② 사건 직후 2시간 내 즉시 대응 ③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 ④ 사후 경과를 투명하게 공개 ⑤ 위기 가상체험으로 대응력 높여야 기부금을 불법으로 모금했다며 고발당한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가 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며 한 보수 단체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에서 일했던 박원순 시장 등 62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사전에 등록하지 않고 모금을 했지만 등록 대상을 오인하는 바람에 절차를 어긴 측면이 있고, 모금의 목적이 공익적이고 기부금 전액을 당초 목적대로 사용한 점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본 비영리단체들은 “상처뿐인 승리”라고 입을 모은다. 신뢰를 잃은 기부자들이 다시 돌아오기엔 4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 영리기업보다 가혹한 잣대로 투명성을 평가받는 비영리단체야말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박일준 KCMG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 이영훈 KPR 상무 등 위기관리 전문가 3인에게 ‘비영리 위기관리 전략’을 들었다. ◇채널 단일화로 정확한 정보 전달, 소통 창구 만들어 신뢰 높여라 전문가들은 ▲채널 단일화 및 소통 창구 마련 ▲사건이 터진 후 2~3시간 내 즉각 대응 ▲철저한 ‘팩트 파인딩(Fact finding·사실관계 확인)’ 등을 3요소로 꼽았다. 이영훈 KPR 상무는 “대다수 국제 항공사가 비행기 사고가 나면 즉시 웹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승객의 생사 여부, 사건 브리핑, 사과문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피드백을 듣는다”면서 “정보가 실시간 제공되면서

4년간 5626건… 환자 두 번 울리는 막판 기증 취소

조혈모세포 기증 수난사 “골수기증 아니냐” 오해에 가족 반대 직장선 “법이 어쨌든 휴가는 못 줘” 실제로는 헌혈처럼 간단히 채취 가능 “생명 살릴 기회, 독려 분위기 조성하고… 교육 통해 기존 희망자 이식률 높여야” 최근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은모(4)양은 절망적인 소식을 접했다. 1년을 기다린 끝에 나타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가 수술 이틀 전, 갑작스레 의사를 번복한 것이다. 조혈모세포란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을 만들어내는 줄기세포다. 중간 지원기관에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기증 신청자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식 수술을 위해 무균실에 들어가 백혈구 수치를 0으로 낮추던 은양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일주일 뒤 세상을 떠났다. 백혈병에 걸린 13세 아들을 둔 이모(45)씨 또한 비슷한 일을 당했다. 조혈모세포 기증 없인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던 아들에게 다행히 기증자가 나타났고 흔쾌히 동의를 받았지만, 기증 희망자가 수술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기증을 하지 않겠다며 연락을 끊어버렸다. 기증자가 의사를 번복한 지 1년 만에 아들을 떠나보낸 이씨는 “잠시라도 희망을 가져본 것이 어디냐”면서 원망스러운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신청했다가 돌연 이식을 거부한 이들로 인해 고통을 받는 환자와 가족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기증 신청 이후 막판에 거부한 사례가 무려 5626건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지난 20년간 조혈모세포를 실제 이식한 기증자의 누적건수는 4458회에 불과하다. 기증 신청자 중 이식에 성공한 사례보다 기증을 거절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가족, 직장 등 기증 막는 사회…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⑤ 개도국 아동 도우려… 영양전문가가 나섰다

작지만 강한, 强小 NPO <5>위드 몽골의 전국 학교에 단계별 급식을 도입한 우리나라 비영리단체가 있다. 식품영양 전문 NGO ‘위드(with)’가 그 주인공이다. 몽골은 수도 울란바토르 거주 성인의 절반(47.7%)이 비만일 정도로, 만성질환 위험률이 높은 나라다. 반면 아이들은 밀가루 빵으로 때우거나 그조차도 없어 영양 불균형이 심각했다. 몽골 교육과학문화부는 15년간 현장을 지켜온 위드의 전문성을 신뢰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 9년간 학교 급식 단계별 운영사업 협력을 제안했다. 전문 영양사들로부터 볶음밥·과일·샐러드 등 균형 잡힌 식단을 지원받은 아이들의 영양실조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지자, 몽골 정부는 위드와 정식 협약(MOU)을 맺고 시골 유목민 학교·지방 도시 학교·도시 빈민 학교 등 전국 단위로까지 급식을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전통이 남아있는 몽골 정부가 타국에서 온 NGO와 함께 영양 관련 제도를 정비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외 직원 수 42명, 연간 평균 모금액 15억원인 중소 규모 NGO가 이룬 성과다. “1000일. 임신한 여성이 아이를 낳아 두 살까지 키우는 시간입니다. 이 1000일 동안 아이가 어떤 영양, 위생 상태에 노출되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평생 건강이 좌우됩니다. 가난한 나라에 기아와 비만이 공존하는 이유죠. 그 악순환을 끊고 싶었어요.” 곽미란 위드 본부장이 단체 설립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위드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품영양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원·영양사 등 20~30대 전문가 25명이 “의미 있는 일을 하자”며 뭉친 게 계기였다. 서울 신당동·사당동·행당동 등 결식 아동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영양가

봉사로 제2인생 열기, 해외엔 입문파티·수양 조부모가 있다

선진국 베이비부머의 자원봉사 단카이세대(전쟁 직후 1947~1949년생)라 불리는 일본 베이비부머 숫자는 약 800만명.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우리보다 먼저 맞이한 일본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도쿄의 무사시노시 마을에선 매년 지역 축제가 열린다. 일명 ‘아버지 돌아오셨어요’ 파티. 이 파티는 일본의 비영리단체들이 마련한 은퇴한 시니어를 위한 자원봉사 입문 파티다. 은퇴 전후 베이비부머와 지역 내 단체가 자연스레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2000년 일본 시민사회협의회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파티를 계기로, 각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게 된 시니어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베이비부머 학교를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일본의 수기나미 지역대학은 자원봉사로 자연스럽게 기술을 습득, 향후 일자리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강좌를 운영한다. 실제로 지적 장애인 외출 지원 가이드, 치매 고령자 가족 지원 요원, 복지 차량 운전자, 고령자 경청 봉사자 등이 이곳에서 양성되고 있다. 미국에는 55세 이상 은퇴자로 구성된 ‘시니어 봉사단’ 회원 수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1946~1964년생)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약 7600만명. 미국 전체 인구의 28%에 달한다. 이들은 시니어 봉사단을 통해 자신의 기술·재능·경험 등을 지역에 골고루 나누는 데 적극적이다. ‘수양 할아버지·할머니 프로그램’이 미국 시니어 봉사단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은퇴자가 일주일에 40시간씩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의 수양 할아버지·할머니가 돼서 글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고, 정서적 멘토로 함께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이 불편한 성인과 일대일 매칭하는 ‘시니어 친구들 프로그램’도 유명하다. 은퇴자는 장애 혹은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성인들을 병원에 데려다 주거나, 쇼핑,

‘세살 봉사’ 여든까지…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라

자원봉사 자발성·만족도 높이려면 청소년, 적성과 봉사 연결해 동기 부여… 부모는 아이템 정하도록 ‘코칭맘’ 역할 베이비붐 세대는 재능기부로 참여 “참여율·만족도 둘 다 높이려면 새 모델 계속 개발해 봉사의 질 향상” 3억9248시간. 지난 한 해 국내 자원봉사자의 활동 시간이다. 15년 전인 1999년(4억9892만 시간)보다도 적다. 3년 전의 8억3455만 시간과 비교했을 땐 반 토막이 났다. 자원봉사 참여율도 22.5%로 10년째 정체기다. 참여율뿐만 아니다. 자원봉사자의 만족도가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내가 원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며 자원봉사 불만족을 나타낸 이가 2002년 11.5%에서 2014년 40%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12월, 행정자치부에서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원봉사 활동 실태 조사가 발표되자 자원봉사계가 술렁이고 있다. 자원봉사의 두 축인 ‘참여율’과 ‘만족도’가 곤두박질쳤기 때문. 더 늦기 전에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질과 담당자들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 문화를 확산하려면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할까. ‘더나은미래’는 한국자원봉사문화의 도움을 받아 자원봉사의 자발성과 만족도가 높은 현장을 찾아가 봤다. ◇내신·스펙 쌓기에 지친 청소년… ‘코칭맘’ 만나 프로젝트 리더로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자원봉사 만족도가 너무 낮아요. 봉사 시간을 채우려고 기관에 방문하면, 기계적으로 청소·배달 등 시키는 일만 하니 재미를 느끼기 어렵죠. 청소년들이 우리 지역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자발적으로 자원봉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서영주 과천시 자원봉사센터 코칭맘이 ‘코칭 청소년 봉사단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1년간 최소 10회 이상 자원봉사를 직접 기획·활동할 청소년 50명만 선발하고, 70% 이상 참여해야만 수료증을 받을 수 있는데도

[미래 TALK] 2015년 CSR 압박 거세진다

거액의 투자금이 사회적 책임을 평가해 저울질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어떤 변화를 보일까요. 2015년 신년부터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논의와 모니터링이 강화될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이 발의한 ‘사회책임투자법(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7월부터 국민연금은 410조원에 달하는 주식·채권을 관리·운용할 때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요소를 고려할 수 있고, 관련 사항을 공시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회를 통해 사회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한 기준과 평가 방법을 마련해야하고, 이렇게 투자한 기업 등의 관리 운용 현황과 평가 방법이 매년 지침을 통해 일반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으로 공개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야는 합의를 통해 적어도 국내 주식의 5% 이상 보유한 종목 중 책임투자가 포함된 모든 종목과 보유지분율을 공시사항에 꼭 포함시켜달라는 부대의견을 담아 국민연금에 전달한 상태입니다. 영국 정부는 2000년 연금법을 개정해, 연기금을 운용하는 모든 주체가 환경·사회·윤리 등 세 요소를 고려해 투자했는지를 공시하도록 했고, 노르웨이 연기금에선 인권·환경 등 윤리 기준에 위배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이에 보잉·록히드마틴 등 군수업체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월마트는 납품업자들의 아동 노동 착취와 노조 설립 방해를 이유로 투자 회피 대상이 된 바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책임 공공조달법(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및 조달 사업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2월 29일 발의했습니다. 정부 지출액의 약 40%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힘을 가진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