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상자 쌓일수록… 전국의 이웃, 더 건강해집니다

사회공헌 실천하는 KGC인삼공사 매달 3t 규모의 선물상자 독거 노인·장애인 시설 전달 2년간 홍삼 지원받은 보육원, 소아과 진료 10%이상 감소 “단순히 기부 물품이 아니라 정성이 담긴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지난 15일, 선물을 포장하던 KGC인삼공사 봉사단 직원 20여명이 입을 모았다. 혹시라도 깨질 염려가 있는 병류는 에어캡으로 돌돌 말고, 홍삼정차·홍삼톤 마일드 등은 3~5포당 비닐팩에 따로 담아 내용물이 흐르는 것을 예방했다. 20평 남짓한 공간을 빨간 선물 상자로 가득 채운 뒤에야, 직원들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나타났다. 1~2명씩 조를 이뤄 어깨에 상자를 멘 이들은 선물을 기다리는 중증장애인시설·보육원 등으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지속적인 봉사시스템… 맞춤형 지원 비결 빨간 리본이 그려진 상자를 열자 또 다른 상자가 나타났다. 정성껏 포장된 선물은 홍삼정, 홍삼톤골드, 홍이장군, 아이패스 등 정관장의 고가(高價) 제품들. “예쁘게 포장된 홍삼 선물이 오면 아이들도 그 정성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한두 번 기관에 와서 봉사만 하고 돌아가는 기업도 많은데, 인삼공사 봉사단 중엔 보육원 아동이 대학 입학 할 때까지 쭉 지켜보면서 후원해주신 직원분이 많아요. 또 하나의 가족인 셈이죠.” 육정수 삼신보육원 복지행정팀 과장이 5년 넘게 이어온 KGC인삼공사 봉사단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2010년 본격적으로 전국 단위 봉사단 체계를 꾸린 KGC인삼공사는 지역별 봉사 리더를 뽑고 매달 자율적으로 파트너 기관을 찾아 봉사하고 있다. 직원들이 봉사 중에 복지시설에 필요한 지원 사항이 있으면 이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리고, 심사를 거쳐 회사 차원의 봉사기금 및 물품 지원도 이뤄진다. 김경옥

안전문제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은 1.15%뿐

안전문제와 사회적기업 미스매칭 ‘안전’이 국내 시급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사회적기업연구소(소장 서재혁),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센터장 장용석)가 사회문제 유형별로 인증 사회적기업 1299곳을 새롭게 분류한 결과, ‘안전 위협’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기업은 15곳으로 전체의 1.15%에 불과했다. 사회적기업 ‘포드림’은 9년간 재난 안전 관리 전문성을 탄탄히 다져온 사회적기업이다. 숭례문 화재 사고 직후 화재 경보 시스템을 만들어 전국 문화재 100여곳에 설치하고, 수류탄 폭발 사고가 나자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터지지 않는 센서 모듈을 개발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엔 선박 조난 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얼마 전 특허까지 출원했다. 김원국 포드림 대표는 “아이디어를 내고 대안을 찾는 건 민간의 역할”이라면서 “안전 관리에 ICT 기술을 접목하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드림은 원래 경찰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에서 사용하는 솔루션을 만들던 회사였다.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포드림엔 기술 및 안전 노하우를 가진 20명의 기술자가 있다. 산불 감시 시스템, 학교 폭력 예방 시스템, 수배차량 위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CCTV 통합관제 센터 등 기술 종류도 다양하다. 2008년 설립된 산업안전 분야 최초의 사회적기업인 ‘블루인더스’는 안전화, 방진마스크, 용접복 등 안전 및 산업용품을 만들고 있다. 30년 넘게 국가 안보를 다루는 공직에 있던 정천식 대표는 직원의 70% 이상을 장애인 등 취약 계층 근로자로 고용하고, 수익의 3분의2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그 밖에 소방시설 및 전기 안전

[고액 기부자 3인을 만나다] ③ “기부 요청자가 믿을 만한 사람인가? 고액 기부의 조건”

[고액 기부자 3인을 만나다] (3) 마이클 헤이드 웨스턴 내셔널그룹 회장 3년간 세계 돌며 고액 기부자 50명 발굴 얼마나 많은 사람 도왔는지 성과 측정해 기부자들에게 전달… 신뢰 쌓일 수밖에 “가족에서 지역으로, 옆 나라에서 전 세계로 시야가 넓어졌다. 작게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게 됐다.” 마이클 헤이드(Michael K. Hayde·사진) 회장은 고액 기부자가 된 이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3조 규모, 직원 2만5000명을 거느린 미국 부동산 개발 회사 ‘웨스턴 내셔널그룹(Western National Group)’ CEO이자, 유나이티드웨이 리더십위원회 위원장이다. 헤이드 회장이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총 708억원. 44년간 아파트·주택 3만여 채를 개발 및 건축해온 이 투자 전문가는 고액 기부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빈다. 지난 15일, 한국 고액 기부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첫 기부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됐나. “1985년에 친한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뜸 ‘쉽게 갈래, 어렵게 갈래?’ 묻더니, 1만달러(약 1200만원)를 기부하라더라. 우리 동네에서 고액 기부자 모임을 하려고 하는데 나를 초대하고 싶다는 거였다. ‘어렵게 가는 건 뭐냐’고 물으니 ‘기부할 때까지 사무실에 와서 죽치고 앉아있겠다’고 하더라. 고민할 새도 없이 그렇게 1만달러를 기부하게 됐다. 막상 내고 보니, 큰돈을 너무 고민 없이 기부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고액 기부자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레 지갑이 더 열리더라(웃음).” ―기부를 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관계성’이다. 내가 얼마나 믿고 존경하는 사람이 나에게

[고액 기부자 3인을 만나다] ② “배움의 시기 놓쳐 학업 포기하는 학생 더 이상 생겨선 안돼”

[고액 기부자 3인을 만나다] (2) 빌 오다우드 돌핀 디지털 미디어 회장 독서 흥미 높여주는 클럽커넥트 프로그램 5년內 학교 1만곳 보급 목표 “미국 중산층 가정엔 평균 13권의 책이 있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300가구당 책 1권을 겨우 읽을 수 있다. 아홉 살까진 읽기 위해 배우지만, 그 후부턴 배우기 위해 읽는 단계에 진입하기 때문에 이때 책을 읽지 못하면 고등학교를 중도 탈락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미국 청소년의 25%가 고등학교 졸업을 포기하고 있다. 이런 일이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고액 기부를 결심한 계기를 묻자, 빌 오다우드(Bill O’Dowd·사진) 회장은 교육 복지 수치를 줄줄 읊기 시작했다. 미국 최대 디지털 미디어 및 아동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돌핀 디지털 미디어(Dol phin Digtal Me dia)’의 CEO인 그는 2009년 유나이티드웨이에 20억원을 기부했다. 오다우드 회장은 “40세까지 조금씩 기부를 해오다가 지인의 권유로 고액 기부가 시작됐다”면서 “나중에 우리 아버지 건물이 유나이티드웨이 소유로 바뀌어 있는 것을 알게 됐는데, 나눔 DNA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개인 기부와 동시에 사내에 초등학생들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사회 공헌 부서 ‘클럽커넥트(Club Connect)’팀을 꾸렸다. 사내 개발자·기획자를 비롯, 20명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그 과정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책을 읽어주는 코너, 독서 게임도 함께 제작됐다. 그는 “미국 초등학교 교장 연합회와 만났을때, 좋은 책과 아이들의 독서 흥미를 높이는 프로그램, 부모의 관심을 높이는 교육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단 이야길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① 일자리 만들다가… 사회문제 놓치는 사회적 기업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지난 3월부터 사회적기업연구소(소장 서재혁) 및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센터장 장용석)와 공동으로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이하 미래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제 지표 및 국내 이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 사회문제를 발굴·분류하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회적 기업 간의 미스매치(불일치)를 살펴보는 프로젝트다. 첫 회는 ‘빅데이터로 본 대한민국 사회 이슈’다. 편집자 주 ‘안전’과 ‘부동산 및 가계 부채’ 문제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나은미래’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STH.I.S(책임 연구자 김수욱 교수)와 함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조선일보, 한겨레, 매일경제의 종합면 1~4면에 실린 기사 빅데이터 3만1808건을 분석한 결과다. 기사에서 100번 이상 언급된 7675개 단어를 도출해 연관어 분석(TF-IDF·많은 문서 중에서 어떤 단어가 특정 문서 내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나타내는 통계 가중치)을 실시, 사회문제 및 이슈와 관련 있는 키워드들을 도출했다.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트위터, 네이버블로그, 다음아고라, 다음블로그, 조선닷컴 토론마당, 한겨레 커뮤니티 등 6개 채널의 2014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간 게시된 웹문서 빅데이터 477만531건에 대한 분석을 추가로 실시해 신뢰도를 높였다. ◇ 대한민국 10대 사회 이슈 도출… 온오프라인 모두 ‘안전’최우선 과제로 2012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신문 및 온라인상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사회 이슈는 ‘안전’으로 나타났다. 안전 관련 기사는 전체 빅데이터의 45%(8676건)를 차지했고, 2012년 794건에서 2013년 1320건, 2014년 1788건으로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채널에서도 안전

“10만명 듣는 팟캐스트 되면 나눔도 이슈가 되겠죠?”

‘기부스’ 메인 MC 션&정찬우 개그맨과 가수가 만나 기부를 논한다? 국내 최초 기부 팟캐스트 ‘기부스(출연자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홍보하는 대신 현금·현물·재능을 기부하는 방송)’를 진행하는 컬투 정찬우와 가수 션의 이야기다. ‘이왕이면 현금이 좋다’며 기부를 권하는 정찬우의 재치 만점 멘트에 기부 경력 10년차 션의 생활 속 나눔 노하우가 덧입혀진다. 성격도, 말투도 다른 두 사람의 ‘케미(화학적 궁합)’ 덕분일까. 한참을 배꼽 잡고 웃다가도 가슴 찡한 기부 스토리에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일상 속 재미난 기부를 전파하기 위해 팟캐스트를 시작한 지 1년. 두 사람은 오늘도 방송에 나와 이렇게 외친다. “우리는 ‘찬우션(지누션을 본떠 만든 듀오 이름)’이에요!”   션이 말하는 기부   “재밌을수록 기부 파급효과도 커져···’아이스버킷 챌린지’하며 느꼈어요”  “말 못하는 제가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는 세 가지가 있어요. 힙합, 신앙 그리고 기부. ‘기부스’에만 오면 제 입담이 살아나는 이유죠(웃음).” 힙합가수 션에겐 ‘기부 아이콘’이란 이름표가 항상 따라다닌다.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금액은 총 38억원. 국내외 후원 아동 수만 800명에 달한다. 루게릭병 전문 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매년 2~3회 희망콘서트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고, 어린이재활병원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후원자가 낸 기부금 1만원당 1㎞씩 달린다. 이렇게 그가 달린 거리만 약 1200㎞. 작년부턴 쉽고 재미난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 팟캐스트 ‘기부스’의 메인 MC로 마이크를 잡았다.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1일 역시 션은 이천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성애원’의 증축 기금 마련을 위한 토크 콘서트

[Cover Story] 기부’로 웃기는 사람들

[Cover Story] 국내 최초 기부 팟캐스트 ‘기부스’ 1년 가게·음반 등 홍보해주고 현금·물품·재능 기부받아 출연진 6명 입담에 웃음 ‘빵빵’ 기부 방송은 무겁다는 편견 지워 작가·출연진 100% 재능기부 320여명 참여, 약 14억 모아 “본 방송은 방송 심의 규정을 전혀 준수하지 않습니다. 기부 첫 경험, 기부 강요 방송, 기부 선도 방송, 기부 팟캐스트. 우리는 찬우션이에요!” 컬투 정찬우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6평 남짓한 스튜디오 안이 이내 시끌벅적해진다. “한 주간 어떻게 지냈느냐”는 안부 인사에 가수 션이 먼저 입을 연다. “얼마 전에 루게릭병 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승일희망재단과 희망콘서트를 열었는데, 힙합하는 친구들이 100% 재능기부로 무대를 꾸몄어요. 2000명이 스탠딩 공연장을 가득 메워 분위기가 뜨거웠습니다.” “힙합과 기부? 다소 안 어울리는 조합인데 괜찮았나요?” 다른 출연진의 질문에 션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내가 하면 다 기부가 된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진다. 짤막한 안부가 오가고, 본격적인 입담 경쟁이 시작된다. 방송 대본은 굵은 글자로 듬성듬성 채워진 A4 네 장뿐.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방송 분량은 오롯이 출연진 6명의 재치와 유머로 채워진다. 지난 24일 밤 9시 서울 마포구 웰빙센터. 국내 최초 기부 팟캐스트(다운로드 방송) ‘기부스(즐겁게 기부하는 사람들)’의 녹음 현장이다. ‘기부스’는 출연자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홍보하고, 홍보비 대신 현금·현물·재능 등을 기부하는 방송이다. 가게 홍보, 음반 홍보, 제품 홍보, 재능 홍보, 구인구직, 애인 구함, 프러포즈, 기념일, 다이어트, 시험 합격 등 무엇이든 홍보할 수 있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기부가 이뤄져야

내 자식들에게… 꼭 주고 싶은 선물, 아버지께 받은 ‘나눔 DNA’

국내 최초 기부신탁 1호 강석준 ㈜와이에스썸텍 대표 지난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통 큰’ 기부가 화제였다. 3조원 규모의 공익신탁을 설립해 이를 환경오염 방지와 보건의료 개선에 투자하기로 한 것. 공익신탁이란 재산을 특정한 공익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신탁하는 것으로, 해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고액 자산가들이 애용해온 일종의 ‘투자형’ 기부다. 인도 최대 재벌 타타그룹의 설립자 도랍지 타타(Dorabji Tata)는 1932년 인도의 보건·교육·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5억4000만달러(약 6400억원) 규모의 공익신탁을 설립하여 매년 7500만달러(약 880억원)를 기부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 역시 ‘빌 게이츠 트러스트 펀드’라는 신탁펀드를 운용하면서 현재까지 기부금으로 423억달러(약 50조원)를 사용했다. 미국에는 이렇게 원금 또는 일정 기간의 운용 수익을 기부하는 ‘자선신탁’ 수가 12만여개에 달하고, 그 규모만 1150억달러(134조9755억원)에 달한다. 국내에도 이제 막 공익신탁이 싹트고 있다. 지난 3월 공익신탁법이 시행되면서 재단처럼 별도의 조직이 없이도 재산을 관리·운용해 수익금을 공익사업에 기부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렸기 때문. 실제로 연기자 유동근, 국제구호전문가 한비야씨, 법무부 장관 및 직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5개의 공익신탁을 출범한 데 이어, 하나은행과 분당서울대병원이 협력해 설립한 ‘하나-SNUH 기부트러스트(이하 기부신탁)’ 1호 가입자가 나타났다. 이는 기부자가 분당서울대병원에 기부한 돈을 하나은행에 신탁하고, 운용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까지 기부자 이름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1억원을 선뜻 내놓은 기부신탁 1호 주인공을 지난달 27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났다. ◇나눔의 대물림…아버지의 기부 DNA, 기부신탁 1호를 낳다 “똑같은 돈으로 더 많은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부자(父子)는

“난치병 어린이 위한 나눔 영상… 상업 광고들보다 신선해요”

난치병 어린이 소원 이뤄주는 메이크어위시 재단 인천공항이 나서서 홍보 적극 도와 30초에 1000만원짜리 미디어통로 공간 기부 CJ파워캐스트는 홍보영상 무료 제작 공항 이용객 수 비례한 기부금 5억… 일반인들도 호평 화면 속 아이의 모습이 확 달라졌다. 휠체어에 앉아 치료받던 여자 아이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고, 백혈병 환아는 비행기를 운전하는 파일럿이 됐다.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지하 1층. 입국장에 들어서자 65m 길이의 초대형 미디어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무빙워크 옆면 벽을 따라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5분 간격으로 난치병 환아들의 희망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비영리기관 ‘메이크어위시재단(Make a Wish Foundation)’의 홍보 영상이다. “미디어통로로 사람이 지나갈 때만 환아의 모습이 가수, 소방관, 파일럿 등으로 바뀝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이 바뀌도록 제작했거든요.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나눔이 있을 때 아이들의 소원이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홍기민 인천공항공사 사회공헌팀 담당자가 무빙워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에 미디어통로가 설치된 건 4년 전. 상업 광고들이 자리하던 이곳에 비영리 단체 홍보 영상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평균 3만여명이 오가는 이곳의 월평균 광고료는 30초 기준 1000만원. 광고 단가도 높고 경쟁이 치열해 인천국제공항의 미디어통로 광고는 비영리단체들 사이에서 ‘하늘의 별 따기’로 불렸다. 그런데 지난 2월 인천공항공사는 메이크어위시재단에 공간 기부를 제안했다. 공항 이용객들이 자연스레 기부·나눔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사회공헌 파트너기관인 메이크어위시재단의 마케팅·홍보를 돕고자 한 것이다. 첫 시도인 만큼 오랜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국적·외모 상관없이… 모두에게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경계선 지능 아이들 위한 ‘이루다학교’ ‘예룸예술학교’ 다문화 2세 위한 ‘한국다문화학교’ ‘자이언국제학교’ ‘딩동’ 벨이 울리자 아이들의 눈이 화면으로 쏠렸다. 대기 번호표와 화면 속 숫자를 비교하느라 아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64번 고객님, 이쪽으로 오세요.” 은행 직원의 말에 동호(15)군이 창구 앞으로 뛰어나갔다. “저금하려고요.” 동호군이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일산. 경계선 지능 아이들을 위한 국내 최초 대안학교 ‘이루다학교’ 학생들이 은행 현장 학습에 나섰다. ◇경계선 지능 아이들의 새로운 배움터… ‘이루다학교’·’예룸예술학교’ 경계선 지능이란 지적장애 등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정상 범주보다 지능이 조금 낮은(지능지수 71 이상 84 이하) 경우를 말한다. 장애로 인정받기도 어렵고 사회 적응도 쉽지 않다. 전체 인구의 약 6~7%가 경계선 지능을 가졌지만, 이들만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지원은 전무한 수준. 15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기주현(42) 이루다학교 대표가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한 이유다. 자녀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부모들이 온라인 카페에서 정보를 나누던 것이 점차 몸집이 커졌다. 14가족이 주말학교를 운영하면서, 5년 동안 경계선 아이들을 위한 지도 방법을 함께 연구했다. 아이들의 변화를 몸소 체험한 부모들은 자발적으로 가족당 500만원씩 초기 투자금 7000만원을 모아 지난해 3월 ‘이루다학교’의 문을 열었다. 11세 이상 경계선 아동들이 이곳에서 9년간 생활 밀착형 교육을 받는다. 요리 수업을 할 땐 원하는 재료를 마트에서 장 보고, 모형 화폐로 환전·계산 연습을 한 뒤 은행에서 실습한다. 매주 금요일엔 공공기관·우체국·도서관 등 지역으로 나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교사 1명당 학생 6명을 담당하고, 과목마다

100원으로 시작된 행복… 앞으로도 쭉 나눠야죠

서촌에 문화공간 운영하는 서혁준 ‘브라더코’ 대표 “100원이 선물한 행복이죠.” 지난달 26일 만난 서혁준(35·사진) 브라더코(Brotherco) 대표는 35평 남짓한 공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힙합 바지를 만들던 스무 살 청년이 연매출 3억원, 13년차 의류 사업가로 성장하던 날. 그는 서울 종로구의 서촌 골목에 작은 문화 공간 ‘브라더코’를 오픈했다. 인디밴드의 공연, 신진 작가의 작품 전시,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 공익 단체 행사 등을 후원하는 공간 나눔을 시작한 것. 출입구부터 눈을 가리는 ‘시각 장애인 일일 체험 카페’, 국제 구호 단체 월드투게더의 창립 기념행사, 시각 장애인 사진전, 유니세프의 자선 기부 일일카페 등 이곳을 거쳐 간 ‘착한 프로젝트’는 그만큼 다양하다. 공간 한쪽엔 오락기를 설치해 사용료를 기부하고, 헌책을 가져오면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의류 및 에코백도 제작한다.   “처음엔 전기세 부담으로 집에서 냉난방을 못하는 분들에게 공간을 오픈하는 ‘에누리 운동’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 공간 전기세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절약 방법을 고민하다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에너지 절약 프로젝트 최우수 사례로 뽑히는 행운도 얻었죠(웃음).” 서 대표는 2008년부터 판매된 옷 한 벌당 100원씩 기부하는 ‘100원의 행복 프로젝트’를 지속해왔다. 단체복 제작을 하면서 사업 규모가 커졌고, 후원 규모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공간 나눔의 시발점이 됐다. 브라더코의 대관료는 3시간(최대 10명) 기준 5만~15만원. 공익 목적 행사나 공연의 경우 대관료는 단체가 원하는 만큼만 내도록 한다. 공간 대여 수익금의 10%는 컴패션, 세이브더칠드런 등을 통해 개도국 아동에게 기부된다. 서 대표가 회사 이름으로 후원하고

역사와 문화의 거리 西村, 공익으로 물들다

비영리단체들의 메카로 변신한 서촌에 가다 환경운동연합-아띠인력거 ‘미세먼지 캠페인’ 품애-네트워크 고리, 지역주민 위한 사업 등 주변에 NGO 많아 단체 홍보·협업 쉬워 관광객 늘어나며 모금·기부 증가… 임대료 상승에 원주민 이탈 우려도 인왕산 자락 아래로 옹기종기 모인 한옥집, 지붕 사이로 뒤엉킨 전깃줄, 좁은 골목길의 아기자기한 카페와 공방들…. 통인동·옥인동·필운동 등 경복궁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마을, 서촌(西村) 풍경이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이 마을에 언젠가부터 비영리단체 사옥이 하나 둘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유니세프·아름다운재단·푸르메재단 등 유명 단체부터 이제 막 문을 연 국제구호·예술단체까지, 어느덧 수십 개의 공익단체가 골목마다 눈에 띌 정도다. 비영리 조직의 메카로 떠오른 서촌. 이유가 뭘까. “느린 호흡으로 보면, 이곳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3일 만난 백시영 아띠인력거(지도 14) 공동대표는 건물 모퉁이를 돌 때마다 서촌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풀어냈다. 시인 서정주가 머물면서 문학 동인지 ‘시인부락’을 탄생시킨 보안여관,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특수교육기관인 국립서울농학교,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소재가 된 형제이발관 등 골목마다 역사의 숨결이 묻어있었다. 오르막길을 따라 인력거를 끌던 백 공동대표는 “우리 동네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면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았다. 아띠인력거는 삼륜자전거로 서촌과 북촌 투어 및 해설을 진행(1시간에 2만5000원)하는 사회적기업으로, 2012년 설립됐다. 그는 “우리처럼 관광 및 교육적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 잡은 단체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아름지기재단(지도 12)은 2013년 북촌에서 서촌으로 사옥을 옮겼다. 전통문화의 보존 및 현대화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 성격에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