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 다가오면 슬슬 압박이 시작된다. 여기저기서 내년 공익 분야 트렌드와 전망을 짚어달라는 요청들이 밀려든다. 제3섹터 트렌드, 기부·모금 전망, CSR 트렌드 등을 분석해 발표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게 오늘 자 신문에 게재한 ‘기업 사회공헌 전망’이다. 내년에 기업들이 사회공헌 예산을 얼마나 쓸 것이며 어떤 종류의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대략적인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순탄치 않다. 서로가 하나의 ‘표’ 안에 나란히 담겨 비교되는 걸 기업들이 매우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더나은미래가 주최한 ‘CSR커넥트포럼’은 국내 사회공헌 역사에 기록될만한 일대 사건이었다. 표 안에 같이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을 한 무대에 세운 것이다. ‘아동·청소년’을 주제로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 5개 기업을 모아 포럼을 열었는데, 내용도 좋았지만 기업들이 이렇게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삼성디스플레이, GS칼텍스, CJ문화재단, 현대자동차그룹, 한국타이어나눔재단 담당자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공통의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벌이고, 끝나면 각자의 자리로 쿨하게 흩어지는 ‘느슨한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 ‘플라스틱 제로 운동’을 펼치거나, 비영리 단체들이 아동학대나 동물권 등 특정 주제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했지만, 기업마다 색이 다르고 업종과 규모가 다르다 보니 진전이 잘 안 됐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