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없는 세상에서 어른을 만나는 법. /GettyImagesBank
[2023 가정밖청소년 보고서] 어른 없는 세상에서 어른을 만나는 법

더나은미래, 민간단체 10곳 대상 FGI 진행현장 전문가들 “가정밖청소년 규모 수십만 명 될 것”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마약·도박 등 범죄에 노출 박영미 7R청소년공감센터장은 얼마 전 경기 모 지역에 있는 조폭 두목을 만나고 왔다. 센터에서 돌보는 아이들이 조직원 명함을 받아온 게 화근이었다. 폭력 조직에 가입하면 300만원을 주겠다며 아이들을 꾀어냈다는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약속 장소로 가는 동안 두려운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기도를 했어요. 두목과 대면해 ‘우리 애들이 아직 어리니까 접근하지 말아 달라’고 차분하게 말했어요. 좋게 얘기하다 안 돼서 알고 있는 기업인, 정치인 이름을 다 댔죠. 이 사람들 다 내 지인이니까 애들 건들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고요. 지금 생각해도 떨리네요.” 경기 광주 지역 ‘가정밖청소년’들 사이에서 박 센터장은 유명인이다. 센터에서 공식적으로 돌보는 아이들은 12명이지만, 연락하고 지내는 아이들은 수십 명이다. 문제가 생겨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면 박 센터장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친구가 자살하려고 할 때도 박 센터장을 찾는다. “애들이 저에 대한 확신이 있거든요.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주고, 지지해 줄 거라는 확신이요. 부모한테 학대당하고 무시당했어도 어른 한 명에게만 사랑을 받으면 애들은 변해요. 문제 행동이 확실히 줄어요. 이걸 우리 센터의 ‘실적’이라고 증명할 수는 없지만 저는 알잖아요. 애들이 제게 보내는 진심을요.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저버리겠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정밖청소년’은 사각지대 중의 사각지대로 통한다. 정부는 가정밖청소년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정밖청소년을 위한 유일한 안전망인 ‘쉼터’조차 엄격한 규율 때문에

지난 8일 만난 정영일 이랜드재단 대표는 "가정밖청소년을 돕는 단체들이 연대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정영일 이랜드재단 대표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집, 그리고 곁에 있어줄 어른”

사각지대 가정밖청소년‘플랫폼’ 구축해 지원 청소년 직접 돕는 대신‘돕는 기관’ 발굴해 서포트 아이들이 위태롭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갈 곳은 뻔하다. 제약이 많은 ‘쉼터’ 대신 거리로 나선다.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기로 한다. 쉽게 돈을 벌 방법이 참 많다. 도박, 성매매, 마약 배달 등 각종 범죄가 아이들을 유혹한다. 이랜드재단이 ‘가정밖청소년’을 돕는 사업을 시작한다. 가정밖청소년을 재단의 핵심 사업 분야로 선언하고 장기적인 지원을 공표했다. 당사자를 직접 돕는 방식이 아니라 ‘청소년을 돕는 기관’을 찾아내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8일 만난 정영일(60) 이랜드재단 대표는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작은 단체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면서 “단체들이 지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메워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정밖청소년은 일반적으로 민간 기업에서는 지원을 꺼리는 영역이죠. “가출 청소년, 비행 청소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에요. 성과가 안 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사고 안 치고 평범하게 살게 됐다는 것 정도가 가정밖청소년 사업의 성과니까 자랑하기도 애매하죠. 사실은 그래서 시작한 겁니다. 성과 안 나는 일, 남들이 안 하는 일이라 우리가 하기로 했어요. 그게 이랜드재단이 일하는 방식이니까요.” ―어떤 방식인가요. “재단이 설립된 게 1991년입니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께서 재단을 설립하면서 ‘이 시대의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서 도우라’는 미션을 주셨어요. 성과를 자랑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진짜 사각지대를 찾아 돕는 일에 몰두하라고 하셨죠. 이런 철학에 따라 30여 년간 위기 가정에 주거비, 치료비, 생계비,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세상을 위해 베팅하라

[Cover Story] 대담한 자선 ‘빅벳 필란트로피’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베팅’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빅벳 필란트로피’라고 불리는 새로운 방식의 기부다. 빅벳 필란트로피는 ‘거액의 판돈’을 뜻하는 빅벳(Big Bet)과 ‘기부’를 뜻하는 필란트로피(Philanthropy)가 합쳐진 말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치 베팅하듯이 큰돈을 내놓는 자선 활동을 의미한다. 8조7000억원이라는 큰돈을 투입해 인류의 오랜 숙제였던 ‘소아마비 퇴치’에 성공한 빌 게이츠(Bill Gates)의 기부가 대표적인 ‘빅벳’ 사례다. 한국에서도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을 중심으로 빅벳 필란트로피가 시도되면서 기부 문화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소아마비 종식에 얼마가 필요할까? 소아마비는 폴리오(polio)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으로 열병을 앓고 나서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후유증을 남긴다. 백신이 개발되면서 선진국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아프리카와 중동 등 저개발국에서는 2000년 이후에도 매년 수천 명의 아이가 소아마비로 장애를 얻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2000년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한 뒤 ‘소아마비 종식’을 선언하며 막대한 규모의 지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베팅’을 시작한 것이다. 게이츠재단이 지난 20여 년간 ‘세계소아마비퇴치운동(GPEI)’이라는 단체에 기부한 돈은 62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지원금 덕에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수 있었고 백신 보급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전 세계 소아마비 발병은 30건을 기록했다. 사실상 소아마비가 종식된 셈이지만 게이츠는 완전히 뿌리가 뽑힐 때까지 지원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지원을 안정적으로 이어간다면 앞으로 3~4년 안에 소아마비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며 “소아마비는 천연두

서울재활병원이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의 ‘임팩트 그라운드’ 사업에 선정돼 50억원을 기부받았다. 이지선 서울재활병원장은 “병원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 청소년들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건강과 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대기시간만 5년… 장애아동 재활치료 시스템, 이제 바꿔야죠”

[인터뷰] 이지선 서울재활병원장 브라이언임팩트 재단, 병원에 50억원 기부“아이들의 재활 돕는 관리 시스템 만들 것” 두세 살짜리 아이들이 ‘스탠더’에 의지해 몸을 세우고 있다. 장애나 질병으로 혼자 서 있기 어려운 아동의 기립 훈련을 돕는 보조 기구다. 물리치료실에 치료기구보다 장난감이 훨씬 많다. 신기하게 생긴 딸랑이, 노래가 나오는 책, 누르면 소리 나는 인형. 어린 환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재활치료사들이 장난감을 번갈아 대령한다. “잘한다” “예쁘다” 칭찬해가며 아이들의 움직임을 살핀다. “오늘도 선생님들의 ‘꼬시리제이션’이 한창이네요(웃음).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잘 꼬드기고 달래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게 하는 기술(?)인데, 우리끼리는 꼬시리제이션이라고 불러요. 어찌보면 소아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죠. 재활치료라는 게 어른들도 쉽지 않잖아요.” 지난 12월 30일. 이지선(55) 서울재활병원장과 함께 은평구에 있는 병원 본관 건물을 둘러봤다.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구성된 본관은 소아 재활환자들을 위한 입원 병동과 각종 치료실로 구성돼 있다. 학교 종이 울리듯 30분마다 음악이 울렸다. 환자와 보호자는 종소리에 맞춰 물리치료, 작업치료, 감각통합치료, 언어치료 등 필요한 치료를 받으러 이동한다. 설립된 지 25년 된 병원이다 보니 명성에 비해 공간이 좁다. 복도나 로비의 자투리 공간은 모조리 ‘유모차 주차장’으로 쓰이는 형편이다. “짚신 장수 우산 장수 이야기 아시죠? 제가 그 엄마 같은 심정입니다.” 병원이 없어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아동이 너무 많다고 했다. 서울재활병원의 경우 소아는 평균 2년, 청소년은 평균 3년을 기다려야 외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오랜 대기시간을 거쳐 치료를 시작해도

한국 자원봉사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강현(사진 오른쪽) 전 세계자원봉사협의회(IAVE) 회장과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이 만났다. 코로나 팬데믹 3년, 자원봉사의 역할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혐오를 연대로 바꾼 자원봉사의 힘

[이강현·권미영 대담] 코로나 팬데믹 3년… 자원봉사를 말하다 대규모 봉사는 줄었지만 시민 주도 자원봉사 늘어모든 시민 ‘책임’ 다해야 공동체 무너지지 않아팬데믹 활약한 자원봉사 사회적 분위기 전환시켜 코로나 3년. 자원봉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집합적 형태의 대규모 자원봉사는 줄었지만 시민이 주도하는 ‘비공식 자원봉사’의 영역은 오히려 확장하는 추세다. 착한 가게를 지정해 ‘돈쭐’ 내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 산책을 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 것, 지역의 크고 작은 문제를 고민하는 모임을 만드는 것도 자원봉사에 해당한다. 자원봉사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이때, 미국에 있던 이강현(77) 회장이 잠시 입국했다. 우리나라 자원봉사 역사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주요 자원봉사 단체와 조직, 제도와 정책이 대부분 그의 아이디어와 기획을 거쳐 탄생했다.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의 자원봉사 전문기구인 ‘한국자원봉사연합회’를 만들었고, 1996년 자원봉사관리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볼런티어21(현 한국자원봉사문화)’을 창립했다. 2008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자원봉사협의회(IAVE) 회장에 뽑혀 7년간 국제사회의 자원봉사 운동을 이끌었다. 그의 한국 방문을 누구보다 기다린 이가 권미영(56)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이다. 중앙센터를 이끌면서 고민이 생길 때마다 이강현 회장이 10여 년 전 펴낸 ‘자원봉사의 길’이라는 책을 꺼내 읽는다. 팬데믹 시대에 자원봉사는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지난달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회의실에서 이강현 회장과 권미영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하는 법 ―최근 우리나라 자원봉사의 흐름을 어떻게 보는가. 이강현=자원봉사에는 두 개의 큰 축이 있다. 한 축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개인의 어려움을 돌보는 것. 다른 한 축은 시민운동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6년간 노숙인 234명에게 집을 줬더니
6년간 노숙인 234명에게 집을 줬더니

이랜드재단X서울시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 6년 성과 이정희(69·가명)씨는 20년 이상 여성보호센터와 노숙인시설을 전전했다.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맨몸으로 무작정 집을 나왔지만 사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여섯명이 한방에서 지내야 하는 시설 생활이 불편해 고시원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고시원 월세 20만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온종일 좁은 방안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고립감은 점점 커졌다. 고시원에서 시설로, 시설에서 또 다른 시설로 주거지를 옮겨다니는 과정에서 설상가상 ‘조현병’까지 발병했다. ‘누군가 수급비를 빼내 간다’는 환청이 들렸다. 시설에서 이씨를 도와주던 사회복지사가 ‘지원주택’ 이야기를 꺼냈다. 노숙인에게 집을 주는 제도가 있으니 신청해보라고 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이씨는 지난해 3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있는 지원주택에 입주했다. 작은 원룸을 갖게 된 지 1년 4개월. 아침에 일어나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이웃을 만나 차를 마시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조현병을 조절하는 약도 아침저녁 스스로 챙겨 먹는다. 작은 기적도 일어났다. 시설에 있을 땐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던 친오빠의 연락처가 지원주택에 살면서 기억이 난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휴대폰을 개통해 오빠에게 안부를 전했다. 20년간 해결되지 않던 복잡한 문제들이 ‘집’이 생기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 6년간 200여명에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 서울시와 이랜드재단이 2016년 함께 시작한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노숙인 문제 해결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랜드재단에 따르면, 지원주택 입주 노숙인의 80% 이상이 정신질환과 알코올 의존증을 다스리며 1~3년 넘게 주거를 유지하고 있다. 노숙인의 문제는 ‘집’이 없다는

[AVPN 콘퍼런스 2022] 글로벌 기업·재단 “한국 비영리·소셜벤처와 협력하고 싶다”

인도네시아 발리 ‘AVPN 콘퍼런스 2022’ 현장 기후변화, 의료, 교육, 빈곤, 젠더 등 아시아 지역에 산적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지금보다 많은 글로벌 자본이 아시아의 소셜섹터로 흘러들어 가야 한다. 2011년 설립된 ‘AVPN(Asian Venture Philanthropy Network)’은 아시아 최대 규모 임팩트투자자 네트워크로, 아시아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소셜벤처와 비영리에 ‘좋은 자본’이 공급될 수 있게 돕는다. AVPN은 매년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해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멈췄던 오프라인 콘퍼런스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다시 성사됐다. 21~24일(현지 시각) 발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AVPN 콘퍼런스 2022’ 행사에는 전 세계 임팩트투자사, 글로벌 재단, 기업, 비영리 관계자 1000여 명이 참석해 아시아의 사회문제를 공론화하고 토론하며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행사에서는 특히 한국의 비영리와 소셜벤처에 대한 글로벌의 관심이 뜨거웠다. 한국 기업 담당자들과 소셜벤처 대표들이 콘퍼런스의 여러 세션에서 스피커로 참여하며 맹활약했다. 모더레이터(사회자)부터 스피커(발표자)까지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된 세션도 AVPN 콘퍼런스 최초로 마련됐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점프, 식스티헤르츠, 상상우리가 참여해 ‘한국의 소셜임팩트’를 소개했다. 코리안 소셜임팩트 핵심은 ‘섹터 간 협력’ 현대차정몽구재단 세션은 콘퍼런스 첫날인 21일 오전 11시 20분부터 약 90분간 진행됐다. 세션 제목은 ‘사회혁신 조직에 대한 섹터 간 협력적 지원과 임팩트 창출(Creating impact through cross-sectoral support toward social enterprise)’. 섹터 간 협력(cross-sectoral)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이지영 대리, 교육 분야 비영리 법인 ‘점프’의 이의헌 대표,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의 김종규 대표, 시니어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의 '인클루전 플러스'는 국내 유일의 '금융포용' 주제 액셀러레이팅·임팩트투자 프로그램이다. 황애경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이사는 "올해 프로그램이 오는 15일 모집을 시작한다"면서 "솔루션을 가진 혁신 조직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솔루션을 가진 기업, ‘인클루전 플러스’에 도전하라

[인터뷰] 황애경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이사 5년차 ‘인클루전 플러스’국내 유일의 금융포용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금융 소외 해결책 제시한사회혁신 조직 발굴·지원 ‘무방’은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보증금 0원’으로 주거 공간을 임차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학생, 구직자, 사회 초년생 등 금융 거래 기록이 없는 ‘신 파일러(서류가 얇다는 뜻)’들은 신용 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보증금을 대출받기가 어렵다. 보증금을 안 내도 되는 집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방은 입주자의 ‘월세 지불 능력’을 자체 검증 시스템으로 평가한 뒤, 심사를 통과한 청년들이 보증금 없이 집을 임차할 수 있게 중간에서 보증을 서준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월세를 체납하더라도 무방을 통해 정해진 날에 월세를 받을 수 있다. 2019년부터 무방을 이용한 임차인은 3만4000여 명. 해결한 보증금 총액은 21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7일 만난 황애경(49)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이사는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사회문제에도 반드시 ‘솔루션’은 있다”고 말했다. 재단이 2018년 시작한 ‘메트라이프 인클루전 플러스’도 솔루션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소상공인, 이주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고령자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회혁신 조직을 선발해 지원한다.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금융의 관점에서 접근해 해결책을 제시한 ‘무방’도 그중 하나다. “인클루전 플러스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을 주제로 하는 국내 유일 액셀러레이팅·임팩트투자 프로그램이에요.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금융 접근성과 가용성을 높여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금융포용이죠. 프로그램 운영 5년 차를 맞은 올해는 기존의 금융포용에 ‘헬스케어’ 분야를 더해 지원 대상을 확장했어요.” 해외에서는 ‘금융포용’이 대세 ―한국에서

뉴욕 브루클린도 반해버린 성동구의 진짜 이야기

[인터뷰] 8년째 성동구 이끄는 정원오 구청장 ‘붉은 벽돌 건물’은 서울 성수동의 상징이다. 카페, 레스토랑, 옷 가게, 펍, 공유 오피스 등 건물에 들어선 트렌디한 공간들이 붉은 벽돌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청년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저절로 이뤄진 게 아니라 성동구의 치밀한 계획과 디자인 아래 ‘만들어진 상징’이다. 지난달 21일 만난 정원오(54) 성동구청장은 “2014년 구청장 취임 후 8년간 벌인 여러 일 중의 하나가 ‘붉은 벽돌 건축물 지원 사업’”이라고 했다. “붉은 벽돌로 명소가 된 뉴욕 브루클린처럼 되고 싶어서 ‘한국의 브루클린’을 대놓고 표방하며 오래된 붉은 벽돌 공장과 주택들의 수선·건축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었어요. 이제는 건물 짓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붉은 벽돌로 건물을 올리고 있어요. 지원금과 별개로요.” 지난 3월에는 뉴욕의 ‘브루클린 상공회의소’ 대표단이 서울을 다녀갔다. 성수동을 직접 탐방하고 싶다며 구청에 연락해온 것이다.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장이 성수동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가장 놀란 것은 붉은 벽돌 건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같이 했다는 점이었어요. 성동구의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바탕에 깔고 성장해 나간다는 겁니다.”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 성수로 몰린다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장이 또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랜디 피어스(Randy Peers) 소장은 브루클린을 ‘변화를 선도하는 데 집중하는 도시’라고 소개했어요. 성동구에 대해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하는 여러 정책을 수입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성동구의 기업들을 같이 데려와서 설명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두 지역 간에 협력할 부분을 찾아나가며 교류하자고요.”

[우크라이나 난민 르포] 부서진 터전, 사라진 삶 되찾을 때까지

“이곳을 떠나야 한다. 국경을 넘어라. 러시아 군인들이 들어오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엄마와 함께 일단 떠나라.” 아버지가 딸에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출발해 이웃 나라 몰도바를 거쳐 루마니아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가야 하는 험난한 피란길이었다. 2월 24일(이하 현지 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시작됐다. 러시아 군함이 들이닥친 오데사에서는 총성이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설득에 못 이겨 옐리자베타 마르첸코(22)는 엄마와 함께 피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57세의 아버지는 고향에 남아야 했다. 18~60세 우크라이나 남성을 대상으로 전시 총동원령이 내려지면서 출국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딸을 위해 차를 정비했다. 기름도 가득 채워넣었다. 3월 2일 새벽, 모녀는 집을 나섰다.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나 믿지 말아라.” 헤어지기 전 아버지는 딸에게 여러 차례 당부했다. 가족은 부둥켜 안고 울었다. 그날은 옐리자베타의 스물두 번째 생일이었다. 두 달 넘게 계속된 전쟁으로 4월 말 기준 우크라이나 국민 1300만명이 피란민 신세가 됐다. 전체 인구(약 4100만명)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다. 530만명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났고, 770만명은 국내를 떠돌고 있다. 난민들이 처한 인도적 위기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국제구호개발 NGO인 ‘한국월드비전’과 함께 루마니아를 찾았다. 지난 4월 12일부터 16일까지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제2의 도시인 ‘이아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시레트’ 등을 돌며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났다. ‘루마니아월드비전’ 자원봉사자로 합류한 옐리자베타가 한국 팀의 일정을 함께 하며 통역을 도왔다. # 전쟁을 목격한 눈동자 루마니아 이아시 공항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국경 검문소가 있는

“전쟁 최대 피해자인 아이들 위해 ‘NGO의 연대’ 보여줘야”

[인터뷰]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이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지난 4월 12~16일 루마니아를 찾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내외를 떠도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가 1300만명을 넘어선 상황. 조명환 회장은 “전쟁으로 가장 피해 보는 것은 아이들”이라며 “무자비한 전쟁의 포화 앞에서 NGO들이 연대의 힘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루마니아 현지 난민센터에서 조명환 회장을 인터뷰했다. ―현장에서 난민들을 만난 심경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 터전을 잃은 사람들, 가족·친구와 생이별해야 하는 난민들을 보면서 한국전쟁이 떠올랐다. 나의 부모님도 6·25 당시 피란길에 올랐고 아버지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난민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의 거점인 ‘루마니아월드비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30년 역사를 가진 루마니아월드비전은 설립 이래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월드비전은 글로벌 차원에서 내부 긴급 구호 전문가 42명을 루마니아월드비전으로 파견, 현장 조사를 하고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 긴급 구호 물자(식량·비식량), 아동 보호와 심리 지원, 난민센터 지원 등 크게 세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루마니아와 조지아에서는 직접 지원을 하고, 사무소가 없는 우크라이나, 몰도바에서는 파트너 기관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 식으로 동참하고 있나.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한 한국월드비전의 모금액이 4월말 현재 13억원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이 기부한 돈이 난민에게 전달되는 식량과 생필품, 위생 키트 등을 구입하는데 쓰이고 있다.” ―이번에 루마니아 현지 물류센터도 방문했는데. “수도

[진실의 방] 어떻게 감히

‘학교 폭력’이라는 말이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 반응은 냉랭했다. 교육 당국은 ‘폭력’이라는 부정적 단어를 ‘어떻게 감히’ 학교라는 숭고한 단어와 조합할 수 있느냐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지금은 누구나 익숙하게 쓰는 학교 폭력이라는 말이 그때는 그렇게 저항을 받았다. 학교 폭력이라는 말을 세상에 끄집어낸 사람은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 김종기씨다. 1995년 회사 업무차 떠난 중국 출장길에서 그는 열여섯 살 외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학교 폭력으로 고통받던 아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아이의 죽음으로 그는 죄책감과 절망감 속에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가해 학생들이 여전히 학교에 남아서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해자 부모들은 제 아이들의 진학과 앞날을 걱정하며 연락을 피했고, 학교는 폭력을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흔한 문제로 치부하며 덮으려 했다.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그는 학교 폭력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바라보게 됐다. 자신과 같은 비극을 겪는 아버지가 두 번 다시 없기를 바라며 청소년폭력예방재단(지금의 푸른나무재단)이라는 시민 단체를 설립했다. 정부는 그가 벌이는 일을 몹시 불편해했다. 단체 이름에도 ‘학교 폭력’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막았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라는 게 이유였다.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그가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숙제지만, 인내심과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그 숙제를 해내는 사람은 대부분 당사자다. 당사자들의 분노와 절박함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어떻게 감히 흑인이 백인과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