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범위가 넓어진다 [2023 한국의 인권단체들]

인권의 다양한 얼굴 <1> 2019년 등장한 국내 최초의 배달노동자 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설립 첫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늦어도 괜찮아요. 안전하게 와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했다. 고객이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때 ‘늦게 와도 괜찮다’는 메모를 라이더에게 남기는 것만으로도 오토바이 배달 사고율을 낮출 수 있다는 취지의 캠페인이었다. 배달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해달라는 당사자들의 호소는 시민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음식 배달원의 노동 인권뿐 아니라 새벽배송을 하는 택배기사의 수면권 등 플랫폼 산업 전반의 인권 문제로 번졌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초대위원장은 “배달 기사의 노동권이나 인권은 이전에는 크게 관심받지 못했던 영역”이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등장한 인권의 새로운 주제”라고 설명했다. 인권단체들의 모습이 다변화하고 있다. 과거 한국 사회는 국가의 폭력, 억압적 시스템 등 주로 국가와 개인의 관계 안에서 인권의 개념을 정의했다. 최근에는 개인의 다양성과 특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인권의 범위가 확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간과했던 문화적 소수자들, 눈에 띄지 않는 차별로 고통받던 이들이 스스로 단체를 꾸려 자신들의 삶을 설명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초 설립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이하 청주넷)’은 가정밖청소년의 주거권 보장을 외치는 단체다. 청소년의 주거권을 우리 사회가 반드시 보장해야 할 ‘인권’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더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한 집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소년을 직접 찾아다니며 돕는 아웃리치 조직들, 성폭력상담소, 청소년위기지원센터, 대안학교, 공익변호사단체 등이 합류해 총 17개 조직이 함께 네트워크를 꾸렸다. 변미혜 청주넷 활동가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탈가정한 청소년의 권리에 대해 주목하지

ODA, 정부와 NGO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 30년토종 NGO의 힘 인도적지원 예산연간 3000억원민관협력 부문은 1% 튀르키예 대지진 발생 10개월. 강도7.8 지진으로 5만5000명이 사망하고 최소 1570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현장도 이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진 피해 지역에는 컨테이너 형태 임시 쉼터가 마련됐고, 정착촌 사람들은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고 마을을 꾸려나가고 있다. 재난 현장에 누구보다 빠르게 진입했던 비영리 단체들은 지금도 현장을 지키며 이들의 일상 복귀를 돕고 있다. 긴급구호부터 재건, 회복과 예방에 이르는 이 모든 활동을 인도적 지원이라고 한다. 현재 임시거주촌에 아이들의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여성친화공간(GFS)을 마련하는 일이나 보건소를 중심으로 위생 인식 개선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한 해 3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인도적 지원 예산 99%는 긴급구호에 쓰인다. 현지 정부와 UN 산하 국제기구로 전달되는 자금이다. 국내 비영리 단체도 동일한 재난 현장에 투입돼 인도적 지원을 벌이지만 재원은 공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올 초부터다. 정부는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파견한 ‘해외긴급구호대(KDRT)’에 최초로 NGO를 포함시킨 이후 외교부와 국내 NGO 3곳이 1000만달러(약 130억원) 규모 기금을 공동으로 조성해 후속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들은 “인도적 지원 분야의 민관협력 가능성이 열렸다”며 “내년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이 6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인도적 지원 민관협력 예산 5년째 제자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 예산은 ODA 부문에서 나온다. 올해 기준 ODA 예산은 4조5000억원. 이 가운데 인도적 지원에 편성된 금액은 2993억6700억원(약 6.6%)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해외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만난 장선문 대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프로그램 운영을 정상화하고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열기 위해 머슴같이 일했다"며 "지역 커뮤니티 레벨에서 어떻게 하면 사회문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했고 또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지역 커뮤니티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헤이그라운드 뉴욕’ 이야기

[인터뷰] 장선문 커뮤니타스아메리카 대표 사회혁신가 공간 ‘헤이그라운드 뉴욕’ 개소주민을 창업가로 육성, 지역문제 발굴·해결 뉴욕 할렘에서 사회혁신 조직을 발굴하는 장선문 커뮤니타스아메리카 대표는 출근길에 3개의 미국을 만난다.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리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이 있고, 한 블록을 지나면 스타트업이 들어선 오피스 단지가 나온다. 여기서 좀 더 걸으면 흑인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전통적 할렘 지구다. 장 대표는 “학생 커뮤니티와 스타트업 네트워크, 지역사회 주민이 5분 거리 내에 몰려 있는 셈”이라며 “사회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집중돼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타스아메리카는 2018년 이곳에 자리잡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민을 사회혁신가로 키우는 ‘커뮤니타스 벤처스’를 통해 지금까지 200명 가까이 선발했고, 올해 3월에는 사회혁신가들의 공간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개소했다. “뉴욕 할렘은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동유럽계 등이 함께 지내는 다인종 지역입니다. 사회혁신을 일으키기 좋은 환경이면서 동시에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도 많습니다. 커뮤니타스는 지역 단위로 창업가 생태계를 만드는 걸 문제 해결의 시작으로 보고 있어요. 할렘처럼 물리적 지역 커뮤니티를 정해서 지원하면 단기간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장선문 대표를 만났다. 그는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창업가에게 적절한 자원을 연결해 생태계를 살리면 이들이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하고 로컬 커뮤니티까지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문제 해결, ‘하이퍼 로컬’ 관점으로 -헤이그라운드 뉴욕이 있는 할렘은 어떤 곳인가. “사무실은 126가 암스테르담 애비뉴에 있다.

말라위 릴롱궤의 '희망중고등학교'는 고액 후원자들의 꾸준한 지원으로 지역의 명문 사학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지난달 1일(현지 시각) 학교를 방문한 기아 대책 고액 후원자 모임 '필란트로피 클럽' 회원들의 모습. /기아대책
작년엔 대강당, 올해는 도서관… 고액기부자들이 말라위 명문사학 만들다

필란트로피 클럽이 만든 기적 건물 3동으로 문 연 학교10년 만에 12동으로 확장 기부자들 꾸준한 후원에유치원·초등학교 건립 말라위 수도 릴롱궤. 도심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비포장도로를 20분쯤 달려 24구역(Area 24)에 진입했다. 흙먼지 일으키며 도착한 곳에 커다란 흰 철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외벽에 페인트로 쓰여 있는 ‘릴롱궤 희망학교’. 철문이 열리자 다른 세상이 나왔다. 학교 안은 깔끔하게 정돈된 길과 서구식 조경, 반듯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흙벽돌로 지은 집이 즐비한 담장 밖 풍경과 사뭇 달랐다. 말라위에서 보기 드문 잔디 운동장도 갖췄다. 릴롱궤 희망학교는 한 울타리 안에서 유치원부터 초등, 중고등학교까지 학제를 밟을 수 있는 유일한 교육기관이다. 교육의 질은 높지만 학비는 일반 사립학교의 절반 수준. 그렇다 보니 인근 10여 마을에서 학생들을 보내려고 줄을 선다. 개교 10년도 채 안 된 기간에 말라위의 명문 사학으로 거듭난 희망학교를 지난달 1일(현지 시각) 희망친구 기아대책 고액 후원자 모임인 ‘필란트로피 클럽’ 회원들과 함께 방문했다. 후원자들이 만든 명문 사학 시작은 단출했다. 10년 전인 2013년 당시 국제구호개발 NGO 기아대책은 기아자동차와 해외 사회공헌사업 ‘그린라이트프로젝트(GLP)’로 도심 외곽에 부지를 얻고 중고등학교(secondary school) 공사에 들어갔다. 이듬해 교실 1동, 행정실 1동, 화장실 1동이 완공되면서 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NGO에서 운영하는 학교가 생기자 금방 소문이 났다. 교실은 좁은데 학생들이 몰렸다. 개교 첫해 40명 남짓 되던 학생은 3년 만에 500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정원 900명에 야간 학교 600명을 더해 총 1500명이 됐다. 학교를 키운 건 고액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서울에서 열린 '2023 H-온드림 데이'에 올해 지원팀으로 선정된 11기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대차정몽구재단
창업 오디션 대명사 ‘H-온드림’… 이제 기업가 키운다

현대차정몽구재단 ‘H-온드림’ 생태계 조성에만 10년이제는 기업가 육성에 집중 경영 컨설팅 강화투자 연계 기회도 확대 ‘테스트웍스’는 인공지능(AI) 데이터 구축 산업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이다. 발달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AI 학습용 데이터를 가공해 지난해 매출 9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150억원 수준이다. 최근에는 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액 110억원을 돌파했다. 위기도 있었다. 2015년 설립 초기에는 ‘취약 계층 고용’이라는 소셜 미션을 고집하다가 낮은 품질 때문에 고객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는 창업 3년 차인 2017년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장애인 직원과 비장애인 직원이 유기적으로 일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R&D(연구·개발)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장애인 직원이 업무에 적응하려면 이들의 생활 루틴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이들의 보호자와도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윤 대표는 “R&D 자금이 절실했던 바로 그 시기에 현대차정몽구재단의 ‘H-온드림’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지원금 50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지원금으로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꼽히는 작업치료사와 사회복지사들로 팀을 꾸렸습니다. 덕분에 장애인이 편견이나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포용적 고용(inclusive employment)’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어요. 직무 매뉴얼이 마련된 뒤 장애인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크게 올라 품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윤석원 대표는 지난달 30일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주최한 ‘2023 H-온드림 데이’에서 최고의 사회 혁신 기업가에게 수여하는 ‘H-온드림 어워드’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H-온드림 어워드는 재단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H-온드림의 펠로 기업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 신설됐다.

장애인 고용의 질과 양을 개선할 방안은?… 내달 7일 여야 함께 국회서 토론회 개최

다음 달 7일 오후 2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장애인 고용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된다. ‘장애인 고용의 질적 향상과 양적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 토론회’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전혜숙, 신동근, 박정, 임이자, 이수진, 이은주, 최혜영, 김예지 등 여야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다. 장애인고용확대위원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한국일보가 공동 주관하며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후원한다. 토론회에서는 법조인, 연구자, 유관부처 관계자, 현장 전문가 등이 참여해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토론회는 임성택 지평 대표변호사와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주제 발표, 전문가 패널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임성택 변호사는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다. 조혁진 연구위원은 ‘장애인 고용의 양과 질을 늘리기 위한 고용부담금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자세히 짚어본다. 패널 토론은 김시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을 좌장으로 장애인 고용의 현장 목소리와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에 집중한다. 패널로는 조종란 서울여대 석좌교수(전 장애인고용공단이사장), 이부용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장, 성희선 서울커리어플러스 센터장, 윤정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참여한다. 토론회 참가 신청은 오는 6일 오후1시까지 온라인 신청 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기사 수정: 2023.09.058월30일 발행된 해당 기사에서 토론회 시작 시간이 국회 일정으로 인해 오후 2시에서 2시30분으로 변경됐습니다.

현대차정몽구재단, 국제기구 전문인력 키운다
현대차정몽구재단, 국제기구 전문인력 키운다

국격 높이는 글로벌 인재육성 실무자급 전문직 ‘P2’ 인력풀 확대아세안 사회문제 해결 전문가 육성 “청년들은 세계 최대의 미개발 자원입니다.” 제7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코피 아난(Kofi Annan·1938~2018)은 평소 청년들의 역량과 잠재력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어쩌면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미국으로 유학 간 스무 살 때 포드재단의 지원으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고,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를 국제기구로 이끌었다. 그는 1962년 24세 나이로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 담당관으로 국제기구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 유엔본부 예산담당관과 유엔평화유지군(PKO) 담당 사무차장 등을 두루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그에게는 늘 최초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아프리카계 흑인 최초로 유엔을 이끌었고, 2001년 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 처음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유엔 평직원 출신으로 수장 자리까지 오른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60년 전 청년 코피 아난처럼 한국에도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수많은 청년이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우리나라 청년들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여러 장학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제기구 취업을 돕는 ‘온드림 글로벌 아카데미’(OGA)와 아세안 지역 전문가를 육성하는 ‘CMK 아세안 스쿨’(CSAS) 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OGA는 국제 전문가 교육에 국제기구 ‘인턴십’ 기회까지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국제기구로 가는 사다리 외교부에 따르면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 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1120명. 유엔 사무국의 152명을 포함해 세계보건기구(WHO),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은행(WB) 등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10년 전 480명과 비교하면 큰 폭의 성장세지만 국가 위상에 비하면 아쉬운 숫자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이 7년째 진행하고 있는 OGA 사업은

20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가온 대회의실에서 열린 ‘건강한 상속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왼쪽 세번째부터) 허탁 한국모금가협회 이사장,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 변호사,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소순무 한국후견협회장이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가온
모금가·법률가·언론인 모여 건강한 상속문화 만든다

‘원스톱 굿레거시’ 사업 업무 협약 건강한 상속문화 확산을 위한 ‘원스톱 굿레거시(One-stop Good Legacy)’ 사업이 시작된다. 원스톱 굿레거시는 상속과 증여에 관한 법률·세무·금융 상담부터 유산기부를 통한 사회 환원, 후견 관련 업무 지원까지 한꺼번에 이뤄지는 통합 상속 솔루션이다. 한국모금가협회, 법무법인 가온,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한국후견협회는 지난 20일 원스톱 굿레거시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상속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가족의 불화와 분쟁을 줄이고 우리 사회에 건강한 상속문화를 정착시키기는 일에 4개 기관이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은 가족 구성원들이 재산 상속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이른바 ‘좋은 물림’을 이뤄내기 위해 시작됐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생전에 죽음에 대해 말하기 꺼리는 문화 탓에 부모나 자녀가 유산에 대해 편안하게 말하지 못한다”며 “상속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유산기부 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은 “상속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관계’의 문제”라며 “올바른 상속 문화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유산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사회로 흘러가게 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약을 맺은 4개 기관은 각각 역할을 나눠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한국모금가협회는 분쟁없는 상속과 유산기부를 위한 상담과 교육 등을 지원한다. 법무법인 가온은 상속과 유산기부 관련된 법률과 세금 관련 상담을 맡는다. 더나은미래는 상속문화 정착와 유산기부 확산을 위한 미디어 캠페인을 담당한다. 한국후원협회는 피상속인과 상속인을 위한 후견 관련 업무를 지원한다.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좋은 의도로 유산기부를 결심해도

글로벌 기업을 재도약시킨 ‘기업시민’의 힘

혁신기업의 경영키워드 ‘기업시민’ CSR, 경영 전반에 내재화장기적 재무성과로 이어져경쟁사와 협업, 공급망에 투자 올해 창립 125주년을 맞은 펩시코(PepsiCo)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올 2분기 매출은 223억2200만달러(약 28조26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었다. 펩시코는 펩시콜라, 게토레이, 치토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식음료 기업이다. 경쟁사인 코카콜라에 밀려 ‘2등 기업’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적이나 규모로는 압도적인 업계 1위다. 지난해 기준 펩시코 매출은 860억달러(약 110조원), 코카콜라는 절반 수준인 430억달러(약 55조원)였다. 펩시코가 승승장구하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초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을 경영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면서다. ‘기업시민’이란 시민 개개인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듯 기업도 공동체와 환경을 위한 시민의 역할이 있다는 일종의 은유적 표현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경영 전반에 내재화하는 것을 뜻한다. 펩시코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강한 콜라 대신 에너지 음료와 건강식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외국산 팜유를 해바라기씨유로 대체하기 위해 직접 농업에 뛰어들었고, 또 음료의 원료인 물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시민’은 펩시코뿐 아니라 유니레버, 도요타, 파타고니아, 나이키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전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가 대표적인 선도 기업이다. 포스코는 2018년 ‘기업시민’을 최초로 경영 전면에 내세우며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펩시코, 유니레버, 포스코… 성장 비결은 ‘기업시민’ 펩시코, 유니레버, 파타고니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성장 뒤에는 ‘기업시민’ 경영이 있었다. 2009년 유니레버에 취임한 폴 폴먼 전 CEO가 가장 먼저 한 일은 1년에 4회씩 분기마다 재무 성과를 보고하는 주주 보고를 없앤 것이었다. 90일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조직을 해방시킨 뒤 ‘유니레버 지속 가능한 삶 계획(USLP)’을 발표했다. 온실가스와 폐기물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원하고, 낙후 지역의 위생 환경을 개선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업의 CSR 담당 부서도 해체했다. 사업과 CSR을 구분하지 않고 그룹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행 상황은 매년 리포트 형식으로 공개했다.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는 지난달 29일 경북 상주 성주봉자연휴양림에서 ‘스마트 농업성장을 위한 벤처투자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2023년 상반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
“농식품 스타트업에도 공격적인 투자 필요하다”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 상반기 워크숍VC·지역농업인, 농업벤처 투자 방향 모색 “농업을 지역 경제의 근간산업이라고 하지만 시장과 연결고리가 약한 게 사실입니다. 농업 기업이라 해도 종묘회사나 농기구, 비료 회사 외에는 시장에서 인식할 만한 스타기업이 거의 없죠. 농업에 다른 산업을 융복합하는 혁신적인 생태계 변화를 일으키려면 정부 재정과 민간자금을 통한 결합한 펀드 규모를 늘려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 상반기 워크숍에서 권준희 협회장은 농식품 모태펀드 규모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워크숍은 ‘스마트 농업성장을 위한 벤처투자 방향모색’이라는 주제로 전국의 우수한 스마트 농업경영체 발굴과 육성을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농식품분야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협회 관계자와 지역농업인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권준희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장은 “글로벌 농업은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농업 생산량 증대를 요구받고 있지만 탄소배출량은 감축해야 하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다”라며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스마트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농업벤처에도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부 재원을 마중물로 민간자본을 추가 유치하기 위해 ‘농식품 모태펀드’를 지난 2010년 도입했다. 과거 농업 분야에 보조금과 저리 대출 등으로 예산 중심으로 이뤄진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수익금을 포함한 회수재원은 모태펀드를 통해 또 다른 자펀드로 재투자되는 구조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식품 모태펀드에서 출자한 자펀드 결성 규모는 1조8108억원에 달한다. 정부 자금이 1조 270억원(56.8%), 민간 자금이 7838억원(43.2%)이다. 백종철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운용본부장은 “올해만 총 2000억원 규모의 자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특히 올해는 100억원

포스코1%나눔재단의 국가유공자 대상 첨단 보조기구 지원으로 로봇 의족을 받은 고영주(앞줄 왼쪽에서 셋째)씨. 그는 포스코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포스코휴먼스에 지난 2021년 입사했다. /포스코
국가유공자 로봇의족 지원, 일자리까지 연계한다

포스코, 국가유공자 지원사업 “거의 20년 만에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제 두 발로 달리기도 할 수 있고요. 아이들과 함께 계곡물에도 들어갈 수 있어요. 모든 게 로봇 의족 덕분입니다.” 고영주(44)씨는 국가유공자다. 군 복무 중이던 2001년 12월, 야간훈련으로 교량 건설용 250㎏짜리 철근을 옮기다가 왼쪽 무릎을 다쳤다. 전역을 한 달 앞둔 시기였다. 당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듬해 병원에 갔더니 무릎뼈에 악성 종양이 생겼다고 했다. 희소암의 일종인 ‘골육종’이었다. 치료비로만 2억원을 썼다. 고씨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직접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고 전역 7년 만에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투병 생활은 계속됐다. 2015년에는 수술로 삽입한 인공관절이 부러지면서 염증이 발생했다. 다리를 살리기 위해 수술만 40차례 했지만, 결국 2017년 왼쪽 다리를 잃었다. 당시 나이 서른아홉이었다. 당시 정부에서 기계식 의족을 지원했지만 일상을 회복하기에는 무척 불편했다. 고씨는 “보훈처에 문의했더니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 원하는 의족을 지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면서 “보조금에 사비를 보태서 다른 의족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승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로봇 의족이 바꾼 일상 국내 전상·공상으로 퇴직한 국가유공자는 60만명이다. 이 가운데 12만명이 장애인이다. 고영주씨는 2008년 국가보훈처로부터 공상(公傷) 판정을 받았다. 공상은 교육이나 훈련 과정에서 입은 상해를 뜻한다. 보훈처가 제대 후 확진받은 골육종을 군 복무 중 부상으로 인한 질병으로 인정한 것이다. 국가유공자는 상이등급에 따라 연금이나 의료기구 등이 제공되지만, 로봇 의족과 같은 첨단보조기구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국가보훈부의 보철구 지원

가뭄이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케냐 북부 마사빗(Marsabit)의 한 마을에 유일한 식수원마저 오염됐다. /굿네이버스
“가뭄에 강한 작물로 농부 수업합니다”

NGO ‘기후대응’ 강화한다 동아프리카 가뭄 4년째흉작에 가축 80% 폐사 기후대응 농부학교 운영기상예측 시스템 보급 아프리카 케냐의 5월. 예년 같으면 매일 저녁 비가 내리는 ‘우기(雨期)’지만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는다. 동아프리카 지역은 매년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길게는 6월 초까지 하루에 서너 시간 비가 내린다. 이후 8월까지 ‘소건기’를 지나, 9월부터 11월까지는 비가 조금씩 내리는 ‘소우기’가 온다. 농민들과 유목민들은 이러한 기후 패턴에 맞춰 살아왔다. 이러한 일상이 깨지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가뭄이 시작됐다. 올해로 4년째다. 농작물은 말라버렸고 가축이 먹을 풀마저 자라지 않았다. 폐사한 동물 사체는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다. 케냐를 포함한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기후위기로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들도 지원 사업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금껏 주민의 자립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는 농법을 전수하고 유통 구조를 만들어왔지만, 이상 기후로 인해 그 효과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가뭄에 강한 종자를 보급하고, 시들했던 산림 조성 사업은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기상 재해 조기 경보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기후 패턴’ 깨지자 소득·교육·의료까지 복합 재앙 현재 케냐에서 가뭄이 가장 심한 곳은 마사빗·투르카나·만데라 등 북부 지역이다. 특히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맞댄 마사빗에는 유목민이 많다. 이들은 염소, 낙타, 양 등을 키우며 생계를 잇는다. 그런데 가뭄으로 풀이 자라지 않으면서 가축의 약 80%가 폐사했다. 지난 2월 케냐식량안보조정그룹(KFSSG)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 260여만 마리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