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가 필요한 이유는 특정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상황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2023년, 미국 시빅테크 단체 ‘코드 포 아메리카(Code for America)’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하면서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책을 썼다. 이듬해 학계로 돌아와 2026년 1월부터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UNC-Chapel Hill) 정책학과 교수로 부임한다. 이 책은 미국 대학 교수로서의 연구 실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학술 도서가 아닌 대중서이고,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썼기 때문이다. 더구나 돈을 벌기 위해 쓴 책도 아니다. 오히려 집필 과정에서 ‘급속 노화’를 경험했다. 책 출간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얻은 것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펜을 든 이유는 사회적 의미 때문이다. 이 책은 공익 목적의 데이터 과학을 한국에 처음 소개한 한국어판 저서다. 나아가 복지가 필요한 이유가 ‘사람이 문제여서가 아니라 상황이 문제이기 때문’임을, 그리고 데이터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경험을 ‘보이게’ 만드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 가난은 ‘보이지 않는 문제’다 가난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필자가 10년 넘게 살아온 샌프란시스코 항만 지역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다. 거리에 노숙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市) 통계에 따르면 노숙자는 2005년 5404명에서 2015년 7008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8323명에 이른다. 거리에서 사는 삶은 위험하다. 그래서 이들은 자연스레 모여 ‘노숙자촌’을 이룬다.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이 이런 지역 근처 호텔에 묵었다가 뜻밖에 노숙자촌을 마주하고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노숙자의 모습은 미국이라는 강대국, 그러나 불완전한 선진국이 안고 있는 빈곤의 한 단면일 뿐이다. 인구 약 90만 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