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모금에도 ‘넛지 전략’이 필요한 이유

모금이란 무엇인가. 모금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목적사업)을 다양한 대상에게 다양한 소통방식으로 알리고, 공감을 형성하고 그 일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여러 공익단체가 겉으론 비슷해 보여도 각자의 목적과 방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맥락과 정보와 자원을 가지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일한다. 이런 이유로 어떤 단체가 성공적인 모금을 하려면 과연 단체에 맞게 ‘적절한 준비를 했는가’를 묻게 된다. 적절한 목적인지, 적절한 대상인지, 적절한 매체인지, 적절한 내용인지, 적절한 금액인지, 적절한 타이밍인지. 모금의 성공 공식은 정해진 게 아니라는 뜻도 된다.  누군가로부터 크든 작든 돈을 받으려면 가장 먼저 ‘누가 줄 수 있는지’를 찾게 된다. 보통은 정부, 기업, 기부자 등을 떠올리지만, 재정확보의 확장적인 개념으로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까지 고려한다면 구매자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재정이 확보되려면 돈을 줄 가능성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먼저 탐색하고 기회를 엿봐야 한다. 자금을 제공하는 주체별로 특이점이 있긴 하나 모두 돈 받을 자격과 가치를 따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다 비슷하다. 이렇게 보면 모금은 일종의 투자 유치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양한 제공자로부터 재정을 어떤 방식으로 확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즉, 받는 게 있다면 무언가를 대가로 줘야 한다. 받고자 한다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기부 측면에서 보면 돈에 상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가로 줘서는 안 된다. 기부는 반대급부 없이 무상으로 받는 것이다. 돈에 상응하지 않는 대가는 돈으로는 따질 수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에는 영화배우 고(故) 강수연씨가 떠오른다. 그녀가 자주 하던 말인데 연기와 영화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뜻하는 표현이다. 돈이 좀 부족해도 해야 할 일에 대한 목적과 사명이 분명하면 주눅 들지 말라는 뜻이니 비영리 업계 사람들이 써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돈과 가오는 모금에 항상 등장하는 단어다. 돈을 언급하는 것이 자존심을 건드리고 사람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금은 구걸이 아니라는 걸 애써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쪼그라드는 마음이 쉽게 펴지지 않는다.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모금은 쉽지 않다. 돈 없는 것은 괜찮지만 돈 달라고 하는 순간 가오도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돕는 일은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선, 또 하나는 투자다. 자선은 오늘의 결핍에 집중하고, 투자는 내일에 대한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둘을 완벽하게 분리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이 두 가지 관점은 사람들의 태도를 다르게 설정한다. 즉, 누군가의 오늘이 궁핍함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져서 하는 기부가 있고, 조금만 더 도와주면 내일이 달라질 것을 기대해서 하는 기부가 있다. 이러한 기부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들이 빈곤 포르노와 타당한 모금 명분으로 갈라지게 된다. 대학에서 오래 모금하고 자선단체의 일로 넘어오면서 나는 이 두 가지 관점의 명백한 경계를 보았다. 대학에 희사되는 기부들은 오늘의 궁핍함의 해결이 목적이 아니었다. 늘 더 나은 미래와 밝은 희망의 이야기를 기부자들에게 전하고자 그 명분의 타당성과 투자의 가치를 준비했었다. 그 명분의 크기가 매우 큰 것이라서 고액의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정부 보조금의 올바른 관리, 근본 해결책 제시해야

‘눈먼 돈’이라고 일컫는 몇 종류의 돈이 있다. 정부 보조금이나 출연 등을 통해 조성된 공공기금 등이다. ‘먼저 찾아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이다. 보조금이 주인 없는 돈, 눈먼 돈이라는 얘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요즘 유난히 정부 보조금에 대해 말이 많다. 드디어 정부에서 문제해결 의지를 표명한 건가 싶다. 핵심은 타이밍과 맥락이다. 하필이면 정권이 바뀐 시점에 조사가 시작되고 적발된 문제를 보면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내용들이 부각된다. 정말 순수하게 보조금의 오남용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고 해도 공교롭다. 보조금은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일종의 정부 투자금이다.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서든 접근가능하고, 양쪽 모두 실수와 실패를 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보조금 문제는 정치 공방이 돼서는 안 되며 사회발전을 위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가져가야 한다. 종종 보조금이나 후원금의 배분심의와 집행 현장 조사에 가게 된다. 돈이 잘못 쓰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 결정은 대체로 정책 결정에 따라 급하게 이루어진다는 데서 문제가 출발한다. 해당 사업 주무 부처는 정해진 기한 내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성과관리가 어려운 질적 성과에 집중하는 대신 사업을 드러내놓고 홍보하기 좋은 다수의 취약 대상에게 배분하는 선택을 한다. 약자 중심의 배분원칙이다. 신생조직, 형편이 어려운 대상,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있는 소규모 단체들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이러한 곳들은 경험과 역량, 행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어서 지원이 시급한 한편 늘 투명성 리스크가 높다. 보조금 배분에 약자 우선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기부금 경제 개혁, 아직 갈 길이 멀다

2010년대 중후반 공익에 대한 사회 믿음을 깨뜨리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특혜, 새희망씨앗과 어금니아빠 사건 등 공익 모금으로 포장된 사기 행각들은 공익활동의 순수성을 훼손하기에 충분했다. 때마침 공인회계사들의 회계 투명성 문제 제기는 공익법인 관리·감독 기준 강화에 명분이 됐다. 몇 년간 기획재정부는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만들고 기부금 관리기준을 통일시키면서 공익 분야에 회계 투명성을 요구했다. 이에 단체들은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호응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회계 투명성과는 별도로 기부금 모금에도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행정안전부 소관인 기부금품법 개정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행법이 기부금 투명성을 규율하기에 충분치 않아 규제를 높이자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매우 타당하게 들린다. 그렇지만 모금을 해본 이들은 이런 접근이 시대착오적이며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우물가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모금은 숫자를 다루는 회계와는 달리 ‘다양하고 복합적인 현장 상황을 수반하는 활동’이라서 하나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 어렵다. 오늘의 비영리 활동은 그 옛날 가난했던 나라에서 먹고 사는 일을 염려하던 시절의 모습과 다르다. 활동 분야와 내용, 종사자 인구, 그리고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확장했다. 국가 경제에서 공익재정의 비중도 상당해졌고, 지역사회의 조직화된 활동 주체이자 정부와 기업의 파트너로서 날로 전문화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을 뒷받침하는 기부금 모금은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과도 유사한 것이라서 ‘속임수’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활동이 다 활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면 활동과 전화, TV나 라디오, 신문과 매거진,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운영비가 기부금 낭비라는 오해

모금단체가 운영비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이 불편해 기부를 중단한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기부자들은 직접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싶어 하고, 대상에게 직접 전달하거나, 프로그램 직접 경비로 쓰이는 것을 일 잘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내 돈이 운영비로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과연 운영비는 낭비이고, 잘못 쓰이는 것인가?  잠시 재난 상황을 떠올려보자. 사람들은 가장 빠르고 즉각적으로 일하는 단체에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빠르게 대응을 할 수 있으려면 평소 관리가 체계적이고 준비도가 높아야 하며 운영비가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일을 잘하는 것을 선호하면서도 내 돈이 운영비에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부금을 인건비로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왠지 내 기부금으로 남의 인건비나 늘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싫고, 인건비가 늘어나면 지원비가 줄어서 일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반증하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의 조셉 스틴(Joseph Stinn) 교수는 비영리단체의 효율성과 간접비 비율은 서로 정비례하고, 단체의 효율성과 모금비용은 역의 관계라고 말했다. 행정운영과 인력체계가 잘 유지돼야 단체가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효과적으로 일하는 단체는 운영비와 인건비가 높다는 것이다. 반면 단체의 기본 운영체계와 인건비에 투자하지 못하면 좋은 인프라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업무역량이 떨어지게 되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모금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악순환이다. 이렇게 보면 비영리단체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간접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문제 해결과 혁신 과제를 위해 비영리 세계로 뛰어든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튀르키예 지진 성금으로 보는 재난기부금의 진실

느닷없이 들이닥친 2월의 비극.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 앞에 무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 딸의 손을 잡은 채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한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집을 잃고, 이젠 추위를 피할 곳도 잠을 청할 수 있는 공간도 없는 이들에게 과연 ‘다행이다, 희망을 품자’는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우리는 허망함으로, 그리고 미안함으로 조용히 입을 닫는다. 그 와중에도 생명을 위한 시간 싸움은 계속된다.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워가는 동안 기적적으로 살아있는 이들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는 한 줄기 희망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고, 그것이 작은 행동으로 이어져 기부하게 된다. 지진 피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제구호 NGO의 사무실은 비상 체계로 돌아간다. 지진 발생 6시간, 12시간, 24시간, 48시간, 7일 등 시간 흐름에 따른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조치에 대해 수시 회의가 진행된다. 지진의 강도와 피해 정도가 심할 수록 재난 카테고리 등급이 올라간다. NGO들은 현지 소식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가장 필요한 조치를 선별한다. 우선 보유하고 있던 긴급지원금 예산에서 일차적으로 보낼 수 있는 지원금 규모를 결정하고 국제본부로 송금한다. 재난발생국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재난지원센터의 전문인력과 자원공급 물류창고를 통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지원할지, 타 단체의 네트워크와 현지 사업 강점을 파악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민간 국제구호단체들이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낸 1335억원의 기적

시가 1만 달러(1290만원)의 금 175g이 하루아침에 1억350만 달러(약 1335억원)가 됐다. 세계 난민의 날인 지난 20일, 뉴욕 헤리티지 경매에서 벌어진 일이다. 화제의 경매 물품은 러시아 반체제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지난해 받은 노벨평화상 메달이다. 무라토프는 ‘노바야가제타’라는 언론의 편집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비리를 폭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다가 러시아 당국의 처벌 위협 속에 올해 3월 폐간됐고, 소속 기자 6명은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목숨을 내걸고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언론인으로서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하다. 그가 이 메달을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옥션에 내놓았고, 수익금은 유니세프에 전달돼 쓰일 예정이다.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라 해도 많이 부러운 광경이다. 목숨처럼 영예로운 메달을 경매에 내는 것도, 그 메달 하나를 1억 달러에 사는 것도, 그 수익금이 난민 어린이를 위해 쓰인다는 것도 명분이 좋다거나 통이 크다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 장면에는 다양한 서사가 녹아있다. 독재와 전쟁을 일삼는 이들, 진실을 수호하는 이들, 그를 칭찬하는 이들, 전쟁의 피해로 부모와 일상을 잃어버린 난민 아이들,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위해 자기 명예와 재산을 기꺼이 내놓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누군가의 눈물과 아픔과 진심이 담긴 진짜 삶의 이야기는 마음에서 마음을 타고 멀리멀리 흘러가는 동안 내내 그 울림이 살아있다. 그런데 이야기를 말하는 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듣는 귀’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실상 앞의 그 경매에서 내가 부러운 것은, 그곳에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20대 대선, 기부 생태계 변곡점될까

남의 일이라고 모른 체 할 수 있을까. 역사에 갇힌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정인이 사건, 장애인의 불편과 학대받는 동물 문제, 아프간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누군가는 마음이 들끓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소리를 내고 문제해결에 앞장선다. 비영리의 일들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런 헌신들이 있어 아동과 여성, 흑인들이 오늘의 당당한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아직도 세상은 불평등하고 소외된 문제는 너무 많다.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에 책임을 지고 나서는 영웅들이 있다. 절망한 이들에게 하루 생명을 연장해주는 것도 귀하지만 그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살아갈 환경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 오래 끈질기게 매달려야 해결될 일들이다. 하나의 작은 시도가 사회제도 변화까지 가려면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돈보다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 큰 보상은 기대하지도 않지만 버티는 것은 중요하다. 중도 포기하지 않으려면 버팀목이 필요하다. 이 영웅들에게 기부는 마치 가뭄에 애타는 농부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물줄기와도 같다. ‘작은 기부금에 담긴 함께 하는 마음’이 영웅의 힘의 원천이다. 그런데 가끔 소중한 기부를 부끄럽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진다. 몇 해 전 동물 안락사와 잘못된 기부금 사용으로 언론에 등장한 한 동물단체가 최근 기부금품법 위반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또, 대선과 맞물려 시민단체의 불법 이익을 전액 환수한다는 한 후보의 공약에 시비가 엇갈린다. 당연한 주장이고 마땅히 해야 할 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기부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아는 전문가들과 대다수의 성실한 공익 기부단체들은 이런 내용이 등장할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2022년 모금 전망

매년 1월은 한 해의 사업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다. 비영리 단체에도 모금목표와 전략을 짜는 일은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전년도 실적을 기초로 연초에 전략을 잘 짜두어야 헤매지 않고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모금 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공론화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모금 목표가 없거나 전년도 성과에 단순히 5~10%를 할증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정했는데, 이제 목표 대비 성과 관리는 필수가 되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 사태는 비영리 단체들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에 경각심을 줬다. 과거에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안정을 도모했던 법인들은 임대수익이 바닥을 치는 것을 목격했고, 모금과 기부자 소통에 다소 소홀했던 단체들은 현장이 멈추고 수입과 지출에 비정상적인 흐름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위기의식도 생겼다. 몇몇 단체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경제가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에 주목하고 디지털 마케팅과 기술을 도입하고 무대를 디지털로 옮겨갔지만, 대부분의 단체들은 이렇게 갑자기 비대면 세상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올해 모금을 위해서 무엇을 더 신경 쓰면 좋을까. 첫째,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워크 시스템 장착과 온라인 소통, 그리고 채널 다각화는 필수다. 효과적인 기부자 소통과 관계관리를 위해서 홈페이지와 이메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통합적 활용은 기본이고 모바일 기반의 활용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시스템이 정교해져야 적절한 분석을 통해 기부자를 더 잘

[모두의 칼럼] 삼성家의 상속세와 사회 환원 ‘새로운 기부 문화’ 신호탄 되려면

세계 최고의 상속세 12조원. 지난 29일 발표된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다. ‘정직하게 국민이 납득할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신념대로 유족들은 담담히 세금 납부와 사회 환원 결정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 3년치(2017~2019년) 상속세 수입(10조6000억원)보다 많은 돈이 한 번에 세수로 확보되니 정부 입장에서는 대환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다른 나라의 부자들은 상속세 대신 기부를 선택해 엄청난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데 왜 우리는 세금일까. 만약 ‘사상 최고의 기부금 12조원’이 됐다면 어땠을까.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가 조릉의 정원에서 까치 사냥을 했는데, 까치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까치는 사마귀를, 사마귀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지 못함을 두고 한 말이다. 미국, 영국 등 기부가 활성화된 나라에서는 당장 정부의 세수가 줄더라도 세금 감면 등 장기적으로 기부를 활성화하고 장려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한 치 앞을 못 보는 것 같다. 기부는 항상 우리 역사에 중요한 변화 동력이 돼왔다. 한강의 기적, IMF와 코로나 위기, 모두 기부의 현장이 됐다. 지금도 기업, 자산가, 개인 기부자를 막론하고 ‘기부 DNA’를 가진 착한 사람들이 사회 빈틈을 메우고 있고 기부가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십일조를 떼놓듯 ‘내 이윤의 일부는 사회 환원을 하겠다’는 정서도 생겼다. 민간 활동은 점점 더 다양해지며 내용도 세밀해지고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 정부의 힘이 닿지 않는 모든 곳에 민간의 유능한 인력과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