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화)

더 많은 ‘사회적 성과’에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제주發 사회성과인센티브 닻 올렸다

제주도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기반으로 ‘경제적 보상’을 부여하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제주특별자치도청 탐라홀에서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 조례 제정기념 정책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지난 6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전국 최초로 ‘사회적경제기업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SK 사회적가치연구원이 함께 주최했다.

8월 30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열린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 조례 제정기념 정책포럼’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이남근 국민의힘 제주도의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안은 사회적경제기업이 만든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평가하고, 측정된 사회성과에 비례한 보상을 도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 내 환경오염, 취약계층 일자리 등 사회적 과제를 많이 해결한 기업에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것이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3년 다보스포럼(WEF)에서 제안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s)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회성과인센티브의 핵심 개념은 사회적 기업의 사회성과를 측정하고 성과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 사회성과 보상 법제화, 전국에서 제주가 최초

제주도는 2023년에 SK 수펙스추구협의회(최고협의기구)와 ‘사회적가치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4개 사회적 기업의 사회성과를 측정했다. 지자체와 SK 사회적가치연구원이 50:50으로 예산을 마련해 사회적 기업의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지난 6월 27일에는 지자체 중 최초로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을 조례로 만들었다.

이남근 국민의힘 제주도의회의원이 8월 30일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 조례 제정기념 정책포럼’에서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문재원 제주도 소상공인과장은 “사회적 기업은 시장경제를 보완해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기업이며, 이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제주에서 시작한 사회성과 측정·보상 제도가 전국적으로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을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주체로 보고, 이에 대한 보상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제주도 내 사회적 기업은 2017년 321개에서 2024년 8월 말 기준 695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조연주 제주도 소상공인과 사회적경제팀장은 “이번 조례는 민간이 제안한 것을 도의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우수한 민관 협력 사례다”며 “사회적경제기업을 비롯한 도 내 ESG 실천기업, 공기업 등에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사회성과 창출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던 이남근 의원은 “제주 사회적 기업 생태계에 도움이 되도록 정교하게 조례를 가다듬어 개정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고진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이번 조례는 사회적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을 측정하고 보상으로 연결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제주에서 시작한 실험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성과에 비례한 보상은 기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인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은 사회성과인센티브의 ‘더 많은 성과, 더 많은 보상(The Better, The More)’ 구조가 사회적 기업의 동기부여를 끌어낸다고 설명했다. 꼬리표 없는 돈, 즉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개발, 운영비 등 기업이 원하는 곳에 투자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이 8월 30일 제주도에서 열린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 조례 제정기념 정책포럼’ 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박성훈 실장은 “사회성과인센티브는 작년 다보스포럼에서 사회혁신을 위해 사회적 기업과 영리 기업이 협업한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며 “파트너십이 영리 기업에서 지자체로 확대되고 있는데, 제주도가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화의 그 초석을 놓았다”고 전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현재 서울시·경남도·전남도·제주도·춘천시·화성시 등 6개 지자체와 사회성과인센티브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70개 기업이 측정에 참여하고 있다.

라준영 가톨릭대 교수는 “사회성과인센티브가 사후적인 보상을 하는 만큼 정부는 비용 투입의 위험부담이 적다”며 “성과에 비례한 보상은 시장경제의 특징을 닮았는데 이를 통해 규모 있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용 제한이 없는 인센티브는 사용처가 정해진 일반 보조금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도가 충분히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예산’ 대신 전용 기금을 마련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SK 사회적가치연구원은 2015년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2023년까지 448개 기업에 약 711억원의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지원 대상 기업이 만들어낸 사회성과는 약 5000억원에 이른다.

제주=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경제기업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에 관한 조례’ 발췌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사회성과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ㆍ지원함으로써 민ㆍ관 협력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 사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사회성과 측정”이란 사회적경제기업이 창출한 사회적가치를 평가하기 위하여 제12조 및 제13조에 따라 실시하는 측정을 말한다.
4. “보상사업”이란 사회적경제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성과 측정을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우수 기업에 대하여 각종 지원을 하는 사업을 말한다.

제17조(재정지원)
① 도지사는 사회성과 창출에 기여한 우수한 대상기업에 「제주특별자치도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② 도지사는 제1항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운영 및 성장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고, 사회성과 측정을 통해 차등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③ 도지사는 제1항의 우수한 대상기업에게 경영지원, 판로촉진 등 그 밖의 지원사항을 별도로 정하여
지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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