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화)

금융기관 화석연료 기업 지원 331조 5000원, 정부 예산 절반 규모

2023년 상반기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기업 지원 규모가 331조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정부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금융기관이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27일 발간한 ‘2023화석연료금융 백서’를 통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에 대한 관성적 지원이 탈석탄 선언과 자산건전성을 모두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포럼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평가할 때 기후리스크를 고려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제21대 양이원영 국회의원실이 130개 공적 및 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국내 화석연료금융의 총규모는 331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미래 발생 가능한 손실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보험 가입 금액인 부보 138조 1000억원 포함이 포함된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석탄금융은 133조 8000억원, 천연가스 및 석유금융은 197조 8000억원이다.

손해보험사가 금융섹터 중에서 가장 높은 화석연료금융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 ‘2023 화석연료금융 백서’ 갈무리

민간금융은 211조 2000억원, 공적금융은 120조 3000억원으로 민간금융이 총 화석연료금융의 63.7%를 차지했다. 이는 민간손해보험사의 보험제공으로 인한 134조원의 대규모 부보금액 때문이다.

특히 신규 실행액도 2021년 27조 9000억원, 2022년 40조 9000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에너지 가격 급등, 환율 인상 등으로 인해 기업의 운영 자금과 시설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미래 가치 하락 경고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이 단기적인 이익 추구에 매몰되어 여전히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비즈니스 관성이 더 큰 문제점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화석연료금융 지원 증가는 금융기관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어렵게 한다. 석탄금융만을 대상으로 위험 노출 금액(익스포저) 예측 분석을 한 결과, 국내 금융기관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실패할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현재 금융기관이 보유한 석탄 만기 계획을 유지할 경우,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62조 9000억원인 석탄 회사채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잔액은 2053년에도 27조 6000억원이 남아있게 된다.

화석연료금융 지원 증가에 따라 금융기관의 2050 탄소중립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2053년에도 석탄 회사채의 PF 잔액은 27조 6000억원 가량이 남아 있을 예정이다. / ‘2023 화석연료금융 백서’ 갈무리

석탄금융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지 않는 주요 원인은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이 신규 계약에만 적용되며, 기존 계약의 약정 잔액이 계속 집행되는 것에 있다. 실제로 삼척블루파워발전소,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강릉안인화력발전소에 기존 계약 건의 잔액이 남아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제안한 2040년 전 세계 석탄 폐지 시나리오와 배치된다.

화석연료금융 리스크가 석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천연가스 및 석유금융을 포함한다면 국내 금융기관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천연가스 및 석유금융 잔액은 현재 화석연료금융의 59.7%인 197조 8000억원으로, 석탄금융보다 더 큰 규모를 차지한다.

천연가스 발전소도 석탄 발전소와 같이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관심은 미치지 않는다고 포럼은 짚는다. 박남영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책임연구원은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한시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금융기관의 인식이 중요하며, 궁극적인 탄소중립과 질서 있는 전환을 위해 정부 차원의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화석연료 기업의 비즈니스 생명을 연장하는 힘을 금융기관이 제공하고 있다”며,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평가 시 기후리스크를 의무적으로 고려하고, 금융감독 또한 건전성 평가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자본이 화석연료에서 녹색으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양이원영 전(前) 국회의원은 “탈탄소무역장벽이 두터워지는 상황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금융기관의 재무적 위험뿐 아니라 국내 산업의 탈탄소화 적응을 방해할 위험도 크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지난해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를 처음 발간한 이후, 2년 연속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현황에 대해 전수 조사 및 분석하고 있다. ‘2023 화석연료금융 백서’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투자 총액이 가장 많은 은행은 농협중앙회로, 총자산의 5.7%인 7조 1150억원을 투자를 투자했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5조 1058억원(총자산 대비 4.6%)을 투자한 한화생명이,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2조 5108억원(6%)을 투자한 DB손해보험이 선두에 달렸다. 자산운용사 가운데선 한화자산운용이 가장 많은 금액인 6조 919억원(13.5%)을 화석연료에 투자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1조 2377억원(1.7%)을 투자하며 1위를 차지했다. 공적금융 부문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은 53조 3549억(5.3%)을 화석연료에 투자해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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