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뭐 팔아요?” 말고, “어떤 사회문제 해결해요?” 궁금한 박람회 [현장르포]

경기도-경기도사회적경제원, ‘2024 경기 사회적경제 박람회’ 현장

“일반 기업도 전부 사회적경제 조직에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 못 했었는데, 저 또한 이 생태계에 들어오고 난 후부터 우리 기업이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거든요.”

지난 24일, 어린 아들과 함께 유튜브 촬영을 하고 있는 김병삼씨에 ‘와보니 어떻냐’고 묻자, 꽤나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알고 보니, 이미 수차례 이러한 박람회에 부스 운영자로 참여했었던 베테랑 협동조합원이었다. 김씨는 “기업들에 ‘뭐 파세요?’가 아니라 ‘어떤 사회문제 해결하고 있어요?’ 물어볼 수 있는 게 자연스러워서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기도와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지난 23일과 24일 양일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2024 경기 사회적경제 박람회’에는 김씨와 같은 사회적경제 관계자를 비롯해 경기도 주민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사회적경제 박람회여서 그런지, 관심이 뜨거웠다.

◇ 110여 개 사회적경제조직, 제품 판매·체험 기회 제공

이번 박람회 전시장에서는 경기도 북남부 각 권역에 위치한 110여 개의 사회적경제 조직이 부스를 운영하며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환경, 소외계층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는 (예비)사회적기업들이 다수 참여했다.

관람객들이 전시 부스 중 ‘스템프 만들기’에서 체험하고 있다. /조유현 기자

풍성한 볼거리에 바쁘게 움직이는 관람객들을 붙잡고 참관 소회를 물었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일한다는 오슬비씨는 “눈에 띄는 이색 아이템들이 많아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회적경제 조직의 일원인 장희연님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과 명함 교환하며 협업 지점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전시 부스 중 ‘교통 빅데이터 기반의 XR 사고 체험 프로그램’. /조유현 기자

일반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ESG를 고민하며 찾아왔다는 직원들도 다수 만났다. 노무법인에 재직 중이라는 사공훈씨는 “앞으로 ESG 등과 관련한 컨설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왔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관람객은 “회사 내 ESG 담당 부서에 재직하면서 ESG 토론회 등도 개최하고 있는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왔다”며 “IOT 서비스를 활용한 환경 기업과 명함을 주고받았고, 협업 지점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람회 최다 인기 부스는 체험 요소를 마련한 기업들이었다. 가죽 카드지갑 만들기부터 스탬프 만들기, 교통 빅데이터 기반의 XR 사고 체험 프로그램, 목공 아트, 키링 만들기 등 다양했다.

사회적기업인 ‘감쪽가치’가 지난 24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4 경기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한복 인형 디퓨저 만들기’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조유현 기자

눈에 띄게 사람이 몰린 곳이 있었는데, 한복을 이용한 친환경 디퓨저를 만들어볼 수 있는 기업 ‘감쪽가치’였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예약제를 만들었어요.” 이때가 오후 2시 조금 지난 시간이었어서 아직 부스 종료까지 3시간은 더 남은 상황. 벌써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기자도 앞 타임 예약자가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앉아 일부만 체험해 봤다. 미니어처 한복 저고리와 치마를 본드로 붙이고, 치마 안에 편백칩을 여러 개 넣은 뒤 원하는 향을 골라 편백칩에 뿌리면 완성. 순식간에 귀여운 한복 인형 디퓨저가 완성됐다.

전시회 공간 정중앙에 마련된 ‘쉼터’. /조유현 기자

채은경 감쪽가치 대표는 “이 디퓨저는 우리나라 문화인 한복을 알리고, 제로웨이스트(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생활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며 “향수 중에 조금 쓰다가 버려지는 제품이 많은데, 편백칩은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이곳에 향수를 뿌려서 디퓨저로 사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쪽가치는 해당 디퓨저를 비롯해 자연소재를 활용한 옷과 앞치마, 손수건 등의 생활용품을 제작해 경기도 대화동 내 하나로마트와 일산 로컬푸드직매장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근무 직원 대부분이 경력단절 여성인 것도 특징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에서 판매한 먹거리. /조유현 기자

구석구석 부스 구경을 마치니 1시간 반이 훌쩍 지나 있었다. 쉴 곳을 찾다가 전시회 공간 정중앙에 방문객들을 위한 마술쇼와 클래식 공연 등이 펼쳐지는 쉼터를 발견했다. 쉼터 옆에는 과자와 음료, 떡 등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즐비해 있었다. 협동조합 장씨보부상에서 만드는 ‘러비스 수제간식’ 중 ‘까불이오란다’를 사서 앉았다.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사회적경제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생산 동력”

한편, 전시 부스와 동시에 컨벤션센터 곳곳에서는 인공지능(AI), 탄소중립, 교육돌봄을 주제로 하는 ‘모두의 사회적경제 콘퍼런스’부터 선배 창업가 특강, 임팩트프랜차이즈 성공모델 쇼케이스, 임팩트 유니콘 IR 피칭 대회 등이 진행됐다. 청년 창업희망팀의 창업 모델 발표 대회와 청소년들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대회 등도 마련됐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지난 24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4 경기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날 개막식에서는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개회사를 전했다. 김 행정1부지사는 “사회적경제 조직은 그동안 시장경제의 한계를 보완하며 불평등과 양극화, 기후위기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왔으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꼭 필요한 생산 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도는 이번 박람회를 시작으로 민간 중심의 박람회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사회혁신 인사이트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송경용 경기도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약자가 존중받는 한 인간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사회가 민주적이고 혁신적인 사회”라며 “사회적경제는 150년, 200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그런 역할을 담당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좀 더 민주적이고 혁신적이고 인간적인 사회를 원한다면, 사회적경제를 성장시키고 성숙시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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