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EU발 공급망실사법 발효, 한국 정부의 역할은?

지난달 발효된 EU 공급망실사법에 대해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8일, H-ESG 포럼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소는 ‘EU 공급망실사법’ 국제동향 및 국내 이행 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EU는 7월 7일 기업이 공급망 내 인권과 환경 침해를 실사하는 것을 의무화한 공급망 실사법(CSDDD·이하 공급망실사법)을 발효했다. EU 역내외 기업 모두 법안 적용 대상이고, 기업은 자회사뿐 아니라 협력사의 활동까지 조사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5421개 기업이 실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실사법이 대기업과 수출 중심의 중견·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중요해지고 있다. 윤효원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날 행사는 공급망실사법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8일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이 ‘EU 공급망실사법’ 국제동향 및 국내 이행 과제 포럼에서 글로벌 인권·환경 실사 법제화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H-ESG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공급망실사법에 대비하고 있을까. 독일은 2021년 공급망 실사법을 제정해 2023년부터 약 4800개 기업에 ‘인권 실사’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간접·협력업체는 실사 대상에서 빠져 공급망실사법보다 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독일은 2년 내로 현재 실사법을 EU 공급망실사법(CSDDD)에 준하는 순으로 강화하는 입법 개정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자국 기업들이 서구권의 실사 제도에 압박을 받아 정부에게 방책 마련을 요청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2019년부터 환경실사연구위원회를 발족하고, 2023년에는 환경실사 이행 가이드북을 발간해 기업을 지원했다”라며 “인권 실사(Due Diligence)도 2020년부터 국가 행동 계획으로 준비하며 2022년에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공급망 실사 확산 대응 방침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에 ‘공급망 실사 대응을 위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ESG 공급망 지원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공급망실사법에 기반이 된 개념은 UN이 2011년에 발표한 UNGPs(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 Human Rights,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다. 해당 지침은 기업이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책임이며, 사업과 관련된 인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고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정부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인권과 환경 실사를 감독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면서 “국내 기업이 수출할 때 불이익을 방지하는 소극적 대응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실사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정부가 먼저 나서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EU의 ESG 규제에는 네 개의 축이 있다. 친환경의 기준을 규정하는 택소노미(Taxonomy), 기업 ESG 공시 규정인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금융기관이 상품에 대한 ESG 정보를 공시하도록 한 SFDR(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한 공급망실사법(CSDDD)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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