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와 22대 국회의 공동과제와 역할’ 심포지엄
야당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주최
“과거 독재정권에서 시민사회가 정치를 견제하는 창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정치와 협력할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극화의 시대에 소외되고 있는 이웃들을 구하기 위해 정치와 교류해 함께 대안을 내야 합니다”
2024 공익활동가주간 기념 심포지엄에서 염형철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장은 “시민사회가 정치와 협력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시민사회와 22대 국회의 공동과제와 역할’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와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비롯한 13개 의원실(김윤김윤·남인순·박정현·백혜련·서영교·염태영·이광희·이용선·이학영·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사단법인 시민과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함께 주관했다.
공익활동가 주간은 공익활동가들의 활동 가치와 사회적 성과를 알리고 지지함으로써, 이들을 인정하는 사회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전국 단위 행사다. 7월 1일부터 닷새간 진행된다. ‘세상의 변화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전국에서 공익활동가 포럼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기조발제를 맡은 신진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며 오히려 ‘분쟁사회’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시위 등 사회 참여활동을 하는 시민을 운동권이라는 단어로 묶기도 했다면, 오늘날은 각기 다른 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신진욱 교수는 “언론의 집회 보도가 증가하면서 시민사회 활동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덩달아 시민들의 효능감과 활동 참여도 늘어난다”며 “결국 제도 정치가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정치 사회적인 표현에 많은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제도정치는 시민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성찰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정란아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시민사회가 대중의 인식뿐 아니라 제도까지 바꾼 긍정적 사례들을 소개했다.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핫핑크돌핀스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내며 돌고래를 방류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거세졌고, 방류 이후 해양 생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정란아 정책위원장은 시민사회와 국회가 함께 만든 성과로 호주제 폐지,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 유치원 3법 개정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가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시민사회 선진화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전(前) 의원은 시민단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시민단체 선진화 3법’을 추진한 바 있다. ▲법인이 NGO에 기부한 금액의 공제율을 상향하는 ‘NGO지원장려볍’ ▲보조금 받는 비영리단체 등록 요건을 완화하는 ‘스타트업NGO법’ ▲단체 역량에 따라 NGO 회계감사비를 지원하는 ‘신생NGO회계지원법’이 골자다. 지난 국회에서 좌초됐던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에 올라 통과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국회와 각 정당에 시민사회와 소통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시민사회의 주장은 사회적 화제성이 떨어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사회와 정치가 함께 소통하고 협력할 공식적인 창구가 생기고 제대로 작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협력을 위해선 “제도정치가 시민사회를 잘 이해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고 하며 교류 프로그램을 복원할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해외에 비해 한국은 시민사회의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법체계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일례로 영국은 1999년, 프랑스는 2014년부터 시민사회 활성화를 국가적 책무로 규정했다. EU는 가입국에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라 권고한다.
한국은 지난 정부에서 시민사회발전기본법, 민주시민교육지원법 등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법률을 제·개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류홍번 위원장은 “지난 시기에 왜 입법에 실패했는지 되짚어보며 시민사회와 국회가 긴밀히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시민의 임정근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토론에서는 시민사회 활성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박동순 한국 YWCA연합회 후원회 국장은 “지자체마다 공익활동 법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공익법인에 연관된 법안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체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영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시민사회 활성화와 마을 만들기 활동은 하나로 연결된다”면서 마을 만들기 활동을 뒷받침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마을 만들기 활동은 주민 스스로 동네를 물리적으로 개선하고 주민 사이 소통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시민사회 활성화법 제정 시 국회의원이 더욱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는 “국회는 시민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를 구축할 의무가 있다”면서 “법안에 반대하는 당 설득을 시민사회에 요청하는 관례 대신 국회의원은 시민사회 활성화 법안 발의의 주체로서 협상 자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법 제정을 위해 여당과 협치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국민의힘이 작년에 시민단체선진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하태경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이 시민단체의 요구와 다수 일치하는 만큼 함께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재봉 의원은 “민주당 안의 시민사회 연구모임을 좀 더 체계화해서 지속 가능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