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통의 청년’으로 불리고 싶어요. 수식이 필요 없는, 결국에는 저를 정의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인식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로 알려진 박강빈(26)씨가 지난달 성남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자립준비청년과 청년간의 구분선을 모호하게 하는 것이 인식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박강빈씨는 현재 봉앤설이니셔티브에서 사회공헌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봉앤설이니셔티브는 배달의민족 김봉진 창업자와 아내 설보미씨가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다. 그는 이곳에서 “당사자성이 곧 전문성”이라는 마음으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그의 첫 자립은 고등학교 졸업식 날.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찍 취업해 대기업 사원으로 입사한 상태에서였다. 그는 “돈벌이가 좋으니 잘 자립하겠지라며 생각했지만 금융에 대한 현실감각이 없었다”며 “외로움에 취약한 시기라, 누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다 빌려줬다”고 전했다. 시설 내에서는 금융 지식과 같은 자립에 대한 배경지식이 얕았다고 부연했다. 그에게 자립의 두려움보다 더 큰 어려움은 바로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의 원인 중 하나는 ‘부족한 지지 체계’였다. 그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진학, 취업, 연애 등 생애주기에 따른 고민을 나눌 지지 체계가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하다”면서 “변호사 집에서 변호사가 나고, 의사 집에서 의사가 난다는 말이 있는데 자립준비청년들의 진로 분포도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진로 탐색의 생애주기에서 간접 경험이 부족한 것도 자립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라는 것이다.
그가 자란 시설에는 대학에 간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에, 고등학교 졸업 후 그의 선택도 취직이었다. 시설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들의 간접 경험은 그 공간의 경험이 다였다. 간접 경험의 폭이 좁은 상태에서, 자립의 형태는 저렇겠구나 유추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일반적인 취업 지원은 많은데, 다양한 직업 탐색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며 “지원 사업 기획과 세팅 단계에서 수요자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사회공헌 전문가로서 현재 지원책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냈다. 현재 자립정보를 모아둔 자립정보 플랫폼에 대해서도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이스크림을 공장에서 사 먹는 게 아니라 편의점에서 먹듯,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편의점이 많아져야 한다”며 “청년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플랫폼을 통해 자립정보를 얻게 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18년도부터 자립준비청년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해왔다. 2021년에는 아름다운재단의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가 되어 당사자들의 자립사례를 공유하는 ‘박강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립준비청년 50여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경험담을 모아 SNS에 가상인물 ‘백우리’ 계정을 운영하는 프로젝트였다. 가상인물 ‘백우리’는 주거 지원부터 처음 초대받은 결혼식 등 보호 종료 후 자립 100일간의 경험을 나눴다. 2022년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해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자립은 자립준비청년만의 과제가 아닌 누구에게나 주어진 과제”라는 그에게 자립의 성공 요인을 물었다. 먼저 첫 단계는 ‘자기 객관화’다. 현실 감각이 무뎌지지 않도록, 나의 상황을 인정하고 내가 해야 할 노력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이어 두 번째 단계는 ‘사회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본인이 탐색해 정보력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존도가 높으면 자립하기 어렵다”라며 마지막 단계는 ‘자존(自尊)’이라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