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기부금 공시 투명해지고 복지 안전망 튼튼해진다

2015년 공익 분야에서 달라지는 것들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 우리 사회의 공익 분야는 ‘혁신’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신년을 맞아 기부·모금, 비영리, 사회복지, 사회적경제 등 공익 분야에서 올해 달라지는 법·제도·정책들을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①후원자 눈 매서워진다

―‘공익법인 기부금 의무 공시’ 강화

올해부터 총자산가액 5억원 또는 수입총액 3억원 이상인 공익법인도 기부금 모금 및 활용 실적이 국세청 공시 열람 시스템(npoinfo.hometax.go.kr)에 공개된다. 앞서 공익법인은 자산총액 10억원, 수입총액 5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의무 공시 대상에 포함됐으나 지난해 세법 개정에 따라 이제는 거의 모든 공익법인의 재무·회계 현황이 공개된다. 공시 항목도 지난해 3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강화된 양식이 적용된다. 기존에는 공익법인명·대표자·소재지·전화번호 정도만 공개됐지만, 이제는 주무관청·이사 수·고용인 수·자원봉사자 수·홈페이지 주소가 정확히 표기된다. 법인 수입은 기부금·보조금·기타사업수입으로 구분하고 세분화된 기준에 따라 액수를 밝힌다. 고유목적사업의 경우 내용(장학금 지원, 예술·문화, 사회복지, 지역 개발, 법률·정치, 모금 배분 등)과 대상(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 등) 및 지역도 구체적으로 밝혀 공시된다. 필요경비 세부 현황은 사업비와 사업관리비를 나눠 게재해야 한다.

②복잡했던 공익신탁 손쉽게 이용

―‘공익신탁법’ 시행

지난 2008년 지방 P대학에 “연구지원비에 쓰라”며 쾌척한 수백억 원의 기부금이 부지 대금으로 전용되며 물의를 빚은 사건이 있었다. 오는 3월 19일부터 시행될 ‘공익신탁법’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쉽게 공익 목적의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공익신탁은 재산 소유자가 공익을 목적으로 금융기관(주로 은행)이나 장학재단 등에 재산을 맡겨 처분·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재단이나 공익법인처럼 따로 법인을 만들거나 이사회·감사 같은 제도를 둘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손쉽게 기부할 수 있고, 자신이 지정한 목적으로 기부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편하지만, 행정 절차상의 불편함 때문에 지금까진 기부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초 공익신탁 설정을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바꾸고, 공시제도를 통해 공익신탁의 활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신탁재산의 쓰임새를 명확히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익신탁법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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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소액기부자, 공익법인 이사 되기 쉬워져

―’공익법인 이사 취임 규제’ 완화

모 장학재단에 수년간 매월 일정액을 기부한 A씨. 그 꾸준함과 열정을 높이 산 장학재단이 이사직을 제안했지만, 현행법상 A씨의 이사 취임은 쉽지 않았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임원 등)와 12조(특수관계자의 범위)에 따라, 공익법인에 기부를 한 출연자 및 6촌 이내 혈족 등은 ‘특수관계자’로 판단돼 이사 정원의 5분의 1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 재벌 등 부유층의 탈세와 편법증여 등에 악용할 가능성을 피하고자 생긴 법령이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부작용도 많았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지난해 12월 중순 공포·시행)으로 인해 공익법인 출연재산가액의 100분의 1 또는 2000만원보다 적은 금액을 출연한 기부자는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됐다. 예를 들어 B공익법인의 이사 10명 중 특수관계자 2명이 이미 포함돼 있더라도 2000만원 이하의 소액기부자라면 11번째 이사로 취임할 수 있다. 또 이미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20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해당 법인에 자산을 기부할 수 있다.

④기업의 사회적책임, 국민연금 투자시에도 고려

―’사회책임투자법’ 시행

올해부턴 국민연금으로부터 투자받고자 하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더 신경 써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이 발의한 ‘사회책임투자법(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 오는 7월 이후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식과 채권으로 기금을 운용할 때, 투자 대상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요소를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매년 관리·운용한 기금의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자산 규모 460조원,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이미 2006년부터 국내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고려한 사회책임투자형(SRI) 펀드를 운용해왔다. 2009년 1조2000억원에서 2013년 6조4000억원으로 규모는 늘었지만, 이에 대한 원칙 및 기준을 공개하진 않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사회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한 기준과 평가 방법을 마련하게 되고, 이렇게 투자한 기업 등의 관리 운용 현황이 매년 지침을 통해 공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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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사회적 안전망’ 좀 더 촘촘하게

―긴급복지지원 등 사회복지제도 개편

위기 가구를 신속히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의 범위가 올해부터 확대된다. 지금까지 300만원 이하의 금융재산과 6개월 이내의 실직, 휴·폐업만 위기 상황으로 인정받았으나, 올해부터 500만원 이하, 12개월 이내로 규정이 완화된다. 교정시설 출소자의 경우, 가족이 없거나 가족관계가 단절된 경우에만 보호했지만, 앞으로는 가족구성원이 미성년자·노인 등 취약계층인 경우도 지원받을 수 있다.

오는 6월부터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계비 기준 통합 급여제도에서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된다.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급여별 특성을 고려하여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과 지원 수준을 다층화할 계획. 이를 통해 지난해 134만명이었던 지원 대상자는 올해 약 210만명으로 57%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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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기후변화, 새로운 기회이자 성장 동력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

올해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다. 2012년 제정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란 기업이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부여받고, 그 범위 내에서 생산과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병행하면서 남는 허용량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을 많이 한 기업의 경우 남은 허용량을 판매할 수 있고, 허용량이 부족하면 다른 기업으로부터 구입할 수도 있다.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미국·호주·일본 등 30여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 기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6억 8700만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받았으며, 할당 대상 기업은 모두 525개사다.

⑦사회적기업도 이젠 경쟁력 승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내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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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2015년 사회적기업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내에 자활기업·마을기업·사회적협동조합 등 유사 조직의 인증 심사 절차를 간소화해 이들의 사회적기업 전환을 활성화한다. 인증 3년 차에 50%의 인건비를 지원하던 방식을 30%로 줄이고, 이후 고용이 이어질 경우 2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공공구매 지원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 공공입찰 시 사회적기업의 신인도(信認度·신뢰 정도) 점수를 기존 1.5점에서 1.7점으로 높이는 등 우대 폭을 확대해, 2013년 2632억원이었던 사회적기업의 공공구매 실적을 올해 5000억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성과가 우수한 ‘중간지원기관’에 다년위탁(현행 1년 계약)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부실 사회적기업에 경보·컨설팅·인증취소를 진행하는 단계별 퇴출 시스템도 연내에 만들 계획이다.

⑧존경받는 중소기업 키운다

―중소기업청 ‘명문 장수기업확인제도’

우리나라 기업 540만개 중 60년 이상 된 곳은 180여개에 불과하다(2012년 기준). 20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는 기업이 3000개가 넘는 일본이나 1560여개 이르는 독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 중소기업청은 ‘명문(名門) 장수기업 확인제도’를 도입, 올해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기여도(최대 30점), 경제적 기여도(30점), 업력(30년 이상, 40점) 등의 기준으로 선정되며, 항목별 필수 요건을 통과한 기업 중 85점 이상을 획득하면 명문 장수기업 확인서를 발급한다. 정부는 올해 처음 인증받는 기업을 위해,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중소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상속 재산총액의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으로,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한도를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태욱 기자

권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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