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론제비티’ ‘복합대응’ ‘착한 AI’… 내년 기억해야 할 키워드

2024 소셜섹터 키워드 5

올해 소셜섹터는 기후위기, 고령화, 경기 침체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설루션 찾기에 동분서주했다.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는 ‘기술’과 ‘연대’가 있었다. 인공지능(AI), 기후테크 등 혁신 기술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 대기업과 스타트업, 비영리 간 협력도 활발했다. 갑진년(甲辰年)인 2024년, 소셜섹터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비영리·공공, 임팩트 비즈니스, 학계·법조 부문 전문가 50명에게 내년 전망을 물었다. 그 의견을 바탕으로 2024년 소셜섹터 키워드 5개를 선정했다.

더나은미래 취재팀

01. 론제비티 소사이어티(Longevity Society)

영국 런던의 한 요양원에서 어린이와 노인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DB
영국 런던의 한 요양원에서 어린이와 노인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DB

평균 기대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 고령사회를 맞이하기 위한 계획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론제비티(longevity·장수)’는 헬스케어, 요양 서비스 같은 시니어 산업의 동력으로만 논의됐다. 최근 저출산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고령화 사회를 예측하고 받아들이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통계청은 50년 후 우리나라 인구가 1550만명 급감한 3600만명 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인구의 70%를 웃도는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비율은 50% 아래로 추락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론제비티 소사이어티’는 초고령사회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일자리와 사회관계, 교육의 시기와 빈도 등을 다시 설정할 것을 요구한다. 논의 대상을 고령인구로 한정하지 않는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론제비티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는 ‘스탠퍼드 론제비티 센터(SCL·Stanford Center on Longevity)’를 설립하고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주(州)는 2021년 6월 ‘나이 듦을 위한 마스터 플랜(MPA)’을 발표했다. ▲모든 연령을 위한 주택 ▲건강의 재해석 ▲고립이 아닌 형평과 포용 등이 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MPA 발표 당시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이 플랜은 현재의 노인 세대보다 더 오래 살 것으로 기대되는 젊은 세대를 모두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02. 복합대응(Twin Response)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으로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게 된 어린이들의 모습. /신화뉴시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으로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게 된 어린이들의 모습. /신화뉴시스

최근 기후위기로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나타나면서 대응책 마련에도 여러 조직이 함께 나서는 이른바 ‘복합대응’ 사례가 늘고 있다. 기후위기와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린 ODA(국제개발협력) 사업,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의 생태적 습성 보호 노력 등이 그 예다. 본래 복합위기는 금융위기(Banking Crisis)와 통화위기(Currency Crisis)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뜻하는 경제 용어다. 1994년 멕시코에 금융위기와 통화위기가 겹쳤고, 절대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두 위기 사이에 공통적인 원인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생겨났다.

복합대응은 서로 다른 두 영역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 전략을 뜻한다. 전쟁피해 아동구호, 재난 대응, 질병 퇴치, 지역 개발 등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NGO들의 미래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월드비전은 ‘개발도상국 국제산림협력’ 세미나를 개최해 정부와 민간 기업, 비영리단체가 개발도상국 산림복원과 기후탄력성 회복을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굿네이버스는 개발도상국 주민의 자립을 위해 가뭄에 강한 종자를 보급하는 동시에 농가의 에너지 자립를 위해 재생에너지원 개발을 지원했다. 생물다양성에 집중하는 세계자연기금(WWF)은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금융에 주목했다. WWF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 급감을 막기 위해 전세계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의 지속가능금융 성과를 분석하고, 이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을 돕고 있다.

03. 자연자본(Natural Capital)

태국 남부에 위치한 푸껫 팡아만 해안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군락지. /조선 DB
태국 남부에 위치한 푸껫 팡아만 해안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군락지. /조선 DB

자연 환경을 자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논의가 활발해진다. 물이나 토지, 산림, 광물 등을 자연 자본으로 정의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제한하는 움직임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의 하나로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 국제협회인 제네바 협회(Geneva Association)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연과 보험산업(Nature and the Insurance Industry)’에 따르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절반이 자연 자본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자연 자본 감소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글로벌 리스크 중 하나로 꼽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투자 기업이 자연 자본 관련 의존성과 영향을 관리하도록 했다. 지난 9월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는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열린 뉴욕기후주간(New York Climate Week) 행사에서 기업, 금융,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자연 자본 관련 권고안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TNFD 프레임워크를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와 마찬가지로 자연 자본 공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TNFD는 환경과 자연에 대한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영향 관리, 지표·목표 등의 공시 항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TNFD에는 현재 약 58개국의 1100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 차원의 자연자본 관련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04. ‘착한 AI’ 딜레마

오픈AI(Open 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출시 1년을 맞았다. /로이터 뉴스1
오픈AI(Open 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출시 1년을 맞았다. /로이터 뉴스1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세계적 돌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반 대중이 AI에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챗GPT로 확 낮추면서 AI는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특히 소셜섹터의 AI 활용도 활발했다. 업무효율을 높이는 AI 툴이 널리 쓰였고, AI 기술을 탑재한 복지서비스도 잇따라 나왔다. 다만 AI의 허위 정보 유포와 악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착한 AI’ 딜레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착한 AI 딜레마는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지식을 터득한 AI가 사회적 혐오나 차별을 재생산해 중립적이지 못한 상황을 뜻한다.

영국 정부는 지난 11월 G7(주요 7국) 관계자와 테크 기업, AI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아 ‘AI 안보 정상회의’를 열었다. 윤리적이면서도 안전한 AI를 만들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AI는 인간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차별과 혐오 표현이 포함된 결과물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현재 착한 AI 딜레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글은 AI의 허점을 찾아낸 해커에게 현상금을 지급하고, MS는 가상의 공격조를 만들어 AI의 문제를 찾아내고 있다.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은 ‘AI 집단 헌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05. 소셜 이니셔티브(Social Initiative)

'글로벌 LGBTIQ+ 평등을 위한 파트너십'은 올해 1월 세계 경제 포럼에서 성소수자를 응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PGLE
‘글로벌 LGBTIQ+ 평등을 위한 파트너십’은 올해 1월 세계 경제 포럼에서 성소수자를 응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PGLE

기업의 자발적 이니셔티브가 환경을 넘어 사회(social) 영역으로 확대된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다양성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그간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의 고민은 환경에 집중돼 있었다. 대표적으로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로 약속하는 ‘RE100’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돕고 검증하는 ‘SBTi’ ▲자연에 관한 재무정보 공개를 독려하는 협의체 ‘TNFD’ 등이 있다.

지난 8월 여성이사 할당제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을 뜻하는 DEI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19년 3.5%에서 올해 6%로 증가했다. 대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3년 전부터 이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기업들은 DEI 정책을 강화했다. 미국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80%는 DEI를 주요 가치로 내걸고 있다. 이들은 기업 내 여성, 장애인, 소수인종 비율을 높이고 임금 형평성을 달성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독려하는 ‘The Valuable500′, 성소수자 포용을 위한 ‘글로벌 LGBTIQ+ 평등을 위한 파트너십(PGLE)’, 직장 내 성평등을 위한 ‘성평등 액셀러레이터(GPA)’ 등 이니셔티브를 통해 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DEI 관련 이니셔티브가 확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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