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률 달성에
정규직보다 ‘체험형 인턴’ 적극 활용
“경영평가에 고용 형태도 반영해야”
지난해 공공기관이 채용한 장애인 중 단기 인턴직이 전체의 67.1%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률인 3.6%를 채우기 위해 정규직 대신 인턴 채용제도가 활용된 것이다.
최근 세종공공기관장애인일자리가 발표한 ‘공공기관 장애인 채용 현황’에 따르면, 작년 기준 공공기관이 채용한 장애인은 총 2243명으로, 이 중 1504명(약 67.1%)이 체험형 인턴이었다. 정규직 인원은 739명(32.9%)에 불과했다. 이번 분석 결과에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의 기관별 채용 현황이 담겼다.
체험형 인턴은 6개월이나 1년 등 단기간 일경험을 제공하는 제도다. ‘정규직 전환형 인턴’ ‘채용연계형 인턴’ 등으로 불리는 채용형 인턴과는 안정적인 일자리로 전환될 기회는 없다. 하태욱 세종공공기관장애인일자리 대표는 “장애인 고용률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체험형 인턴으로 고용률을 채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공공기관의 장애인 인턴 비율을 살펴보면, 경찰청은 지난해 장애인 고용인원 31명 중 체험형 인턴으로 30명(96.8%)을 채용했다. 정규직은 1명뿐이었다. 국가보훈부가 채용한 장애인 131명 중 체험형 인턴 비율은 96.2%였다. 이어 외교부(91.1%), 중소벤처기업부(82.2%), 산림청(81.3%), 농림축산식품부(80.2%) 순으로 장애인 체험형 인턴 비율이 높았다.
정규직 장애인을 단 한명도 채용하지 않은 기관도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국방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재청, 농촌진흥청,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이다. 특히 행안부는 작년 한 해만 정규직 136명을 채용했지만, 장애인은 0명이었다. 장애인 인턴도 아예 뽑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체험형 인턴 채용 정원의 100%를 장애인으로 채웠다. 올해 상반기 체험형 인턴 117명을 채용했는데, 117명 모두 장애인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정규직으로 채용된 장애인은 전체 210명 가운데 5명에 그쳤다. 체험형 인턴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셈이다.
하태욱 대표는 “체험형 인턴은 단기간으로 일하기 때문에 이해도가 필요하거나 심도 있는 업무를 담당하지 않게 돼 양질의 일자리라고 볼 수 없다”며 “공공기관은 체험형 인턴직만 늘리면서 장애인 고용 실적을 쌓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매해 시행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할 때 정규직·위촉직·인턴 등으로 고용 형태를 구분해서 평가하면 공공기관의 장애인 일자리 질이 확연히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