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모금가협회 ‘비영리 투명성 토크콘서트’
소규모 단체 위한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공개
“국내 모금시장은 2010년대 크고작은 사건을 겪으면서 투명성을 강력하게 요구받기 시작했습니다. 투명성 강화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면서 국세청이나 행정안전부, 국회 등에서 여러 정책을 제안했고 비영리단체들은 그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휩쓸려 다녔어요. 특히 소규모 단체들은 지켜야 할 의무사항만 쫓다가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기도 합니다. 투명성을 넘어 신뢰의 시대로 나아가려면 단체 스스로 자가진단하고 이른바 ‘자기다움’을 추구해야 합니다.”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비영리단체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건강한 기부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비영리단체는 투명성, 책무성, 자율성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라며 “특히 소규모 단체가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투명성을 확보해 나간다면 내부 구성원과 기부자,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세법, 기부금품법 등 투명성과 관련된 규정들이 빠르게 변하면서 중소규모 비영리단체가 겪는 어려움을 진단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모금가협회가 주최하고, 하나금융지주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했다. 이날 현장에는 비영리활동가 70여 명이 참석했고, 유튜브 라이브로 160여 명이 시청했다.
첫 번째 세션은 ‘투명성 가이드와 체크리스트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의 진행으로 김소영 한미회계법인 이사, 윤지현 한국모금가협회 전문회원이 발표자로 나섰다. 김소영 한미회계법인 이사는 “법인신고, 결산신고 등 한 해 동안 특정 시기에 맞게 신고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규모 단체는 이를 이행하기 어렵다”며 “비영리단체들의 회계문제 발생을 줄이려면 관련 전문가집단이나 알림 서비스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말했다.
네트워킹을 통한 정보접근성 강화도 해결방안의 하나로 제안됐다. 윤지현 전문회원은 “중소규모 체는 인력이 부족해 회계, 문서처리 등 법적 관련 활동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자원이 풍부한 협회나 단체에 멘토링을 받거나, 실질적인 교류를 통해 해법을 참고하고 각 단체에 맞게 조직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모금가협회는 ‘중소규모 단체를 위한 투명성 가이드’를 공개했다. 기부금영수증 발행을 위한 모금 권장사항, 기부금영수증 발급단체 의무사항 등 소규모 단체가 규정에 따라 준비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정리했다. 황 상임이사는 “단체 내부에 명확한 원칙과 기준 수립, 원칙에 따른 자료 작성, 자료의 접근성 강화 등을 통해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는 비영리단체 투명성을 개별 단체에만 짐 지우지 않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대부분의 단체들이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중요성을 모르거나 외면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는 투명성과 관련한 수많은 업무를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투명성, 책무성 등 지켜야 할 기준만 강조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은 “투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자칫 비영리 활동으로 이뤄내려는 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작은 단체들도 쉽게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부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해법으로 기부자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성도 마이오렌지 대표는 “오늘날 기부자들은 단체의 색깔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단체의 사업이 자신의 가치관에 얼마나 적합한지 등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마이오렌지는 기부자들이 단체를 믿고 기부할 수 있도록 참고할 수 있는 기부단체별 평가 점수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신애 상임이사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은 결국 실제로 얼마나 사회적 성과를 창출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기부자에게 복잡한 체크리스트를 보여주는 것 대신 기부금영수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투명성이 설명되고, 단체는 사회적가치 창출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