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다회용기에 음식 제공, 포인트 적립까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가보니

수원kt위즈파크, 시범사업 한 달
구장 內 매장 16곳 중 6곳 참여

다회용기 이용시 ‘포인트’ 적립
경기 티켓, 다회용컵 구매에 사용

“오오오 수원 kt! 오오오 수원 kt! 승리를 위해 다함께 외쳐라…”

20일 오후 5시, 야구팬들의 응원가와 함성이 경기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이하 위즈파크)를 가득 채웠다.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더운 날씨에도 관중 1만3253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야구 직관의 묘미 중 하나는 치킨·핫도그·소시지 등 먹거리다. 이날 구장 내 식음료 매장 앞에서 민트색 식판 용기를 든 관객들이 더러 보였다.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종이에 제공하던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은 것이다. 얼핏 플라스틱 도시락과 모양새가 비슷하지만, 20회 이상 재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다회용기다.

지난달 20일 KT위즈 야구단과 환경부, 수원시는 ‘탄소중립 플랫폼 케이티위즈파크 시범사업 선포식’을 열었다. 경기장 내 식음료 매장에서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시범사업 시행 한 달째를 맞은 지난 20일 위즈파크를 방문했다.

20일 찾은 수원kt위즈파크 내 매장에서 주문한 삼겹살세트와 콜라슬러시. 모두 식음료가 다회용기에 담겨 제공됐다. /수원=김수연 기자
20일 찾은 수원kt위즈파크 내 매장에서 주문한 삼겹살세트와 콜라슬러시. 식음료가 다회용기에 담겨 제공됐다. /수원=김수연 기자

편리하고 위생적인 다회용기… 관중도 구단도 ‘만족’

사람들로 북적이던 매장에서 통삼겹정식을 주문해봤다. 위즈파크의 인기 먹을거리 중 하나다. 주문량이 많아 20분 기다린 후에야 삼겹살, 파채·오이, 김치 등이 담긴 다회용기 도시락을 받을 수 있었다. 함께 주문한 콜라 슬러시도 투명한 다회용컵에 담겨 나왔다. 식판처럼 생긴 다회용기는 4개의 칸으로 구분돼 음식이 섞이지 않았고, 뚜껑도 제공돼 음식이 빨리 식지 않았다. 용기 소재는 재활용 폴리프로필렌(PP)이었다.

구단은 우선 단품 형태의 식음료 제품에 다회용기를 적용 중이다. 핫도그, 감자튀김, 안주류(버터구이·팝콘), 멕시칸푸드, 삼겹살세트 등이 적용 대상이다. 식음료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용기도 다르다. 감자튀김·팝콘 등은 원형 용기에, 삼겹살세트 등은 식판형 트레이에 담긴다. 음료는 용량에 따라 소형·대형 다회용컵으로 나뉜다.

현재 위즈파크 내 식음료 매장 16곳 중 6곳에서 다회용기를 사용 중이다. 이들 매장에는 ‘친환경 다회용기 매장’ 스티커가 붙어 있다.

kt위즈 다회용기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매장에는 '친환경 다회용기 매장'을 안내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수원=김수연 기자
kt위즈 다회용기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매장에는 ‘친환경 다회용기 매장’을 안내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수원=김수연 기자

위즈파크에서 삼겹살·국수 등을 판매하는 전성훈(44)씨는 “구단이 적극적으로 일회용 폐기물 감축에 나서는 걸 보고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부피가 큰 다회용기를 쌓아두느라 주방 공간이 조금 좁아졌지만, 일회용기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걸 감안하면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배태한 kt위즈 마케팅사업팀 차장은 “구단은 시범사업 참여 매장에 무료로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있다”며 “일회용기 구매비용을 절감하게 된 점주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용기에 자사 로고를 사용하고 있어 다회용기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판매량이 많은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구장의 일회용품 퇴출 시기가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회용기 매장에서 식음료를 구매한 팬은 ‘kt탄소중립’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하루 최대 1000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누적 포인트는 경기 티켓을 구매하거나 다회용컵을 구매할 때 사용 가능하다.

이날 구장을 방문한 이정식(26)씨는 “다회용기라고 해서 ‘더럽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코팅된 종이에 음식을 담아가는 것보다 오히려 위생적인 것 같다”라며 “식판 형식으로 돼 있어 먹기에도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구단들도 다회용기를 도입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경기에 다회용기 4500개 사용, 회수율은 95%

프로야구 정규시즌에는 10개 구단이 각각 144경기씩 총 720경기를 치른다. 코로나 이전 연 평균 1700만명이 야구장을 찾았고, 폐기물 배출량도 약 5000t에 달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된 2020년에는 폐기물 배출량이 2470t으로 대폭 줄었지만, 관중 제한이 일부 풀린 2021년에만 폐기물이 약 1000t 증가했다.

이날 경기 종료 직후 경기장 중앙출입구 한쪽에 배치된 쓰레기통 10여 개는 금새 쓰레기로 가득찼다. 대부분 일회용품과 음식물쓰레기였다. 쓰레기통이 가득 찬 뒤로는 난간과 바닥에 쓰레기가 던져졌다. 일부 팬들은 다회용기를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리기도 했다.

지난 20일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끝난 뒤 수원kt위즈파크 중앙출입구 모습. 야구 팬들이 퇴장하면서 일회용폐기물을 버리고 있다. /수원=김수연 기자
지난 20일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끝난 뒤 수원kt위즈파크 중앙출입구 모습. 야구 팬들이 퇴장하면서 일회용폐기물을 버리고 있다. /수원=김수연 기자

음식을 다 먹은 후 다회용기는 수거함에 반납해야 한다. 구단에 따르면, 관중 출입이 잦은 게이트 5곳에 수거함 총 9개가 설치돼 있다. 수거함 옆에는 남은 음식물을 버릴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통도 마련돼 있다.

현재 하루 평균 사용되는 다회용기는 4500개다. 회수율은 약 94~95%. 배태한 차장은 “다회용기를 집에 가져가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있어 미회수율이 5~6% 정도 된다”며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구장을 방문하는 팬들 대상으로 수거함 위치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kt위즈파크 내 다회용기 수거함. 음식물쓰레기를 별도로 버릴 수 있는 빨간색 통도 함께 놓여 있다. /수원=김수연 기자
수원kt위즈파크 내 다회용기 수거함. 음식물쓰레기를 별도로 버릴 수 있는 빨간색 통도 함께 놓여 있다. /수원=김수연 기자

수거된 다회용기는 자원순환 스타트업 ‘잇그린’이 수거·세척한다. 김나경 잇그린 브랜드마케팅팀원은 “수거된 용기는 7단계의 세척 시스템을 거쳐 깨끗하고 안전하게 씻어 다시 야구장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배태한 차장은 “구장을 자주 찾는 홈팬들은 다회용기 사용에 익숙하지만, 아직 원정팬들은 생소한 제도로 여긴다”며 “앞으로 KBO와 협력해 어느 구장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타구단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원=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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