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핸드타월’도 재활용이 되나요?

유한킴벌리 자원순환 프로젝트

자원순환 분야에 새로운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화장실 휴지통으로 직행하던 ‘종이 핸드타월’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핸드타월에 물을 제외한 별도의 오염물이 묻지 않으면 충분히 재활용 소재를 뽑아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실험실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사무동. 지난해 9월부터 이뤄진 자원순환 프로젝트에는 제조사인 유한킴벌리, 롯데월드타워 운영사인 롯데물산이 참여했다.

31일 유한킴벌리는 “물에 젖은 핸드타월을 회수해 다시 제작 원료로 사용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최근 완료했다”며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기간 수거된 폐핸드타월 양은 5221㎏이다. 이 가운데 재자원화 비율은 90%에 달했다.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핸드타월은 다시 사무동에 배치됐다. 이 기간 품질 저하나 위생 문제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존 제품과 품질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유한킴벌리 김천공장에서 폐핸드타월을 재활용한 핸드타월이 생산되고 있다. 재활용 소재로 생산한 핸드타월의 품질은 신품과 거의 동일하다.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 김천공장에서 폐핸드타월을 재활용한 핸드타월이 생산되고 있다. 재활용 소재로 생산한 핸드타월의 품질은 신품과 거의 동일하다. /유한킴벌리

핸드타월 소재로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한 건 국내에서 최초다. 그간 핸드타월은 대부분 일반 종량제로 버려져 소각됐다. 물에 젖은 걸 따로 모아 종이류로 배출이 가능하지만, 수거·수집 과정에서 다른 오염물과 섞여 분리하기가 어렵고, 쉽게 썩기도 한다. 특히 핸드타월이 속한 위생용지 산업은 전체 제지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에 불과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생산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위생용지를 재활용한 시도가 없었던 이유다.

핸드타월 자원순환, 매년 3만 그루 나무 살리는 효과

핸드타월은 전기 핸드 드라이어보다 친환경적이다. 나무를 베고 천연펄프를 사용한 제품이라는 인식 탓에 사용을 금지한 화장실도 있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져보면 드라이어의 절반 수준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핸드타월 한 장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0gCO2e지만 드라이어를 사용할 경우 이보다 2배 높은 20gCO2e가 발생한다.

유한킴벌리가 시중에 유통하는 핸드타월 규모는 연간 7089만8160매다. 이를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12만527㎏CO2e 규모다. 자사 제품을 자원순환 시스템으로 회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규모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고비는 폐기물 수거였다. 프로젝트 초기, 창고에 모아둔 폐핸드타월이 습기로 인해 썩어버린 것이다. 이후 오염물을 선별 과정에 건조 과정을 추가했다. 덕분에 부패로 인한 처분량도 지난해 4분기(9~12월) 807㎏에서 올해 1분기(1월~3월) 290㎏으로 급감했다.

그 결과 지난 7개월간 폐핸드타월 4117㎏을 재활용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2.40tCO2e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과 맞먹는다. 유한킴벌리는 재활용 효율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1년간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9.26tCO2e로 추산했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7502그루를 보존하는 것과 같다. 김성우 유한킴벌리 생활혁신연구소 연구원은 “폐핸드타월 재활용의 가장 큰 문제는 규모는 작고 해결해야 할 난제는 많다는 것”이라며 “분리배출에 적극 동참해준 사무동 직원들과 재활용 공정에 참여한 많은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결과를 낼 수 없었던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매년 재활용 참여를 확대해 2025년이면 폐핸드타월 240t을 수거해 자원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약 140.46 tCO2e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3만6015그루의 나무를 보존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내 빌딩으로 확대 계획… 전국 확산이 목표

다음 목표는 서울시내 대형 빌딩에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롯데월드타워 사무동에만 시행하던 핸드타월 자원순환을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쇼핑동까지 확장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거 규모나 분류에 필요한 비용 등이 추산돼야 원활하게 재활용 공정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철용 유한킴벌리 ESG·커뮤니케이션부장은 “서울시내에 사무용 대형빌딩을 중심으로 확산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추후 자원순환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인식 개선 활동과 그린 액션 얼라이언스를 통한 자원순환 운동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한킴벌리 생활혁신연구소에서는 핸드타월 외에도 보호복, 보호장갑 등 일회성으로 사용되던 기존 자사 제품을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김성우 연구원은 “그동안 한 번 사용하고 버려져 폐기·소각돼 왔던 보호복과 보호장갑 등을 재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로 제품화에 성공해 기업 내 순환경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 전환을 위해 고객사와 파트너사가 참여하는 ‘그린 액션 얼라이언스(Green Action Alliance)’도 확대한다. 현재 이번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한 롯데물산을 비롯해 CJ제일제당, LG화학 등이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다. 김성우 연구원은 “이번 파일럿 프로젝트는 사용부터 재사용까지 핸드타월을 사용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추적하고 감축하기 위한 시도”라며 “위생용지 자원순환을 실현하기 위해선 소비자와 협력사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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