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4일(일)
[해양수산 스타트업이 뜬다] 지속가능한 패션, ‘해적생물’에서 답을 찾다

[인터뷰]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

“청바지 한 장을 만드는 데 2만ℓ의 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들어봤을 거예요. 하지만 스포츠웨어 생산에 정말 많은 화학제들이 들어가는 사실을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골프웨어는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패스트패션화되기 시작했어요. 유행을 막을 순 없죠. 그래서 소재를 친환경으로 바꾸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고, 해양생태계를 교란하는 해적생물을 활용한 섬유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친환경 패션기업 스타트업 쿨베어스의 이민재(28) 대표는 기능성 의류 생산에 사용되는 소재에도 ‘친환경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리드원지식산업센터에서 만난 그는 “패션산업 전반에서 친환경적인 전환이 일어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패션 의류를 입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리드원지식산업센터에서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가 친환경 골프웨어 브랜드 에이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3일 서울 영등포구 리드원지식산업센터에서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가 친환경 골프웨어 브랜드 에이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쿨베어스는 지난해 4월 설립된 창업 2년차 신생 스타트업이다. 해적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섬유를 연구·개발하고, 직접 의류를 생산하고 판매도 한다. 올해 기준으로 해적생물을 활용한  ‘극피동물 유래 다공성 물질을 포함하는 항염소 스판덱스’ 기술 특허 등 3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정부가 소각하던 해양생물, 친환경 의류 소재로

-해적생물이 정확히 뭡니까?

“어민들의 생산성을 낮추는 생물을 말합니다. 종류는 다양해요. 다시마류에 붙어 자라는 히드라충, 김을 수확하기 위해 설치하는 발에 번식하는 따개비, 바다 사막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성게와 불가사리도 해적생물입니다. 보통은 약품을 써서 없애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성게와 불가사리는 해녀들이 직접 수거해야 하는 생물들입니다.”

-의류 생산에 해적생물을 활용하는 원리가 궁금합니다.

“현재 자원화에 활용하는 해적생물은 성게와 불가사리입니다. 우선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건져올린 성게 껍데기와 불가사리를 모아 공장으로 가지고 옵니다. 이후 잘게 분해해 간단한 공정을 거친 후 탄산칼슘을 추출합니다. 탄산칼슘은 섬유를 생산할 때 입자가 너무 굵거나 불규칙하게 뽑히지 않도록 하는 가공제로 쓰여요.”

-자원을 확보하고 유통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성게와 불가사리는 악취가 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유통할 때 냉동과정이 필요합니다. 운이 좋게도 제주도 성산포 수협에서 냉동창고를 지원해줬습니다. 덕분에 유통에 어려움을 많이 덜었어요. 해적생물을 활용한 스타트업들이 늘면서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많이들 물어옵니다. 전국에 80개 정도의 어촌계가 있는데요. 이 중 해적생물을 수거하는 어촌계는 아직 많지 않지만, 저희는 제주도에 있는 어촌 두 곳과 협약을 맺고 해적생물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어촌계에서 해적생물을 수거해가지 않으면 대부분 국가에서 수매해 소각하게 됩니다. 해적생물을 자원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현재 의류 생산에 쓰이는 해적생물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아직 사업화 단계 이전이기 때문에 규모는 작습니다. 올해 수거한 성게 껍질은 2.1t 정도 됩니다. 원사 기업에서 사용하는 가공제 양이 한해 1200t 정도됩니다. 저희 목표는 연간 600t 정도의 해적생물을 수거해서 원사 기업에 가공제로 납품하는 겁니다. 현재 수거처를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어촌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는 "해적생물의 자원화는 아직까지 초기단계"라며 "해양쓰레기를 활용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상용화되기 위해선 더 많은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는 “해적생물의 자원화는 아직까지 초기단계”라며 “해양쓰레기를 활용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상용화되기 위해선 더 많은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친환경 섬유 개발을 넘어 친환경 의류 브랜드로 확장

-올해 7월엔 의류 브랜드를 직접 만드셨네요.

“친환경 섬유 연구·개발로 많은 사람에게 친환경 가치를 알리는데 한계를 느꼈어요. 소비자는 최종 제품인 의류를 받아보기 때문에 직접 의류를 만들어서 친환경적인 가치를 홍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올해 7월 ‘에이븐’이란 골프웨어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에이븐은 히말라야 산맥 같은 낮은 온도의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식물입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이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의미로 에이븐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스포츠웨어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스포츠웨어는 의류 중에 가장 많은 화학 섬유가 들어가요. 스포츠웨어의 핵심은 땀을 흡수하고 배출하거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는 ‘기능성’이기 때문인데요. 스포츠웨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판덱스’라는 고무 섬유의 경우 많게는 14% 정도가 들어갑니다. 스판덱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실리콘 오일과 이를 제거하기 위한 유화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이 섬유는 열처리가 필요한데, 이를 식히기 위한 많은 양의 물 사용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그중에서도 골프웨어를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모두들 스포츠웨어라고 하면 옷의 기능이 다 닳을 때까지 입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골프웨어는 조금 다릅니다. 유행에 굉장히 민감해요. 최근 골프웨어를 비즈니스웨어로 입는 회사도 늘고, 젊은 세대들이 골프에 관심을 가지면서 더욱 유행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한 시즌이 지나면 버려지는 골프웨어들이 굉장히 많은 거죠. 그래서 저희는 무채색 계열의 섬유를 사용하거나 패턴을 최소화해 유행을 타지 않도록 하는 의상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제품의 경우 기능성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어요. 저희가 사용하는 해적생물 가공제의 경우 내염소성(섬유가 땀 등에서 배출된 염소성분에 견디는 성질)이 개선됐어요. 성게나 불가사리 같은 해적생물은 극피동물로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다공성 구조는 땀과 냄새를 흡수하기에 효과적인 구조입니다. 이를 가공제 활용하면 섬유에 뛰어난 내염소성을 부여하는 거죠. 친환경적인 선택이 이제는 오히려 뛰어나다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을 만들어가기 위해 많은 기업이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쿨베어스를 운영하면서 패션산업이 굉장히 파편화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섬유 생산, 가공, 염색 등 모든 공정이 한 군 데서 이뤄지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각 기업이 생산과정 전반에서 친환경적인 가치를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죠. 그래서 저희와 같이 친환경적인 가치를 갖고 운영하는 업체들과 함께 ‘쿨베어스 클러스터’를 결성했습니다. 현재는 원단 편집, 염색, 후가공 등 3개 업체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쿨베어스 클러스터에 참여해 친환경 패션산업을 선도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황원규 더나은미래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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