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60%가 아프리카 학생… 빠르게 성장한 ‘한국’ 배우러 왔어요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쉬는 시간이 시작되고 학생들이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한 강의실만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틈 사이로 간간이 들리는 영어에 수업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약속시간보다 20여분 지났을 때 강의실 문이 열렸다. “반갑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수원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NGO 학과의 이완 왓슨(38) 교수는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며 악수를 청했다. 그는 ‘사회 발전과 빈곤 감축 (Social Development and Poverty Reduction)’이라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참이었다. 왓슨 교수 뒤로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강의실 밖을 지켜보고 있었다.

박종구 총장직무대행(사진 가운데)과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학생들.
박종구 총장직무대행(사진 가운데)과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학생들.

1996년 3월 개원한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은 현재 26개국 97명이 공부하고 있다. 이 중 한국인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96명의 외국인 중에서도 60%에 해당하는 57명이 카메룬,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학생들이다. 57명 중 8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발도상국가 공무원 대상 장기석사과정 프로그램 학생들이고, 나머지는 NGO학, 국제개발학 등을 공부하기 위해 스스로 아주대를 찾았다.

대다수의 사람이 아프리카인과 아프리카 대륙을 NGO 활동의 수혜 대상자로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많은 아프리카인들 역시 NGO와 국제개발 현장에서 활동한다. 문제는 이들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체계적인 공부를 원할 때, 영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영국이나 미국은 학비와 생활비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학팀 김재은(39)씨는 “우리는 전 수업을 영어로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비의 50~100%까지 지원해주는 장학제도가 있고, 짧은 시간 가난에서 일어선 한국의 역사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장점 덕분에 많은 아프리카 학생들이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번 2학기 NGO학과와 국제개발학과의 등록생 43명 중 37명이 카메룬,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 왔다.

국제개발학 전공생인 엠마누엘 안야(42)씨는 카메룬의 한 대학에서 영문학과 연극을 공부하고 중학교 선생님을 했다. 10년 동안 학교에 있으며 교장까지 했지만 ‘좀 더 나라에 도움되는 일이 하고 싶어’ 학교를 그만두고 2003년 인권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2년 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2005년부터 지역개발 프로그램 담당자로 본격적인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인권과 국제개발 등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엠마누엘씨는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했다.

“영국 웨일스 스완지(Swansea) 대학에서도 인권학 석사과정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아주대학교로 왔어요.”

그는 석사과정이 끝난 후 카메룬으로 돌아가 생활고에 치여 참정권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엠마누엘씨 옆에 있던 이완 교수는 “방금 수업에서 ‘경제 발전이 되지 않은 나라에서 하는 참정권 운동은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토론했다”며 “‘경제의 많은 부분을 공적개발원조(ODA)에 의존하는 카메룬에서 투명한 시설투자와 발전을 위해선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하며, 따라서 참정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엠마누엘씨의 주장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실무가 중요한 NGO와 국제개발 활동이지만 교수와 학생 모두 이론을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완 교수는 “NGO와 국제개발 활동이 어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면, 대학원에서 배우는 이론은 그 문제들이 어떤 배경으로, 왜 일어나는지를 알아가는 것”이라며 “각 문제의 원인과 과정, 결과를 정리해 배운다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문제를 좀 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GO학 전공생인 음바농 이그나티우스(28)씨는 “빠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한국이 사용했던 실질적이고 유용한 국제개발 방법과 NGO 활동의 여러 사례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NGO 활동을 하며 풀지 못했던 많은 의문점들을 이곳에서 풀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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