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약 15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이 소들은 연간 70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우리나라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0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소 사육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40%는 메탄으로 주로 소가 되새김질할 때 위 속에서 밖으로 배출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28배나 더 강하다. 따라서 탄소중립 요구가 거세질수록 소 산업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탄소중립은 소 산업의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했다.
호주의 한 농민은 방목하던 소의 무리 중 유난히 건강하게 잘 자라는 소들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찾아봤다. 그런데 건강한 소들 사이의 공통점은 바닷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조류를 먹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 사실은 연구자들에게 알려졌고 해조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자들은 해조류에 들어있는 물질이 소의 위에서 메탄을 생성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최대 90%까지 메탄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에 소의 사료전환 효율을 20%까지 개선하면서 소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1300마리 규모의 젖소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부는 아스파라고프시스라는 해조류와 카놀라유로 조제한 첨가제를 소에게 먹이고 있다. 이 농부는 해조류가 세계 축산업의 미래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아스프라고프시스는 전 세계 학계와 언론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해결하기 힘든 과제도 남았다. 그중 가장 큰 제약은 생리활성물질을 함유한 해조류를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다. 이 뉴스를 봤을 때 새로운 가능성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이미 해조류의 최대 생산국 중 하나다. 미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생산국이고, 김은 독보적인 1위다. 우리나라는 이미 해조류를 생산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소 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풀어내는 해결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물론 소의 메탄을 줄이는 게 해조류만 있는 건 아니다.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가 소의 메탄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합성화학물질부터 천연물, 지방과 유지까지 다양한 물질을 시험하면서 가능성을 찾아왔다. 그 결과 일부는 상용화에 성공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소의 코에 메탄을 저감하는 마스크를 착용시키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저메탄 사료 연구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 탄소중립 정책에도 반영하여 저탄소 기술의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에 선구적으로 뛰어든 농축산 스타트업이 있다. 최근 1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여 주목받은 그린랩스는 카길애그리퓨리나와 협업을 통해 저메탄 사료 첨가제가 함유된 사료를 축산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 모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고, 그리고 소비자는 그렇게 생산된 저탄소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축산 전문가들은 2050년이면 아시아 지역에서 소고기 소비가 300%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저탄소 사료 제조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농축산 분야의 탄소중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저메탄 사료첨가제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연구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영역 중 하나다. 한 농부의 발견으로부터 시작한 해조류 열풍은 과연 세계 축산업을 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해조류 산업은 탄소중립 시대에 어떤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
2050년 탄소중립은 우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소비자들의 식단에서 육류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온실가스의 발생량을 낮춰 나가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주어진 과제가 쉬운 건 아니지만 분명한 건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발생하고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저탄소 농업기술의 개발과 확산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