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휠체어 장애인 위한 ‘안락한 자동차’ 만듭니다”

[인터뷰] 김익훈 이지무브 대표

“법적으로는 장애인 150명 당 장애인 콜택시 1대가 운영돼야 해요. 하지만 2020년 기준 보급률은 83.4%에 불과합니다. 장애인 콜택시 한 번 타려면 2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이유죠. 생산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보급률을 빠르게 높여서 이동 약자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차를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애인 이동기기를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이지무브’의 김익훈(55) 대표가 말했다.

김익훈 이지무브 대표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기술은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며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장애인 복지차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양=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김익훈 이지무브 대표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기술은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며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장애인 복지차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양=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이지무브는 2010년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설립됐다.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같은 장애인 이동 보조기기를 꾸준히 개발했다. 2014년부터는 ‘장거리 이동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특수차(복지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충분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없었다. 이지무브는 출자회사인 현대차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도 탑승 가능한 복지차를 생산한다. 최근에는 장애인 콜택시 확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플랫폼 기업에 납품하는 등 본격적으로 장애인 복지차 시장 넓히기에 나섰다. 지난 15일 경기 안양 이지무브 본사에서 김익훈 대표를 만났다.

-장애인 복지차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사업 초기부터 제작한 의료용 스쿠터나 전동 휠체어 같은 이동 보조기기는 최대 이동 거리가 25~30km라서 단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쓴다. 이 제품을 판매하면서 고객 삶을 들여다보니 불편한 점이 여전히 많았다. 장애인도 장거리를 이동할 일이 많다. 그럴 땐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단거리 이동을 하더라도 이동 보조기기에 장애인을 태우려면 보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올려야 한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부분이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타고 내릴 수 있는 복지차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2012년 조사를 해보니 국내 복지차 시장은 매우 열악했다. 생산 업체가 2곳밖에 없었고, 기술력이 부족해 차량 완성도도 떨어졌다. 이지무브가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기존에 생산되던 차량은 무엇이 문제였나.

“대부분 차량개조업체다. 완성차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구급차, 이동 목욕차를 제작하다가 장애인 복지차 분야에도 손을 댄 거다. 장애인, 고령자 등 고객의 구체적인 니즈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휠체어 탑승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동차 후륜 현가장치(suspension)를 절단하는 등 무리하게 개조를 했다. 완성차는 이미 여러 번의 테스트와 안전 점검을 통과해 생산된 차량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개조를 하다 보니까 고장이 잦고 진동이나 소음도 심했다. 안전성, 승차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체가 2곳에 불과한 독과점 시장이다 보니 A/S에 대한 고객 불만도 높았다.”

김익훈 이지무브 대표. /안양=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김익훈 이지무브 대표. /안양=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장애인 이동 보조기기나 차량 제조 업체가 적은 이유가 뭘까.

“우선 시장이 크지 않다. 한 번 사면 5년 이상 사용하니 수요도 많지 않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사업자들이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 이지무브도 2010년 현대차가 출자를 하면서 설립될 수 있었다.”

-이지무브 제품은 기술적으로 어떤 차별점이 있나.

“현대차 그룹에서 자동차를 다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 복지차 설계와 생산에 참여한다. 문제가 생기면 현대차 연구소에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기술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다. 타사 제품은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 폭이 700mm로 좁은데, 우리는 800mm까지 확장했다. 또 경사로가 소형복지차 레이 기준 1단이다. 잡아당기면 쭉 내려온다. 기존 복지차는 2·3단으로 접는 방식이라서 번거롭고 불편했다. 보호자가 힘을 써서 펴야 했다. 이 모든 걸 자동차의 기본 구조를 해치지 않고 개선했다. 안전성이나 승차감도 완성차 수준으로 유지된다.”

-가격은 어느정도인가.

“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은 1억원이 훌쩍 넘는다. 대중화되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다. 이지무브에서는 레이와 카니발로 만든 복지차를 판매한다. 레이는 2300만원 정도, 카니발은 4500만~4700만원 선이다. 추가 작업하는 비용이 더해졌으니 일반 완성차보다는 비싸지만,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보급하려고 한다.”

이지무브에서 제작하는 장애인 복지차 레이(왼쪽)와 카니발. 완성차의 핵심 기능을 살려 개조한다. /이지무브 제공
이지무브에서 제작하는 장애인 복지차 레이(왼쪽)와 카니발. 완성차의 핵심 기능을 살려 개조한다. /이지무브 제공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이동 약자가 원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본래의 취지를 잊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한다. 우선 시대 흐름에 맞게 친환경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기술도 장애인 복지차에 접목할 생각이다. 이런 기술은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게 더 필요하다.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위험한 상황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 보호자도 차 안에서 장애인 케어가 수월해진다. 또 로봇이 다양한 역할을 대신해주면 장애인이라서 불가능하던 일들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연구기관과 협력하려고 한다. 정부 차원의 관심이나 지원도 절실하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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