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콜택시 등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설비 기준에서 ‘표준형 휠체어’만을 기준으로 삼은 현행 법령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표준 휠체어만을 기준으로 휠체어 고정설비의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중증 뇌병변장애인 어머니를 둔 사건 청구인은 장애 정도가 심해 앉아서 사용하는 ‘표준형 휠체어’에 탈 수 없다. 이동할 땐 누울 수 있는 ‘침대형(와상형) 휠체어’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서는 표준 휠체어만을 대상으로 특별교통수단의 안전 설비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20년 4월 침대형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침대형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하다가 적법한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청구인은 “법령에서 표준 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탑승설비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2019년 10월 2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침대형 휠체어만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은 특수한 설비가 갖춰진 차량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고정설비 안전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특별교통수단에 장착되는 휠체어 탑승설비 연구·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누워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 등을 별도로 규정한다고 해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심해진다고 볼 수도 없다”며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과 없는 장애인을 달리 취급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정한 법 개정 시한은 2024년 12월 31일이다. 이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심판 대상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