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화)

빛나는 실적, 아쉬운 상생

더나은미래팀이 선정한 2013 기업 사회공헌 10대 뉴스

‘경제 민주화’와 ‘상생’은 새 정부의 국정 과제와 맞물려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필두로 대기업 총수들의 신년사엔 ‘기업의 사회적책임’이란 키워드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만큼 2013년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 강조된 한 해였다. 이에 더나은미래가 지난 1년간 화두로 떠오른 기업 사회공헌의 10대 뉴스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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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정부 눈치에 경쟁사 눈치…
기업 사회공헌 예산 쏠림현상

새 정부가 경제 재도약을 위한 키워드로 ‘경제 민주화’와 ‘맞춤형 고용·복지’를 선택하면서, 기업들은 올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까지 교육 기부, 미소금융, 녹색성장에 쏠렸던 기업 사회공헌 예산이 현 정부 국정 과제에 맞춰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롯데·CJ 등 10개 그룹은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정책에 맞춰 시간선택제 근로자 1만명을 뽑는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서민 살리기’와 ‘상생’이 강조되자 SK·KT·롯데백화점·금융권 등 전통시장으로 사회공헌을 집중하는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 부족한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 부처별로 돌아가면서 대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를 소집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02 CEO들 “CSR, 지출 아닌 투자”
기업 내부 사회공헌 전담 강화

2013년 국내 대기업 CEO들 상당수가 CSR을 ‘지출이 아닌 투자’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더나은미래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CEO를 대상으로 ‘CSR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CSR에 사용되는 비용을 ‘투자’라고 답했다. ‘임원급 CSR 전담부서가 있다’고 응답한 CEO도 77%에 달했다. 올해 초 국내 주요 15개 그룹은 CSR 전담 인력을 최대 11명까지 확대했고, 대기업들은 사회공헌팀을 ‘CSR팀’이나 ‘CSV팀’으로 바꾸는 등 기업의 경영전략에 CSR을 접목하는 시도를 보였다. 삼성·현대차·LG·한화·CJ·롯데·LS 등 지주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 사회공헌 담당자들과 함께 CSR 세부 전략을 세우는 기업들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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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일회성 기부’ 하드웨어에서
참여형 소프트웨어로

2013년에는 장학금 지급, 생필품 지원 등 일회성 기부보다는 취약계층 아동 및 청소년의 꿈과 재능을 찾아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이 대폭 증가했다.
청소년들이 1박2일 동안 쇼호스트, 연기자, PD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홈쇼핑의 한 장면을 연출하거나(롯데홈쇼핑), IT 전문가인 직원들이 6개월 동안 청소년들에게 주 2회 교육을 통해 앱 개발을 돕고(LG CNS), 임직원들이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1년간 무료로 예술 교육을 지원하기도 했다(SK행복나눔재단). 임직원 자원봉사와 연계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기업과 수혜자가 함께 소통하는 접점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04 사회공헌 열심히 해도
상생 못하면 소용이 없다

남양유업 ‘밀어내기 파동’으로 시작된 ‘갑(甲)의 횡포’는 프라임베이커리 ‘빵회장’, 포스코에너지의 ‘라면상무’, 블랙야크 회장의 폭행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시민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해당 기업 홈페이지나 SNS에 항의글을 남기는 등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단순 사회공헌 예산보다는 협력업체 및 이해관계자 소통이 중요함을 깨달은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임직원 교육과 SNS 대응 전략을 연구하는 등 대안 모색에 나섰다.

05 기업의 직접 사회공헌 증가
파트너 단체간 ‘부익부 빈익빈’

비영리단체, 병원, 대학,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 파트너십 영역은 확대됐지만, 모금액이 많고 단체 규모가 큰 일부 비영리단체에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졌다.

자체 인력과 재원을 활용해 직접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기업도 늘었다. 지난 5월, 더나은미래가 업종별 대표기업 41곳의 189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설문조사한 결과, 10곳 이상의 파트너단체와 협력사업을 하는 기업은 현대차·현대건설·다음(Daum)·교보생명·포스코·신한카드 등이었고,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기업은 유한킴벌리·푸르덴셜생명·아모레퍼시픽·롯데백화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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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사회공헌의 투자 대비 수익?
CSR 평가 및 효과성 측정 시작

CSR의 효과성을 측정하고 수치화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LG그룹은 모든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CSR 체크리스트’를 개발해 ‘CSR건강도’를 관리하도록 했고, 포스코는 CSR 진단체계를 개발해 각 포스코 패밀리사의 CSR 역량진단을 하고 있다. NGO, 학계, 언론 등 이해관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만족도와 이미지 조사를 하는 기업도 증가했다. CSR에 예산을 투자하는 만큼 해당 기업과 수혜자들에게 어떤 성과를 보였는지 측정하려는 니즈(needs·필요)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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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개발도상국 찾은 기업들
글로벌 사회공헌 관심 폭증

글로벌 사회공헌을 시도하는 기업이 증가했다. 풍부한 자원, 값싼 노동력을 찾아 개발도상국에서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같은 지역에 진출한 일부 기업들은 올해 글로벌 사회공헌 사업을 협력하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더나은미래가 개최한 ‘글로벌 사회공헌, 이렇게 성공하라’ 콘퍼런스에 참여한 기업들은 “현장이 원하는 걸 하라” “지속가능한 자립을 고민하라” “내부 자원을 활용하라” “비즈니스만큼 공들여라”는 성공 키워드를 전했다.

08 세계적인 명품 기업들
기부수준은 명품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들의 ‘알뜰한’ 기부도 화제였다. 더나은미래 취재 결과, 샤넬,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 업체들은 지난해 유한회사로 기업 형태를 변경해 연 매출과 수익, 주요 주주의 배당금, 기부금 내역 등 공시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메가, 페라가모, 불가리, 펜디 등 기업 4곳의 기부금은 0원이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2012년 기부금 역시 30만원으로, 매출액(300억원) 대비 기부 비율이 0.00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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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사회공헌도 이젠 感性시대
문화예술과 복지 결합 늘어

복지와 문화예술이 융합된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동 정서치료 프로그램인 GS칼텍스의 ‘마음톡톡’이나, 인문학과 사진 교육을 결합한 두산 ‘시간여행자’ 등이 그 예다. 단순 물질적 지원보다는 문화예술과 결합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도 기업들의 문화공헌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올해 더나은미래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사회공헌 일반인 인식조사’에서도 ‘문화예술 사회공헌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9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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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업 브랜드 이미지 높이자”
뜨거워진 공익 광고 경쟁

2013년은 기업 사회공헌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SK텔레콤의 전통시장 및 사회적기업 지원, 현대차 터처블 뮤직 시트(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 삼성생명 세로토닉 드럼클럽, 일동제약 ‘아로나민 과일트럭’ 광고, LG 청소년 사회공헌, 현대모비스의 과학영재교실, kt의 IT서포터스, 아시아나항공 베트남 사랑의 집짓기, 스탠다드차타드 착한도서관 프로젝트 등이 TV에 지속적으로 광고됐다. 이에 사회공헌 예산과 비교해 광고에 과도한 비용을 투자, 비판받았던 일부 기업의 사례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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