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8일(월)
‘중대재해법’ 사각지대 논란 속 오늘부터 시행

입법 당시부터 사각지대 논란을 일으켰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늘(27일)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조치를 위반한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2020년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참사, 2021년 한국전력 하청노동자 감전사에 이어 최근 발생한 현대산업개발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등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안전수칙과 작업계획서 등을 관행적으로 지키지 않거나, 현장의 의견을 방치해 사고로 이어지면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처벌받을 수 있다. /뉴스1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안전수칙과 작업계획서 등을 관행적으로 지키지 않거나, 현장의 의견을 방치해 사고로 이어지면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처벌받을 수 있다. /뉴스1

산재 사망자 63%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장은 미적용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다. 우선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50인 미만 기업은 2년 뒤인 2024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통계(2020년)’에 따르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사망자는 1303명으로 전체 사망자 2062명의 약 63%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는 24.2%(500명), 5~49인 사업장의 사망자는 38.9%(803명)였다.

이에 대해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26일 성명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예방과 보호의 필요성은 5인 미만과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매우 절실하다”며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5.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실을 고려할 때 법 적용에 예외를 두거나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법 적용의 근거가 되는 중대재해 조사가 사고의 일차적인 원인을 밝히는 데에만 그친다는 문제도 있다. 2020년 인제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팀이 낸 ‘재해조사 보고서의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중대재해 사고의 90.2%는 사흘 안에 원인 조사를 마쳤다. 조사가 하루 만에 끝난 건 전체 740건 중 149건(20.1%)이었고 2~3일 소요된 건수는 519건으로 70.1%에 달했다.

법 모호성 줄여야 현장 적용 가능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과도한 처벌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준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조차도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53.7%는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의무이해 어려움’이 40.2%(복수응답)로 가장 높았다. ‘전담인력부족’을 꼽은 응답 비율은 35%였다.

업계에서는 법의 ‘모호성’을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처벌 대상으로 명시된 ‘경영책임자 등’이라는 표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고용부는 “유해·위험 요인을 통제하는 구체적 수단, 방법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워 기업 여건에 맞게 자율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조직, 인력 등을 형식적으로 갖추는 것만으로 해당 의무를 온전히 이행했다고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여 현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송두환 위원장은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은 더욱더 엄격한 관리 감독과 가능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높고 법률 시행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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