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돌이킬 수 없는 지구… “이산화탄소 줄여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도 일부 지역의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적도 부근에 있던 열대수렴대 위치가 남쪽으로 이동해, 지속적인 엘니뇨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과의 국종성 교수와 오지훈 박사과정생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도 일부 지역의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픽사베이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도 일부 지역의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픽사베이

연구진은 지구시스템모형 프로그램을 활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늘렸다가 감소시키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수행했다. 열대수렴대 위치를 확인한 결과, 적도 부근에 있던 열대수렴대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 땐 거의 이동하지 않다가 농도가 줄자 급격히 남하했다. 이산화탄소가 감소하면서 대기가 빠르게 식는 북반구에서, 따뜻한 상태로 남아있는 남반구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후 농도를 원래 수준으로 되돌려도 열대수렴대 중심은 여전히 남반구에 머물렀다.

열대수렴대는 북반구의 북동 무역풍과 남반구의 남동 무역풍이 수렴하는 지역이다. 전 지구 강수량의 32%가 이곳에서 비롯된다. 열대수렴대는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의 강수량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지구 대기대순환의 시작점인 해들리 순화를 변화시켜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열대수렴대의 이동으로 지역별 기후는 각각 다르게 변화할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지구 평균 온도와 강수량은 서서히 예전과 같이 회복되지만, 지역별 차이는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열대수렴대가 남하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슈퍼 엘니뇨’가 지속되는 이상기후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란,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주변보다 1~3도 높아져 세계 곳곳에서 가뭄, 폭풍, 홍수 등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사하라 사막을 포함한 사헬 지대와 지중해 주변 남부 유럽에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면서 연평균 강수량이 현재보다 약 20%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사막화도 심화한다. 반면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강수량은 약 15% 늘어난다. 특히 아메리카 대륙 서부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한반도가 포함된 동아시아 지역도 장마철에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국종성 교수는 “탄소중립이나 탄소저감 등 기후변화 완화정책을 수립할 때, 지구 평균 온도와 강수량만 고려하면 복잡한 기후시스템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며 “열대수렴대 남하와 같은 지역적 변화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구에 영향을 미치므로, 온실가스에 의한 즉각적인 기후변화 외에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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