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수)

[월간 성수동] 우주강국 환호에 가려진 탄소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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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얼마 전, 한 커피 브랜드에서 일회용 컵 사용 절감이라는 친환경 메시지를 담아 진행한 굿즈 마케팅이 연일 이슈였다. 지난주에는 정부에서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을 향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린워싱, 택소노미, ESG 등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리스크에 대한 단어는 연일 언론에 등장하는 단골 주제가 되었다. 환경운동의 영역에서 그린워싱은 198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하는 등 그 역사가 오래된 표현이다. 지난 수십 년간 잠잠했으나 이제는 폭발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는 ESG에서도 일찌감치 환경요소를 가장 먼저 내세워왔다. 고객들 역시 가격이 비싸더라도 친환경 상품이라면 기꺼이 구매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어진다. 특히 기업의 목적을 사회의 개선으로 보는 등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들이 경제 활동의 주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 행동주의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

무엇이 친환경인 척하며 포장하는 행위인지에 대한 문제는 계속 지적되어왔다. 애매모호한 주장이나 부적절한 인증라벨을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특별히 환경적이지 않지만 다른 제품보다 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등의 그린워싱에 대한 사례나 정부나 시민사회단체에서 발표한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은 해를 거듭하며 계속 언급됐다.

금융시장에는 예상치 못한 변화로 자산가치가 하락하여 부채로 전환되거나 상각해야 하는 자산을 일컫는 좌초자산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에너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기존의 석탄 발전소를 매각하는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고탄소 자산들은 좌초자산이라는 평가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들도 이어진다. 친환경이기에 금융시장과 고객들로부터 선택받지만, 그것이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이라면 한순간에 좌초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간의 그린워싱이 주로 기업들의 행위에 대한 것이었다면, 최근 금융계에도 그린워싱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유럽에서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업종에 따라 정리하고 분류하는 이른바 녹색 분류체계, 택소노미(Taxonomy)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며 녹색 금융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녹색채권이나 ESG 투자에서도 속속 그 기준과 진위 판별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물론이고, 투자자들 역시 ESG 성과나 환경에 대한 활동을 과장할 경우 국 내외의 규제 감동 기관들로부터 엄중한 조사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로 제한하지 않으면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가 재앙적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번 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26번째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지구의 온도 상승폭 제한을 위한 탄소 저감 논의가 주를 이룰 것이다. 한편에서는 저탄소나 기후금융, 택소노미 등이 결국 선진국에 의한 개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쇼크는 기후와 환경을 둘러싼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신호탄이다.

얼마 전 COP26을 앞둔 영국의 윌리엄 왕자와 왕실재단은 환경 부문의 글로벌 상인 어스샷 프라이즈(Earthshots Prize)를 시작했다. 2030년까지 10년 동안 기후 위기에 대응할 전 세계의 솔루션을 찾는다는 구상이다. 1960년대에 인류를 달에 착륙시키려는 목표로 신기술의 개발을 촉진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문샷(Moonshot)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름이다. 지난주 첫 번째 수상자를 발표한 윌리엄 왕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로켓과 우주여행이 아니라 지구를 복구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전, 나로호를 발사한 한국도 우주강국에 성큼 다가섰다. 우주여행이라는 현실 앞에서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우주 로켓이 대기권에 남길 엄청난 탄소에 경악한다. 복잡한 셈법이 필요한 현실 앞에 이번 COP26에서는 어떤 선언과 약속이 이어질지 기대된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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