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코이카 AI 면접 오류에도 응시자 불합격 처리… “문제 덮으려고만”

감사원, 코이카에 ‘주의’ 조치
공정성 때문에 재응시 안 된다더니
재접속한 25명 면접 완료 드러나
피해 응시생, 신문고 신고 준비

“불평등 해소,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조하는 코이카의 모순된 행동이 실망스럽다.”

최근 이정민(가명)씨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을 국민신문고에 신고할 준비를 마쳤다. 취업 준비생이었던 2년 전 코이카에서 진행한 인공지능(AI) 면접 과정에서 당한 부당한 조치에 대한 내용이다. 이씨는 AI 면접에서 접속 오류로 면접이 중단됐지만, 응시 기회를 재부여받지 못하고 불합격으로 처리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코이카 감사에 착수했고, 10개월 만인 지난 3월 ‘주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코이카의 추가 조치는 없었다. 이씨는 “코이카는 시스템이나 응시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AI 면접을 도입했고 문제가 발생하자 모두 지원자의 탓으로 돌렸다”면서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민신문고에 신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9년 코이카의 ‘하반기 일반직 신입직원 채용 시험’에 응시했다. 그해 11월 28일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다음 단계는 AI 면접이었다. 이틀 후 이메일로 안내받은 내용에 따라 자택에서 개인 노트북으로 AI 면접 전형에 응시했다. 그런데 면접 도중 화면이 멈췄다. 재접속을 시도했지만, 또다시 화면이 멈춰 창을 닫았다. 이어 “접속 횟수 초과로 더는 시험을 진행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 문자, 이메일로 상황을 설명했지만 “안타깝지만 특정인에게 추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정성 훼손의 우려가 있어 재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이씨는 AI 면접에 응시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돼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내가 왜 더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았을까, 자책하면서 몇 달을 보냈다”며 “꼭 가고 싶었던 직장이기에 상처가 오래갔다”고 말했다.

약 7개월 후, 감사원에서 연락이 왔다. 코이카의 AI 면접 운영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데 진술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지난 3월 감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면접을 활용한 신규직원 채용 부적정’이라는 제목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접속 오류로 탈락한 지원자는 이씨를 포함해 3명이었다. 코이카 측은 공식적으로 ‘중단 없이 한 번에 응시를 완료해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당시 응시자 182명 중 1회 재접속한 25명에게는 면접 완료 처리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감사원 관계자에게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감사 도중 코이카 사무실 내에서 AI 면접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그때도 화면이 꺼졌다는 이야기였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공개문에서 “공정한 응시 절차 및 시스템을 마련해 제공하는 것은 응시자가 아닌 협력단(코이카)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나승우 우리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네트워크 연결 오류를 이유로 추가 응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상 채용 시 차별금지 조항에 명시된 ‘기회균등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더나은미래가 지난달 27일 코이카에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결과, 감사원 발표 이후 피해자에 대한 코이카의 추가 대응은 없었다. AI 면접은 지난해 감사가 시작된 이후 채용 전형에서 자취를 감췄다. 코이카 관계자는 “면접 과정에서 추가 기회를 달라는 요청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면접 과정이나 감사원 발표 이후에도 특별한 이의 제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씨는 “코이카는 공식적인 사과나 반성의 입장을 단 한 번도 밝히지 않고 사건을 뭉개려고만 했다”면서 “AI 면접을 슬그머니 없앤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피해자 2명은 감사가 진행될 당시까지도 취업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어렵게 얻은 면접 기회를 자신의 부주의함으로 날려버렸다고 나처럼 자책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면서 “코이카가 이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만든다’는 슬로건에 맞는 행동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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